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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래 체인지! ㅣ 라임 어린이 문학 26
신은경 지음, 유설화 그림 / 라임 / 2019년 2월
평점 :
밤톨군 절친 두명은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은 강아지를, 한 명은 고양이를 키웁니다. 친구네 집에 다녀올 때마다 그 반려동물들이 얼마나 귀여운 지 전하며 슬쩍 기대가 가득한 눈빛을 제게 보냅니다. 바닥에 돌아다니는 네 장난감들이 잘 정리되어야 강아지든, 고양이든 키워볼 생각을 하지 않겠니. 라며 매번 똑같은 대답을 들려주곤 했지요.
그런데 이 반려동물과 몸이 바뀐다면!

동화 속 주인공은 아빠의 갑작스러운 전근 때문에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온 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강아지 토리가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가끔은 자신보다도 더 눈치가 빠르고 애교가 넘쳐서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때도 있지만요. 그런데 어느날, 이 토리와 주인공의 몸이 바뀌어버리고 맙니다!
글 작가도, 그림 작가도 매우 익숙한 작가분들입니다. 그림작가 유설화님은 그림책 「슈퍼거북」 으로 밤톨군에게 매우 익숙한 분이구요. 글작가 신은경님은 동화로 여러번 만났던 작가분이라서 새로운 작품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나저나 몸이 바뀐다니.. 뭔가 계기가 있어야겠죠?
표지를 잘 보시면 조금의 힌트가 있습니다. 뭔가 더듬이가 달린 어떤 곤충...

3억 5천만년 동안 도를 닦으며 살아 남아온 위대한... 종족 바퀴벌레 마법사가 그 계기였던거죠. 바퀴벌레라니.. 바퀴벌레라니.... 밤톨군은 책을 읽다말고 몸서리 칩니다. 낄낄 거리면서요.
이제 주인공 진우는 반려견 토리로, 토리는 인간인 진우로 바뀌어 서로의 삶을 경험합니다. 문득 동화책 속 모습을 보다가 생각나는 추억이 있네요. 결혼 전에 저도 반려견을 키웠었는데 아버지가 퇴근하시면서 푸념하시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퇴근하면 정말 반갑게 반겨주는 것은 '촐랑이' 밖에 없다구요. 제가 크고 나서는 애교를 보여드리지 않으니 섭섭하셨던 거겠죠. 책 속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진우의 아빠가 퇴근하자 인간이 된 토리가 평소대로 격하게 반긴거죠. 아들이 달려들자 "오랜만에 아빠한테 안겨 줘서 고맙긴 하지만, 갑자기 이러면 무서워!" 라고 하는 아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옵니다. 밤톨군에게 이야기해봤죠. " 밤톨군, 오늘 아빠가 퇴근하면 아빠한테 토리처럼 반겨드려볼까? 아빠는 어떤 모습 보여주실거 같니? " 라고요.
아빠가 퇴근한 후 밤톨군과 아빠의 모습은 책 속 이 모습과 똑같았답니다. 오랫만에 보는 아들의 애교에 행복해하는 남편의 모습. ( 오늘 읽은 책 덕분이라는 이야기는 남편에게는 비밀로.. )

진우는 진우대로 개답게 사는 법을 연구하며 일상을 보냅니다. 놀이터에서 만난 힘찬이라는 친구에게 토리의 학교생활을 전해듣지요.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도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인간이었을때는 왜 다른 아이들과 친구가 되지 못했을까 고민해보게 됩니다. 주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인간이었던 개여! 누구한테나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라. 토리한테도 분명히 그런 게 있을 것이다. 네가 절대로 버릴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 있는 것처럼 토리한테도 변할 수 없는 개의 마음이 있을 테니 그걸 찾거라
토리는 인간으로 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진우에게 바퀴벌레 마법사는 이런 조언을 합니다. 과연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인간과 개가 몸이 바뀐다는 재미있는 설정 속에서,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이의 몸에서 다른 각도로 일상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이 동화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친구를 사귀지 못했던 진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 에 대해서도 슬며시 깨닫게 해줍니다. 얼마 전 읽었던 그래픽노블과 통하는 부분이 있어 놀랐답니다. 관계 맺기. 에 대한 부분은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 라는 것도 다시 깨닫게 되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