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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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그녀들의도시 #곽아람 #아트북스



 

문학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문학 속 장소를 가보고 싶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문학 작품 속 장소에서 책 내용을 기억하고 다시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문학여행을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가령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를 방문한 문학 여행자에 관한 기사를 보았던 것처럼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곽아람 기자가 안식년으로 미국에서 1년간 거주할 때 방문한 책 속 도시를 방문한 여행기다. ‘독서 여행자 곽아름의 문학 기행이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어렸을 때 읽었던 책 속 세계를 탐사하는 독서 여행자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방문한 장소에서 어렸을 때 읽었던 주인공을 기억하고 책 속 장소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책의 첫 장부터 마음을 훔친다. 소녀들의 이야기인 빨강 머리 앤의 도시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다. 소설 혹은 애니메이션을 볼 때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찾아보았던 섬이기도 하다. 그저 상상에 불과했던 장소를 다녀왔다는 거에 부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진으로 그 마음을 달랠 뿐이다. 사진이나마 볼 수 있다는 거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이 책은 2018년에 출간되었던 바람과 함께, 스칼렛의 개정증보판이다. 책을 거의 다 읽을 정도로 저자의 팬인데, 이 책을 건너뛰어서 언젠가 읽어볼 책으로 담아두었다가 개정판으로 보게 되니 반가울 뿐이었다.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게 블로그에 연재하는 그림 관련 글 때문이었다.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미술사에도 탁월한 지식을 자랑하는 저자는 어렸을 때 읽었던 문학 작품에 대한 글도 많이 썼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갖고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다.



 

문학이 탄생한 장소가 실재한다는 것만으로 책은 독서 여행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준달까. 문학 작품이 주는 위로 혹은 환대일 것이다. 실재하는 장소에 찾아가 책 속 주인공과 조우하는 듯한 느낌이다. 작가가 작품을 쓴 장소에서 작가의 삶과 글을 쓰게 된 배경 그리고 작품 속 인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에 방문해 그린게이블즈와 몽고메리 생가를 둘러보는 저자를 보며, 매슈 아저씨에게 재잘거리는 앤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불어 매슈 아저씨의 죽음으로 대학을 포기하고 교사가 되기로 했던 앤이 굽어진 모퉁이에 왔다고 했던 장면은 감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로운 삶을 선택을 하는 앤에게 어찌 감동하지 않을까. 책을 부르는 문학여행이다.



 

이십 대 시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고 한동안 이 작품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누군가 내 인생의 책을 물어보면 항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말했었다. 이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말이다. 책에서 다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미국 남부 도시 애틀랜타나 찰스턴을 보니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스칼렛이 좋았다. 레트 버틀러의 마음을 몰라주는 게 한편으로 안타깝긴 했지만, 모든 선택의 순간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았던 스칼렛이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선택했다.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준 인물이었다.



 

책 말미에 저자가 어머니와 일본의 북쪽 도시를 여행했던 내용이 나왔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의 배경 도시인 아사히카와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책 빙점이 떠올랐다. 이해할 수 없어 하면서도 푹 빠져 읽었던 소설이었다. 책 좋아하는 저자인 건 알았지만 빙점까지 읽었다는 건 의외였다. 엄마와 함께 책 이야기를 하며 여행하는 모습이 퍽 다정했다.



 

책이 책을 부른다. 읽었던 책은 반가움에 다시 읽고 싶어지고, 읽지 않은 책은 꼭 읽어보겠다며 목록을 적는다. 책 속의 장소를 여행하며 감동적이었던 내용을 기억해보고 그 장소에서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삶을 떠올린다. 예기치 않는 여행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함께 간 친구와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문학 여행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나와그녀들의도시 #곽아람 #아트북스 ##책추천 #문학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문학에세이 #독서여행자 #독서에세이 #여행에세이 #책속장소 #문학여행 #문학여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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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산사 - 10년 차 디자이너가 펜으로 지은 숲속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방
윤설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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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산사 #윤설희 #휴머니스트



 

호젓한 산길을 걷는다. 주변엔 부도와 작은 부처상들이 놓여있고, 일주문의 화려함과 그 안에서 지키고 있는 사대천왕의 무서움에 놀란다. 일부러 차가 다니는 넓은 길보다 좁은 길을 선택한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승선교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물을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가 승선교와 승선교 안으로 보이는 누각의 풍경에 감동하고 만다. 순천 선암사다. 주말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혹은 이른 봄 매화나 겹벚꽃이 필 때면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선암사 입구에서 산채정식을 먹고 선암사로 향하는 길은 계절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 같다. 변하는 계절의 느낌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사진과 글로 만났던 산사의 풍경 대신 그림과 글로 안내한 책이 바로 주말엔 산사. 마치 기다려왔던 것처럼 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다시금 산사 여행을 꿈꾸었다. 어딘가에 갈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소가 산사다. 그 지역의 절을 일부러 여행 장소로 정하고 길을 나선다. 전국에 꽤 많은 산사를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말마다 100여 개의 산사를 탐색했던 저자에게 가장 각별한 산사 7곳을 책에 담았다. 7개의 산사에서 두 군데 빼고는 다녀온 곳이라서 반가움이 더 컸다. 산사 여행을 시작한 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시리즈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했던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의 역할이 컸다. 전국의 산사 혹은 문화유산을 탐사해볼 작정을 했으니 말이다.

