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
로저 오스본 지음, 최완규 옮김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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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여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것 같다. 그저 당연하게 받아 들였다. 가장 가까운 북한이나 중국을 볼때도 민주주의가 아니니 그렇구나 그렇게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이번 책 『처음 만나는 민주주의 역사』를 읽으며 우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생겨났고 발전해 왔는지 알게 되었다. 수많은 전쟁과 그들의 싸움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저자 로스 오스본은 이 책을 쓴 목적을 민주주의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을 짓거나 아예 밀쳐두자는 것이 아니라며 민주주의와 우리 사회의 통치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 양분을 제공해 줄 만한 역사적 밑거름을 제공하자는 것이라 했다.

 

 

아테네를 가리켜 최초의 고대 민주주의 사회였다고 말한다. 자신들의 의사를 제대로 정리해 표현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해 민회를 뒷받침하는 갖가지 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아테네를 비롯해 유럽의 영국과 프랑스, 아시아의 인도와 중국, 아프리카 등을 포함해 각각의 민주주의 역사를 말한다. 최근의 중국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

 

 

민주주의를 논할때 다른 어떤 문화적 습성 보다 중요한 것은 부유층과 줄곧 권력의 지렛대를 틀어 쥐게 해주는 뿌리 깊은 사회 구조이다. (258페이지 중에서)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의 일부다. 거의 모든 신생 독립국 들이 낯선 시대와 장소에서 만들어진 이질적인 정치 문화를 짊어지고 고달픈 생존 투쟁을 시작한 이유다. (435페이지 중에서)

 

수많은 나라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제 한 나라의 정치 체제가 민주주의 인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민주적이냐가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485페이지 중에서)

 

 

민주주의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때 일본의 식민지 였고, 같은 민족인 사람들을 죽여가며 북한과 전쟁을 치룬 이유도 다시 찾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서 그러지 않았나. 윗 글에서처럼 더 나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우리 국민이 끊임없이 정부와 싸우는 이유 또한 민주적으로 정치하길 바라는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미에 민주주의의 두가지 진리를 말한다. 첫째, 민주주의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야 하고,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당한 간섭을 뿌리치고 독자적인 구조와 관행을 도출해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우리의 삶은 처절하게 위축된다고 했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고도 한다.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 우리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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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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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집을 많이 읽었다.

그의 시집이 좋았다고 해야겠다. 그가 내는 시집마다 가슴을 울려서 늘 손에 끼고 읽고는 했다. 그가 15년 만에 새로 시집을 냈다. 그래서 더 갖고 싶은 시집이었다. 그의 시를 읽었다. 어느 한 시를 읽다가 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직박구리의 죽음」이란 시 중 어느 한 부분이었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45페이지 중에서)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가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찾아와 뜰에다 묻어 달라고 온 아이에 였다. 눈발을 날리는 길을 그렇게 걸어간 아이가 다시 돌아와 신발을 건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지금이야 날이 더운 여름이고 비가 내리는 날이지만 그 추운 날 새끼 직박구리가 추울까봐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벗어 내민 그 마음에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서 였다. 때묻은 우리는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못할텐데 그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건넨 것이다. 그 죽은 작은 새 한 마리를 위해 자신은 한쪽 발을 맨발을 하고 있었다.

 

 

어제 가족 중의 한 사람을 땅에 묻고 왔기 때문일까.

유달리 그의 시 중에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이를 그리는 시가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움을 내비치는 시어에서 시인과 교감하는 느낌이었다. 위암 판정을 받은지 2년이 채 못되어 가신 분. 아직 젊디 젊은 분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오열을 하시더라. 어머니의 마음이 그런 것인가. 그 안타까운 심정에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먼저 보낸 시누이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계실까. 그분의 마음들이 류시화 시인의 시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몇년이 지나면 그 사람이 그렇게도 그리울텐데 우리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며 살까. 잊은 듯, 잊혀진 사람인 듯 그렇게 살아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사인이 사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32~33페이지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중에서

                                                         

 

류시화 시인의 시는 언제나 마음속에 들어온다.

사물을 바라보는 그 시선 하나, 그리움을 내뿜는 시어들 하나 하나에도 시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 시를 읽고 마음 속에 담는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슬픔과 그리움 들을 말하는 시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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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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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인의 『끌림』을 읽었던 때가 2010년이었다.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 하얀색 표지 속에 각 국의 사진들과 그의 십 년간의 여행 기록이 있었다.

쓸쓸해보이는 삶의 통찰과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어딘가를 떠도는 듯한 그의 여행 에세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페이지도 없이 기록된 그의 여행의 흔적들은 왠지 마음이 아릿해져 오기도 하더라. 마음을 열고 그의 시적인 글들과 사진들을 들여다 보았었다. 그가 지나갔던 곳들을 사진으로, 글로 들여다보며 여행에 대한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끌림』이 2005년에 나온뒤 7년 만의 신작이란다. 역시나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 심플한 표지다. 푸른 빛의 표지속에 이름 모를 새가 비상하고 있다. 이런 깔끔한 표지 때문에 더 끌리기도 했던 책이다.

 

역시나 페이지가 없는 책이다.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가 몇 페이지인지 알 수 없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이야기가 되는 그런 책이다. 그가 여행지에서 느꼈을 짙은 외로움들이 페이지마다 묻어 나온다. 어쩔수 없는 외로움들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따스함들도 보인다. 여행은 또 저절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랑했던 사람, 다정했던 사람, 지금은 헤어진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과거의 어느 시간속으로 빠져들기도 하는 것 같다. 머물렀던 장소에서의 시간들을 추억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는 모든게 낭만적이 되는 것 같다. 그 당시에는 힘들었을지라도 훗날 사진속으로 보는, 글로 보는 곳들은 낭만적이다.

