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다리 아저씨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0
진 웹스터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0년 11월
평점 :
아이들이 아직 어린아이일 적에 세계명작동화 한질을 구입해놓곤 내가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몇번이고 읽어주곤 했었다. 그때 60여권이 명작동화 였는데 이상하게 『키다리 아저씨』만 없어서 아쉬워하며 개인적으로 구입해 아이에게 읽혀 주었다. 그만큼 내가 좋아했던 이야기였다. 딱 동화잖는가. 고아원에 살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어떤 고마운 아저씨가 대학도 보내주고, 용돈도 주며, 대학생활을 하게 해준다는데 마다할 아이가 없을 것이다. 보답이라곤 아저씨에게 학교 생활 등을 적은 편지만 보내주면 된다고 하고.
몇개월 전에 이웃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이 아닌 다른 출판사의 『키다리 아저씨』리뷰를 읽었었다. 나도 좋아하는 책인데, 괜한 설렘에 얼른 읽고 싶어 구입하려던 차에 이 책이 어떠냐고 소개해 주셨다. 그림도 예쁘고 책도 이뻐 보여서 이 책으로 구입을 했었다. 낼모레 오십이 다 되어가는 아줌마가 아직도 어린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이나 좋아한다니,, 좀 철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쓰담쓰담하고 있는 나에게 신랑은 '자기가 애기냐?'며 퉁박을 주지만, 좋은걸 어떡하라구.
줄거리야 『키다리 아저씨』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추억 속의 이야기 책을 다시 읽으며, 그 풋사랑의 설렘을 다시 느껴 보는 계기가 된다. 만화같은 일러스트, 어떻게 보면 『빨강 머리 앤』을 닮은 듯한 그림이지만, '빨강머리 앤'이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벗이나 소녀적 감성을 불러오는 건 어쩔수 없다. 이 책을 읽고 자랐던 소녀라면, 누구나 한번 꿈꿔보는 이야기.
오래전에 읽을때는 주디 애벗이 대학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라고 생각을 못한것 같았는데, 다시 읽어보니 열여덟 살의 대학생이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 애벗 보다 열네살이 많은 부잣집 아저씨. 다시 봐도 너무너무 설레 혼자서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이다.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왜 그리 설레냐고.
주디가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 저비스 이야기를 할때 혼자서 킥킥 거렸고, 샐리 맥브라이드의 오빠 지미 이야기를 할때는 키다리 아저씨가 많이 질투하겠구나 하며 킥킥 거렸다.
저비스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걸 눈치 챌 법도 하지만, 순진한 아가씨인 주디는 눈치가 없어서 알아채지도 못한다. 전혀 별개의 인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저비스가 키다리 아저씨라는 건 곳곳에서 다 나타나더구만. 근데 말이지, 키다리 아저씨 참 그렇게 어린 아가씨를 마음 속에 담아 버리다니. 자기보다 무려 열네 살이나 어린 소녀를. 편지로 하루 일과를 보고하고, 친구들과의 관계, 그 어느 누구보다 가깝게 느껴졌던 키다리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 등을 글로 보니 저절로 궁금해졌나. 그래서 줄리아 펜들턴의 삼촌이라하며 주디의 얼굴을 보고 점점 좋아했단 말이지. 편지에 프린스턴에 다니는 지미 맥브라이드와 함께 춤추었던 일 들을 이야기할때 얼마나 질투가 났을까.

저비스씨, 이건 뭐 키워서 잡아 먹은 꼴이다.
어리디어린 아가씨를 대학 보내준다고 꼬여내어, 작가가 되라고 북돋아주고, 보살펴주고, 결국에는 청혼까지 한 나쁜 아저씨. 근데도 그가 밉지 않다.
이래서 좋아하는 작품은 두고두고 읽나보다.
언제 읽어도 기분 좋은 작품, 언제 읽어도 설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