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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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남자가 "나를 좀 주워가지 않을래요?' 라고 했을때 그 남자를 주워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나이가 젊고 그 남자 또한 젊고 잘생긴 남자라면, 또 표현 못할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처럼 주워올수도 있을까? 소설 속에서는 그것에 당연히 가능할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실제로는 글쎄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요즘처럼 세상이 무서운데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다들 말리겠지. 만약에라도 그 젊은 남자를 주워온다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그 사람과 동거 하겠지. 바로 사야카처럼.

 

 

어느 날 회식을 하고 약간 취한 상태에서 집에 돌아오는 데 한 남자를 발견했다.

 

지쳐 쓰러진 행려병자입니다. 아가씨, 괜찮으면 저를 좀 주워 가지 않을래요?

절대 물지 않을 겁니다.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은 강아지입니다.  (15~16페이지 중에서)

 

이렇게 말하는 남자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겁을 상실한 듯 보이는 사야카는 그렇게 한 젊은 남자를 집으로 이끌었다. 아침에 일어 났을때 그가 차려준 된장국. 거의 텅 비어 버린 냉장고에서 재료를 찾아내 끓여준 소박한 된장국을 한 입 먹었을때의 그 만족감. 순전히 그것 때문이라고 우기며 사야카는 그렇게 그를 붙잡는다. 나무를 의미하는 수목樹木의 ''자를 쓰고 이츠키 라고 읽는 이름만을 알려준 남자를. 요리와는 담을 쌓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고 도시락 등을 끼니를 때워 온 사야카에게 요리 잘하는 남자 이츠키는 그렇게 요리도 하고 집안일을 해주면 한 집에 기거하게 된다. 그가 요리하는 냄새로 아침을 맞이하고, 담백한 양념을 해 싸 준 정성스런 도시락과 저녁 메뉴들. 그의 음식 솜씨에 점점 빠져든다. 또한 음식에 빠지듯, 그를 보면 얼굴이 발그레해지기까지 한다.

 

 

아주 작은 꽃을 피우는 우리가 들꽃이라고 부르는 것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들꽃들도 다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사야카는 이츠키와 함께 가까운 강변으로 산책을 다니며, 그에게서 야생초 이름들과 어떻게 쓰이는지, 야생초를 꺾어와 만드는 요리를 거들며 그렇게 그와 사랑을 키워 나간다. 하지만 그가 궁금하다. 자신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아 애가 타면서도 물어볼 수가 없다.

 

 

우리가 몰랐던 야생초 들을 만날 수 있었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관상 식물보다 요즘 이상하게 야생화가 눈에 들어온다. 집에 몇가지를 키우고 있기도 하고, 공원에라도 지나가면 하얀색, 노란색, 보랏빛을 발하는 아주 작은 꽃들을 보면 그렇게 이쁠 수가 없다. 겨우내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을 어떻게 느끼고 그렇게 빼꼼히 싹을 틔우는지. 잘못하면 아이들이나 어른들에게 밟힐수도 있는 아주 작은 꽃들이 참 예뻐 그런 꽃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쭈그려앉아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신랑이 집안의 화초들에게 그렇게 말 걸어 달라고 할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다가도 화단 속에 핀 그 조그만 꽃들에게는 다정히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 모습을 신랑이 봤다면 기어코 한마디 하고도 남았을 정도다.

 

 
 
 

책이 참 이쁘다.

야생화들을 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그려져 있는 표지도 예쁘고, 한 챕터마다 소개하는 야생화가 그려져 있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챕터의 표지를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 꽃을 자세히 알고 싶어 사진으로 나왔으면 좋았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집에 있는 건 세밀화로 된 식물도감이라, 책속의 주인공인 사야카가 보는 식물도감이 나도 갖고 싶어졌다. 사진을 들여다보며 들꽃에 대해서 알고 공원에라도 가면 사야카나 이츠키처럼 새로운 들꽃을 알아가는 일을 즐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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