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바꿔 공장의 음모 라임 그림 동화 26
콜린 피에레 지음, 질 프렐뤼슈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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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꿔 공장' 이라고 번역된 제목이 흥미롭다. 저절로 원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게 된다. 원제는 「La vie en vert fluo」. 프랑스 그림책이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vert fluo' 는 네온 그린, 즉 형광녹색을 뜻하는 모양인데 원제와 번역제목 간의 차이를 주목해보게 되기도 한다. 어쨌든 형광녹색이 제목에 들어간 터라 페이지 곳곳에 이 색이 가득하다. 그림책 본문에는 '형광초록' 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다바꿔공장의 음모

코린 피에레 글, 질 프렐뤼슈 그림

라임


초등 2학년의 모니아의 마을, 호숫가에 공장이 하나 생긴다. 도시를 바꿔줄 재활용 첨단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하는 '다바꿔공장(l'Usine de recyclage)' 이다. 초록빛 지구를 되살리기 위하여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무엇이든 만들어낸다고 홍보한다. 아이들의 학교에 온 형광초록빛 눈의 사장은 '재활용은 우리의 미래' 라며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어느새 슈퍼마켓에는 다바꿔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로 빼곡해진다. 그 물건들은 모두 '다바꿔 100% 재활용' 이라고 적힌 비닐에 담겨있다. 시내의 음료 자동판매기에는 쓰레기를 모아 만든 형광 초록빛의 음료가 '100% 재활용' 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병에 담겨 판매된다. 어른들은 이 음료를 참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이 음료를 마신 어른들이 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사진출처 : https://www.mangoeditions.com/9782317022692-la-vie-en-vert-fluo.html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잘못되어 가는 세상을 '어린이들의 자신만의 활약'으로 구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읽는 아이들은 저절로 뿌듯해진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함께 읽는 어른들은 '재활용(Recycling)의 역설'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재활용(Recycling)은 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활동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재활용을 핑계로 오히려 포장은 과도해지고, 쓰레기를 늘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희미해졌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이런 '재활용'이라는 글자에 숨겨진 비밀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이끈다. 재활용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과는 이 그림책과 함께 여러가지 기사를 함께 읽으며 토론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시장논리에 따른 재활용은 폐기물을 돈이 되는 재화로 둔갑시키고, 이를 통한 수익추구는 폐기물 배출량의 지속적 증가를 초래한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회수란 이름으로 가린 소각의 과잉은 에너지의 불필요한 낭비와 유해노폐물 배출의 지속적 증가로 이어진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물질순환이 환경문제를 기실 더 악화시키는 역설을 낳고 있다.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4171847558391



환경보호를 위한 '재활용' 이라는 단어 외에도 '친환경'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봄직하다. 중학생인 밤톨군과는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1835~1882) 의 제번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 에 대해서도 찾아보며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오래된 책이지만 스탠 콕스의 「녹색 성장의 유혹」 책의 내용도 떠오르게 한다. 


경제용어 중에 제번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1835~1882)는 1865년에 쓴 저서 '연료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기술 발전으로 석탄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석탄을 적게 쓰게 되지만, 수요가 줄어 석탄값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던 이들이 싼 가격의 석탄으로 몰리게 돼 결국 석탄 소비가 더욱 늘게 된다." 이후 많은 학자와 연구기관이 이를 입증하는 연구를 냈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전기를 아껴야 해요!' 라며 늘 정석적인, 교과서 적인 대답을 해왔던 아이와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만화 축제가 열리는 앙굴렘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글과 그림을 풍부하게 접했다는 그림작가 질 프렐뤼슈의 그림은 가볍지않은 주제를 경쾌하고 익살맞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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