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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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음악은 일상이다.

아침에 제일 먼저 눈을 뜬 다음 물 한 잔을 마시고 하는 일이 주방에 있는 라디오를 켜는 일이다. 라디오속에서 나오는 갖가지 사연들을 접하며, 우리의 삶의 모습은 다들 비슷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며 공감하게 된다. 예전에 들었던 한국가요들, 좋아했던 팝음악들, 최근에 자주 나오는 가요들을 흥겹게 따라 부르곤 한다. 일어나기 싫어 침대속에서 웅크렸던 지난날보다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이 무척 즐거운 일이다.

 

지금은 바쁜척하느라 많이 듣지 않지만, 한동안 연주곡에 빠져있었다.

클래식이나 우리가 뉴에이지 장르라고 표현한 음악들을, 책이 없으면 불안한 것처럼 그렇게 빠져 들었었다. 나의 일상은 책과 음악. 지금도 예전에 자주 들었던 연주곡들을 듣는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음악이 좋고, 최근 드라마에서 나오는 윤미래의 'Touch Love'를 즐겨듣는 요즘. 드라마에서 노래를 듣고, 휴대폰에서 듣고, 누군가 전화를 하면 들리는 벨소리로도 사용하고 있다. 김중혁 작가가 에세이 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도 음악을 듣느라 전화를 늦게 받고싶은 그런 곡이다. 나는 오늘도 노래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때 음악에 빠져 살았던 소설가 김중혁의 음악에 관한 에세이이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면, 먹는 건 친구들에게 선배들에게 얻어먹고, 오로지 음반을 샀던, 음악을 좋아한 김중혁의 에세이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팝음악을 알게 돼, 음악사에서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고, 지금은 음원을 틀었을때 가사도 나오지만, 그때는 일일이 팝음악 가사를 노트에 적어 놓곤 했었다. 영어를 한국어 발음으로 적어 노래를 따라불렀던 시절, 김중혁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웬지 그런 향수가 떠올랐다.

 

 

지금 아이들은 휴대폰에서, 아이팟 같은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지만, 우리는 테이프 세대였다. 그때 삼성에서 나온 'my my' 하나쯤 다 갖고 있던 시절이었다. 가난한 우리 집 사정에서 나도 그걸 갖고 있었던 걸 보면, 그만큼 대중적이었던 거지. 그때 들었던 팝음악을 지금에서도 듣고, 어쩌다가 라디오에서라도 흘러나오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책을 읽는 사람에게 음악은 마치 자석처럼 딸려오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사람이나 책을 쓰는 사람이나, 음악을 들으며 읽었거나 음악을 들으며 썼다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다. 오히려 책을 쓰는 작가들 같은 경우,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하더라. 김중혁 작가 또한 여행을 할때도 아이팟에 음악을 담아가고, 글을 쓸때 음악과 함께하는 작가였다. 산문을 쓸때는 보컬곡도 괜찮지만, 집중해서 소설을 써야 할때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음악을 들을때에 보컬이 들어간 곡을 몹시 듣고 싶은 때가 있다.

영화 '시라노 ; 연애조작단'을 보다가 나오는 곡을 듣고 너무 좋아, 그날 바로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그 음악을 사랑하게 된 적도 있다. 그 음악은 지금 내 휴대폰의 개인 벨소리로 저장되어 있고, 마음이 우울하거나 몹시 음악이 듣고 싶을때, 몇번이고 재생하며 듣는 곡이 되었다. 그 음악은  '아그네스 발챠'의 'Aspri mera ke ye mas'란 곡으로 한국어로 표기하자면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되었네'란 곡이다. 낮게 울려퍼지는 메조 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챠의 목소리는 나를 따뜻하게 위로를 건넨다.

