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송어낚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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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슈베르트의 「송어」란 곡을 접했을때 나는 그게 숭어의 다른말 인줄만 알았었다. 나중에 송어라는 물고기가 따로 있다는 걸 알고 혼자 웃었었다. 이번에 이 책을 받고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연어목 연어과의 회귀성 어류로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다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습성이 있는 물고기가 송어이다 라고 나와 있었다. 붉은 살코기를 자랑하는 빛깔에 회를 좋아하는 나는 침이 다 고였다.

 

『미국의 송어낚시』는 송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마 사진과 곁들어 있겠거니 하고 생각하였다. 작가의 에세이려니 하고 읽었던 책은 소설이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리처드 브라우티건 작가의 장편소설. 나는 이 책을 받아들었을때 먼저 귀에 익은 이름이 김성곤 이었다. 오래전에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구독할때 그 즈음에 익히 들었던 이름이어서 반가웠다.

 

먼저 작가를 살펴보자면, 가난하게 자랐던 어린 시절에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 배불리 먹어보려고 경찰서 유리창에 돌을 던지기도 했다. 세 권의 시집을 발간했고, 『미국의 송어낚시』를 출간하여 전세계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작가라고 한다. 『미국의 송어낚시』는 이번에 새로 발간된 개정판이다. 그가 일찍이 1984년 49세의 나이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의 새로운 작품을 더 만났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미국 생태문학의 대표작이라는『미국의 송어낚시』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목가적 꿈을 찾아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미국 서부를 여행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는 첫머리에는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동상 아래에 찍은 리처드 브라우티건과 한 여인이 앉아 있는 사진이 있다. 원래 원작에서는 아래 사진이 표지로 있었다 한다. 책에서는 흑백으로 된 아래 표지 사진을 가리켜 말하는 내용이 많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성실, 근면, 검소하면 누구나 잘 살수 있다고 주장했던 이로,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벤자민 프랭클린에 대한 비판의 뜻을 담았다 . 그래서 프랭클린 동상에서 사진을 찍었고, 동상 아래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장면들이 많다.

 

 

주인공 남자는 아내와 딸과 서부를 여행하며 미국의 송어낚시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한다. 계부에게 처음 들었던 미국의 송어낚시에 대한 것부터 여행지에서 만난 송어낚시 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미국에 처음 불기 시작했던 캠핑. 사람들로 가득찬 캠핑장에 텐트를 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죽어 나가야 텐트를 칠수 있었다. 또한 자는 아이를 차에 두고, 수십마리의 물고기 시체가 부유하는 온천물에서 아내와 함께 몸을 섞었던 일, 그래서 정액이 물고기 시체들과 함께 부유했던 장면들을 말한다. 거슬러 올라가다가 온천물에 빠져 죽고만 물고기들의 시체들. 죽어 있는 물고기들 속에서 잠겨지는 사람들. 이런 것들은 모두 미국의 어두운 면을 보이고 있었다.

 

주인공은 책 속에서 아주 많은 미국의 송어낚시들을 만난다.

늘 프랭클린 동상앞에 앉아 있는 베트남 참전용사이자 주정뱅이 쇼티의 등장에서부터 등에 커다란 혹을 가진 12인치의 무지개 송어이자 곱추 송어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어쩌면 미국의 비틀어진 욕망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의 송어낚시가 가리키는 것은 때론 사람으로, 때론 사물로 이야기한다.  

작가는 목가적 여행을 하며 만나는 미국의 송어낚시 하는 사람들을 보며 미국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다른 작가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날카롭고 시니컬하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200 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이다. 하지만 가볍다고 말할수는 없고, 묵직한 무게의 느낌이 있는 책이다. 번역자 김성곤은 책 뒷편에 해설과 리처드 브라우티건 과의 인터뷰를 실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생각에 가깝게 느껴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동상 앞에 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작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소에 나도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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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를 좋아한다.

공지영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다.

특히 작가의 소설을.

 

작가가 5년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 나온다.

