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패배하지 않아 - 2020 칼데콧 대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콰미 알렉산더 지음, 카디르 넬슨 그림,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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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사회 운동을 떠올리며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그림책을 펴낸 계기에 대하여 시인이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인 콰미 알렉산더(Kwame Alexander)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이 역사적 순간에 이르게 되었는지 딸에게 알려주고 싶었기에, 나는 이 시를 썼다.” 고 했다. 역경을 견뎌내고 정치와 문학, 스포츠와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위한 글작가의 '헌정시'도 되는 셈이다. 여기에 칼데콧 상 수상 작가 카디르 넬슨이 콜라주 등의 기법을 활용하고 함축적인 이미지를 더한 일러스트로 시선을 또 한번 사로잡는다. 이 책은 '2020 Newbery Honor', '2020 Caldecott Winner' 를 모두 수상하였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아

The Undefeated

콰미 알렉산더(Kwame Alexander) 글, 카디르 넬슨(Kadir Nelson) 그림

보물창고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 격인 이미지와 문장이 독자를 맞이한다. '역사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가능성이 넘치는 세계를 열어젖힌'.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4관왕인 제시 오언스의 역동적인 동작. 그의 상반신은 빛으로 돌진하고 있으나 하반신은 아직 그림자에 묻혀있다. 그림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그림자에서 나오는 모든 인물' 란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렸다고 했다. 제이 오언스도 어둠에서 빛 속으로 나아가는 장면인 셈이다. 



By the time we get to toward the middle and end of the book those shadows have disappeared and the brilliance and excellence of the subjects have completely emerged into the bright light.


- 카디르 넬슨 인터뷰 중에서


이어 살아남은 사람들과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이 이어진다. 그림작가는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을 위하여 온전한 한 페이지를 비워두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무심코 넘어간 페이지였는데 전체를 이해하고나서 다시 읽어보니, 흰 바탕에 굵직한 검은 글씨가 주는 여운이 대단했다. 




힘이 느껴지는 굵직한 일러스트와 함께, (미국인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유명한 인물들의 초상화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콜라주한 일러스트는 함축적 의미를 담은 본문이 주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다만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의 모습을 잘 구별 못하듯이, 우리도 그들의 모습을 잘 구별하지 못할 수도 있다. ( 적어도 밤톨군과 나는 그랬다. ) 다행(?)하게도 책의 뒷 부분에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 및 사건이 잘 정리가 되어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미지가 주는 인상이 매우 강해서 우선 이미지에는 (애써) 눈을 떼고 본문만 따로 떼서 읽어본 후, 다시 이미지만 따로 보고, 그리고 나서야 본문과 이미지를 함께 감상했다. 글작가의 함축적 문장이 남긴 여운은 그림작가의 그림으로 채워지면서 완벽한 이미지가 완성된다. 


책 속에서 가장 강렬한, 그래서 더욱 마음 아픈 장면 중 하나인 이 페이지는 '노예선' 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배에 실려 대서양을 건너야 했던, 묶여있는 사람들이 두 페이지에 걸쳐 빼곡하게 차있다.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거의 1,200만 명에 가까운 아프리카인들이 화물처럼 배에 실려 운송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15~20%에 달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본문은 콰미 알렉산더가 2008 년에 쓴 시이다.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경험과 성취에 대한 강렬한 찬사를 보내며, 그들을 '잊을 수 없는 사람들', '부정할 수 없는 사람들', '동요하지 않는 사람들', '말할 수 없는 사람들', '정당한 행진을 하는 사람들', '한계가 없는 사람들', '믿기지 않는 사람들' 등으로 부른다. 여러 예술가들, 사회 지도자들에서 운동 선수들 그리고 이름모를 평범한 사람들까지 그들이 밟아온 발자취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림작가는 특히 '말할 수 없는 사람들' 부분은 세 페이지에 걸쳐 천천히 그려내었다. 노예무역선 속의 사람들, 폭탄테러로 목숨을 읽은 이들, 그리고 백인 경찰 혹은 자경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이들을 조용한 분노와 함께 애도한다. 작가는 또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 을 크게 부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책을 읽는 우리를 함께 부른다. 


이 시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당신.

또 당신.

이 시는 우리를 위한 것이다.



어두운 색의 피부색이 가득한 일러스트에 자칫 아프리카계 미국인(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Black Lives Matter' 를 'All Lives Matter' 로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이 우리 손에 들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피부색이, 인종이, 또는 부와 가난이, 그 어떤 이유로도 서로 차별받지 않고 존중하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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