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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끊어진 날 ㅣ 라임 어린이 문학 31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아스트리드 헨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IT 계열에서 일하는 이들끼리의 농담 반 진담 반 대화 중에는 Networkless 상황이 우리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에 관한 유머들이 오고 갔었다. 뭐, 이제는 랜선 같은 유선이나, 와이파이 등의 무선으로 연결된 세상인지라 관련 계열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이들이 불편함을 느낄 테지만.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마저도.

인터넷이 끊어진 날
마크 우베 크링 글, 아스트리드 헨 그림
라임
책을 먼저 읽은 밤톨군은 이 책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 인터넷을 할머니 한 분이 망가뜨렸어요. 그게 아주 엉뚱해요.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상황 설정이 재미있어요! " 라고 말이다. 먼저 읽은 밤톨군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속으로 ‘제대로 읽은거 맞아?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세계의 인터넷이 고장 나버린 상황으로 시작한다.
제목을 마주하자마자 아이와 나는 저마다의 상황을 떠올렸다. “으악, OO 게임을 못하겠네.”라는 녀석의 말을 받아 “엄마는 일을 못하는 날이 되겠는데... 게다가 톡이 안 되어 불편할 테고. 인스타나 블로그도 못 보고..”라고 대답한다. 인터넷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더라도 요즘 아이들은 어렴풋이 인터넷이 제공하는 기능들을 떠올리며 설명한다.
- 밤톨군. 인터넷이 뭐라고 생각하고 있어?
- 여러 정보들이 있는 곳이요.
- 그럼 넌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데?
- 숙제할 때는 사전이나 정보들을 찾아보고, 놀 때는 유튜브를 봐요. 게임도 하고.
책 속에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등장인물을 통하여 이렇게 풀어놓는다. 화자가 이 가족의 막내 꼬마인지라 질문도, 답변도 어린아이들의 시선에 맞추어져 있다.
인터넷은 영상 정보가 가득한 곳이야
- 책 속 할머니가 생각하는 인터넷
아이의 오빠는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밤톨군의 설명처럼 사전적 정의보다도 용례(사용예제) 에 가까워 이해하기가 더욱 쉽다.
내 방 책 상 위의 게시판 같은 거야. 하지만 훨씬, 훨씬 더 크지! <중략> 그 게시판에는 뉴스나 사진, 이야기, 그림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영화 등등 온갖 것들을 올릴 수 있거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걸 인터넷에 올려 두었지.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이런저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곧바로 찾을 수 있어. 가끔씩 틀린 대답도 있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부 똑똑한 건 아니니까. <중략>
인터넷은 전 세계 사람들의 컴퓨터와 휴대폰, 또 그 외의 다른 기계들과 서로 연결해 줘. 그러니까 인터넷으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야. 게임을 하거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지.
- p15~16, 책 속 오빠가 생각하는 인터넷
물론 현실에서도 집안의 인터넷 서비스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공유기 등의 기기가 고장나버려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책 속 이야기처럼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상황은 전쟁,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끊어지면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 당장 여러가지 불편함들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렇다면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인터넷이 복구된 후, 책의 화자였던 막내가 할머니에게 다가가 다시 인터넷을 끊으면 어떻겠냐고 속닥속닥 속삭이는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책 속의 여러 등장인물들이 겪는 일들이 그리 '불편'하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라는 힌트를 남겨본다. 우리 집의 인터넷이 끊기는 날은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음. 그러고보니 전기도 같이 끊겨야할 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