예약판매가 뜨자마자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젊은 수사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작품으로 그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한다. 

 

왠지 느껴지는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가슴아픈 사랑을 이야기할 것 같다.

 

이 가을, 공지영 작가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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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0
진 웹스터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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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아직 어린아이일 적에 세계명작동화 한질을 구입해놓곤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몇번이고 읽어주곤 했었다. 그때 60여권이 명작동화 였는데 이상하게 『키다리 아저씨』만 없어서 아쉬워하며 개인적으로 구입해 아이에게 읽혀 주었다. 그만큼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였다. 딱 동화잖는가. 고아원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어떤 고마운 아저씨가 대학도 보내주고, 용돈도 주며, 대학생활을 하게 해준다는데 마다할 아이가 없을 것이다. 보답이라곤 아저씨에게 학교 생활 등을 적은 편지만 보내주면 된다고 하고.

 

몇개월 전에 이웃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이 아닌 다른 출판사의 『키다리 아저씨』리뷰를 읽었었다. 나도 좋아하는 책인데, 괜한 설렘에 얼른 읽고 싶어 구입하려던 차에 이 책이 어떠냐고 소개해 주셨다. 그림도 예쁘고 책도 이뻐 보여서 이 책으로 구입을 했었다. 낼모레 오십이 다 되어가는 아줌마가 아직도 어린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이나 좋아한다니,, 좀 철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쓰담쓰담하고 있는 나에게 신랑은 '자기가 애기냐?'며 퉁박을 주지만, 좋은걸 어떡하라구.

 

 

줄거리야 『키다리 아저씨』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추억 속의 이야기 책을 다시 읽으며, 그 풋사랑의 설렘을 다시 느껴 보는 계기가 된다. 만화같은 일러스트, 어떻게 보면 『빨강 머리 앤』을 닮은 듯한 그림이지만, '빨강머리 앤'이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벗이나 소녀적 감성을 불러오는 건 어쩔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자랐던 소녀라면, 누구나 한번 꿈꿔보는 이야기.

 

오래전에 읽을때는 주디 애벗이 대학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라고 생각을 못한것 같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 애벗 보다 열네살이 많은 부잣집 아저씨. 다시 봐도 너무너무 설레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이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왜 그리 설레냐고.

주디가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 저비스 이야기를 할때 혼자서 킥킥 거렸고, 샐리 맥브라이드의 오빠 지미 이야기를 할때는 키다리 아저씨가 많이 질투하겠구나 하며 킥킥 거렸다.

 

저비스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걸 눈치 챌 법도 하지만, 순진한 아가씨인 주디는 눈치가 없어서 알아채지도 못한다. 전혀 별개의 인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저비스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건 곳곳에서 다 나타나더구만. 근데 말이지, 키다리 아저씨 참 그렇게 어린 아가씨를 마음 속에 담아 버리다니. 자기보다 무려 열네 살이나 어린 소녀를. 편지로 하루 일과를 보고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그 어느 누구보다 가깝게 느껴졌던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 등을 글로 보니 저절로 궁금해졌나. 그래서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이라하며 주디의 얼굴을 보고 점점 좋아했단 말이지. 편지에 프린스턴에 다니는 지미 맥브라이드와 함께 춤추었던 일 들을 이야기할때 얼마나 질투가 났을까.

 

 

 

저비스씨, 이건 뭐 키워서 잡아 먹은 꼴이다.

어리디어린 아가씨를 대학 보내준다고 꼬여내어, 작가가 되라고 북돋아주고, 보살펴주고, 결국에는 청혼까지 한 나쁜 아저씨. 근데도 그가 밉지 않다.

 

이래서 좋아하는 작품은 두고두고 읽나보다.

