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0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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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작가를 처음 만난 게 해리 홀레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스노우맨>이었다. 추리소설을 꽤 읽었지만 북유럽 추리소설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짜릿함은 기본이고 전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 뿐만 아니라 요 네스뵈의 작품을 다 읽어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만난 해리 홀레 시리즈 중 대망의 열 번째 작품이 바로 <폴리스 POLICE>다. <폴리스 POLICE>는 어떤 작품일까? 어떤 내용을 다루었을까?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 전 작품이 <팬텀>이었다. 해리 홀레의 부성애를 부각시킨 작품. 그가 사랑했던 여자 라켈 페우케의 아들 올레그가 훌쩍 크고 망가진 모습으로 나왔었다. 그 귀여웠던 올레그가, 사랑스러운 아들이었던 올레그가 마약으로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더군다나 살인범 용의자로 말이다. 해리 홀레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머나먼 홍콩에서 올레그를 지키기 위해 오슬로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올레그를 구했다. 해리 홀레에게 라켈은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다. 늘 그리워하지만 결혼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던 연인이었다.

 

 

 

<팬텀>의 다음 내용이 <폴리스 POLICE>다. 즉 경찰이었던 해리 홀레와 해리 홀레를 도왔던 많은 경찰들의 이야기. 그에 맞게 해리 홀레를 도와주었던 우리에게 익숙한 경관들의 이름이 나열된다. 여러 시리즈에서 도움을 주었던 이름 하며, 아주 잠시였지만 사랑을 느꼈던 경관들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어쩐지 대망의 결말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새로운 해리 홀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경찰이 피해자가 되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우리는 해리 홀레를 기다리게 된다. 해리 홀레의 기막힌 수사 기법을 그리워하는 건 우리 뿐만이 아니다. 그를 그리워하는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최고 책임자인 군나르 하겐과 과학수사과를 이끄는 베아테 뢴 그리고 비에른 홀름, <스노우맨>에서 활약했던 카트리네 브라트 까지 그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더군다나 오슬로 경찰청 대부분의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했던 해리 홀레를 사모하는 여성들까지 등장한다. 바로 경찰대학에서 그의 강의를 듣는 여성이다. 과연 해리 홀레는 오슬로 경찰청의 형사들에게 도움을 주게 될까, 아니면 라켈과 올레그와 약속했던 대로 형사와는 거리를 두는 강사로서의 해리 홀레로 남게 될까.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어떤 결말을 맞을까. 내가 상상했던 대로의 결말일까. 아니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의 이러한 예상을 뒤엎기라도 하듯 요 네스뵈의 반전이 준비되었다. 이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다.

 

소설의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사건에 관계했던 경찰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이 사건에 관계된 사람이 누구인지, 누가 경찰들을 죽이는 지가 관건이다. 과거 미성년인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죽인 발렌틴 예트르센의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그는 교도소에서 누군가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맞아 죽었다. 도대체 경찰 살인범은 누구란 말인가.

 

7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읽느라 어깨 혹은 목뒤가 아파 한나절 동안 부항뜨는 걸 반복할 정도였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거의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읽었던 듯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 예상하지 못했던 살인자의 발견이었다.

 

 

 

모든 살인 사건엔 동기가 필요하다. 살인 사건의 동기가 무엇인가가 관건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경관들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이런 걸 기대했던 게 아니었다. 주인공 즉 해리 홀레를 도왔던 자들이 살아 남아 아주 오래도록 그의 곁에 남아있기를 바랐다. 사건 현장을 바라볼 때 뭔가를 찾으려하지 말고 탐색하라던 해리의 수상 방식.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의 말이 맞았음을 떠올린다.

 

신적일 정도로 수사에 탁월한 재능을 선보였던 경찰을 그렸던 동시에 직업인으로서의 경찰, 개인으로서의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경찰인 직업이지만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 실수를 반복하느냐 반복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 즉 살인 동기를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 동기를 알게 되면 사건이 어떤식으로 이어지는지 알아챌 수 있다. 다양한 가설을 세울 수 있는 거다.

 

그럼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있다. 다음 시리즈를 예상할 수 있는 인물이다. 소설의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아 찜찜함으로 남아 있고 다음 내용을 기대하게 만든 인물, 해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이야기도 시작될 것 같다.