 





디자이너인 저자의 그림과 글은 좀 더 책 속으로 이끄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펜 끝에서 묻어나는 산사의 풍경 때문이었다. 산사에 가면 무심코 지나쳤던 사리를 담아놓은 부도의 그림도 오래도록 들여다보게 되었다. 세밀한 그림에 시선이 향하여 한국 고유의 건축미와 산사 문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고고한 건축물, 너른 마당, 높이 솟은 정원수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한국의 산사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여백의 미가 아닐까 한다. 한국화에서도 여백이 아름다움을 극대화하지 않나.

 



가보았던 장소를 타인의 시선으로 만나면 느낌이 남다르다. 내가 놓쳤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고 의미와 용도를 새겨볼 수 있게 했다. 산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비롯해 산사와 관련된 것을 별도로 실었다. 절이 산에 위치하게 된 이유를 보자. 수행자들을 복잡한 속세를 떠나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기 위함이며, 산의 센 기운을 절로 다스리기 위한 풍수지리 때문이었으며, 조선시대에 산으로 쫓겨나 산속에 살게 된 것이다.



 

부석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석사 들어가는 길이 꽤 길어 도대체 언제 입구가 나오느냐며 하릴없이 걸었다. 저자의 글과 그림을 보며 생각이 났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 낮은 입구를 지나 배흘림기둥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리고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진을 찍었었다. 안양루에서 바라보았던 푸르른 하늘과 숲이 아스라이 떠올랐다. 산사를 방문하다 보면 의외로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꽃창살의 다양한 무늬, 초록색의 문이나 처마, 거대한 4대 천왕의 화려함. 한옥 건물의 고즈넉함이 살아있는 산사의 풍경은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섬세하게 그린 산사의 풍경에 압도당했다. 네모난 집, 네모난 방에 갇힌 현대인이 꿈꾸는 게 너른 마당과 정원이 있는 집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시골집을 사서 주말마다 다니기도 하고, 땅을 사서 나무를 기르거나 작물을 기르기도 한다. 누구나 갖고 싶은 자기만의 방이 있다. 저자는 자기만의 방을 산사 풍경을 보는 것으로 달랬다. 주말마다 산사를 방문해 그곳의 풍경을 담아 그림으로 그렸다. 그 결과가 이렇게 멋진 책으로 탄생했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주 좋아할 만한 책이다. 산사 여행에 최적화된 안내서다.

 

 

#주말엔산사 #윤설희 #휴머니스트 ##책추천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그림에세이 #산사여행 #자기만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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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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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게이고 #북다



 

순문학 위주의 책을 읽다가 기분 전환으로 추리소설을 읽었더니 소설 읽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그 일환으로 가공범도 구매하게 되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 잔잔함에 이끌려 읽다가 살인자가 누구일까, 화자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르렀다. 무난한 것 같으면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인 주인공의 활약에 푹 빠져 읽었다. 더군다나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 40주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경시청에 근무하며 보통 사람들처럼 수사하는 방식의 탐정형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그 주인공이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다. 유명 정치인과 전직 배우였던 부부의 집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부부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거실과 욕실에서 목을 매단 정황과 화재로 전소된 장소 때문에 동반자살로 여길 법했으나 사건 발생 현장은 타살을 가리키고 있었다. 누가, 왜 죽였을까. 정치인이라는 상황상 누군가의 원한을 샀을 수도 있겠지만 탐문 결과 특별한 동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지고, 고다이는 관할 경찰서의 생활안전과 야마오 요스케와 함께 사건 조사에 나섰다. 첫 번째로 죽은 도도 부부의 딸 에나미 가오리의 집으로 향했다.