언제 읽어도 기분 좋은 작품, 언제 읽어도 설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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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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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소설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들을 건드리는 소설이 많다. 심연 속에 자리한 감정들을 끌어 올리는 소설. 때론 이해하지 못할 말들의 잔치에 귀 기울여보고 생각해보지만, 읽은 소설의 전부를 이해했다고 할수 없는 소설이 많다. 작가와의 교감을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때론 그립다. 책 속의 주인공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나도 하는 것이라 고개를 끄덕일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들 생각하는 구나, 하고 알게 되면 조금은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이란 수식어 때문에 관심 가졌던 책이다. 내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읽은 책은 꼽아 보니 단 두 권이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다.  두 권의 책은 내게 색다른 경험을 주었기에, 18회 수상작, 정아은의 『모던 하트』에 관심을 가졌다.

 

『모던 하트』의 주인공 김미연은 전문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며 사이버대학을 나온 서른일곱 살의 싱글이다. 헤드헌터로 일한지 3년,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들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출신학교가 취업의 당락을 짓는다. 내가 알기에 외국계 회사는 출신대학을 따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외국계 회사가 더 출신대학을 따진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출신대학에 따라 계급이 정해져 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은 거의 SKY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책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말한다. 미연의 친구들과 미연의 여동생 세연의 모습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두 아이까지 키워야하는 고충을 말하고 있었다. 세연을 보자면, 슈퍼맘이다. 일간지 기자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두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남편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점점 고시와는 멀어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때 미연의 집에서는 서울대 나온 사위를 보았다고 곧 판,검사가 될거라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아직까지도 고시공부를 하는 신세다. 집에서 공부한다고 하면서 밥도 차려줘야 먹고, 컴퓨터 게임을 할지언정, 앞집에 있는 아이를 데려오지도 않는다. 미연은 이런 제부가 너무도 싫다.  

 

 

 

미연에게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그저그런 지방대를 나와 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흐물'이란 남자다. 다른 한 남자는 우리나라의 유명 사립대학인 Y대를 나온 인재로 외국계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태환'이다. 태환과 몇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그와 연인 사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이랄까. 태환은 스킨십 조차 하지 않으며, 채식주의자로 미연은 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그와 만날때는 채식만 먹는다. 흐물은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로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미연이 만나자고 하면 두말없이 서울로 달려오는 남자다. 미연은 흐물을 보험용 내지는 비상용 남자로 보고 있다.

 

정아은은 헤트헌터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헤드헌터로 살아가는 서른일곱 살의 한 여성을 통해, 싱글로 살아가는 여성의 직장 생활과 사랑에 관한 세태 소설을 썼다.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한 출신 대학별로 나뉘는 계급 사회를 꼬집고 있었다. 사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거나 조금 지난 여성의 입장에서 두 남자가 있다 했을때, 눈에 콩깍지가 낀 사람이지 않고서는, 출신대학이 좋거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좋을 것이다. 이왕이면 잘생기면 더 좋은 일이고.

 

『모던 하트』속 미연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그녀가 하는 직장생활에서의 출신학교로 나뉘는 계급 사회와 사랑에 있어서 우리가 계산적으로 보는 것들, 또한 아이들의 양육문제와 시댁과의 갈등들 조차도 너무 똑같아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가 생긴다. 헤드헌터로 일한 경험자로서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어 우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며 인력 관리를 해야하는 그들의 고충을 우리는 알수 있는 것이다. 잘 읽히는 책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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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과 꽃이 피었다
황인숙 지음 / 문학세계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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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시인이 있다.

시인은 신문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시인이 엄선한 좋은 시詩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매일 아침 바쁜 시간에 신문을 훑어 보는데, 나는 바빠도 시인이 소개하는 시를 꼭 읽고 넘어간다.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은 내가 모르는 시인의 시가 많이 있다. 시의 제목과 시인의 이름이 생소하다는건, 내가 그만큼 시를 읽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시를 많이 읽지 않아도, 시인이 소개하는 시들을 읽으며 나는 시를 읽고, 시인들의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한다. 금새 잊을지라도, 다음에 보았을때는 그래도 기억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내가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는 시인은 『꽃사과 꽃이 피었다』라는 시선집을 낸 황인숙 시인이다. 황인숙 시인은 1978년부터 2007년 사이에 쓰고, 시집으로 묶여 나온 시들에서 시들을 골랐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에 세 번씩 시인의 글들을 만나왔기 때문에, 황인숙 시인의 시를 읽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선집에서 시인의 시들을 만나보니, 처음이었다. 시인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봄에 분홍색으로 꽃망울 졌다가 하얀색으로 활짝 피는 꽃사과 꽃을 좋아한다.

