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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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여러 편의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감정에 대해 배웠다면, 이제는 사랑의 역사다. 문학 작품속에서는 수많은 사랑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작품이 써진 시대적 배경, 그 시기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 사랑에 임하는 사람들의 감정 표현들, 그리고 사랑에 대한 행동들. 이 모든 것에서 우리는 사랑의 역사를 배운다. 사랑이 어떻게 내게로 와서 꽃을 피우다가 스러지는지, 이 모든 것들은 나 뿐만 아니라 백 년전에도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배운다.

 

사랑때문에 아파해 본 적이 있는지.

사랑을 하던 그때의 우리는 다른 이들의 사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하는 사랑, 내가 받는 사랑에 겨워 옆으로 눈을 돌릴 수 없다. 내게로 온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불사르므로. 이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후에야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도 사랑때문에 아파한 이들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우리 주변에 많은 사람들도 한두 번쯤 사랑에 아파해 본 적이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몇 번쯤 사랑을 해도, 사랑은 언제나 아팠던 것 같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좋았던 기억이 더 나는 걸 보면 아프지만은 않았던 걸까. 그 시간에 열정을 다해 사랑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때, 혹은 사랑이 찾아올때, 우린 또 문학 작품속에서 사랑을 배운다. 우리가 읽어 온 많은 작품들 중에서 사랑이야기가 많은 것도 사람은 사랑없이는 살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려준 것인지도 모른다. 시쳇말로 사랑에 죽고, 사랑에 사는 건지도.

 

우리는 책에서 삶을 배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보라. 나만이 가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책 속에서 보아왔던 삶의 단편들이 보인다. 문학 작품 속에서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삶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삶과 비교해 보기도 한다. 그들의 삶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도 배우고, 사랑을 선택할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이 찾아 왔을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어떻게 해야할지를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울수 있는 것이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봐도 그렇다. 『연인』은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소설로 써냈다. 훗날 유명한 소설가가 된 화자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소설을 말이다.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던 그때의 기억들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절망에 빠지지 않게 그 시간을 살았던 주인공의 삶을 책 속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것이다. 이런 사랑도 있었다는 걸.

 

밋밋한 사랑을 해왔다고 생각했던 우리에게, 사랑에 대한 감정때문에 비극적인 삶을 살아갔던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서의 히스클리프의 절규때문에 가슴아파했었다. 사랑은 이처럼 비극적이며 또한 희극적이기도 하다.  

 

200년 전에 쓰여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또 어떤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사랑을 보면 요즘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경제적인 이유때문에 돈 많은 남자를 선택하고 싶은 것과 편견으로 가득찼던 마음에 어느새 사랑이 싹트는 것을 느끼는 것도. 사랑은 모두에게 피해갈 수 없는 감정들이다. 우리가 아무리 거부를 해도 우리에게 찾아오고 마는게 또한 사랑이므로.

 

모두 서른네 편의 문학 작품 속에서 사랑을 했던 이들을 살펴본다.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다룬 책과 겹쳐지는 책들이 많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책이어서 그럴 것이다. 책 속의 사랑, 책 속의 감정들, 이 모두는 우리의 삶을 대변한다.

 

우리의 삶에는 늘 두 갈래의 길이 놓여진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 있고,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이 있다. 아마도 우리가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아쉬움과 동경을 문학 작품속에서 찾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문학 작품속에서 우리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산다. 내가 하지 못했던 다른 사랑을 하고, 다른 이의 삶을 책으로 읽으며 마치 내가 다른 삶을 사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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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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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인가 텔레비젼 프로그램 '힐링캠프'  강신주 편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다른 분들의 리뷰에서 만난 철학자지만, 소설들에 밀려 만나보지 못한 분인데, 이번 기회에 강신주 철학자의 생각을 좀 들어볼까 싶었다. 그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가, 궁금했던 탓이다. 프로그램에서는 몇몇 사람들의 인생상담을 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일반인이 질문하는 것에 어쩌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날카롭게 그에 따른 질문을 하는게 놀라웠다. 급기야는 상담자가 울음을 터트릴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선 말 때문에 나 또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해답을 준 탓이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아 은퇴를 앞둔 아버지가 가족에게 집착해 아버지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한 여대생의 질문에 상담할 때였다. 가족에게 애정을 쏟으려는 아버지의 심정을 귀찮게 생각한다는 게 상담자의 내면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이처럼 돌직구 답변도 있던가.

