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도서관
나카지마 교코 지음, 안은미 옮김, 고영란 해설 / 정은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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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도서관 #나카지마교코 #정은문고



 

사람이 도서관을 사랑한 이야기는 들어보았어도 도서관이 사랑한 작가들이 있다면 믿겠는가. 다들 반대의 질문을 할지 모르겠다. 도서관이 주체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독서가 중에서 우리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고 책이 우리를 선택한다, 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책을 사랑해서, ‘책이 나에게 왔다’, 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독서가는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며 도서관을 어정거리는 존재다. 도서관의 책이 내 책이었으면 바라고, 집을 도서관처럼 꾸미는 걸 좋아한다.

 



나카지마 교코는 도서관을 의인화하여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도서관에 방문한 작가들을 유심히 살피며 책장에 꽂아둔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도서관의 역사를 말한다. 전후 시대 혹은 이전에 도서관이 탄생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애틋하게 바라보는 '도서관'을 상상해본다.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로 예산이 깎여 도서관 설립이 좌절되거나 장서를 구비 할 수 없었다고. 누구보다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도서관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품어주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도서관이 사랑한 작가들 이야기 외에 다른 한편으로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도서관 취재 기사를 썼던 는 우에노공원 벤치에서 한 여성을 만난다. 짧은 머리에 특이한 옷차림을 한 나이 든 기와코라는 여성이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 우에노 도서관 이야기를 써보지 않을래?라는 말을 듣는다. 이를테면 도서관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기와코는 전쟁 이전에 판자촌에서 오빠들과 살았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리고 작은 기와코를 가방에 넣어 도서관에 갔다가 지하에서 동물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마치 추억처럼 말하는 것이다. 아마 잠깐 함께 살았던 것 같은데 기억은 또렷하지 않다. 오빠들을 찾고 싶은 마음을 비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함께 살았던 이야기들이 마치 창작한 것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때로 부모님이 한 이야기를 내가 기억한 것처럼 말하듯, 기와코의 기억은 두서없다.

 



나카지마 교코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은 없는데 이름은 익숙하다. 이야기를 빚는 솜씨가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도서관을 의인화하여 도서관의 역사를 바라볼 뿐 아니라,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냉정하다. 양공주와 남창을 편견 없이 소설 속 인물로 배치한 점도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 보이는 듯하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곧다. 선택은 독자가 하는 거지만, 작가의 의도하는 감정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소설이다. 가족보다 오히려 더 다정한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또한 인상적이다. 기와코를 기점으로, 기와코의 추억 속 인물을 찾는 과정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어린 기와코에게 '작가 이치로를 받아 준 도서관에 관한 일기'를 들려준 오빠는 어떤 인물일까. 상상하는 즐거움이 컸다. 책과 도서관, 도서관을 사랑한 인물들. 가족이 아닌 관계로 엮인 사람들의 면면이 퍽 다정하게 비쳤다.



 

나는 아저씨의

배낭 속에 쏙 들어가

함께 도서관에

갑니다.

 

밤이 오면 도서관 사람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가버립니다.

하지만 나와 아저씨는 다릅니다.

밤의 도서관에 그대로 머뭅니다. (228페이지)



 

기와코 씨가 쓰려던 글은 어떤 소설이었을까. 우류 헤이기치 씨가 쓰고 싶던 소설은 어떤 글이었을까. 자신이 어떻게 쓸지 생각하지 않은 채 요리조리 상상만 하는 시간은 더없이 유쾌했다. (357페이지)

 



전체적으로 이러한 의문이 소설 전체를 아우른다. 모두 합심하여 기와코 씨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것 같다. 기와코 씨의 존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어린 기와코와 귀환병 오빠는 어떻게 만났을까. 궁금증이 극에 다다를 즈음, 도서관에 귀환병이 찾아오며 소설이 막을 내린다. 소설의 시작점이며 도서관 역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로소 느끼는 안도감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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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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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유토피아 #정보라 #래빗홀



 

제목이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책을 고르는 기준에서 작가와 제목은 중요하다. 끌리는 제목의 책이 있으면 잘 모르는 작가의 책도 구매한다. 정보라의 소설집 또한 제목을 보고 작가가 추구하는 SF 세계가 궁금해서 구입했다. 이 책을 계기로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너의 유토피아2021년에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으로 데모하는 여성, 일하는 여성, 나이 든 여성의 평등을 위한 행동이 인상적이었다. SF소설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린 작품으로 진취적인 여성상을 비추었다.



