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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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없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음악이 갖는 힘이 크다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때 팝송을 많이 들었고, 한동안 뉴에이지 음악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 팝을 다시 들으면서 라디오의 어느 한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잊어버릴까봐 음악을 검색해 리스트에 넣어두고는 한다. 혼자 듣는 것 보다 이상하게 누군가 들려주는 음악이 좋다는 걸 새삼 느끼는 중이다. 최근 방송사 파업 때문에 그마저 듣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책을 읽는데 갑자기 조용해진 느낌이랄까. 적막감이 감돌았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하고 생각해보니 내 곁에 음악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음악 이야기가 나오면 귀를 쫑긋 새운다. 습관처럼 듣고 있는 음악들, 그 음악들 사이로 추억들이 함께 하기도 한다. 나만 이런 건 아닌 듯, 주변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소개하며 같이 들어보자고 하는데, 이 또한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언젠가 김중혁 작가가 음악 에세이를 쓴적 있어 즐겁게 읽은 적이 있다. 음악을 좀 한다는 박상 작가 또한 '본격 뮤직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음악과 여행 이야기를 한다. 그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로, 유럽으로 헤매고 다닌 듯 하다. 일상이 무료하거나 우울하면 훌쩍 떠나 글을 쓰는 장소를 찾는다고 했다. 그 곳에서 작가는 며칠을, 몇 달을 머물며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소설을 쓰기 위해 다른 경제 활동을 한다는 박상 작가. 가장 부러웠던 건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해 그 나라로 훌쩍 떠나 그곳에 머무른다는 것. 비록 숙소는 보잘것 없었다고 하지만, 여행가들만이 갖는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여행지에서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 혼자만의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꽂힌 음악을 닳도록 듣고, 여행지에서의 일들은 추억으로 다가설 것이다. 비록 한도내에서 돈을 써야해 먹는 것, 잠자는 것마저 주저하게 될지라도. 훗날엔 추억으로 다가온다. 그게 여행인 것 같다.

 

그러나 아픔이 다가 아니었다 .비록 비현실적인 플랫폼은 사라졌지만, 가슴속에는 그리움과 애틋함과 그 시절을 아름답게 보낸 시간과 그것을 기억한 순간의 감정이 비현실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것은 사실 아픈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었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귀결되기 위해 현실의 대기권을 통과하는 마찰인 것이다. (27페이지)

 

 

 

모든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음악은 마음을 열고 들을 때 비소로 빛나는 보석인 것이다. 음악이 비즈니스가 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촌스러운 것이다. 달랏의 음악을 잠시 촌스럽게 생각한 내 편협한 감각이 몹시 부끄러웠다. (89페이지)

 

채널예스에 연재했다고 들었다. 스쳐가듯 읽어본 것도 같은데,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유쾌했다. 작가가 가진 유머와 위트때문이었고, 그가 가진 여행에 대한 마인드 때문이었다. 그의 여행지론을 들어 보자면, 돈 모아서 여행을 가는게 아니란다. 모을 때 고생한 기억 때문에 아까워서 못떠나게 되니 일단 아무 생각없이 카드 긁어서 출발한다고 했다. 내가 전에 생각했던 게 무조건 모아서 가자는 주의였다. 그렇게 하다 보니 돈이 모일때쯤 되면 꼭 써야할 곳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최근엔 무조건 저지르고 본다. 카드로 여행비를 계산해 할부로 갚아가면서, 거의 갚아질때쯤 새로운 곳을 물색하는 식이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니 여행 갈 기회가 더 생겼다. 그래서 박상 작가의 여행 마인드에 깊이 공감했다.

 

사는 일이 뭔가 안 풀리고, 할 일도 많은데 몸이 아프고, 좌절감과 통증과 외로움이 태풍처럼 밀려올 때 이 음악이라도 없었음 어쩔 뻔했나 싶다. 음악이 있는 한 인간은 절대 혼자가 아님을 다시 깨닫는다. (175페이지)

 

그가 듣는 음악은 클래식에서부터 팝송, 우리나라 가요를 넘나든다. 그 장소, 그 때의 기분만이 갖는 음악을 만끽한다. 그가 소개하는 음악을 들으며 에세이를 읽었다. 그가 소개한 노래를 듣다가 노래를 부른 가수의 다른 노래를 듣느라 책 읽는 일을 제쳐놓기도 했다. 이처럼 음악은 우리 삶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음악이 있어 이렇게 행복한 것임을 우리는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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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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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82년생은 아니지만, 이처럼 공감하며 읽은 책도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산다는 것, 이토록 힘든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책이었다. 82년생 김지영 씨의 생을 보라.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보면, 여자라는 이유로 얼마나 차별받고 사는지 실감할 수 있다. 소설을 읽으며 맞아맞아 하며 읽었다. 

