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는 인생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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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자마자 울컥했다. 나도 '코로나 블루'인가. 요즘 쉽게 마음이 다치고 의욕을 잃는 일이 많아지는 까닭은.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와 25년 경력의 상담 전문가가 나누는 인생 문답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던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 찾아보며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이근후, 이서원 대화

샘터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인생 질문들이 있다. 물론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어떤 시절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적용하는 사회적 기준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담이란 옳고 그르고 맞고 틀린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 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직접 상담은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9장에 걸쳐 불안과 상처관리, 사람관계, 부부, 자녀, 가족간의 거리 등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정리되어 있다.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오래 가나요?  

- 1장. 불안하고 살처방늠 마음 관리, p37


트라우마의 어원은 '살이 찢어지다' 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처의 유효기간이라고 할까.. 우리 상처가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상처의 크기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의 내구성도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 마음의 상처는 크든 작든 평생 간다. 극복했다는 사람도 상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석될 뿐이다. ' 라고 단언한다. 


그렇다. 상처는 옅어질 뿐이다. 그럼 마음의 상처를 옅어지게 하는 법은 무엇일까. 내 속의 자아를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단다. 자꾸 부딪치면서 예방주사 맞는 것 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극복하는 체험을 자꾸 하여 마음의 상처를 희석시켜야 한다고. 그런데 이런 마음의 상처에 공통되는 감정은 불안이다. 자신의 감정이 방어할 수준을 넘어서 버릴 때 자연스럽게 불안이 생긴다. 그럴 때 치료를 통해 면역력, 즉 자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치유법은 다르다. 


상처는 평생 함께 가는 친구와 같다. 우리의 인생은 상처, 옅어짐, 다시 상처의 순환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작은 기쁨으로 마음의 상처를 덮어나가는 게 일상이라고 담담히 맺는다. 


  바람을 왜 피우는 걸까요?  

- 6장,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 부부, p236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 라는 드라마가 꽤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집은 케이블, 종편 드라마가 나오지 않아서 대부분 기사나 칼럼으로 대신 접하고는 했는데 마침 책에서 이런 질문이 있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외도의 심리와 그 해결책. 우선 남자고 여자고 외도는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그 본능을 자제할 뿐이다. 그 시대, 그 사회문화 가치에 따라 제어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상대가 충족시켜주어야 신뢰가 생깁니다. 이런 신뢰가 쌓이면 상대 대한 마음, 다시 말해 사랑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마음으로 상대를 안게 되는 과정이에요. 이렇게 마음으로 상대를 안게 되면 몸을 안았을 때 마음도 안게 되어 외도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결국 외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본능을 뛰어넘는 신뢰와 사랑이 부부를 단단히 묶어야 한다는 것. 그럼 신뢰와 사랑은 어떻게 다져가야 하는 걸까? 내 속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슬그머니 머리를 치켜든다. 


책 속에서는 이혼이 아닌 졸혼이라는 또다른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선조들의 경우 아내는 안방에서, 남편은 사랑방에 있던 풍경도 일종의 졸혼이었다며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늬만 부부야' 라는 것도 일종의 졸혼이었을 수 있다고.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냐 보다도 어떻게 졸혼으로 가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한 생각지점이다. 


  중2병이 왜 생기는 걸까요?  

- 5장, 아이는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 자란다. p181


곧 중2를 앞두고 있는 아이의 중2병이 궁금해진다. 중2병이라고 모두 중2 무렵에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중2병은 엄마의 불안과 아이의 저항이 만나 생긴다.'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엄마 대신 부모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양육의 책임이 엄마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아이의 저항이 심해진다는 것인데, 저항은 건강하다는 신호다.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간다고 해봐요. 물고기가 강물을 따라 동쪽으로 헤엄쳐 간다면 순응한다고 하고, 강물을 거슬러 서쪽으로 헤엄칠 때는 저항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항하는 물고기는 자기 생각이 있는 물고기예요. 순응하는 물고기는 아직 자기 생각이 생기지 않는 물고기지요. 엄마가 강물이고 아기가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이를 키우는 최종 목적은 아이를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아이의 독립이 아이를 품는 이유라면, 아이가 최초로 독립할 정신적 싹을 보이는 건 저항을 통해서다. 처음이라 거칠고 서투르긴 하지만, 독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증거니 축하받을 일이라는 것. 그리고 부모가 져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아이가 살아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자기 주장을 처음 했는데, 이게 꺾여버리면 평생 마음의 독립을 하지도 못할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를 주제로 하여,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두 저자들의 대화는 읽는 이에 따라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것과 아닌 것들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던져진 질문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잠시 방향을 잃었던 문제들에 대하여 한 두가지 지침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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