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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무민 골짜기 ㅣ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8
토베 얀손 지음, 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평점 :
여름에 만나는 무민마을 '가을'의 정취. 생각해보니 전 무민 소설은 살짝 계절을 빗겨서 읽게 되는 듯 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무민마을의 겨울을 느꼈었거든요. 특이한 생명체를 만들어 남동생을 골려 주려고 시작된 이 무민 이야기는 이제 세계적인 판타지 동화가 되었답니다. 총 8권의 무민 연작 소설에서 『늦가을 무민 골짜기』는 마지막 에피소드이기도 한지라 지금의 계절과 관계 없이 궁금함에 얼른 책을 펼쳤다지요. 토베 얀손은 이 시리즈로 1966년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할 국제 안데르센 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
토베 얀손 지음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08
232쪽 | 312g | 128*188*20mm
작가정신
8권의 무민 연작 소설
이 작품은 1970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작가의 어머니 싱느 하마스텐-얀손(Signe Hammarsten-Jansson)이 세상을 떠난 직후 그 빈자리를 견딜 수 없어 쓴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무민 가족이 외딴 등대섬으로 떠난 뒤 텅빈 무민 골짜기의 이야기로, 무민 가족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에피소드 입니다. 7권 『무민파파와 바다』 와 함께 진행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무민 가족은 등장하지 않아도 개성있는 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밤톨군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한, 고독을 사랑하여 늘 세상을 떠도는 방랑자 스너프킨부터 필리용크, 밈블, 훔퍼 토프트, 헤물렌, 그럼블 할아버지까지 여섯 명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와 지인들이 좋아하는 꼬마 미이가 등장하지 않아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요.
무민, 그리고 꼬마미이 팬 인증..
어머니를 잃은 작가의 상황이 투영되서 인지 나오는 이들은 어떤 것들을 잃거나 잊어 결핍된 모습을 보입니다. 특히 존재하지 않는 엄마를 찾는 홈퍼 토프트의 말들은 당시 작가의 마음처럼 읽히기도 한다죠. 토프트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무민마마를 이상적인 엄마라고 생각했거든요.
무민마마를 떠올릴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흠 잡을 데 없는 어른이고 상냥하며 위로가 되는 무민마마가 얼굴도 없이 커다랗고 둥글고 매끄러운 풍선처럼 떠오르기만 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민 골짜기는 온통 진짜가 아니라 집도 정원도 강도 모두 화면 위에 떠오른 그림자극 같기만 했고,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상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토프트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나머지 이제 화가 날 정도였다. p228
무민 골짜기와 행복한 가족 이야기는 빛바래 사라져 버렸고, 무민마마 생각도 저만치 떨어져 나가 너무 낯설어진 나머지 무민마마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p230
다른 이들도 불안을 다독이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민가족을 찾아왔지만 무민가족은 떠나고 없었죠. 결국 무민가족이 떠나버린 빈집에서 그들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투닥거리면서 자연스럽게 무민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무민 가족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헤물렌은 무민파파를 따라하고, 필리용크는 무민마마 역할을 해보기도 한답니다.
- 무민 가족은 아침 커피는 늘 베란다에서 마신단다. 하지만 손님, 특히 처음 온 손님한테는 바로 이 거실에서 커피를 대접하지. p47. 헤물렌
- 무민마마는 요리할 때 휘파람을 불곤 했어. 조금 제멋대로이기도 했고......p140, 밈블
- 무민 가족은 기분이 우울하거나 화가 나서 혼자 있고 싶을 때 뒤뜰로 갔지. <중략> 무민파파랑 무민마마랑 무민은 가끔 서로를 무척 지겨워했어. p173, 밈블
원제는 '무민 골짜기의 11월' 입니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곧 눈으로 뒤덮일 일만 남은 늦가을의 정경을 떠올립니다. 황량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 가을을 지나 겨울을 견디고 나면 다시 봄이 찾아오게 되겠죠. 무민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테구요.
이제 무민 그림책에 이어 무민 소설도 섭렵했으니 남은 건 무민 코믹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