 

사건에 연관될 거로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하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체에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범행 성명문'이 도착하고 이어 도도 야스유키의 태블릿을 갖고 있다며 3천만 엔을 준비하라는 이메일이 에나미 가오리에게 도착한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고, 죽은 부부의 과거를 훑어봄과 동시에 의심스러운 인물을 파악해야 한다. 금방 들통날 상황을 왜 위장 공작했는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간 것처럼 보였다. 행동이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최소한의 인물들만 아는 상태로 그 사람의 행적을 조사해야 한다. 사건 발생 시각에 어떤 장소에 있었는지, 증명해줄 사람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결정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또한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동기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설 중반에 이르러 왜 제목이 가공범인가 깨닫게 된다. 그 중심에 고다이 쓰토무의 활약이 빛난다. 빈틈을 보이지 않게 질문하고 상황을 살피는 그의 추리력이 결과적으로 사건 해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고다이 쓰토무의 등장은 앞서 백조와 박쥐였으며 짧은 등장에도 매력있는 인물이었다. 한 건의 살인 사건을 두고,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은 피해자의 고등학교 시절로 향한다. 피해자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방문해 탐문하고, 그 시절을 기억할만한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건의 연관 관계에 다다른다. 어떠한 일이 있었을 거라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는 독자가 예상하는 틈을 벗어나 다른 트릭을 준비했다. 왜 가공범이 될 수밖에 없는가. 사건의 발생에는 주변 인물을 탐색할 수밖에 없는데 그중의 한 사람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살인범을 유추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독자의 감정을 두드리고 그 인물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말이다. 무심코 꺼냈던 말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



 

진실에 다가서며, 가공범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증거가 없는 범죄 현장, 가짜 범인, 행적을 지우는 진짜 살인범. 그걸 파헤치는 고다이 쓰토무의 활약이 빛났다. 짜릿한 반전은 없었지만. 고다이 쓰토무의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그러고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휴머니즘과 사회성을 동시에 부각하는 글을 쓰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나미야의 잡화점같은 감동적인 작품을 많이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공범 #히가시노게이고 #북다 #교보문고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문학 #일본소설 #일본문학 #일본소설추천 #추리소설 #추리소설추천 #미스터리소설 #미스터리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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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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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대하여 #문형배 #김영사

 


우리를 가슴 졸이게 했던 지난해 12월의 탄핵 사건과 함께 박수를 보낼 정도의 유려한 문장으로 판결문을 낭독하던 지난 4월의 감동. 그 감동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이름을 알았다. 아마 전에는 나와 관계없는 인물이라고 여겨 그냥 흘러들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오래도록 회자될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전해주는 위로, 호의, 감동의 메시지를 읽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판결문처럼 그가 블로그에 썼던 일상과 책, 법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었다.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일독을 권하는 책에 대하여, 사회에 바라는 법에 대한 글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의 블로그를 탐색해봤다. 일독을 권하는 책의 목록이 꽤 길었는데, 블로그에서 독서일기는 더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했다. 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고, 기행문을 포함한 일상에 대한 글들도 있었다. 명확한 법에 대한 논리, 나무에 관한 해박한 지식, 삶에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친구와의 관계 및 독서일기에서 내가 읽었던 책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왔고, 법에 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이 되기 위해 안팎으로 신경을 썼다고 해야겠다. 나는 저자가 판사 시절의 판결에 관한 단상을 보고는 드라마에 나왔던 판사들보다 더 좋은 판사 임을 알았다. 피고와 원고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건네는 판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책 읽는 일을 가리켜 마음의 양식을 쌓는다고 말한다. 저자야말로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 다독가 임을 보여주었다. 그간 써온 120편의 글에서 그가 추구하는 생각과 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였다.



 

문형배 재판관의 글은 단순 명료하다. 착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 하나가 사전에 법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이 넋두리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재판 진행 중 증인의 불출석으로 재판이 공전될 뿐 아니라 증인이 법정에 나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이상 판사들의 오판이 예정된다고 했다. 법정이 진실과 정의의 전당이 되도록 증거와 증인의 증언을 통하여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이다. 평소에는 관계가 없겠으나 만약 재판 중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많았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법을 아는 사람에게 착하기를 요구할 것인가? 불가능은 아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남는 방법은 착한 사람이 법을 아는 것이다. 그 길만이 법이 나쁜 사람을 지켜주는 도구 역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21페이지)

 



독서인으로서 저자가 말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을 보자. 첫 번째, 저자를 보고 고른다. 두 번째, 주제어를 보고 고른다. 이런 기준으로 책을 고를 때 책 선택에 실패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저자는 독후감을 쓰지 않는다는 거로 소소한 복수를 한다고 했다. 산 책을 다 읽는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읽으려고 구매했으나, 소장용으로만 전락되는 것들이 있다. 이럴 때는 안타깝다. 더불어 나의 독서법을 비교해본다. 좋아하는 작가, 특히 소설 그리고 나무에 관련된 책, 예술서적(미술서) 위주로 책을 구매하는데, 특히 예술서적은 소장용에 가깝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쌓아둔 책탑을 보며 언젠가는 꼭 읽을 거라고 다짐한다.