 

 

 

소설가 김중혁은 위의 사진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챕터로 음악들을 소개하는 산문을 썼다. 소설가 김중혁의 말처럼, 사실 음악은 계절을 많이 탄다. 봄이면 마음이 설레게 하는 노래가 듣고 싶고, 여름이면 바다가 생각나는 노래가 좋고, 가을이면 왠지 쓸쓸한 노래가 좋다. 겨울이면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줄 수 있는 노래가 좋은 걸 느낄수 있다. 각 계절에 맞게 노래를 선곡하고, 노래를 들으며 계절을 맞는 느낌들을 그대로 풀어냈다.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 위로라고 생각한다. 위로는 죽으려는 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한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완전히 알지 못해도 위로할 수 있다. 나는 '위로'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 '위로'의 '로'는 애쓴다는 뜻이다.  (94페이지)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이 좋다.

그의 소설도 좋지만, 그의 산문은 그가 저 높은 곳에 있는 작가가 아닌 우리 곁에 있는 친근한 작가처럼 느껴진다. 그의 음악에 대한 애정, 위트있는 글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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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34
마커스 세이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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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의 장소에서 눈을 떴을때, 자기가 왜 그곳에 있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수 없을때 얼마나 막막할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을때. 마치 세상이 끝난것처럼 느껴질것도 같다. 어떠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그것을 잊고자 기억상실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한 시기만 기억나지 않는 것과 과거의 자신의 모든 것이 기억나지 않을때, 너무너무 두려울것 같다. 자신을 안다고 다가오는 사람도 두렵고, 또한 한편으로는 의지하고 싶을것도 같다.

 

여태 많은 소설속에서, 영화속에서 기억을 잃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만났다.

마커스 세이키의 소설 『대니얼 헤이스 두 번 죽다』도 기억을 잃은 한 남자의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추리형식으로 그렸다. 제목도 책 속의 주인공이 두 번 죽는다는 섬찟한 내용이다. 대니얼 헤이스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두 번 씩이나 죽게되는 것일까. 표지 또한 남자의 얼굴 오른쪽으로 보이는 겹친 여성의 옆모습을 펼칠수 있는 표지다. 결국 여자때문이라는 건가.

 

한 남자가 살을 에는 듯한 추위속에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바닷가에서 깨어났다.

그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왜 그곳에 누워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버려져 있는듯한  BMW의 차 속으로 들어갔다. 히터를 마음껏 올리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가 이것저것 뒤져보니 그 차는 대니얼 헤이스라는 남자의 소유다. 현금 더미를 발견하고 차 소유자의 것인 듯한 옷을 입고 호텔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TV 드라마를 보며, 드라마속에 나오는 집과 여자 주인공 에밀리 스위트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당분간 대니얼 헤이스라는 이름을 빌려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보안관을 만났고, 자신이 경찰에게 쫓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대니얼 헤이스란 이름을 검색해보니, 자신이 보았던 TV 드라마 속의 에밀리 스위트 역할을 했던 배우 레이니 세이어를 죽였을거라는 살인용의자라는 것이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찾았던 그 드라마의 배우가 사실은 자신의 아내라는 것.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고, 자신은 전혀 죽이지 않았을거라고 이야기하지만, 어쩐지 믿을수가 없다.

 

기억을 잃었다는 주인공, 어쩌면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주인공이 찾아가는 과정은 아주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런 와중에 나오는 각 인물들은 우리를 쫑긋하게 귀기울이게 만든다. 대니얼 헤이스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 지우는 사람들이 대니얼 헤이스에게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분명 대니얼 헤이스와 관련된 인물들일텐데 어떤 식으로 엮였을지 감을 잡기도 힘들다.

 

 

사람들의 타깃이 될수도 있는 배우. 연예인이 되기 위해 발목잡힌 일들, 책 속의 내용은 다분히 영화적이었다. 글을 쓰는 작가와 드라마로 인해 스타가 된 배우, 그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자신이 왜 기억을 잃었는지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들이 그랬다.

 

책 속에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말들이 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낀것은, '지난 한 주일 내내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거였어. 모든 순간에 선택을 한다는 거지.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기억은 꿈과 다름없이 허망하다는 거야. 실질적이고 진실된 유일한 건 현재야. 바로 그걸 배웠단 말이야.' (364 페이지) 이다. 이 책의 주된 주제를 반영하고 있는 대니얼 헤이스의 말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한 일이라는 것.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이런 말들 또한 너무도 진부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말이기도 하다. 과거를 바라보는 것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것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게 우리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고, 과거를 이루기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니얼의 친구인 변호사 소피가 말한 '인생은 빗방울이다.' 라는 말을 기억해야 할것 같다. 우리가 선택한 일이 한순간에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릴수도 있으니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속에 담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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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불고, 가을비가 내리는 날엔 시가 읽고 싶어진다.

