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철학하기 - 낯익은 세상을 낯설게 바꾸는 101가지 철학 체험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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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생각할때 철학하면 왠지 심오한 단어같다.

철학하면 떠오르는 인물들만 보아도 소크라테스나 파스칼 같은 인물들이 떠오른다. 철학서를 보더라도 난해한 낱말들이 마구 있는 그런 어려운 학문 같지만 막상 철학서를 읽어보면 마음에 와닿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십 년도 전에 난 책을 열심히 읽어보겠다고 세계문학전집도 구입했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사상문학도 전집으로 구입했었다. 그때 처음 읽은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이었다. 알아먹지도 못할 단어들이 잔뜩 쌓여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고민했지만 책 내용은 이렇게 재미있는 책도 다 있구나 하고 읽었다. 그 뒤로 심리학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두었던 것 같다. 그런 이유때문일까, 자주 읽지는 못해도 철학서적이 나오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노란색 표지의『일상에서 철학하기』란 제목을 처음 만났을때 과연 일상에서도 철학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책을 읽어보려고 펼쳐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왠지 황당하게도 느껴진다. 프랑스 <르몽드>지의 철학 칼럼을 썼던 로제 폴 드르와. 일상에서의 101가지 철학 실천서이다.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인 철학이 아닌 우리 삶에서 철학을 행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첫 번째 부터 보자면 '내 이름을 불러보기'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의 한가운데서 큰 소리로 자기의 이름을 불러보라고 권한다. 여러번 불러보다 보면 내 마음과 정신은 왠지 다른데 있는 듯하고 내가 나인 것도 같고, 두개의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갑작스러운 질문 던져보기'도 보면 이는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한 체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 하는 일에서 스트레스에도 시달리고 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과부하가 걸릴만큼 힘들었을때, 자신한테 했던 질문에 갑자기 뭘 했더라 하고 생각이 나지 않는 그 망설임의 순간. 그 멈칫의 순간을 겪다보면 그 지나간 순간이 이미 저만큼 물러가버린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101가지 철학 체험하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이다.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다. 별로 쓸데없는 것들이지만 한순간도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잘 때도 꿈을 꾸는 걸 보면 좀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도 힘든 것같다. 가만히 앉아 있을때면 저절로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게 되니까. 생각이란 영원과 순간 사이, 또는 침묵과 말 사이, 있음과 없음 사이, 존재와 무 사이를 이어주는 하나의 방식이다.  (135페이지)  저자도 생각이란 멈출수 없는 것이니 순간적인 사고의 멈춤은 실행이 가능하고 경험해 볼만 하다고 한다. 한순간의 생각의 멈춤. 그로 인해 우리는 텅 빈 빛의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철학이라니,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심오하지도 않고 이처럼 쉽게 철학을 체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소 엉뚱하고 황당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철학이다. 내 삶을 들여다 보는 일,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일이 진정한 철학이라고 저자는 체험해보라고 손내밀고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대화로 이 책의 의도를 말하고 있다.

 

"결국 어쩌자는 겁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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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열정으로 세계를 지휘하라 - 세계인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전하는 희망의 초대장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4
류태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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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나 예술가에게는 그들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어머니가 계시다는 걸 다시한번 실감을 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그의 형제자매들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점, 어려운 살림에서도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살려주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준 정명훈의 어머니 이원숙 여사에 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이러한 어머니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세계적인 지휘자 마에스트로 정이 되기까지의 음악 인생이 담겨 있는 이야기로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온 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세계적인 지휘자라는 것. 어느 책에선가 본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그의 다정한 모습들과 최근에 우리나라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가 되었다는 피상적인 것만 기억하고 있었던 내게 이 책은 마에스트로 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집 아들로 자라 부모의 아낌없는 배려와 지원 덕택에 음악공부를 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그들 형제는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고 부모의 일손을 도와드리는건 예사였다. 그가 피아노를 배울때나, 지휘자 공부를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천재였는지 알수 있었다.