 

더불어 프로그램이 끝난후 내가 읽고 싶었던 신작에 대해 이제는 구매 결정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철학자 강신주 답게 명쾌했다. 물어보는 질문마다 날카롭고도 명쾌한 답변으로 진행자의 허를 찔렀다. 이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철학자다워 보였다.

 

평소 문학작품을 읽기 때문에 나는 감정적인 편이다. 문학작품을 많이 읽기 전부터 나는 감정적이었던 듯 하다. 그만큼 감성이 풍부해 책을 읽을때도, 영화를 볼때도 나는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감정이 극에 달하는 책을 읽을때면, 책을 뒤집어놓고 목놓아 울때도 많다. 그만큼 감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들을 갖고 살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강신주 철학자의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사람에게는 이렇게 다양한 감정이 내재되어 있는구나 싶었다. 모두 48편의 문학작품 속에서 48가지의 감정들을 대입시켜 설명하는 글을 만났다. 또한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스피노자가 말하는 감정,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감정을 문학작품과 더불어 만날 수 있다. 내가 전에 읽었던 작품도 그렇고, 읽지 않는 미지의 작품들에서도 그렇다. 이 많은 책들을 읽고, 그에 따른 인간의 감정들을 대입시켰다.

 

저자가 언급한 문학 작품 속에서 대입한 감정들이 너무도 딱 들어맞는 사실이다. 철학자 강신주가 말하는 감정들을 살펴보자.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에 나오는 감정은 자긍심이다. 연상의 동거녀인 상턀이 자신은 늙었다며 시름에 빠져있을때, 스토커인양 가명으로 사랑한다며 편지를 써 상턀로 하여금 아직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준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좌, 앙리 루소 「카니발의 밤」우, 샤갈 「푸른 연인들」 

 

측은은 사람에게 우리는 연민을 가진다. 하지만 이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해 버리면 나중에는 더할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 연민인것 같다. 강신주 철학자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소개하면서 연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민'의 장에서의 부제는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착각을 만들 수도 있는 치명적인 함정'이라고 표현했다.

 

불의의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아름다운 그녀에게 연민의 마음을 갖게 된 호프밀러 소위는 자신이 느끼는 연민을 사랑이라 착각했다. 애써 사랑이라고 포장했다. 더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준 에디트는 불행해 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에티카』에서 스피노자는 연민을 가리켜 '자신과 비슷하다고 우리가 상상하는 타인에게 일어난 해악의 관념을 동반하는 슬픔이다.' 라고 말했다. 이에 저자는 상대방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키스를 포함한 육체적 접촉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로의 감정이 당혹스러운 점이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감정으로 친절했을 뿐이라며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도 우를 범하지 않는가. 사랑일거라는 감정으로 대하지만, 전혀 아니었을 경우,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억지로 사랑이라는 이유를 대 나중에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좌, 오딜롱 르동「나비들」 우,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크리스티나」

감정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삶의 추억도, 그리고 삶의 설렘도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우리는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이처럼 저자가 소개하는 감정에 따라 문학 작품들을 따라 읽다보면, 우리는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감동깊게 읽었던 책은 다른 느낌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읽지 않은 작품은 작품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한 작품이 끝날때마다 작가와 사진과 간단한 소개에 그 작품을 썼던 작가에게 다가가는 계기를 준다.

 

책 속에 삽입된 그림들은 또 어떤가. 위 네 개의 그림 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매 장 마다 한 편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다. 그 책에서 나타낸 감정에 맞게 선택된 그림들이다. 감정을 소개하는 매 장을 읽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그림을 소개할까, 기대감이 컸다. 각 감정에 맞게 그림을 편집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더불어 멋진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 느낀 감정들을 내일 느끼란 법도 없다. 오늘의 삶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듯, 저자의 말처럼 다시 반복되지 않는 소중한 삶을 위해 감정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스피노자의 감정론을 읽으며, 감정에 따른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하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훨씬 솔직해 질 수 있다.

 

아,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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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프 Rebuff
최양윤 지음 / 청어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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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아야 그 추억이 오래가지 않을까.

영원한 추억이 되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어야 제맛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첫사랑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꽤 된것 같다. '첫사랑과 결혼했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어렸을때 만나 헤어졌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하는 커플도 있을 것이고, 첫사랑과 계속 사귀다가 결혼한 커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랜시간동안 사귀다가 결혼한 커플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오랜시간동안 한결같은 마음을 유지하기도 어려울테고, 그 시간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로맨스는 첫사랑에게 퇴짜를 맞고 십 년이 지난후 우연히 재회하는 이야기이다.

