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서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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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전쯤 한 책을 읽었었다.

메리 앤 셰퍼와 애니 배로우즈의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란 책이었다.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인 때에 건지 섬의 독일군들을 피해 몰래 돼지구이를 먹고 독일군의 물음에 임시 방편으로 지어낸 문학 모임이었다. 전쟁속에서 책을 읽고 서로 토론을 했던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편지글로 담은 내용이었다. 내용은 유쾌했고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편지글이 이렇게 읽힐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었다. 그때부터 편지글 형식의 소설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더 찾아 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뒤에 읽은 우연히 잘못 간 이메일로 떨리는 마음을 전해 주었던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와 『일 곱번째 파도』를 읽고 심장의 간질거림을 느꼈던 그때가 새삼 떠오른다. 이런 이유로 편지글로 된 책이라고 해서 굉장한 설렘을 주었던 책이었다.

 

 

편지글이란게 좀 답답한 면이 있다.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이야기는 순전히 자신의 관점에서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속내가 객관적인 사실이 굉장히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새 편지를 쓴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읽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의 이번 책은 제목 그대로 『왕복서간』이다. 편지글로 된 세 편의 옴니버스식 중편소설을 묶었다. 그녀의 전작 『고백』이 어느 한 사건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 쓴 고백 형식이었던데 반해 이번 책에서는 편지를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의 답장 형식으로 되어 있어 그들이 설명하는 상황을 좀더 알기 쉽게 풀어냈다.

 

 

첫 번째 작품인「십 년 뒤의 졸업문집」에서는 시골 고등학교 방송반 동기의 결혼식에서 참석하지 않은 한 친구의 행방에 대해, 부풀려진 소문에 대해 말한다. 그 친구를 궁금해 하고 십 년전의 사건과 친구들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작품 「이십 년 뒤의 숙제」에서는 퇴임을 앞둔 선생님이 한 제자에게 이십 년전의 여섯 명의 제자가 잘 살고 있는지, 행복한지 물어봐 달라는 내용이다. 그 제자들을 만나며 선생님의 남편이 수업에 쓸 낙엽들을 모으러 아이들과 소풍을 간 곳에서 남편과 제가 강에 빠졌다면 누구 먼저 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세 번째 작품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국제 자원봉사대에 간 남자 친구와 그를 기다리는 여자친구와의 이야기로 역시 십오 년 전에 있었던 내용들을 자신의 기억속에서 이야기하는 글이다.

 

 

사람이 어떠한 잘못을 했을때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서 얘기한다.

자기가 잘못했던 사실은 조금 빼고 상대방의 잘못을 더 강하게 말하고는 한다. 이것은 편지에서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을 그게 사실인것 처럼 이야기하고, 혹은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사건을 약간 조작하기도 하는 것 같다. 모두들 각자 개인의 입장에서 말한다. 가장 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편지에서 우리는 그 사람이 진실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감추고 싶었던 것, 그 사람이 끝까지 몰라주었으면 하는 일들을 조금씩 감추며 말하는 것이다.

 

 

작가는 과거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어느 한 사건을 두고 친구들이, 사제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그 시간속의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자신의 마음보다 오히려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 궁금해 한다. 과거를 버릴수는 없는 법. 과거 속을 일들을 알고 싶어하며 그들을 진심을 알고, 용서 하고, 마음을 더 여는 것 같다.

 

 

손글씨가 그리워지는 요즘.

누군가에게 손글씨를 편지를 써 보고 싶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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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 1 - Navie 272
진주 지음 / 신영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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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책 한 권을 읽고 반해버린 작가.

그 뒤로 전작을 다 찾아 읽어보고, 신작이 나올때마다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작가.

그의 작품을 거의 챙겨놔야 마음이 편해지는 내가 애정하는 작가가 있다.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신작.

 

 

꿈보다 먼저 절망을 배우고 세상의 아름다움 보다는 추함을 먼저 깨우친 소녀이되 소녀가 아니었던 송기제의 이야기. 마음이 아픈 송기제. 사랑보다는 성공을 꿈꾸었던 기제. 오로지 해우 하나 빼고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수 없었던 기제. 해우를 정리하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길을 가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해우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스무 살의 기제, 세상에 대한 적의로 가득차 있었던 그때 열여덟 살의 해우를 만났다.