가을 맞이 하며 읽었던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

고통과 우울이 함께 공존하는 그녀의 시가 며칠 동안 머리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시를 읽으니 시가 정말 더 읽고 싶어진다.

 

트위터에서 이병률 시인의 신작 시집을 발견했다.

 

 

 

 

 

 

 

 

 

 

 

제목부터가 <눈사람 여관>이다.

그의 산문을 먼저 만났기 때문에 시는 어떤 느낌으로 올지 모르겠지만, 산문 만으로도 그의 시를 예감했다.

산문보다 더 좋으리란 것을.

<눈사람 여관> 신작 시집을 예약구매하면서 그의 다른 시집도 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눈사람 여관>을 읽고 그의 다른 시집도 읽어봐야지

 

 

맨 처음 읽었던 그의 산문집.

온통 감동이었던 그의 산문집을 다시 들춰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의 감성이 돋보이는 사진과 글에 매료되었다.

그의 시도 산문보다 더한 감동일테지.

그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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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실비아 플라스 지음, 박주영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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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플라스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우리에게 인식된 시인이다.

그의 삶이 어땠기에 그는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했나. 남편 테드 휴스의 외도 때문에? 두 아이를 2층 침실에 두고, 오븐의 가스를 열어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 사후 남편 테드 휴스가 엮은 실비아 플라스의 시 전집이 발간된 이듬해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아주 단편적인 것만 알고 있었기에 그의 시집이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워 내게로 온 작품이다. 시는 가을에 읽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은 그가 시를 본격적으로 썼던 1956년에서부터 죽기전 1963년까지 쓴 시를 연도별로 묶여졌다. 그리고 뒷쪽엔 시인의 습작시가 실려있다. 700페이지가 넘는 추리소설일 경우 하룻밤만 지나면 다 읽는데 반해, 시집이라 읽는데 오래 걸렸다. 시집이라 천천히, 느리게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서 그녀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실비아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썼다.

 

개인적으로 실비아 플라스의 시는 아주 난해하였다.

시에서 드러난 그의 마음은 굉장히 우울하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그녀의 내면을 볼수 있었다. 모든게 불안하고 우울한 그녀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편 테드 휴스와 사랑할때의 시詩도 사랑으로 인한 달콤한 시를 기대했지만 많이 만날수 없었다.

 

내 남자의 장화가 저벅저벅 밟는 소리 아래에서

녹색 귀리 싹이 돋아난다.

그는 댕기물떼새의 이름을 짓고, 산토끼를 몰기 시작하며

가장 민첩한 토끼의 다리를

딸기나무 가지로 만든 울타리에 매달아놓고는

붉은 여우, 간교한 족제비를 좇는다.

 

(중 략)

 

산비둘기는 그의 숲 안에 가지런히 앉아서.

그가 한가로이 돌아다니는 분위기에

걸맞는 노래를 곁들인다. 대부분의 여성이 기꺼이

이 아담의 여자가 될 수 있다.

그의 말이 명령을 내려 온 세상이

이러한 남성의 피를 찬양하기 위해 도약할 때!    (51페이지 '테드에게 바치는 송시 中에서)

 

삶에 대해 이토록 비관적일수도 있는가.

아버지에 대한 실비아 플라스의 마음을 보는 시들도 만날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견딜수 없어했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시들.

 

또 다른 붉은색이 내 신경을 자극해요.

당신의 느릿한 항해가 내 언니의 숨결을 앗아간 날

단조로운 바다는 지난번 당신이 집에 왔을 때

어머니가 펼쳤던 악마의 옷처럼 보랏빛으로 물들었어요.

나는 오랜 비극의 줄거리를 빌려왔어요.

사실은 이렇죠, 어느 10월 말 나의 탄생을 알리는 울음소리에

전갈이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계집애의 머리를 찔렀죠.