 



나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책은 없다. 어떤 책에서도 스승 또는 반면교사를 만날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께 독서를 권한다. 책이 여러분을 끌어올려줄 것이다. (126페이지)



 

문형배 재판관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 김장하 선생일 것이다. 한약방을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인물이다.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다.’라고 말한 부분은 유명하다. 살아가며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몸소 실천하는 인물이다. 우리 삶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TV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우연히 SNS에 들어갔다가 저자의 책 홍보 영상을 보고는 반가웠다. 퇴임 이후의 저자가 사회에 좋은 면을 부각할 수 있는 인물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호의에대하여 #문형배 #김영사 ##책추천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삶의의미 #삶의철학 #공정한사회 #양형기준 #헌법재판소 #착한사람들을위한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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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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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땅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과학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다. 다양한 과학적 지식이 뛰어났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의 탁월한 과학적 상상력은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끝내 인간을 멸종시킨다면 지구는 다시 새로운 동물 혹은 인류를 받아들일 것이다. 핵전쟁으로 3차 대전이 일어난 후 갈 곳 잃은 인간들이 머물 곳은 극히 드물다. 방사능을 피할 수 있는 지하의 공간 어디쯤엔가 남은 인류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다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한 상상력으로 제 3인류를 만든다는 설정이 조금은 개연성 있게 보인 것도 사실이다.

 



베르베르는 이제 유전자 실험의 결과물로 신인류 즉 키메라의 탄생을 알렸다. 동물과 인간의 혼종을 만들어 폐허가 된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건넨다. 먼저 첫 번째는 날아다니는 인간 즉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에어리얼>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는 땅을 파는 인간이며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디거>라고 부른다. 세 번째는 헤엄치는 인간이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노틱>이라 부른다. 만약 이러한 혼종을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될까. 괴물을 만들었다며 키메라를 만든 과학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전자 변이가 전문인 유전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가 주인공이다. 그는 연구 장관인 뱅자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변신 프로젝트>로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 하지만 연구실에 숨어든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기사로 썼다. 변신 프로젝트 발표회 중 총을 겨눈 사건 때문에 알리스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피신한다. 우주정거장에서 혼종을 만드는데 열정을 다하여 마침내 실행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3차 대전(핵전쟁)이 발발하여 우주에 머물던 알리스도 연료 부족으로 위기에 처했다. 지구로 귀환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는 지금도 전쟁 중이다. 마치 3차 대전인 것처럼 서로 싸우고 죽인다. 서로의 이권 때문인 건 알겠는데 인간의 욕심이 전쟁을 낳는다. 내 이익에 반한다고 하여 상대방을 해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닌 동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상황을 보면 동물과 다르지 않다. 소설가들이 지구의 미래를 불투명하고 어둡게 표현하는 걸 보며 지금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프랑스의 도시 한가운데, 지하로 향하는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지상에서는 인간들을 찾을 수 없었는데 지하로 들어가니 쿵쿵 울려대는 음악 소리와 함께 파티 중인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방사능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에 세 종류의 혼종과 함께 도착한 알리스와 시몽이 받아들여졌다.

 



각자가 가진 역할과 재능을 좋은 일에 사용하면 좋겠지만, 권력을 갖는 순간 변하기 마련이다. 키메라를 창조한 알리스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면 동류 혹은 그 이하의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키메라는 구인류를 가리켜 사피엔스라 부른다. 신인류에게 사피엔스는 고지식하고 이해할 수 없는 종으로 비친다. 청년들이 나이 든 사람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신인류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현재와 비슷하다. 형제로 여기다가도 더 많은 땅을 가지기 위해 전쟁하고 적으로 지낸다. 전쟁이 시작된 후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두는 등 협상을 시작한다.

 



작가는 이 일은 이 책을 펼치는 순간으로부터 5년 후에 일어난다고 써놓았다. 현재 세계는 극우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미국의 이익 때문에 그렇지 않나. 약소국인 우리나라가 협상을 벌이는 이유도 이와 같다. 생존하려 싸우고, 어쩔 수 없이 공존하고 협력한다. 민주주의와 공산국가, 중립국이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게 세 혼종 간의 전쟁이었다. 이는 곧 지구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았다. 아울러 작가는 말한다. 지구의 생명체 중에서 인간(사피엔스)만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오히려 동물과 인간의 혼종이 사피엔스보다 우월한 종일 수도 있으며 협력 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인류의 탄생은 지구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박물관 혹은 동물원에서 인간을 전시하는 장면에서 아찔했다. 인간이 동물을 전시하는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말 사피엔스들이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거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였다. 생명의 다양성과 함께 반복되는 종족 간의 경쟁심은 혼돈의 세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 사회를 나타내는 것 같다. 인간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작가의 전유물인 과학적 상상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빛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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