 

김지영 씨는 두살 터울의 언니와 김지영씨, 다섯 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다. 2남 1녀로서의 김지영 씨의 태생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어릴적 상황이 그대로 그려졌다. 우리는 3녀 1남의 형제다. 딸,딸,딸 그다음에 아들이 되고보니 김지영 씨 집안의 상황과 거의 흡사했다. 시골에서 살 때였는데, 아빠와 남동생만 쌀밥을 주고 엄마랑 우리 딸들은 보리밥만 주어서 정말 싫었다. 비싼 달걀 또한 마찬가지. 선생님 선물로나 주었던 귀한 달걀이기에 우리 딸들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는 거. 생선이며 고기 반찬 모두 아빠와 남동생한테만 가고, 우리는 쩝쩝 입맛만 다셨다지.

그게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투정도 제대로 부리지 못했다.

 

소설 속 김지영 씨의 상황을 보며 또 생각나는게, 훗날 아빠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 엄마가 딸만 주르르 셋을 낳고 아들을 못낳으니 할머니는 아빠한테 여자를 소개시켜주었다고 했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말씀하시긴 했는데, 진짜 박차고 나오셨을까, 조금의 의심은 들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이라고 많이 변했을까?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별받고 있지 않을까.

 

직장도 그렇다. 전에 근무하던 곳에서 아이들 낳고 다니는데, 출산휴가가 2개월 있는데도 다 쉬지 못하고 출근했을 뿐만 아니라, 신랑이 섬으로 발령이 나 아이 때문에 눈치를 보며 직장을 다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렇게 다닐거면 직장 그만두라는 말까지 들었었는데. 지금도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김지영 씨가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남편 정대현 씨가 자꾸 도와주겠다는 말을 할때 화가 나 대꾸하는데 그것처럼 통쾌한 적도 없었다. 김지영 씨의 말처럼 같이 맞벌이 하는데 집안일이든 아이 돌보는 것등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애 키우는 것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 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144페이지)

 

김지영 씨 말처럼 이게 사실인데, 남자들은 아직도 옛날 사고 방식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여전히 아이 챙겨 유치원이나 학교 보내는 것도, 퇴근후 아이를 챙기는 것도 엄마가 대부분 한다는 사실이다.    

 

더 가관인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인 김지영 씨가 산후우울증에서 육아우울증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는데,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했던 남자 상담의도 결국엔 남자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에서다. 안과의인 아내가 아이때문에 병원 일을 접고 집에서 수학문제집이나 풀고 있어 안타까워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병원의 상담사 여선생이 몇 번의 유산 위기로 일단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그에 훌륭한 직원이지만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직원은 여러가지로 곤란한 법이라며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라고 말한 장면이다.

 

아, 정말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남자의 본심이라는 거다. 물론 지금은 남자들도 육아 휴직을 내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도 하는 사람이 꽤 늘었다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숙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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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불어.영어.한국어 번역 비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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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가지고 있는게 새움출판사를 포함해 다섯 권이 된다.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출판사별로 소장하고 싶은게 욕심인 줄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아마 이십 년쯤 읽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읽어도 늘 새로운 게 또한 책이다. 기억하고 있었던 문장을 하나하나 되새기다 보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 또한 그랬다.

 

새움출판사에서 나온 『어린 왕자』는 다른 책들에 비해 두껍다. 아마도 번역자의 불어, 영어, 한국어 비교본과 뒷 편에 불어, 영어로 된 원문이 실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에 영어를 배워보겠다고 영한대역본을 구입했던 것 같은데, 그 책은 어디로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이 책에 실려 있어 영어와 불어를 비교해가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책의 리뷰에서 말한 바 있지만, 사실 번역본 책을 읽을 때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다면 굳이 번역데 대한 오류를 지적하고 싶지 않다. 물론 원문을 그대로 옮긴다면야 좋겠지만, 그 나라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얼마전에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의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가 공동 수상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읽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할 정도로 『어린 왕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책이다. 그만큼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다시 읽는 『어린 왕자』는 역시 어른들이 읽는 동화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어린아이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른이 된 우리는 많은 것을 잊고 산다. 어렸을 적 꾸었던 꿈, 어른들은 절대 알 수 없었던 우리만의 언어로 된 상상력.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며 실리를 따지는 탓일까. 하나의 그림을 보고도, 아이들 대부분은 맞추는 것을 어른들은 맞추지 못한 것처럼.