어머니는 당신의 바다 아래로 얼굴을 숙이고 있는 꿈을 꾸었어요. 

                                                                  (229페이지, '진달래 길의 엘렉트라' 中에서)

 

 

꿈의 나무, 폴리의 나무는

  구슬 같은 눈물로

    소중한 사람의 활을 두르고

 

소맷자락 위에 피 흘리는 심장과

  화관을 만들면서,

    푸른 미나리아재비 별을 하나 품고 있다.  (266페이지, '폴리의 나무' 中에서)

 

나무와 돌이 그림자 없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내 손가락 길이가 유리처럼 투명하게 자랐죠.

나는 3월의 잔가지처럼 싹이 나기 시작했어요.

팔과 다리, 팔, 다리

그렇게 나는 돌에서 구름으로 올라갔죠.

이제 나는 얼음판처럼 순수한

내 영혼의 변화 속에서 공기를 떠다니는

신을 닮았어요. 이것은 선물이죠.    (302페이지, '연애편지' 中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면서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굉장히 예민하고 우울이 삶속에 항상 같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362페이지 있는 '세 여인' 같은 시 경우는 산부인과 병동과 그 주변의 장소에서 쓴 시 같다. '세 목소리로 이어지는 시는 20페이지에 달한다. 시 속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을 상상하는 꿈을 꾸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위로를 받으며 치유가 되는 마음들이 보인다.

 

나는 그저 책을 읽는 사람, 시를 읽는 사람이기때문에,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의 깊이나 진정한 뜻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비아 플라스의 내면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는 있다고 본다. 고통과 우울이 공존하는 시어를 읽다보면, 어느새 실비아 플라스의 시에 중독되고 만다. 자꾸만 자꾸만 시를 읽게 된다. 신화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시의 제목들, 아이에게 주는 시에서 그녀의 마음이 드러난다.

 

나는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과 함께 일주일 가까이 보냈다. 실비아 플라스의 시들이 머릿속으로 낱말이 되어, 문장이 되어 마꾸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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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역사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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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게 2년 반쯤 된것 같다.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백수생활백서』에서 주인공 서연은 오로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을 갖는게 아닌, 언제라도 그만두고 책을 읽기 쉽게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이다. 일년에 300권에서 500권 정도의 책을 읽으며, 하루의 일상이 책을 읽고 구입하는 것이다. 갖고 싶은 절판된 책이 있을때, 인터넷에서 연락을 취해 만나기도 한다. 만약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구입하기로 했을때, 벤치에 앉아 『연인』을 쌓아놓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을때, 약속시간이 다 되면 '연인 이세요?' 하고 물어볼 정도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읽는 독자, 책을 너무 사랑해 마지 않는 독자, 온 집안에 책이 가득 차 있어서 앉을 자리도 없게 만드는 애독자가 있으면 너무도 반갑다. 너무 부러운 일이기도 하고,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교감하는 기분을 느낀다. 이렇듯 애독자의 모든 것을 닮았기에 박주영의 글을 좋아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이 모두 네 권 정도 되는 장편소설이다. 박주영 작가는 이번에 단편 소설집을 냈다. 『실연의 역사』라는 제목을 가지고. 우리 모두는  한두 번쯤 실연을 해봤다. 내가 실연을 주었든, 실연을 당했든, 한두 번쯤 실연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박주영의 소설집에서 『실연의 역사』라는 단편 소설이 있을까 싶었지만, 제목과 일치하는 소설을 찾으니 「칼처럼 꽃처럼」이다. 그 속에서 실연의 역사를 나누는 인물들이 나오니 그러지 않을까 했다.