사과가 익을 가을이면 큰 사과처럼 빨갛게 익어가는 꽃사과는 상당히 오밀조밀하고 귀엽다. 매실 만큼의 크기로 빨갛게 익어가면, 시큼한 단맛도 느낄수 있는게 꽃사과다. 이렇듯 좋아하는 꽃사과 꽃을 제목으로 하는 시선집이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 시인의 30년간의 시작 활동을 갈무리 한 시선집이다.

 

시선집의 제목으로 쓴 시를 먼저 만나보면,

 

꽃사과 꽃이 피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눈을 치켜들자

떨어지던 꽃사과 꽃

도로 튀어오른다.

바람도 미미한데

불같이 일어난다.

희디흰 불꽃이다.

꽃사과 꽃, 꽃사과 꽃.   (「꽃사과 꽃이 피었다 」중에서)

 

금방이라도 꽃사과 꽃이 튀어오를 것만 같다.

 

시인은 길고양이들의 엄마라고 했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시인은 고양이들을 아껴서인지 고양이에 관한 시도 많이 썼다.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라고 시작하는 시「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라는 시를 읽어보면, 자유로운 고양이, 벌판을 뛰어노는 고양이를 그리고 있었다. 죽어서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시인은 시에서 고양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고양이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나는 요즘 아파트 내에서 고양이를 보면 '야옹' 하고 한 마디 해주고 다닐 정도가 되었다.

 

 

나는 시인의 시를 두 번 정도 읽었는데, 어느 한 시를 읽으며 가슴이 저려왔다.

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르지만, 내 비명을 생각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어느 순간 삶을 달리할 지도 모르는데, 이처럼 시인은 비명을 시로 써 놓았다. 

 

그 여자를 반듯하게

편히 뉘어도 좋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녀 가슴 위에 공책 한 권.

그리고 오른손에 펜을 쥐어

포개어 놓으라.

 

비바람이 뚫고 햇살이 비워낸

두개골 속을

맑은 벼락이 울 릴 때,

그녀 오른팔 뼈다귀는

늑골 위를 더듬으리.

행복하게 뻐거덕거리며.   (비명碑銘) 

 

오랜만에 읽는 시는 무척 좋았다. 

시는 사람을 생각하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 느리게 읽는 시, 맨 뒷 장을 다 읽고, 다시 앞 장으로 와 다시 읽는 시, 시의 의미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을 돌아 본다. 현재의 삶을 생각한다. 

 

제목이 너무 좋아 다시 읽고 싶은 시를 소개하겠다. 

 

비가 온다.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비가 온다구!

 

나는 비가 되었어요.

나는 빗방울이 되었어요.

난 날개 달린 빗방울이 되었어요.

 

나는 신나게 날아가.

유리창을 열어둬.

네 이마에 부딪힐 거야.

네 눈썹에 부딪힐 거야.

너를 흠뻑 적실 거야.

유리창을 열어둬.

비가 온다구!

 

비가 온다구!

나의 소중한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인 이여.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제목도 좋고, 시 내용도 마음속에 들어온다.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지 이 시는 더욱더 마음에 들어온다. 나도 말하고 싶다. '비가 온다구!' 하고 소중한 이에게 말하고 싶다.  

 

 

가을하면 생각나는게 시인데, 황인숙 시인의 시는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리의 인생을 알게 해주는 시인의 「가을밤 1」이란 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십 대의 나이, 몇 년 있으면 오십이 되는 나이. 그 나이를 알리는 듯한 시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시詩, 정말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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