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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평점 :
주말, 기다리던 요 네스뵈의 신작을 펼친다. 750여페이지에 이르는 벽돌책이다. 그럼에도 언제 다 읽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래왔듯 앉은 자리에서 몰입해서 끝까지 다 읽을테니 말이다. 내게 있어서 요 네스뵈의 책은 늘 그래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을 펼치자마자 요 뇌스베의 전작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를 떠올리며 어떤 사건이 벌어지려나 촉각을 곤두세웠다. ( 아. 책을 읽고 있으니 시각을 곤두세웠을지도 모른다. ) 이야기는 화자의 동생인 칼이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자인 '나'를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어떤 의심스러운 면이 있나 초반부터 행간을 읽어내려고 집중하게 된다. '킹덤(Kingdom)' 이라는 제목은 ' 뭐든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 모든 작은 마을의 저주이자 영광이다 ' (p125) 라고 서술되는, 이 노르웨이의 작은 시골 마을의 무엇(혹은 어떤 곳)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1부와 2부에서는 형인 로위의 목소리로 동생인 칼이 돌아온 이유와 그들 오프가르 형제를 둘러싼 주위 인물들에 대해 조금씩 드러낸다. 그 과정에 두 형제의 부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사건이 언급된다. 칼은 부모님이 물려준 땅에 거대한 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돌아왔다. 중간중간 회상으로 언급되는 그들의 성장과정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유추해본다. 작가가 숨겨둔 복선을 놓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하면서.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의 의도를 꿰뚫어 보지 않을까? 그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 즉 칼 오프가르를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올려놓는 것임을 깨닫지 못할까? 칼처럼 넓은 세상에서 뭔가를 이룩한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를 아직도 카운티 의회 의장의 딸에게 차이고 달아난 바람둥이로 기억하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 모두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지만 동시에 속속들이 이해해주는 고향에서 다시 인정받는 것만큼 굉장한 일은 없다.
- p125
요 네스뵈의 서술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미지를 또렷이 떠올리게 한다. 기본 시각적 이미지를 비롯하여, 때론 후각을, 때로는 청각적 감각을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갈까마귀가 두 번째로 우는 소리' 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분명히 위험을 경고하는 소리였다.' 라는 화자의 독백은 초반부터 읽는 이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 이런 것이 스릴러소설의 매력 중 하나이지 않을까.
임박한 위험이 아니라, 저기 어딘가에서 기다리는 숙명을 알리는 소리. 그 숙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결코 잊지 않고. 큰일이었다.
오히려 천천히 쪼개읽는 독서가 더 힘들 지경이다. 다음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떼놓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 큰일이 뭐길래. 무슨 숙명이 기다리고 있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