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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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커다란 여성이 의자에 앉아 바늘로 콕콕 찌르며 무언가를 하고 있다. 양모 펠트라고 하여 조그만 동물이나 물건 등을 만든다. 도서실에서 누군가 책에 대하여 궁금한 사람이 레퍼런스 룸에 들어가면 무뚝뚝한 사서는 말한다.

 


당신, 뭘 찾고 있지?


 

그 목소리는 몸을 포옥 감싸는 듯하다. 사서 고마치 사유리의 생김새에 놀랐다가 그 목소리에 안도하여 고민을 털어놓고 자기에게 맞는 책의 목록을 받는다. 책의 부록과 함께. 책의 부록은 양모 펠트로 된 프라이팬이나 고양이, 지구본, 비행기, 게 등이다. 책의 부록은 그 사람에게 딱 맞는 물건이다.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을 꿰뚫은 것처럼.

 


폭신한 양모 펠트는 책을 찾는 사람에게 작은 기적을 일으킨다. 도쿄에까지 와서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으나 하찮은 옷가게 점원이라 생각한 사람에게, 좋아하는 골동품 가게를 하고 싶으나 현실은 회사의 경리담당인 남자에게도, 육아휴직이 끝나고 잡지 편집자 일을 계속하고 싶었으나 자료 정리만 해야 하는 여성에게도,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꿈을 꾸었지만, 백수인 남성, 회사 한 곳만 보고 일해왔던 정년 퇴직자에게도 사서가 추천한 책과 책의 부록은 그 사람에게 잊고 있었던 꿈을 일깨운다.

 



 

 

도서실이라는 공간을 떠올려보자. 책들 사이로 드문드문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들. 서가를 걸으며 좋아하는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자기와 전혀 어울린다고 여기지 않았던 책을 골라주고 책의 부록까지 건네주는 도서실이 있다면 가보고 싶지 않은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고민이 있어 찾아온다. 자기가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도서실을 기웃거리지만, 사서가 건네는 책에서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다.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나의 선택이다. 때로는 뒤로 돌아갈 수 있고, 옆을 둘러봐야 할 수도 있다.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이 조금 더디게 오더라도 결국엔 내가 가장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다.

 


젠가, 언젠가 하는 동안 꿈이 끝나지 않아. 아름다운 꿈인 채로 끝없이 이어지지. 이루어지지 않는대도, 그 또한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 계획 없이 꿈을 안고 살아간들 나쁠 거 없어.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말이야. (98페이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현재 하는 일을 무조건 그만둘 필요는 없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한다면 이도 저도 아닐 수 있다. 자신만의 가게를 위해서는 어느 곳에 다다를 때까지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누군가의 이해와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 상황은 현재의 직업 외에 다른 것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필요한 방법이겠다.

 


육아에 지친 나쓰미는 잡지 편집자 일을 무척 좋아했다. 아이를 낳은 후 휴직 기간에도 편집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펴내던 잡지를 잃는 등 감을 잃지 않으려 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후 복귀했으나 회사에서는 그녀를 배려한다며 자료팀으로 발령을 냈다. 의기소침해진 그녀는 주말에도 일 때문에 나가는 남편을 미워하기도 한다.


 


 

 

인생이란, 항상 복잡하게 꼬여 있는 거예요. 어떤 환경에 있든 뜻대로 되지 않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잖아요. 결과적으로는 바라던 대로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살았다!’라고 생각할 때도 정말 많으니까요. 계획이나 예정이 꼬여버리는 일을 두고 불운하다거나 실패했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 변해가는 거죠. 나도, 인생도. (199~200페이지)

 


때로는 이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기회가 닿을 수도 있다. 잡지를 만들 때 작가와 협의하여 젊은 여성에게 맞는 내용을 이끌어 내어 단행본으로 작업 하였잖은가. 어쩌면 잡지가 아닌 다른 분야의 편집에 더 맞을 수도 있었다. 아이와 함께 만드는 그림책처럼.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전에는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전과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부설 커뮤니티 센터에 있는 도서실은 사서를 돕는 노조미와 함께 꿈의 공간이다.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책을 골라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이런 도서실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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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05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 도서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살았다,라고 생각할 때가 정말 많다는 문장 와닿네요. 살다보니 바라는 대로 되어서 더 난감할 때도 있더군요.