빛처럼 반짝였던 그때, 모든 사람들에게 시니컬했던 기제는 이상하게 해우에게만 마음을 열었다. 그의 순수함. 자신을 향한 열정이 싫지 않았다. 처음 만났던 때부터 기제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해우. 그는 기제의 모든 것, 자신의 가족과도 연결된 것을 알고도 기제를 놓기 싫었다. 기제 아니면 그 어느 누구도 마음에 들여놓지 못했던 그. 반듯하고, 절대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그런 해우였건만, 자신이 가진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그는 기제와 함께 하고 싶었다. 기제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쉽게 다가가지를 못했다. 그녀가 행복하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기제의 마음속 깊은 슬픔까지 사랑했던 해우.

 

 

요즈음의 사랑.

한낱 머물다 간 사랑쯤으로 여길 법도 한데 그들은 사랑을 목숨처럼 지니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쿨한 사랑을 한다던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짐을 쿨하게 생각하고 이별하는 그들보다 해우와 기제는 십 년을 그렇게 마음속으로 서로를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픈 기제.

기제가 행복했으면 했다.

해우를 만나 밝은 삶을 살길 바랬지만 자신의 잘못도 아닌 과거의 일로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을때 차라리 난 안도했다. 기제가 자신의 마음을 애써 바라보지 않고 다른 삶을 살려고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슬픔을 바라보지 못하고 저 먼 곳만을 바라보려는 기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보편적인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기제의 아픈 삶은 우리를 많이 속상하게 한다. 연애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사랑을 보는 것처럼 많이 달달하지도 않다. 하지만 우리가 기제를 버릴 수 없는 점, 해우가 그녀를 한시도 잊지 못했듯, 그녀의 삶이 좀더 많이 웃기를 바랬다. 오로지 해우가 그녀의 삶에 웃음을 주었듯 그렇게.

 

 

해우야, 해우야, 해우야.

기제야, 기제야, 기제야.

 

 

그들이 서로를 그렇게 불렀던 것처럼, 나도 가만히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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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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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남자가 "나를 좀 주워가지 않을래요?' 라고 했을때 그 남자를 주워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나이가 젊고 그 남자 또한 젊고 잘생긴 남자라면, 또 표현 못할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처럼 주워올수도 있을까? 소설 속에서는 그것에 당연히 가능할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실제로는 글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요즘처럼 세상이 무서운데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다들 말리겠지. 만약에라도 그 젊은 남자를 주워온다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그 사람과 동거 하겠지. 바로 사야카처럼.

 

 

어느 날 회식을 하고 약간 취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는 데 한 남자를 발견했다.

 

지쳐 쓰러진 행려병자입니다. 아가씨, 괜찮으면 저를 좀 주워 가지 않을래요?

절대 물지 않을 겁니다.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은 강아지입니다.  (15~16페이지 중에서)

 

이렇게 말하는 남자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겁을 상실한 듯 보이는 사야카는 그렇게 한 젊은 남자를 집으로 이끌었다. 아침에 일어 났을때 그가 차려준 된장국. 거의 텅 비어 버린 냉장고에서 재료를 찾아내 끓여준 소박한 된장국을 한 입 먹었을때의 그 만족감. 순전히 그것 때문이라고 우기며 사야카는 그렇게 그를 붙잡는다. 나무를 의미하는 수목樹木의 ''자를 쓰고 이츠키 라고 읽는 이름만을 알려준 남자를. 요리와는 담을 쌓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도시락 등을 끼니를 때워 온 사야카에게 요리 잘하는 남자 이츠키는 그렇게 요리도 하고 집안일을 해주면 한 집에 기거하게 된다. 그가 요리하는 냄새로 아침을 맞이하고, 담백한 양념을 해 싸 준 정성스런 도시락과 저녁 메뉴들. 그의 음식 솜씨에 점점 빠져든다. 또한 음식에 빠지듯, 그를 보면 얼굴이 발그레해지기까지 한다.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 우리가 들꽃이라고 부르는 것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들꽃들도 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야카는 이츠키와 함께 가까운 강변으로 산책을 다니며, 그에게서 야생초 이름들과 어떻게 쓰이는지, 야생초를 꺾어와 만드는 요리를 거들며 그렇게 그와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그가 궁금하다.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아 애가 타면서도 물어볼 수가 없다.