 

여섯 편의 단편들을 보자면,

 

「나는 아이팟이다」공부하는게 싫고 취미가 없어 중학교 중퇴를 한 정아는 엄마의 병실에서 암투병을 하는 윤주 언니를 아이팟 때문에 알게 되었다. 정아에게는 친언니가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었고, 윤주 언니 때문에 엄마의 병을 윤아 언니에게 알린다. 엄마는 너무 빨리 죽었고, 언니는 너무 늦게 왔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만 윤아 언니보다는 윤주 언니가 더 편하다. 윤주 언니도, 윤아 언니도, 정아도 모두 아이팟을 듣는다. 아이팟으로 이어지는 매개체, 내가 가지고 있는 똑같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을때 무척 반가운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들 모두는 아이팟을 듣는 이들이다. 사람과 헤어지는 순간이 와도 아이팟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이들은 외롭지 않다.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

 

「스파이의 탄생」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혼수 상태였다가 깨어난 남자가 있다. 현재 서른다섯 살로 15년 동안의 스무살 이후로 기억이 없다. 이제 새로 자신을 알아가야 할 남자다. 자신에게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고, 무엇보다 애인도 없었던듯 하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 한달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으나 기억에 없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 가족이라도 있으면 불안한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겠지만,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는 너무도 불안할 것 같다. 자신의 부모도 스무살 이전까지만 기억나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도 기억에 없으니 얼마나 불안할까.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였다는데, 다시 직장을 찾아가야 할텐데,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기억나지 않는 과거, 불안한 미래, 요즘의 젊은이들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칼처럼 꽃처럼」그와 헤어진 '나'에게 온 검은색 봉투에 담긴 초대장, 그와 나는 모든 가난한 이들이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가가 된 케이도 그녀와 실연을 했다. 엄마의 죽음과 연관된 어떤 남자도, 엄마의 죽음으로 사랑을 잃은 아저씨도,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표하던 신문사 기자 와이도 최근에 실연을 한 남자였다. 실연을 한 사람들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들의 침울한 표정에서 자신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이심전심을 느낀다.  

 

사납고 시끄럽고 더러운 그곳에서 나는 그 어떤 때보다 사랑했다. 그를,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나를.  (71페이지)

 

 

「소설 小說 小雪」출장가는 비행기 안에서 늘 책을 읽는 남자, 떠나는 비행기에서 늘 영화를 보는 여자, 눈 때문에 비행기가 예정된 곳에 내리지 못하고 다른 공항에 착륙을 했다. 공항에서 대기중에 책을 읽는 남자를 발견한 여자는 남자가 읽던 소설 쓰는 일을 도왔다며, 소설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둘은 서로 소설가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방법과 그 소설을 유서로 남기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나눈다. 그리고 신문의 한쪽면에 소설가가 죽었다는 기사가 뜬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종말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그때, 순수한 인간인 어머니와 완전한 인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리브카는 완전한 인간들의 삶을 한 장의 필름으로 기록하는 이다. 리브카는 기록자, 작가, 화가 등으로 불리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그린다. 순수한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이 언제 올지 알지 못하고, 완전한 인간들은 자신의 죽음을 조절할 수 있고, 다시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폐기되는 인조인간들이 있는 곳에서 리브카는 그들의 삶을 기록한다.    

 

「메리 골드」서른세 살의 친구 가영, 윤서, 지효가 있다. 소설속 주인공은 가영으로 친구들에게 얼음공주로 불린다. 공부를 잘했던 언니가 아버지를 따라 교사를 하며 결혼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있는데 반해, 가영은 무엇하나 해놓은게 없다. 인물을 보면 출신학교나 직업, 재산이 딸리고, 돈을 물려줄 병들고 나이 든 부모가 있으나 인물이 별로인 남자중에서 후자 쪽을 선택할 정도로 세상 물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을 겪는 우리, 그게 꼭 남녀 사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모든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헤어짐을 겪은 우리들은 늘 힘겨워한다.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으니 다시는 사랑을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사랑할 대상은 끝없이 나타난다. 삶에서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 경우가 있는데,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듣는 라디오에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늘 사랑때문에 아파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는 것을 볼때면, 우리 삶에서 사랑은 뗄래야 뗄수 없는 것 같다.

 

사랑을 할땐 이 세상 모든 것이 사랑하는 상대방만 있는것 같지만, 실연을 하고 보면 이 세상엔 수많은 일들이 있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났을때, 그 사람만이 이 세상 전부는 아니라는 걸,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기도 한다. 실연의 역사를 가진 이들, 실연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성큼 성장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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