국제일보의 사회부 기자로 일하는 채영, 정치부 땜방을 나갔다가 국회의원 선거의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도규를 만났다. 한 사람은 국회의원 당선자로, 한 사람은 기자로 재회한 것이다. 채영에게 도규는 아픈 첫사랑이었다. 대학교 다닐때 같은 수업을 들었던 두 사람은 친하게 지냈고, 도규는 여학생들의 우상이었다. 그런 도규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지만, 여자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거절의 말로 인해 영은 대학에서 채불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그랬던 영에게 도규가 그에게 키스를 하며 보통의 연애를 하자며 구애를 하는 것이다.

 

경찰서에서 먹고 살다시피하는 사회부 기자로서의 채영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사건을 보는 감도 있었기 때문에, 채영도 굉장히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는 거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열성적으로 일하는 여성 캐릭터가 좋다. 그랬기에 채영이 도규와 사귀게 되면서 다른 결정을 하기 바랐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해버렸다. 물론 정치인과 기자라는 특성때문에 곤란한 점도 많겠지만,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수 있었을텐데, 채영의 결정이 안타까웠다.

 

 

 

리버프(rebuff)라는 말은 퇴짜라는 뜻을 가졌다. 고백을 한 이에게 퇴짜를 맞고 다시 좋은 친구 사이로 돌아가는 건 힘들다고 본다. 차라리 도규가 그냥 퇴짜 놓은거였고, 도규에게 채영도 첫사랑이 아니었고, 그냥 친하게 지내는 친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에게도 첫사랑이었는데, 친구때문이었다고 해도, 퇴짜를 놓은후 십 년이 지나도록 연락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정치인이 나오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이길 바랬는데, 도규에겐 당선자 시절이 너무 길었다. 열심히 일하는 남자 멋진데 말이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도규의 부모 때문에 충분히 채영이 자신의 직장생활을 조율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전혀 재미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

위의 감정은 순전히 나의 취향이나 바램을 말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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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나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4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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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되어 학교에 갈일이 있어 다른 엄마들을 볼때면 하나같이 정장을 차려 입고 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다녔던 엄마들이 학교에 가는 날이면 옷을 새로 장만하는 경우도 보았다. 위에 걸칠 자켓을 산다든가, 트렌치 코트를 산다던가 하고, 그 중에서 가장 놀랜 건 집에 있는 가방 중 가장 좋은 것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다른 엄마들에게 기죽지 않으려는 것도 있겠고, 아이 담임 선생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다른 아이들에게 '너희 엄마 이쁘시다' 라는 말을 듣게 하려고 일수도 있다. 왜냐면 아이들 스스로 늙은 엄마 보다는 젊은 엄마, 이왕이면 얼굴이 예뻐보이는 엄마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만약 부모가 장애인인 경우는 아예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게 무엇보다 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민한 시기에, 자신이 내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인다면 그것처럼 창피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이옥수 작가님의 신작 『파라나』에서 백정호가 그렇다. 훤칠하게 잘생긴 열일곱 살의 백정호는 장애인 부모를 두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무도 아는 아이들이 없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장애인 부모를 둔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동정어린 눈빛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착한 정호'라는 말이다. 동네사람들은 장애인인 부모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그에게 모두 착한 정호 라는 말을 한다. 마음속에서는 불꽃이 활활 타오를 정도로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속말을 한다. 그래서 그가 키우는 것도 독을 품고 있는 전갈이다.

 

그런 정호에게 일이 생겼다. 엄마와 아빠를 아는 아이들이 없는 학교로 진학했지만, 수업 시간에 졸았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불려오셨다. 숨기고 싶었던 그의 부모를 아이들이 봐버렸다. 그리고 정호에게 효행상을 주겠다고 한다. 부모에게 효도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절하지만, 선생님은 겸손으로 알고 그대로 진행했다. 교문에 걸린 플래카드를 찢어버리려고 했으나 그것 또한 여의치 않았다.  

 

 

마음속에서는 불이 타오르는데 착한 아이라며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때 아마 정호처럼 미칠것 같으리라. 제일 듣기 싫은 말이 '착한 아이'라는 말, 부모에 의해 착한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 정호는 그 타이틀이 너무도 싫었다. 정호가 원한건 그저 평범함이었던 것 같다. 자기를 왜 낳았느냐고 아버지에게 소리칠때도 평범한 부모를 원했던 게 아니었을까.   

 

정호가 자신의 부모 때문에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때 알게 된 친구 효은을 보자.