  

 

정명훈은 인생에서 두 분의 좋은 스승을 만났다.

 

정명훈을 가리켜 '내 작품 최고의 해석자', '진정한 천재'라고 불렀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과 LA 필하모니에서 부지휘자로 있을때 상임지휘자로 있었던 스승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그들이다. 정명훈은 두 스승을 믿고 따랐다. 요즘에는 소위 멘토라고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었던 스승때문에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었다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자신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이 있다는 건 커다란 행복인것 같다. 스승 또한 제자가 노력과 열정을 다해야 스승에게도 사랑받는 법. 정명훈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그처럼 좋은 스승을 갖게 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지휘자로 이름을 알린 정명훈이 잊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생각한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오면서 우리나라의 오케스트라를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어했다. 모든 단원들을 오디션으로 다시 뽑고 젊은 단원들로 탈바꿈하여 그는 열정을 다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세계를 향한 발돋음을 시켰다. 그는 시민들에게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시민들이 음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의 저자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은 프롤로그에서 정명훈의 성공비결을 크게 두가지로 말했다. 첫 번째, 음악가로서 한결같은 직업의식이라며, 어떤 분야에서든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있게 마련이지만,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은 당해내지 못합니다. 최후의 승자는 '계속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법이지요. (11페이지) 라고 말했고,

 "나는 끌고 가는 지휘보다 따라가는 지휘가 좋다." 라고 정명훈이 말한 것처럼 두 번째, 유연한 리더십을 들었다.

 

 

힘든 과정이었을텐데도 음악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열정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은 우리 청소년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넘치는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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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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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

 

 

서른아홉 살의 여자, 김혜나.

아빠가 엄마와 가족들을 버리고, 아니 혜나를 버리고 큰 오빠보다도 두 살 젊은 여자를 따라 도망가 버렸을때 아빠의 신용카드만 믿고 돈을 펑펑 써대다가 이제 돈 한 푼 없게 생겼다. 취직을 해야 할 판. 순진한 공대생 남편인 윤과장의 봉급이 들어오는 족족 카드 빚에 다 빠져버리고 망할 놈의 작은 오빠 빚 처리에 돈 한 푼 없다. 그런 혜나는 작은 오빠의 빨간 컨버터블에서 와인을 마시며 서울의 도심을 질주하고 있다. 성민이 지방으로 발령나는 날, 지방으로 가기 싫어 직장을 다니겠다는 말이 사실이 되어 진짜 직장이란델 나가게 되었다. 작은 오빠 학원의 학교 서클 선배 정욱연의 산부인과 보육실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그는 목소리가 아주 좋다. 그의 병원을 다니는 산모들은 모두 그를 교주 보듯 그를 좋아한다. 모두에게 친절한 그에게 혜나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온통 그의 생각뿐. 아무리 남편과는 잠을 잔 횟수보다도 하이파이브 하는 횟수가 더 많았더라도 그 욱연의 모든 것들에 속절없이 사랑이 마구 달리고 있었다. 마치 부나비처럼. 마하 39의 속도로 욱연을 향해 달리기 하고 있었다. 그녀가 달리는 속도만큼 책을 읽는 나도 달리고 있었다.

 

 

트럭 운전사를 하다  손에 대는 족족 돈을 버는 아빠,  혜나 생일날이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한복을 입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던 아빠와 이화여대를 나온 로맨티스트인 아름다운 엄마. 엄마는 아빠가 젊은 여자와 살겠다고 나가버려도 재산분할소송 같은건 하지도 않았다. 돈 밖에 모르는 큰오빠 철원 부부,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것마다 부도를 내 몇십억의 빚이 있지만 일억원짜리 컨버터블을 타고 다니는 철없는 작은 오빠 학원이 있다. 이들이 혜나의 가족구성원이다. 이런 가족들 틈에서 혜나도 누구못지 않게 제 마음대로 살아왔다. 돈을 펑펑 써대고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어린아이 같은 혜나. 철없기만한 혜나가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이야기랄까.