 

단편은 총 여덟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작품은 영생불사연구소. 직장인의 애환일 거로 여겼다. 소설의 결말을 보고는 깜짝 놀라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 SF 소설의 즐거움을 알게 한 소설이었다. 살아있는 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밥줄에 대한 걱정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이 글의 표제작이기도 한 너의 유토피아에서 생명이 있는 존재는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발걸음이라는 것을 일깨웠다. 멸망한 근미래의 지구, 살아있는 인간은 찾아볼 수 없고 AI만 남은 세상에서 인간을 위해 일했던 로봇은 다른 로봇 일련번호 314가 묻는 너의 유토피아는?’이라는 질문에 지금 남은 에너지의 숫자를 말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의 남은 양 말이다. 전력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고, 314와 대화도 할 수 있다. 근미래의 지구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에너지 비축량도 부족해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 만약 더 큰 존재가 태양열 패널과 전지를 제공해 달라고 하면서 그의 시스템은 유지된다고 해도 그를 이용할 뿐이다. 인간의 형상을 한 314가 뒷좌석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위안이 된다고 표현한 장면은 감동이다. 인간이든 로봇이든 폐허에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의지가 되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이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떠오른 여행의 끝에서 좀비는 매우 이성적이다. 한 가족으로부터 발병된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소설 속 좀비는 인간을 먹잇감으로 볼 뿐이다. 인간의 모든 것을 먹어 뼈만 남겨두고 형체를 없앤다. 다음 대상자가 나타날 때까지 정상적인 인간으로 행동하며, 필요할 때 그 정체를 드러낸다. 만약 실제로 좀비가 나타난다면 혼란에 빠지고 말 것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두리번거리다가 결국에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맬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존재할 리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신해 있다가 다른 해결 방안이 나올 때 돌아오려고 노아의 방주 즉 과학자들을 태운 우주선을 띄웠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선택했으나 어떤 장소에서든 바이러스를 묻혀 왔을 터, 우주선 내부에서도 전염병이 발병하여 사람들을 해치웠다. 언어학자가 우주선에서 알게 된 유일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불온함을 느낀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상치 못한 결말에 놀라며 다른 한편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주 보통의 결혼은 제목부터 보통의 결혼을 뜻하지 않는다. 처음 만났던 순간, 우연히 마주치게 된 순간을 운명이라며 결혼하게 된 남자. 남편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전화하는 아내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아파 누워있던 새벽에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아내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누군가 있을 거라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을 엿보인다. 아내의 고백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SF소설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다. 몇십 년을 함께 살아도 배우자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래 인간은 나 외에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배우자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그저 인간을 이해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100살까지 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미래의 상상력일 뿐이라고 여겼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80세 만기 보험 적용 기간이 이제는 100세 만기로 바뀐 것처럼. 미래의 인간 수명은 100세 이상 그 너머를 바라볼 것이다. 이러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소설이 그녀를 만나다가 아닐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던 여성은 바로 뒤에 줄 서 있던 젊은 남자로부터 성추행을 떠올리는 말을 들은 후 줄 앞쪽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줄 서 있던 사람 중 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폭발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테러 용의자가 되었다. 120살이 되는 시점에 말이다. 용의자를 찾기 위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전투적인 여성상을 나타냈다. 차별 반대에 관한 투쟁을 말하는 소설이었다.



 

차별 반대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작가의 외침이었다. 이러한 작품이 많아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고 싶었다. 아무튼 시리즈로 나온 아무튼, 데모가 궁금하다. 어떤 마음으로 데모했을지 그 내력을 파악하고 싶다. 너의 유토피아가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였다고 한다. 이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작품이 외국에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너의유토피아 #정보라 #래빗홀 #인플루엔셜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소설 #한국문학 #SF소설 #데모 #그녀를만나다 #필립K딕상 #아무튼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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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 밤이 또 온다 소소한설 1
김강 지음, 이수현 그림 / 득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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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그밤이또온다 #김강 #도서출판득수

 



긴 호흡이 필요한 장편소설과 소위 벽돌책이라고 부르는 책들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었던 페이스북이 지고, 280자를 쓸 수 있는 X(옛 트위터)500자를 쓸 수 있는 스레드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글이 길면 읽지 않는다. 가볍고 언어전달력이 좋은 매체를 이용한다. 알고리즘에 뜨는 주제를 정하여 필요한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원한다. 이런 까닭에 짧은 소설이 주목을 받는다. 애서가들에게는 다소 불만이다. 중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온다. 짧은 소설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작가의 다양한 생각들을 읽고 사유하는 즐거움도 있다. 다만, 한 편의 단편은 너무하지 않는가 말이다.