정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효은의 집에 가서 보고는 자신보다 더 나쁜 상황인걸 보고 놀랬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다들 고생하고 있는 모습, 쌀이 없어 라면을 끓여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줄도 아는 정호였다. 정호에게 건네는 효은의 말에 점점 자신을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이제 정호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자신의 베프와도, 부모에게도, 모든 이들에게도 떳떳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무심코 무거운 짐을 선사하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며, 그 무거운 짐을 가득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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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청접대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2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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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닐때 여행지에서 처음에 하는 일은 여행안내서가 되는 지도를 구하는 일이다.

예전에 비해 최근엔 여행지의 지도와 안내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전체면에 그 지역의 지도를 그리고 각 부분마다 관광명소를 표시하고 있어 가까운 거리부터 관광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뒷 면에 보면 각각의 명소와 함께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어 그 이해를 돕는다. 또한 지방 특산물이며 음식도 언급되어 있어 찾아가 볼수 있게 한다.

 

여행할때 1박을 하게 되면 대부분 음식물을 준비해 가지만, 점심 정도는 그 지방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게 된다. 또한 여행 떠나기전에는 각시군청의 홈페이지를 이용해 그 지방의 관광지역을 훑어 보게 된다. 요즘은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그에 따라 각 시군청에서도 특색있는 축제를 기획해 지역을 알리고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제는 계절마다 유명한 축제 장소가 생길 정도다. 봄이 되면 광양의 매화마을과 벚꽃 축제 장소로 유명한 진해가 각광 받듯 말이다. 멀리까지 가지 못하게 되면 가까운 곳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 모두의 지역 관광지를 알리기 위해 각 시군청의 관광과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백수 알바 내집 장만기』나  『스토리셀러』, 『사랑도감』의 작가 아리카와 히로는 자신의 고향 고치 현의 이야기인 『현청접대과』라는 작품을 썼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인 느낌의 책으로,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 속의 인물에 대해 스스럼없이 공감하게 되는 역량을 가진 작가다. 작가의 작품을 몇 작품 읽었던 느낌이 모두 그랬다.

 

고치 현청의 관광부에 '접대과'가 발족되었다. 관광객을 '접대'하는 마음으로 관광을 부흥시킨다는 취지를 담은 과이다. 물론 그들의 직업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특성상 현재를 유지하는게 업무인 만큼 새로운 걸 창조해 내기는 힘들다. 새로운 기획안을 내놔도 윗선까지 가서 허락이 떨어지는 것 또한 힘든 일일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현의 관광 발전을 위해 좋은 기획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어찌보면 구태의연한 그들이 과연 고치 현의 관광 발전을 위해 기획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시행하고 있는 '관광홍보대사'를 도입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또한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특정 지역의 관광홍보대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내가 홍보대사에게서 받은 느낌은 특별한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아마도 직접적으로 연계되어있는게 없을 수도 있다. 고치 현청의 접대과 직원들도 유명 스포츠 스타나 작가에게 관광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관광홍보대사 제도를 도입했으나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무료 쿠폰등을 만드는 데만도 몇개월이 걸릴 정도다. 접대과의 가장 젊은 직원인 가케미즈는 관광홍보대사로 선택된 요시카도 교스케라는 한 작가가 기획의 취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이에 요시카도와 가케미즈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접대과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바를 콕콕 찝어가며 고치 현의 관광 발전에 대해 안을 내놓는 걸 보며 가케미즈는 요시카도가 안내해 준 새로운 발상에 대해 깊이 연구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관청의 구태의연한 생각보다는 새로운 민간 감각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무원이 아닌 사람으로서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여성 스태프를 구해보라는 말을 듣고 총무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키를 새로운 스태프로 들여 관광 발전에 도움을 받는다. 막힌 생각을 갖는 공무원보다는 민간 감각을 가진 외부인의 감각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지역의 축제 장을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을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그 지역의 고유한 자연환경을 그대로 이용해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따스한 시선이 내재되어 있었다. 아무리 험한 길이어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다니게 되며, 그 지역만의 고유한 느낌이 있는 지역이 좋다. 갈수록 발전된 도시보다는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시골의 자연적인 모습에 우리는 안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 특유의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 본 『현청접대과』는 역시나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곳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각 시군구청에서는 지역 홈페이지의 관광 안내를 자주 업데이트 할 것이며, 관광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의 안내서인 여행지도에 대해서도 꾸준히 추가될 것이다. 생각지 못했던 이들의 노고를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여행 안내도 보다 입소문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책 속에서 나왔던 것처럼, 방문했던 곳에서의 주민의 사소한 친절이 그 지역으로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 책이다. 소소한 이야기 같지만 로맨스와 일, 그리고 고치 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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