 

 

우리가 몰랐던 야생초 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관상 식물보다 요즘 이상하게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집에 몇가지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 공원에라도 지나가면 하얀색, 노란색, 보랏빛을 발하는 아주 작은 꽃들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겨우내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을 어떻게 느끼고 그렇게 빼꼼히 싹을 틔우는지. 잘못하면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밟힐수도 있는 아주 작은 꽃들이 참 예뻐 그런 꽃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쭈그려앉아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신랑이 집안의 화초들에게 그렇게 말 걸어 달라고 할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다가도 화단 속에 핀 그 조그만 꽃들에게는 다정히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 모습을 신랑이 봤다면 기어코 한마디 하고도 남았을 정도다.

 

 
 
 

책이 참 이쁘다.

야생화들을 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그려져 있는 표지도 예쁘고, 한 챕터마다 소개하는 야생화가 그려져 있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챕터의 표지를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꽃을 자세히 알고 싶어 사진으로 나왔으면 좋았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집에 있는 건 세밀화로 된 식물도감이라, 책속의 주인공인 사야카가 보는 식물도감이 나도 갖고 싶어졌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들꽃에 대해서 알고 공원에라도 가면 사야카나 이츠키처럼 새로운 들꽃을 알아가는 일을 즐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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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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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주로 철학적인 에세이가 많은 것 같다.

꼭 철학적이기 보다는 모든 장르의 글이 섞여 있다고 해야 할까.

소설이되 소설 같지가 않고, 그녀의 삶의 이야기이되 또 음악과 함께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한 편으로 보면 인생에 대해서 관조하는 삶을 사는 것도 같다. 그의 작품 『옛날에 대하여』를 읽으며 이게 소설인가 싶었지만 엄연히 마지막 왕국 시리즈 장편소설이였다. 그의 작품을 읽노라면 나는 줄을 긋고 싶은게 많아진다. 그의 글은 우리를 심연에 들게 한다. 그래서 깊이 새겨두려고 색색의 포스트 잇을 붙여놓고 자주 들여다보길 즐긴다. 이번 책은 『옛날에 대하여』라는 책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읽기 편한 글이었다. 역시나 그의 사유를 엿볼수 있는 글이다.  

 

 

파스칼 키냐르의 분신과도 같은 안 이덴의 이야기이다.

음악을 하는 그의 모습과 역시나 음악 작업을 하는 안 이덴의 모습은 서로 거의 흡사할 정도이다.

『빌라 아말리아』에서의 안 이덴은 마흔일곱 살의 나이에 갑자기 모든 것을 정리한다. 함께 살고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키스 했다는 이유로 그의 짐을, 그가 속했던 모든 것을 지우고, 자신의 흔적도 지우기 시작한다. 그가 속해 있던 악보 만드는 일을 했던 직장도 정리하고 집도 매매해 버린다. 같이 살던 토마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모든 것을 지우기 시작한다. 지난 삶의 지겨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직 혼자가 되기 위한 삶을 꿈꾸었다. 새로운 삶에의 열망으로 아무 형체도, 존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것은 다른 시간이리라. 그 시간을 다른 여인이 살게 되리라. 그 시간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리라. 그 세계가 다른 삶을 열어주리라.  (95페이지 중에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던 중 안은 빌라 아말리아와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녀는 집과 사랑에 빠졌다  - 즉 사로잡혔다.  ((155페이지)

그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이제 남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부르는 집. 그녀를 매혹시킨 집과 열정적으로 강박적으로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곳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음악 작업을 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안. 그녀와 관능적인 우정을 나누는 라드니츠키의 딸 레냐를 만나며 안은 폭풍같은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만다. 말을 잘 하지도 못하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 마그달레나와  쥘리에타와 사랑에 빠져 버린다. 집착, 광기와도 같은 사랑.

 

 

아직 어린애일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몸의 각 부분이 빛을 발산해. 완전히 태양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어. 빛은 아이의 마음에서 나오는 거거든. 

 (319페이지 중에서)

 

 

그녀가 만드는 음악. 음악가에 대한 헌사를 보낸다. 자신이 발굴한 악보나 그것에 대한 기억을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작업. 요약하고, 장식을 제거하고, 잘라내고, 쳐내고, 압축하여 음악을 만든다. 음악을 만드는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나는 피아노 곡을 떠올렸다. 은은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 곡. 안 이덴이 작곡 한듯 그렇게 음악에 빠져 지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솔직히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때도 있었다.