 

 

 

 

나는 이 책이 누구에게라도 가볍게 읽히는 걸 원치 않는다. 이러한 기억들을 말하는 동안 너무 큰 슬픔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가 그의 양과 함께 떠난 지도 벌써 6년이 흘렀다. 내가 여기에 기술하려 애쓰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친구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31페이지)

 

그런 의미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에게 잊었던 상상력을 선물한다. 머나먼 별, 소행성 B612에서 왔던 어린 왕자를 바라보며 우리가 잊었던 것들을 다시 상상해 내는 것이다. 친구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외로움때문에 견디기 힘든 감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어린 왕자가 바라보는 어른의 모습은 어떤 가를. 우리는 살펴보게 된다. 회계사처럼 돈만 계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끄러워서 술을 마시고 있지는 않은지. 누군가를 통치할 생각만 하고 있지 않은지, 정작 그 사람들 곁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우리 어른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어린 왕자처럼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우리들의 모습이다. 세상 밖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며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수많은 장미들 틈에서 자신 만의 장미를 생각해 낸 어린왕자처럼.

 

밤에, 당신이 하늘을 바라볼 때, 나는 그 별들 가운데 하나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가운데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을 테니까. 그때 당신에게는 마치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과 꼭 같을 거야. 당신은, 그러니까 당신은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131페이지)

 

이별 앞에 선 감정들. 이별한 후에 생기는 그리움. 그리운 감정들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사진을 찍고 때로는 글로 남긴다. 그마저도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기억에 의존하는 것도 좋지만, 이처럼 글로 남겨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한때는 아이였던 우리 어른들에게 건네는 동화.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동심을 떠올리게 된다. 순수했던 지난 날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시절이라 더 그리운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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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서 작가의 작품 중 두 권이 애장판으로 나왔다.

특히 좋아했던 작품.

몇 번을 읽어도 마치 처음 읽은 것처럼 눈물을 흘렸던 작품이다.

<난다의 일기>다.

그리고 <우애수>라는 작품.

 

 

 

 

 

 

 

 

 

 

 

 

 

 

 

 

알라딘에서 먼저 예약판매를 하니 반가움이 앞선다.

표지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나왔는지!

 

다시 읽어도 역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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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기록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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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족이 살해당했다. 미모의 전업주부 아내와 부동산 회사에 다니는 남편 그리고 두 아이들이었다. 살인범은 찾지 못했고 사건이 일어난지 일년이 지났다. 르포라이터가 찾아와 살해당한 부부의 주변 인물들에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르포라이터는 총 여섯 명의 지인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동네 이웃에서부터 아내와 요리 교실에 다녔던 친구, 남자의 회사 동기, 아내의 대학 동기, 대학의 동아리 친구, 대학 선배들이었다.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는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감정들은 무척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챕터의 마지막엔 한 여자의 고백이 실려 있다. 이 여자는 누구이며, 여섯 명의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살해당한 가족과는 어떤 관계일까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

 

만약 지인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면 우리의 마음은 안타까움이 먼저일까. 아니면 원한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지나간 시간을 생각해보며 그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만약 그 사람이 부잣집의 자식으로, 내로라하는 학교만을 나왔다면. 그 사람은 그저 보통의 질문을 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보이지 않게 무시하는 걸 알게 된다면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하고, 남편이 좋은 직장에도 다니지 못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에도 상처를 입는게 또한 사람이다.

 

르포라이터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며 왜 이런 식으로 소설을 썼을까 내심 궁금했다. 이들이 말한 사람들 중에서 살인범이 있을까. 그렇다고 그 가족을 죽일만한 사람이 특별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부유한 한 가족이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보여지는 것 보다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내세우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따라하게 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섯 명의 지인들로부터 듣는 살해당한 가족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다만 나는 한 여자의 고백이 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가정 폭력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사람이 가진 욕망의 비틀림이 갖는 폐해가 안타까웠다. 부모에게 버림받다시피한 남매. 사람에 대한 기대와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아 발버둥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그래서 제목이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었을까.

 

어떤 사람이 죽었을때 그 사람에 대해 타인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싶었다. 자기가 가진 기억들에서 서운했던 마음, 현재의 마음을 실어 대답한다는 것이 결국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일텐데. 이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 없다. 그저 침묵만이 죽은 사람을 위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한 여자의 고백은 아릿하다. 그녀의 고백은 소설의 처음과 맞닿아 있었다. 한동안 충격에 빠져 멍해 있었던 듯 하다. 그녀의 고백을 읽어오며,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를 드러내는 것과도 같음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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