 

도서출판 득수에서도 이와 같은 출판계의 동향을 반영하여 짧은 소설 시리즈를 출간했다. 소소한설(小笑寒說)시리즈로, ‘작고 재미있고 차가운 이야기를 표방한다. 보통의 단편보다 짧지만, 꽤 여러 편의 소설이 실려 있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좋다. 그 첫 번째로 김강 작가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신이 인간의 행복에 관여할 수 있을까.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만약 인간이 신에게 행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어떤 대답을 줄까. 규동의 기도는 이러한 의문으로 시작한다. 규동이 술에 취해 신에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행복하게 해 주소서!’ 라고 말이다. 평소에는 인간의 기도에 무관심했던 신은 하필 그날 규동의 기도를 들었다. 어떻게 해야 규동이 행복할 수 있는지 사자들에게 묻는데 아주 난해한 질문이었다. 사자 A가 규동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규동이 일하는 직장에 찾아가 행복의 기준을 묻지만, 규동은 어젯밤 신에게 했던 기도는 까맣게 잊었다. 낯선 방문자의 말과 행동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진료받기를 권한다. 만약 우리가 술에 취해 신에게 기도했다면 그 기도가 이루어질 거라고 여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냥 넋두리일 뿐이다.



 

인간의 마음은 이처럼 알 수 없다. 신이라고 해서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영원을 사는 신은 인간의 마음을 알 리 없고, 인간 또한 신이 기도를 들어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물론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신께 올리는 인간의 기도 같은 것이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외로운 인간의 넋두리 같은 것 말이다.

 



스무 편의 짧은 소설을 출근길 버스 안에서, 점심시간 책상에 앉아서 한 편씩 읽었다. 마치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느낌이었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는 사라지는 것에 관하여 말한다. 수면이 상승하여 바닷물에 잠긴 마을이 배경이다. 카페 창밖으로 바다에 잠긴 마을이 보인다. 별도의 입장료와 좌석 추가 비용이 있지만, 창가 좌석에 앉은 연인은 음료를 주문하고 홀린 듯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에 잠긴 마을을 두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스며든다.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남자가 이야기한다. 카페 아주머니가 말한 이 집 전주인이 자기 어머니였다고 말이다. 사라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그리워할 뿐이다.

 



사랑이 영원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이별의 아픔을 느끼지 못 하리라.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서 마음이 변한다. 사랑하는 순간은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별이란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표제작이기도 한 , 그 밤이 또 온다에서 연인들은 스테인리스 조각에 사랑을 새겨 월지에 던진다. 언젠가 월지를 발굴했을 때 영원한 사랑을 기억해주기를 바랐던 거다. 하지만 어두운 밤 사랑의 맹세는 어디로 가고 남자 혼자서 월지 속으로 걸어가 손을 휘저어 무언가를 찾는다. 사랑의 증표마저 없애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다. 건져내야 할 것이 지난 사랑의 각인뿐인가를 묻는 마지막 문장에 생각에 잠긴다.

 



유일한 연작소설이 이기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짝이었던 희수의 이야기를 고등학교 동기 모임에서 오랜만에 듣는다. 전학을 갔다던가, 자살했다던가 소문이 돌았었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기에게 다정하게 대하였다. 어떠한 사건으로 연락이 끊어졌는데 속으로는 반가웠나 보다. 스님이 되어 부적을 써주더라는 말에 찾아가기로 했다. 옆집 아이가 사과한다며 건네준 사과를 가지고 말이다. 스님은 기가 찾아오자 자기 이야기를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본 공양주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때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친구에게 혹은 모르는 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걸 꺼내고자 함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일이 술술 풀린다고 했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때로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어떻겠냐는 말로 들린다.