 

#폴리스 #요네스뵈 #비채 #해리홀레 #해리홀레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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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문지 에크리
김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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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문학평론가 김현의 글을 드디어 읽었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물론 핑계에 가깝지만 이처럼 읽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가. 이미 작고한 작가이기에 그의 글을 만나지 못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이처럼 그의 산문에서 가려 뽑은 『사라짐, 맺힘』은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겠다.

 

첫 문장에서부터 마음을 울리는 감정을 가졌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에 대한 비평을 한다는 것,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 문화적인 다양한 생각들, 미술관을 방문하며 화가의 그림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들로 엮여졌다.

 

작가들의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들려주는 것 때문이다. 아파트에 생활하며 땅집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어도 아파트를 고집하는 아내때문에 땅집에 대한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하는 감정들. 그리고 한때 많은 아이들에게 '니네 집 몇 평이냐?'로 계급을 갈랐던 평형에 대한 일화는 그때 그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지금도 빈부의 격차를 가르는 것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생에 못 견디도록 싫증이 날 때 나는 또 어디로든지 가는 방황의 여행을 시도하리라. 거기에는 그러면 또 나에게 그의 내밀한 설화를 보내주는 불빛이 있으리라. 하여 나는 이 진저리 나는 생에서 순간적으로나마 '진정한 생'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16페이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많은 여행을 하고 비평적인 시각으로 쓴 글임에도 따스하면서도 명쾌한 사유가 들어있었다. 우린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 삶의 한 순간을 그려본다. 직시하지 못했던 나의 속마음을 알아채기도 한다. 내가 진정 꿈꾸는 삶이 무엇인가. 생에 대한 좀더 근원적인 질문을 건네게 된다.  

 

 

 

사람의 사람됨은 그 문화적인 두께에서 나온다. 그 두께는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에 같은 처소에서 살면서 쥐는 체험의 두께이다.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가 보이고 돼지의 살을 자르면 그 겹이 보이듯이 사람의 두께도 또한 조심스럽게 자르면 그 결이 보인다. (52페이지)

 

위 발췌 문장은 "'라면' 문화 생각"이라는 부분에서 라면에서 느끼는 문화적인 면과 사람의 두께에 관하여 말한다. 라면 하나에서 이처럼 문화적인 면과 사람의 두께와 결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란 매우 힘든 연상 작용인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처럼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사유를 펼친다.

 

책은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책읽기가 괴로워질 때에는 그것을 고쳐야 한다. 때때로 책읽기가 일종의 정신적 도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괴로운 일이 생길 때 대개의 경우 책을 읽으면 그 괴로움이 많이 삭는다. (69페이지) 

 

책을 읽는다는 걸 즐거운 고통이라고 말하는 문장들이다. 맞는 말이다. 때로 나에게 책읽기는 정신적 도피다.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수록 책읽기에 빠져든다. 책의 내용에 집중해 있노라면 내가 가졌던 고민, 고통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에게 고통을 주었던 일들은 한낱 과거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경험을 자주 해봤기에 이처럼 좋은 문장이 없다며 이 문장 만큼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 많은 독서가들이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다만 다시한번 알리고 싶을 뿐이었다.

 

문학평론가라고 하면 만화 같은 건 아주 우습게 생각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뉴스와 문화 영화를 상영하는 대신에(예전에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뉴스와 문화 영화를 상영했다) 짤막한 만화 영화를 상영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했다. 1984년에 개봉되었던 최인호 원작의 동명 영화 <깊고 푸른 밤>을 보고 나서 드는 여러 생각들을 담은 글에서 나타낸 말이다. 그는 문학 뿐만 아니라 영화와 미술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음악의 산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과히 감탄할 만 했다. 해금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해금 연주곡에 빠져 정신없이 음원을 구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글이었다.

 

여행이란 자고로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비로소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느끼는 것들. 문학평론가 김현에게서도 느껴지는 감정들처럼. 삶의 무게, 시간의 두께, 문학과 글쓰기의 두께가 총 망라된 주옥같은 문장들의 집합체였다. 그의 글을 이제라도 읽어, 다행이다. 

모르는 사람들 틈에 있고 싶다. 매일 나무 우거진 공원길을 산보하고 싶다. 오후 7시면 카페에 나가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 맥주를 마신다. 그래 네가 그토록 원하던 모든 것을 이제는 할 수 있다. 그러니 행복한가?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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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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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제대로 알기란 힘들다. 모든 사람이 말하는 좋은 작품이 내게는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취향의 차이도 존재하고, 그 책을 읽을 때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자주 하는 말 중에 내가 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책이 나를 선택한다,라는 거다. 책이 나에게로 오는 것이다. 그동안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무척 좋다고 여기지 못했다. 이 책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에서야 비로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들에게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던 탓일까.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는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이 일본에서 꽤 많은 인기를 얻었고, 말년에 일본과 몬태나를 오가며 쓴 글을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이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아 권총으로 자살해 유명을 달리했다.

