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의 소설은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들을 건드리는 소설이 많다. 심연 속에 자리한 감정들을 끌어 올리는 소설. 때론 이해하지 못할 말들의 잔치에 귀 기울여보고 생각해보지만, 읽은 소설의 전부를 이해했다고 할수 없는 소설이 많다. 작가와의 교감을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책을 읽는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때론 그립다. 책 속의 주인공이 생각하는 고민들을, 나도 하는 것이라 고개를 끄덕일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들 생각하는 구나, 하고 알게 되면 조금은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이란 수식어 때문에 관심 가졌던 책이다. 내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읽은 책은 꼽아 보니 단 두 권이다.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다.  두 권의 책은 내게 색다른 경험을 주었기에, 18회 수상작, 정아은의 『모던 하트』에 관심을 가졌다.

 

『모던 하트』의 주인공 김미연은 전문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며 사이버대학을 나온 서른일곱 살의 싱글이다. 헤드헌터로 일한지 3년,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들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출신학교가 취업의 당락을 짓는다. 내가 알기에 외국계 회사는 출신대학을 따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지만, 외국계 회사가 더 출신대학을 따진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출신대학에 따라 계급이 정해져 있다. 그들이 원하는 사람은 거의 SKY 출신이라고 보면 된다는 사실이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었다.

 

책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말한다. 미연의 친구들과 미연의 여동생 세연의 모습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두 아이까지 키워야하는 고충을 말하고 있었다. 세연을 보자면, 슈퍼맘이다. 일간지 기자로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두 아이를 키워내고 있다. 남편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점점 고시와는 멀어지고 있는 사람이다. 한때 미연의 집에서는 서울대 나온 사위를 보았다고 곧 판,검사가 될거라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아직까지도 고시공부를 하는 신세다. 집에서 공부한다고 하면서 밥도 차려줘야 먹고, 컴퓨터 게임을 할지언정, 앞집에 있는 아이를 데려오지도 않는다. 미연은 이런 제부가 너무도 싫다.  

 

 

 

미연에게는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그저그런 지방대를 나와 공사에 근무하고 있는 '흐물'이란 남자다. 다른 한 남자는 우리나라의 유명 사립대학인 Y대를 나온 인재로 외국계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태환'이다. 태환과 몇번의 만남을 가졌지만, 그와 연인 사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친구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이랄까. 태환은 스킨십 조차 하지 않으며, 채식주의자로 미연은 고기를 더 좋아하지만 그와 만날때는 채식만 먹는다. 흐물은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로 대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미연이 만나자고 하면 두말없이 서울로 달려오는 남자다. 미연은 흐물을 보험용 내지는 비상용 남자로 보고 있다.

 

정아은은 헤트헌터로 일했던 경험을 되살려, 헤드헌터로 살아가는 서른일곱 살의 한 여성을 통해, 싱글로 살아가는 여성의 직장 생활과 사랑에 관한 세태 소설을 썼다.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한 출신 대학별로 나뉘는 계급 사회를 꼬집고 있었다. 사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거나 조금 지난 여성의 입장에서 두 남자가 있다 했을때, 눈에 콩깍지가 낀 사람이지 않고서는, 출신대학이 좋거나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좋을 것이다. 이왕이면 잘생기면 더 좋은 일이고.

 

『모던 하트』속 미연은 지금의 우리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 그녀가 하는 직장생활에서의 출신학교로 나뉘는 계급 사회와 사랑에 있어서 우리가 계산적으로 보는 것들, 또한 아이들의 양육문제와 시댁과의 갈등들 조차도 너무 똑같아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가 생긴다. 헤드헌터로 일한 경험자로서 헤드헌터라는 직업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어 우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며 인력 관리를 해야하는 그들의 고충을 우리는 알수 있는 것이다. 잘 읽히는 책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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