 

소소한설답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드러난 인물들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찾는 게 뭔지 잊고 있다가 문득 깨닫는 느낌에 가깝다. 소소한 이야기는 곧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들이다.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 말이다. 떠나온 자와 머무는 자, 그 가운데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방황하는 우리를 비추는 것 같다.

 

 


#곧그밤이또온다 #김강 #도서출판득수 #소소한설 ##책추천 #문학 #한국소설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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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그리다 폴앤니나 산문
기믕서 외 지음 / 폴앤니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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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그리다 #폴앤니나


 

독립책방 혹은 동네서점을 여행하는 사람이 꽤 많아 보인다. 나도 어딘가로 여행을 갔을 때 그 지역의 책방을 검색해보곤 한다. 시간이 맞으면 서점을 서성거린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이 아닐까. 여기, 스무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기억의 공간, 혹은 담소의 공간인 서점을 그렸다. 편리하다는 핑계로 동네서점 보다는 인터넷 서점을 더 이용하지만, 책방이라는 공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언제든 환영이다. 책방이 그림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무니 작가가 그린 <숭문당> 편을 보니 이십 대 시절, 혹은 그보다 어렸던 시절의 <국제서림>이 떠올랐다. 차 안 다니는 거리 입구에 있는 서점이어서 약속 장소는 항상 서점이었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거나, 날씨가 추운 날에 서점 안에 들어가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렸던 추억의 장소였다. 무니 작가에게도 <숭문당>은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작가는 서점이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하는 장소가, 아직도 영업 중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작가들이 그린 서점 중에 서울에 있는 서점은 가보지 못했다. 지방 서점 중에서 통영의 <봄날의 책방>과 광주의 <유림서점>은 다녀온 장소라서 반가웠다. 특히 궁금한 서점이 <홀로상점><메종 인디아 트래블앤북스>, <경기서적>, <더숲, 초소책방>이다. 아니다. 사실 다 가고 싶은 책방이다. 그림 속 책방과 작가의 책 이야기가 고스란히 마음속에 들어왔다. 하나의 챕터를 읽고, 서점 지도로 들어가 서점의 위치와 실제 서점 외부와 내부 등을 확인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때문에 서점이 더 빛났다. 다양한 방법으로 서점을 탐방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광주의 <유림서점>은 절판된 책을 구하러 다닐 때 가보았다. 물론 원하는 책을 찾지는 못했다. 서점 옆에 카페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떻게든 서점을 유지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해야겠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점심 먹고 쉬엄쉬엄 걸어가 서점을 기웃거려야겠다.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다양해서 좋았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점은 우리가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답변 같았다. 책이 주는 위로, 서점이라는 공간이 좋은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라도 들어가고 싶은 서점,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책의 역할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때로는 순정만화 톤으로, 때로는 동화 속 그림처럼 동네서점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이 말을 거는 거 같았다. 서울에 가면 책방투어를 해도 좋겠다. 하루에 두세 군데씩 장소를 정해 책방에 들어가 책 구경하고, 책도 산다면 오래도록 기억나지 않을까. 어느 소설가가 운영했다는 <소설가의 오후> 책방이 문을 닫아서 아쉬웠다. 진킴 작가의 말처럼 거장들이 좋아한 위스키를 마시며 소설을 읽으면 좋았겠다. 특히 소설을 주로 읽는 내가 좋아할 공간일 것 같아 궁금했는데 아쉽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책방과 가까운 장소라면, 이 책을 들고 가야겠다. 마치 서점 투어인 것처럼 함께 간 사람에게 책 이야기를 하고, 그림에서 느꼈던 서점과 실제 서점의 차이를 설명하며 즐기고 싶다. 책 몇 권쯤 사서 들고 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서점을 그리다>는 새로운 책 지도, 안내서가 될 듯하다. 다녀올 때마다 스티커 하나씩 붙여도 좋겠지.