 

작가가 말년에 느꼈을 미국과 일본의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두 나라가 가진 차이점들을 짧은 소설로 엮은 것이다. 일본 작가의 작품 속에서 드러난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에서 그 시절에 느꼈을 일본의 사회상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들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서 일본 여성의 정조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미국인 젊은 남자와 일본 여성이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말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보통의 연인 사이와 함께 산다는 것의 차이점을 말하는데 어쩐지 씁쓸해졌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의 마음이 안타까웠달까. 남자의 집에 갈때면 늘 그의 칫솔을 썼던 일본 여성이 자기 칫솔을 욕실에 가져다 두었을때 그게 싫었던 남자의 행동. 기쁜 마음으로 욕실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못했던 여성의 슬픔이 느껴져서였다. 이것 또한 하나의 이별의 방법일텐데 그 여성이 느꼈던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컸을까.

 

 

 

옛날 옛적에 살기 위해 오십 개 단어만 써야 하는 난쟁이 기사가 있었는데, 그만 단어를 순식간에 다 써버렸다. 이제 그에게는 갑옷을 입고 재빨리 검은색 말에 올라타 불이 잘 붙는 숲으로 들어가서 영원히 사라져버릴 만큼의 시간만 남게 되었다. (171페이지, 「추운 왕국 기업」 전문)

 

131편으로 된 단편소설은 꽤 짧다. 에세이처럼 읽혀지기도 했다. 그만큼 작가의 마음속 이야기가 편안하게 쓰여 있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답답했었다. 그래서 이 작품이 편안하게 읽혀졌을 수도 있다. 힘을 뺀 이야기라서 좋게 느꼈다고 할 수도 있다.

 

 

 

많은 작가들이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꼽았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매력을 여태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정말 좋았다. 내가 제대로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 작가를 만나는 것도 어떠한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동안 좋다고 여기지 못했던 책들을 제대로 읽어야 겠다,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왜 많은 작가들이 그의 이름을 말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번역자 김성곤의 말처럼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읽고 싶거든 이 작품을 먼저 읽고 과거의 작품들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비로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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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추리물은 좋아하나, 공포물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포물을 읽는데 이처럼 짜릿한게 없다. 밤에 꿈에 나올까 무서우면서도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는 밤중이었다. 꿈에 나타날까, 애니가 귀신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날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소설은 소설일뿐인가.

 

『초크맨』의 작가 C. J. 튜더의 신작이 나왔다. 『애니가 돌아왔다』라는 스릴러 소설이다.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라고 쓰인 메일을 받은 조 손은 도망갔던 자신의 고향 안힐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안힐 아카데미의 영어 교사로, 추천서는 가짜였고, 해리 교장에게 어떻게든 좋은 이미지를 주려 했다. 인생의 마지막 과도 같은 곳. 도박으로 많은 빚을 지고 도망오다시피 했던 곳이다. 그는 아주 싼값에 시골집을 빌렸다.

 

소설의 시작은 시골집에서부터다.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쏘아 자살한 줄리아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날아간 그의 아들 벤의 시체를 경찰이 발견했다. 아들 존의 시체 옆에는 '내 아들이 아니야'라는 글씨가 피로 쓰여져 있었다.

 

이 소설은 비밀과 비밀의 문에 다가간 사람들 그리고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열다섯 살의 조는 스티븐과 닉, 크리스와 함께 길이 막힌 폐광을 발견했다. 지하 계단으로 이어진 곳에 갔다가 죽은 사람들의 해골로 보이는 것들을 발견했고, 애니가 자신을 따라 들어왔다. 해골들에서 수많은 딱정벌레들이 나오자 도망치다가 누군가가 휘두른 쇠지렛대에 의해 사랑하는 동생 애니가 죽었다. 48시간이 지난후 애니가 돌아왔다. 흙 묻은 잠옷과 맨발인 상태로.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끔찍히 사랑한 애니였으나 동생 애니가 아니었다. 애니의 겉모습을 했을 뿐인 가짜였다. 소설은 도박 빚에 몰린 조 손의 현재와 스티븐의 아들 제러미에 의해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또한 과거의 순간을 그리며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었다. 사람은 변하기 힘든 법인가. 마을의 오래된 역사와 지하에 파묻힌 많은 사람들의 시체, 그리고 진실들.