 

 

『사랑이 달리다』에 나오는 인물들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마디로 미친 사람들이 많다. '이런 미친 놈' 하면서 읽어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오히려 말만 앞세우는 이들을 보며 나는 꽤 유쾌해했다. 돈에 눈이 멀어 어떻게 하면 엄마의 재산을 자기 명의로 돌려놓을까 고민하는 큰 오빠의 모습도 요즘의 우리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아이의 교육을 위해,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큰 올케의 욕심, 미술학원을 하면서 하는 사업마다 망해 빚더미에 앉은 남편을 버리지 못하고 잘 되겠지 하고 집안에서 유일하게 반듯한, 교육에 아이를 위한다는 작은 올케에서도 우리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보였다. 돈때문에 가족들까지 팔 정도로 파렴치해 보여도 밉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혜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여동생 사랑이 극진한 작은 오빠 학원은. 물론 혜나가 욱연때문에 계속 달리고 있느라 성민에게 아픔을 주니 성민은 좀 안됐더라.

 

  

이렇게 모든 것이 엉망일 땐,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203페이지 중에서)

 

 

 

욱연이 웃기만 하면 머릿속이 하애질 정도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혜나는 우리가 보는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속이니까, 더군다나 혜나와 남편 성민의 밤마다 하는 하이파이브 때문에도 혜나를 미워하지만은 못하겠더라. 속절없이 빠져드는데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서른아홉, 내가 그 나이였다면 나는 혜나처럼 행동할까?  쓰나미에 휩쓸린것처럼, 몸부림을 친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리고, 다른건 어떻게 되어도 아무것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랑이 나타났다면. 혜나 엄마 임현명 여사처럼 로맨티스트인 나도 어쩌면 혜나처럼 사랑을 향해 죽자고 달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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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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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를 다닐때 항상 책을 끼고 다닌다.

읽을 책이 없으면 과자 봉지에 써진 성분 함량표라도 읽어야 하는 나는 어쩌면 활자중독인줄도 모른다. 마치 숨을 쉬듯 그렇게 책을 읽는 것 같다. 언젠가 자격증 공부할때,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와중에도 나는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하루에 단 몇 페이지라도 읽어야 하는데 그걸 읽지 못하니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엔 떨어졌다. 책 때문에. 책을 못 읽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만큼 책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는 내게 책을 설명하는, 책에 대해서 말하는 책을 발견하면 나는 색연필로 줄을 긋거나 열심히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맞아맞아 하며 공감하고, 책에서 말하는 책 속의 책들을 열심히 메모한다. 그중에는 읽은 책도 있고, 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놓쳤던 책들을 리스트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래서 내 리스트는 항상 쌓여간다. 어떤 책을 읽을때마다 책속에서 주인공이 읽는 책들이 그렇게 쌓여가고 있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느낌을 쓰는 리뷰어가 된지 몇년 되었다.