안 이덴 처럼. 나는 안 만큼 냉정하지도 않아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가 힘들어 떠남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도망친 아버지, 도망치는 삶을 사는 안 이덴. 우리는 모두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 또한 지금의 상황에서 아주아주 멀리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새 삶을 준비하는 설렘, 두려움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도 그런 삶을 꿈꾸어본다. 한 번쯤은 나도 도망치고 싶다. 소멸하는 삶, 생성되는 삶. 나도 안 이덴 처럼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다시한번 파스칼 키냐르의 글에 매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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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정이현 지음 / 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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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다. 처음 하는 사랑의 이별에 너무도 가슴이 아파 죽을것만 같은 느낌을 갖기도 했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의 자잘한 이별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이별이 힘들었지만 그동안 많은 이별을 연습했던건지 이제는 이별하는데도 그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다. 서운하고 아쉽지만 또 볼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의 많은 이별 연습에 이별의 아픔에도 어느 정도 무뎌진것도 같다. 그래도 이별은 역시 슬프긴 하다. 마음이 약한 나는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하더라.

 

 

 

 

나는 러브 스토리를 좋아한다.

러브 스토리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것도 없다. 러브 스토리를 읽으며 나는 사랑을 꿈꾸고, 그들의 사랑에 동조하며 주인공 들의 감정에 깊이 이입되어 보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기대되는 러브스토리를 읽었다. 알랭 드 보통과 공동기획한 장편소설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한 낭만주의자인 40대의 남자 벤이 말하는 부부 이야기를 담았다면 정이현은 이십대 남여의 가장 보통의 연애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대한 환상과 러스 스토리의 끝은 결혼이라는 해피앤딩을 다루지 않았다. 우리가 많이 겪어왔던 보통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첫만남.

민아와 준호는 그들의 첫만남을 각각의 방식으로 기억했다. 서른 살의 준호. 그의 기억은 셔츠에서부터 시작됐다. 예전 애인의 200일 기념으로 사준 셔츠를 기억했고, 몇 번의 연애에서 그녀들이 사준 셔츠를 외면하고 다른 셔츠를 입고 가기로 한 준호. 그는 입고 있는 셔츠의 얼룩으로 인해 진한 녹색의 카디건을 하나 사 그 얼룩을 가리고 두살 연하의 그녀를 만나러 나갔다. 그를 이해해 줄 것 같은 여자를 만났다.

 

 

 

 

스물여덟 살의 민아. 두분이 모두 공무원인 그녀의 부모는 정년 퇴임 전에 결혼시키려고 은근한 채근을 하고 있었던 차에 대학 동창으로부터 소개팅을 제안받는다. 소개팅 날 머리를 감으려고 샴푸를 하려하지만 샴푸를 사야한다는 걸 깜빡한 민아. 그녀는 미용실로 향한다. 개인적인 욕실을 갖고 싶은 그녀, 그녀가 좋아하는 바닐라 향이 나는 샴푸를 오로지 혼자 사용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게 그녀가 생각하는 결혼이었다. 소개팅에 나온 남자는 같은 동네에 살고 무언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을 꿈꾸는 미혼남녀의 사랑. 이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모든 이상을 꿈꾼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내가 감추고 싶은 것은 최대한 늦게까지 몰랐으면 하는 것. 언젠가는 말해야겠지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감추고 있다가 우연하게 다른 사람으로 알게 되면 느끼는 실망과 신뢰에의 부정때문에 사랑하는 이들은 때로 힘들어한다. 내가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불안하다. 준호와 민아가 느끼는 점들을 각각 이야기한다.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어떠한 이유로 점점 시들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사람의 이별이란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막 사랑에 빠져 있을때 어느 누구의 말도, 어느 누구의 시선도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그 사랑이 무르익고 어느 정도 권태에 빠질 때쯤 아주 작은 사소한 것 하나에서 조차도 말다툼을 하고 자기 마음을 몰라 주는 것 같아 실망하곤 하는 것 같다.

 

 

 

 

핑크빛 로맨스 소설을 기대했던 내게 이들의 덤덤함은 좀 의외였다.

연애소설은 연애소설 다워야 하지 않느냐고 외쳐보고 싶지만, 이 또한 연애소설의 다른 모습이니 할 말이 없다. 이들의 덤덤함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다가와 우리 곁의 누군가를 보는 것 같았다. 많이들 이렇게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연애 한 번쯤 안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니, 사랑을 한 번쯤 해 본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혹은 뜨끔할지도 모르지. 에필로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에필로그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오래도록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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