 

그게 인생의 문제다. 절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이게 중요한 순간일지 모른다고. 손톱만 한 단서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 당신은 여유를 두고 그 순간을 흡수하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간 다음이라야 붙잡을 만한 순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219페이지)

 

이처럼 공포스럽고 과거의 기억들이 공존한 곳으로 조 손은 왜 돌아왔는가. 과거를 참회하고자 했던 것인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과거의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는데 이것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해결법은 그 밖에 없는가.

 

인간은 마음속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건지도 모른다. 내재되어있는 악을 애써 누를 뿐. 어떤 순간에 누구나 악인이 될 수도 있는 법. 진부한 표현이지만 소설과 결말과 반전때문에 정신없이 빠져 읽었다. C.J. 튜더를 가리켜 왜 여자 스티븐 킹이라고 일컫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제 닫힌 변기 뚜껑이 있다면 함부로 열지 못할 것 같다. 딸깍딸깍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튀어나오려고 변기 뚜껑 안에서 움직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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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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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삶의 어떤 순간이 막힐 때마다 역사적 순간을 기억한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치욕적인 역사에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하겠다며 다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 삶도 그렇지 않겠는가.

 

역사책으로 유명한 최태성을 TV에서, 라디오에서 먼저 만났었고, 그의 역사책을 누군가에게 소개하기도 했었다. 역사에 관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 책은 과거 어느 시기의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닌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다. 역사의 한부분을 제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글이라고 보면 된다. 강의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듯 쓴 글이라 귀담아 듣는 기분을 느꼈다. 즉 청중이 된 느낌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다양한 역사서를 읽어왔지만 이처럼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도 꽤 좋다고 본다.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생각도 해볼 수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보며 무릎을 치기도 한다.

 

강연할 때마다 저자가 퀴즈를 내는 게 있다. 고려시대 귀족들이 즐겨 하던 고급 스포츠는 매사냥이었다. 매를 날려 보내면 토끼나 꿩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아채 오는데, 자기 매를 사용했다. 매 주인들은 매에 하얀 깃털을 달아매 이름표를 달았다. 이 이름표가 무엇일까다. 그것은 시치미라고 한다. 매가 비싸 시치미를 떼어내고 자기 것인양 했다고 해서 시치미를 뗀다고 한단다. 이런 걸 보면 참 재미있다. 역사적 사실을 알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은 정조에 의해 세워졌다. 정조는 자기 사람을 키우기 위해 규장각을 만들었고 당파나 신분에 관계없이 젊고 똑똑한 관료들을 뽑았다. 이때 서얼 출신의 박제가나 유득공 등도 있었다. 정조가 키운 학자 정약용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정조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우리 역사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는 만약이라는 가정을 제시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세종대왕과 정조다. 독살설을 제시할 정도로 정조의 죽음은 많은 안타까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진 이상을 펼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까운 거다. 

 

 

 

고려의 외교가인 서희가 거란과의 협상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어떻게 협상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협상가에게 중요한 건 훌륭한 말솜씨보다 정확한 눈'이라고 말했다. 정세를 볼 줄 아는 눈과 통찰력과 관찰력을 꼽았다.

 

또한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을 예로 들었다. 나도  『열하일기』를 읽으며 감탄한 부분인데, 청나라의 수레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는 거다. 조선의 선비들이 청나라를 오랑캐라 하여 무시했지만 그들의 문물을 보고 유용한 건 받아들이려는 열린 시각을 가졌던 것이다.

 

또한 역사 드라마에서도 많이 거론 되었던 정도전의 이상을 말한다. 출신이 좋지 않았던 그가 큰 이상을 품고 이성계를 도와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는데 앞장섰다. 대안을 가지고 있었던 정도전을 기억하며 우리 삶에서 대안없이 성급하게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저자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바로 알아야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정치나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순간에는 늘 역사적 순간을 기억하듯, 우리에게 훌륭한 멘토도 역사적 인물에서 찾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말했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수많은 길 앞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것. 역사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이라는 걸 말한 책이었다.

 

 

 

 

 

 

 

 

 

 

 

 

 

 

 

 

 

 

 

 

역사를 공부하면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맥락이 잡힙니다. 역사에서 인간의 자유는 늘 이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에요. 역사를 통해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문제란 별로 없습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변화의 움직임도 알고 보면 역사에서 그 문제를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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