블로그를 하며 이웃분들의 리뷰에서 정혜윤 님의 책을 자주 발견했었다. 그동안 읽고 싶구나, 읽고 싶은 내용이구나 하고 지나치기만 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정혜윤 님의 책을 읽고나니 리뷰어들이 왜 그토록 좋아하는지 이제는 알겠다. 일단 저자에게서 책에 대한 애정이 깊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그런 감정들을 고스란히 책에서 느낄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게 되는 능력을 지녔다. 저자도 책에서 말했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도 좋은 사이가 되어 버린다. 토요일의 신문은 책 관련 지면을 할애하기 때문에 나는 토요일 신문을 기다린다. 평일의 신문에서 작가의 인터뷰라도 있으면 바쁜 아침에도 꼭꼭 챙겨읽는다. 누군가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알기 위해 고개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고, 어떨때는 처음 본 사람에게 책 제목을 물어보기까지 한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을 누군가가 읽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특히 좋았던 책이라면 책 이야기를 건네고 싶게 만든다. 그러한 감정들이 서로 통하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저자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은 우리에게 대놓고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책은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합니다. 돌아보게 합니다. 이 돌아봄의 의미는 큽니다.  (100페이지 중에서)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책을 소개하는 이런 책이 있어서 참 좋다. 저자가 만났던 감동적인 책들을 우리가 다시 알게 되어서 좋다. 책 읽는 일이 이토록 즐거운 일이며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좋다. 다른 이의 삶을 읽으며 내 삶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일이 즐겁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여덟가지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주는 저자의 글들이 참 따스하다. 마지막 장의 '책속의 책들'의 목록에서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책들에게 열심히 밑줄을 그었다. 저자가 말하는 책들을 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이제 내게는 새로운 리스트가 생겼다. '삶을 바꾸는 책 리스트'가 내게 새로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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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아이들 창비청소년문학 45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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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도 좋아하는 작가. 그녀의 작품을 처음 읽은게 『위저드 베이커리』였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무거운 주제를 담았었지만 아이에게 권해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만큼 문학적인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렸었고, 『아가미』또한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의 이름이 들어있기 때문에 난 무언가를 강력하게 소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그런 이야기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키프로스의 왕인 피그말리온은 상아로 직접 빚은 실물 크기 여인상을 만들어놓고 지극히 사랑하였다.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프로디테 축제일에 여인상을 아내로 맞이해 달라고 기원하여 그 마음을 갸륵하게 여긴 아프로디테가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이 되었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하는 현상을 우리는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부른다. 책의 제목은 거기에서 따왔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외딴 섬의 완벽한 시설을 자랑하는 학교인 로젠탈 스쿨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인 마는 취재를 위해 로젠탈 스쿨을 찾아간다. 대기업에서 무상으로 아이들에게 교육 서비스를 하며 사회에 나가서도 바로 직장을 가질수 있는 만큼 직업교육까지 같이 시키고 있다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다운 모습이 없었다. 학교의 학생들을 장악해 교육을 시키는 교장과 교사들의 모습에서 마와 촬영기자인 곽은 의심스러움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취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지정한 학생들과의 면담만 가능하고 아이들의 기숙사 또한 일반 기숙사 같은 경우 2명씩 같은 방에 머물지만 이 학교의 아이들은 각 방에 한 명씩만 사용하고 있다. 아이들다운 누구와 싸운다던지 다투는 모습도 없을 뿐더러 같이 어울려다니느 모습조차 발견할 수 없다.

 

 

취재를 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관찰하던 마는 로젠탈 스쿨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마를 도우는 은휘와 함께 로젠탈 스쿨의 비밀을 알아 챈 이들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던 아이들, 사회에 나가서 자기가 원하는 일들을 하겠다는 교육방침을 갖고 있지만 이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을 만날수도 없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없다. 이상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지만 교장의 비틀어진 욕망을 아이들에게 투사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독재자의 모습을 보이는 그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비정한 모습이었다.

 

 

책을 읽으며 마가 어떻게든 교장의 욕망으로 점철된 학교와 아이들을 구하고 변화시킬거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마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이 아니었고 그저 보통의 사람일 뿐이었다. 어떤 여학생을 구하지 못해 그는 더 아이들에게 신경을 썼지만 그의 한계가 있었다. 또 그렇게 교장의 지휘 아래 갇혀있다시피한 아이들의 무표정한 눈빛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작가의 상상 속의 학교고 아이들이지만 가슴이 아픈 이야기였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 이렇게 살지 않는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아이들이 사회로 나와서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역시 없을 것이며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아이들은 꿈을 잃고 살아갈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작가는 이렇게 현실적인 결말을 남기고 싶었나 보다. 공지영의 작품 『도가니』의 해결되지 않는 결말을 본 것처럼 뒤끝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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