 

책은 단지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다. 누군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든, 시간의 상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책을 산다. 읽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 삶의 일부를 들이기 위해서. 책은 때로는 방을 채우는 오브제가 되고, 때로는 내 기분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서점은 나에게 쉼의 공간이고, 책은 그 안에서 건져 올리는 작은 조각들이다. (115페이지, 치유 작가 편)

 


나에게 책과 서점은 그런 존재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이 흔들릴 때, 조용히 들어가 숨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작은 피난처. 여러분에게도 그런 의미의 공간이 있을까? (127페이지, 땡란 작가 편)


 

책을 읽는다는 건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단지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냄새를, 어떤 기억을 함께 떠올리는 일. 책 속 장면 보다도 책을 읽던 나와 내 주변이 먼저 떠올랐다. (15페이지, 기믕서 작가편)


 

책 냄새 짙게 풍기는 그림들, 각자의 그림체로 그려진 서점들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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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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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푸른벚나무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카페도도 시리즈의 작가 시메노 나기는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가다. 카페를 경영하는 주인공과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교감과 그들의 이야기가 퍽 다정하다. 카페를 운영하는 여성 3대의 이야기를 전한다. 카페 앞마당에 있는 100년 넘은 산벚나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서른 살의 히오는 매일 아침 정오에 문을 열고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 카페를 운영한다. 할머니 야에가 호텔을 경영했고, 엄마는 그 장소에 레스토랑을 했다. 히오는 카페 문을 열기 전에 출근하여 마당을 쓰는 게 첫 번째 일과다. 다과와 함께 말차와 센차, 호지차를 내는데,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다과를 직접 구입해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커다란 벚나무가 있는 카페를 상상해본다. 봄이면 온통 분홍빛으로 꽃을 피우고, 비가 내리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더 활짝 핀 카페 앞마당은 모두가 좋아하는 장소다. 벚나무가 소설을 이끌어간다고 했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게 몰래 꽃눈을 틔우고, 계절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꽃망울을 터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낙엽을 쓸어 나무 밑동으로 모으는 히오를 지긋이 바라보기도 하며 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핀다.

 






책을 읽다 보면, 산벚나무가 카페 체리 블라썸의 지킴이 같다. 히오, 엄마 사쿠라코와 아버지, 할머니 야에를 돌보았던 존재 같다. 햇살이 좋은 봄날, 기지개를 켜듯 힘이 가지 쪽으로 힘차게 뻗어나갈 때, ‘아무래도 내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라고 외친다.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느낌이다.



 

카페 체리 블라썸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산벚나무를 바라보거나 조용히 차를 즐긴다. 2주일에 한 번씩 꽃을 관리해주는 미야코는 계절과 날씨에 맞는 꽃을 골라와 장식한다. 그런 미야코의 꽃과 함께 계절을 잇는 다과를 준비하는데 그 이름 또한 어여쁘다. 예를 들면 사쿠라모찌는 벚꽃 피는 계절에 떡 반죽에 앙금을 넣고 벚나무 잎사귀 세 장으로 감싼 과자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과자에 반하듯 바라보게 된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꽃집 미야코 씨와 가방을 만드는 가나, 외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부부, 두 명의 여자 친구, 화과자점을 하는 모녀들이 저마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심상한 답변을 하는 게 위로하는 일이라는 걸. 누군가의 관계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 또한 상대방을 향한 배려라는 걸 배운다.

 



어머니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딸의 입장 또한 이해된다. 화과자점의 시그니처 디자인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어머니의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서로 관계가 소원해졌어도 믿고 기다리면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잠시 서운했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표지가 정말 예쁘다. 아마도 벚꽃 피는 계절에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나 싶다. 온통 분홍색으로 물든 산벚나무 앞에 서서 바라보는 있는 여성의 모습이 이 소설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물론 시메노 나기의 감성을 좋아하기도 한다. 지극히 일본인다운 감성을 가졌다. 혼자서 묵묵히 일하고, 미래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만, 결국엔 제 자리를 찾는 여성들의 성장을 다루었다.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가까운 듯 먼 듯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다정함이 스몄다.



 

사람은 사라져가는 눈앞의 현실에만 관심을 보이지만 과거가 있었기에 미래도 있는 법이다. 과연 알기나 할까. 오늘이라는 하루는 면면히 이어지는 시간의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삶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 (21~22페이지)

 



벚꽃은 봄에 꽃을 활짝 피웠다가 여름이면 벌써 내년의 꽃눈을 형성한다. 더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가을에는 나뭇잎을 붉게 물들였다가 겨울에는 잠을 자듯 움츠려 꽃눈을 보호한다. 봄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면 하나둘씩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이다. 계절은 거스를 수 없다. 그 푸르던 벚나무도 이제 노랗게 물들었다. 벚나무는 우리가 몰랐던 꽃눈을 아무도 모르게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잔잔한 일상의 소중함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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