Breeze 2022-01-06 13:05   좋아요 0 | URL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도, 다른 방향으로 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런 도서실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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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만큼 그 사람의 진심이 드러나는 것도 없다. 평소 꽁꽁 숨겨 둔 마음을 일기에는 고스란히 쓰게 되니 말이다. 물론 남에게 보여주는 일기는 어느 정도 언어 순화를 거쳐야 하고, 정체가 드러날 사람들을 이니셜로 표기해야 한다. 그렇게 일기를 쓰다 보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어느 날의 일기는 삶의 발자취가 되어 그날을 기억하게 된다. 하루 중 필요 없는 날이 있을까. 매일 매시간 나의 언어와 행동으로 마감되는 것들이 모여 나의 삶을 이루는 것이다.

 


작가의 첫 산문집은 언제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소설 속에서 유추하는 작가보다 진심을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며 어쩐지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이인 것만 같다. 그래서 작가의 산문을 읽게 되는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소설을 꽤 여러 편 읽었다. 단편에서부터 장편까지 출간되는 소설을 찾아 읽었던 거 같다. 프로필에서 어려 보이는 외모에 놀랐고, 글 속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운 시선이 좋았다.

 


작가의 일기는 뭐랄까, 굉장히 사적이었다.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에 비하여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약간의 우려까지 생기는. 잘 모르는 타인에게 진심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2018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한 줄 알았는데, 그 전부터 작가는 여러 매체에 글을 쓴 것 같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록들이 일기 편으로, 상하이 여행기, 다음엔 2020년부터 시작하는 월기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을 좋아하여 즐기는 모습에서는 아직 어린 사람처럼 여겨져 어쩐지 귀여웠다. 아마 다른 사람도 느꼈을지 모르겠으나,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 음식과 맥주를 즐기는 모습에서 맥주 한 잔을 옆에 두고 홀짝거리며 읽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했다. 달달한 케이크나 맥주가 생각나는 글이었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라고 말하면 왠지 카페에서 예쁜 모양으로 나오는 브런치를 먹을 거 같지 않나. 작가는 예쁘게 나온다며 돈가스를 먹었다. 그것참 재미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른한 살이면 한국 기준 젊은 작가일 순 있어도 천재 소녀같은 것은 될 수 없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기특하다는 듯, 갸륵하다는 듯…… 대체 왜? (179페이지)


 

이게 불만인 거 같은데, 작가가 어려 보이는 외모라 그저 하는 것마다 예쁘다, 귀엽다 할 거 같다. 이런 시절은 어느 순간에 사라질 것이므로 그걸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공기 중에 흩어지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혹시 비슷한 사연을 가진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잘못된 생각인 줄 알면서도 뭔가 작가와 연관시키는 습관이 있었다. 함부로 예단하는 건 금물이다.

 


작가의 솔직한 일기였다. 처음 일기를 썼던 때와는 어엿한 유명 작가가 되지 않았나. 월기에서 일기보다 성숙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지기 마련이고 좀 더 작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고 글을 쓸 것이다. 다음 일기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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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0만 부 기념 ‘겨울 미술관’ 에디션)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겨울 미술관 에디션)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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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여행도 다니지 못하고 집안에만 있다 보니 우울하다는 분들이 많다. 집에서 해결하기 좋은 것 중의 하나가 책 읽기가 아닐까 한다. 강제적인 취미 활동이 되었다고도 말하던데, 좋은 의미로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방구석에서 즐기는 미술관 투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 또한 방구석 미술관이다.


 


 

 

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책이다. 미술을 잘 알지 못한 사람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미술 교양서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그림을 소개하고 그리게 된 과정뿐만 아니라 작가가 걸어온 발자취를 통해 미술사적으로 크게 기여한 것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에드바르트 뭉크와 프리다 칼로, 에드가 드가, 빈센트 반 고흐 등 총 열네 명의 화가와 작품을 소개했다. 그동안 읽어 온 미술 서적 때문에 대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좋아하는 화가 외에 이번에 만난 화가가 세잔과 바실리 칸딘스키였다. 마르셀 뒤샹이야 현대 미술계에서 너무도 유명하여 아마 그의 문제작, 변기를 뒤집어 놓은 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존 세력에게 따돌림당하고 배척당하자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창조하는 거라고 생각하여 새로운 예술을 창작했다.


 


 

 

사실 이 책을 전자책으로 한번 읽었었다. 전자책이 담지 못하는 그 느낌 때문에 아쉬운 점이 없잖았는데 이렇게 겨울 미술관 에디션으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프리다 칼로의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하다. 남편 디에고의 바람 때문에 칼로가 느낀 배신감이 크게 부각 되었던 예전에 읽었던 미술서에 비해 저자는 칼로도 다르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비교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 같은데, 디에고가 자신의 동생과 바람을 피우자 칼로는 디에고가 존경하던 레온 트로츠키와 비밀스런 연애로 복수를 했다. 상처와 고통은 때로 예술가적 정체성에 크게 작용한다. 칼로에게 디에고의 바람은 그녀를 예술가로 우뚝 서게 만든 역할을 했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의 그림을 좋아했다. 그 시절 발레리나의 삶을 보고는 아름다운 그림 속에 숨은 어두운 내력에서 처연함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관현악단 뒤에서 조그맣게 그려졌던 발레리나의 그림이었다. 관현악단의 배경으로 삼았던 그림에 관한 평이 유독 좋아 발레리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무대 위 발레 리허설에서 쾌락의 대상으로 삼았던 발레리나의 무대 뒤의 은밀한 장면은 부유한 남성들의 욕망과 난잡함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고흐의 그림이야 두말할 필요 없고, 고흐가 즐겼던 압생트, 즉 녹색 요정에 집중했다. 고흐가 즐겨 마신 술이라 압생트가 궁금했다. 압생트의 주원료인 향쑥의 주요 성분으로 산토닌 중독이 되면 부작용으로 황시증이 생긴다. 황시증 때문에 세상이 노랗게 보여 고흐의 그림에 노란색을 사용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에노란 집을 보면 노란색이 많다. 고흐만의 특징인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으니 할말 다했다.

 


에곤 실레의 그림은 그의 스승이었던 클림트와 많은 부분 유사하다. 특히 성적인 면에서 압도적이었는데 모델의 주요 부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책을 펼칠 때 조심해야 한다. 어린 시절 성에 대한 트라우마로 무의식 속에 남아있어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우는 영감의 원천으로 승화시켰다.


 


 

 

폴 고갱은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를 읽고 좋아했다. 타이티 섬의 여인들.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색감을 좋아했다. 방구석 미술관에서 고갱이 빠질 수 없다. 야생적인 삶을 살고 싶어 파나마로 향했다가 타히티에서 정착하게 된 그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샤를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을 보고 그린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모네의 아름다운 풍경화 아르장퇴유 부근의 개양귀비꽃, 세잔의 정물화 사과와 오렌지, 마티스의 그림을 모티프로 그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등 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들이다. 프랑스가 아닌 러시아의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난 유대인 출신의 샤갈 이야기도 뭉클하게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실제로 미술관에서 보면 더 좋겠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니 집에서 즐겨도 좋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책은 분명 이유가 있다. 이해하기 쉽게 해석하고 다가갈 수 있게 설명하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림 도판이 다채롭다. 그림과 설명이 조화롭게 꾸며진 책이라는 사실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방에서 세계적인 화가들의 그림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무려, 겨울 미술관 에디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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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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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집을 하다 보면 별별 일을 다 맡는다. 그런 일을 맡길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말이다. 이태 전쯤 시부모님이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어 물건 등을 정리해줄 사람을 구한 적이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하여 뒤처리까지 해주셔서 고마웠었다. 마호로 역에서 심부름집을 운영하는 다다도 이처럼 다양한 일들을 맡는다.


 

1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서는 고등학교 동창 교텐을 우연히 만나 심부름집에서 기거하며 마호로 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거리를 맡았다. 이번에도 다양한 사람의 일거리를 맡지만 더 확장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아들 대행 면회를 다닌 덕분에 가까워진 소네다 할머니에게서 과거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한다. 사랑했던 사람을 교텐, 남편을 게이스케라고 듣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유카리라는 여성이 찾아와 직장에서 알게 된 사요가 결혼반지 끼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한다. 사요라는 여성의 집에 들어가 청소를 해주고 반지를 숨겨야 하는데 다다와 교텐은 어떤 방법으로 숨겨 유카리의 의뢰를 해결할 것인가. 그 방법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거다.

 


교텐과 대립각을 세웠던 젊은 야쿠자 호시의 이야기도 전하는데, 그들만의 사연으로 각자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보인다. 남편이 죽기 전 머물렀던 집의 물건을 정리해 달라는 의뢰인과 어쩐지 핑크빛 관계가 될 것 같은 이야기도 있다. 아이를 싫어하는 교텐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을지 예고해주는 내용도 있다. 다음 이야기 마호로 역 광시곡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텐의 기억 속에 어떤 아픔이 있을까. 부모를 죽이고 싶었다는 1편의 그의 말에서 우리는 그가 숨겨둔 고통의 크기를 가늠하게 된다.


 


 

 

다다와 교텐은 한 가지 의뢰를 받았다. 남자가 출장 중 독감에 걸린 아내와 아이의 음식을 만들어달라는 거였다. 단 냉장고에 든 식재료를 사용해야 했다. 다오카의 아내는 가정과 건강식품협회, HHFA라는 단체 가입자다. 건강식품협회는 무농약 채소 재배와 판매를 하는 곳이다. 다음 편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단체로, 교텐과 다다는 다오카의 아내를 대신해 아픈 비란을 돌봐야 했다. 아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교텐 때문에 혼자서 모든 일을 다다 혼자 해야 했다. 비란의 기저귀를 갈며 다다는 죽은 아이 생각을 하며 가슴 아파한다.


 

다다가 열심히 일하고 있어도 교텐은 아르바이트 직원임에도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위스키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게으름을 피우는 거 같다. 그를 바라보는 다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은 거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카 부인의 시선에 비친 그들은 달랐다. 다다의 표정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오카 부인의 시선에서 알게 된다. 외로운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며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는 건 진리다.


 


 

 

심부름집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사람 찾는 일을 하지 않을까 싶었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곳들도 모두 사람을 찾고, 누군가를 지켜보거나 하는 일을 맡지 않나. 물론 유품을 정리하거나 누군가의 흔적을 지우는 일도 요즘엔 많이 하는 거 같지만 말이다. 그런 것이 돈이 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을 거고. 다다의 심부름집은 가벼운 일에서부터 경호하는 일등 간단한 일을 주로 맡는 거 같았다. 명절에 여행 가는 아들을 대신해 병원을 방문하는 아들 대행 역할에서는 우리의 민낯을 보기도 한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서로 치유하는 이야기는 익히 읽어 왔다. 교텐이 가진 어린 시절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 상처의 진실이 다음 이야기에 나타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납치를 당하고 아이를 보호하며 비로소 자신의 상처에서 나올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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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30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의 물건을 정리해주는 일 어찌보면 자신의 삶을 비추어볼 수 있는 길이란 생각입니다

Breeze 2021-12-31 09:00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천상병의 시는 귀천으로 익숙하다. 그 외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귀천보다 더 유명한 시가 인 거 같다. 는 천상병 시인 탄생 90주기 초판 복간본으로, 처음 이 시집이 발간된 연유는 그를 사랑하는 시인들의 마음이다. 술을 좋아하던 시인이 몇 달째 보이지 않자 실종을 의심하여 생전에 시인의 시집 한 권이 없음을 안타까워한 지인들이 돈을 모아 발간한 시집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았을까. 살아있는 시인의 유고시집을 발간했으니 말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48~49페이지, 歸天전문)


 

시를 알 뿐 어디서 읽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삶을 소풍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아주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삶을 소풍이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시인이 품었던 삶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생전의 시인은 술을 좋아했다. 돈이 없으면 주변 시인들이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주었다고 한다. 시인을 사랑하였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은하수에서 온 사나이는 윤동주 시인론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지붕 위

볓빛동네 선술집에서

누가 한 잔 하는 모양이다.

궁금해 귀를 쭈빗하면

주정뱅이 천사의 소리 같기도 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리 같기도 하고,

요절한 친구들의 소리 같기도 하고 (18페이지, 은하수에서 온 사나이부문)


 


 

 

삶은 알 수가 없다. 시인의 유고시집이 발간된 후 그는 정신병원에서 발견되었다.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다. 그의 가난을 걱정한 지인들이 1992년도에 다시 복간한 시집이기도 하다. 초판본의 복간본이라 다소 촌스러운 표지다. 제목엔 금박이 입혀져 화려함을 더하고 세로로 쓰인 시는 한자가 섞여 있다.


 

는 연작시로 여러 편이 실려 있다. 를 읽지 않을 수 없다.


 

저 새는 날지 않고 울지 않고

내내 움직일 줄 모른다.

상처가 매우 깊은 모양이다.

아시지의 프란시스코는

새들에게

恩寵 說敎를 했다지만

저 새는 그저 아프기만 한 모양이다.

수백년 전 그날 그 벌판의 日沒白夜

오늘 이 땅 위에

눈을 내리게 하는데

눈이 내리는데 (79페이지, 전문)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靈魂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일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聽感에 그득한 季節,

슬픔과 기쁜의 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84~85페이지, 전문)


 

시는 읽을수록 좋다. 처음에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고 감동하게 된다. 천상병의 시를 읽고 싶어 구매하여 소중하다. 그의 삶을 다 알지 못해도, 새처럼 훨훨 날아 자유롭고 싶었던 그의 영혼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삶도 죽음도 새처럼 왔다가 가는 것. 한 마리 새가 되어 날고 있을 그의 영혼에 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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