 

 

7# '뜨겁고 매운 한 그릇' 편에서 보면 그는 석 달을 머물 인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비상약을 준비했고 우비와 비타민, 그리고 그의 분신과도 같은 실컷 찍을수 있는 카메라 필름을 많이 준비했다고 한다. 만약을 대비해 비상 식량으로 라면 5개를 준비했다. 그는 더이상 버틸수 없다고 느꼈을때 불가촉천민들의 집을 생각했다. 그들의 사진을 찍었고 그들의 아이와 놀아주었던 것을 생각해 라면 1개를 끓여 먹을 생각을 한 것이다. 냄비에 물을 붓고 스프를 넣고 라면을 끓이는 모습을 그집의 부모와 네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모른척하고 끓인 라면을 먹었다. 나눠 먹었으면 좋으련만 달랑 5개인 소중하고 소중한 라면을 나눠먹질 못했다. 한국인 여행자들을 그곳에서 만났을때 그들의 야윈 몰골을 보고 그는 라면 2개를 건넸다. 그후 그가 그 마을을 떠나려 할때 하나를 끓여먹고 간절히 원하는 라면 1개를 그들에게 건네주고 그곳을 떠나왔다. 한국인 여행자가 생콩 한 줌을 건네주고 왔다고 했다. 인도의 그 아이들은 라면 봉지 2개에 흙을 붓고 한국인 여행자가 준 콩으로 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한다. 콩을 라면 봉지에 넣고 키우면 라면이 될줄 알았던 그 아이들의 마음에 그는 마음 한쪽이 마구 간질간질 했다고 말한다. 너무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랬을것이다.

 

49#

 

- 거기에 누가  손 잡아 줄 이가 있나요.

 

- 언제는 나에게 손 잡아줄 사람 있었겠습니까?

 

- 손 말고 모가지 묶어줄 사람 구합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시린 겨울 풍경의 사진들이 많았다.

한 겨울의 차가운 겨울 풍경들에서 느끼는 한 줌의 봄볕같은 따스함 이랄까.

그는 살면서 모든 것을 털어 놓아도 좋은 한 사람쯤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한 사람을 정해놓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를 삶의 지표로 삼아 살면 조금쯤은 삶의 부담감이 덜할까. 돌아올 곳이 있으므로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담은 글이라 그런지 역시나 여행을 떠나고 싶게 한다. 여행에 대한 소망이 생긴다. 그가 잠시 머물렀던 곳에 있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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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매듭을 푸는 법 - 뒤엉킨 마음을 풀어야 삶도 풀린다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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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이 불안할 때 우리는 의외의 행동을 하곤 한다.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자꾸 남 탓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속 불안은 모두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데도 들여다 보질 않으려 한다. 내면 깊숙히 숨어 있는 불안의 존재를 들여다 보고 불안 요소들을 밖으로 빼내어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대처 자세가 필요하다. 시험 성적이 엉망일 때 십대의 아이들은 그 스트레스와 성적 하락으로 인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급기야는 자살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십대의 아이들 뿐만이 아닌 어른들의 불안도 마찬가지. 마음속 불안으로 인해 직장 동료들을 시기하며 어느 한 사람을 따돌리기도 하며,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도 왠지 불편하기만 하다. 들여다보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불안 때문인데도 자꾸만 무시하려고만 한다.

 

살아갈 나이보다 살아온 나이가 많아질때,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앞을 향한 시간보다 뒤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문득 예전 같지않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할 때, 지나간 시간과 그 시간 속 젊음을 간직한 자신에 대해서 더욱 그립고 애틋하다. 그래서 더욱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현재의 시간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211 페이지 중에서)

 

내적 갈등과 심리적 취약성을 나타내는 마음속 매듭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사람과의 관계에서 굉장한 어려움을 느낀다. 직장생활 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또는 사랑하는 연인 관계에서도 힘들어하는 걸 볼 수 있다. 상대방을 많이 사랑하는데도 자꾸만 불안해 하며 결국에는 헤어지고 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해서 또 다른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회식자리를 어려워하며 자꾸 빠지는 어느 한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린 시절에 가슴 아프고 두려웠던 일들을 애써 숨겨왔던 이유였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놀림을 받았던 것들이 상처로 남고, 매사에 자신없어 하는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성년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그런 이유들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부모가 이혼한 것이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 자신 말고도 그런 가정들이 많다는 것. 자신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열린 마음으로 대하면 그들도 자신을 진정으로 대하리라는 것을 알수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한, 관계를 떠날 수는 없다. 좋은 관계란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진정한 나를 드러내고 이해받으며, 나 자신도 투명하게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관계다. 또한, 갈등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갈등을 풀어 나갈 힘이 나와 상대 모두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 더 커질 수 있는 관계가 좋은 관계다. (중략) 관계의 시작이며 관계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내면을 먼저 성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68페이지 중에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 하는 일. 내 안의 또다른 나와 소통하는 것만이 우리의 마음속 매듭을 푸는 일이다. 마음속의 고통과 마주하는 일이 곧 마음의 매듭을 푸는 일이다. 어른이지만 마음속은 어린아이 그대로 였던 내 안의 나와 마주하다보면 우리는 한층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좀더 행복해지는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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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에 갔다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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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그다지 우거진 숲도 아니었지만 사람의 발길도 뜸한 이른 아침의 숲은 왠지 두려움이 일게 했다.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면서 들리는 숲의 자잘한 소리들을 들었다. 조금이라도 다른 소리가 들릴라치면 가슴부터 뛰었다. 누군가 나를 해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도 무섭지만 갑자기 동물들이 뛰쳐 나올것도 같았다. 아는 길이었지만 인적이 없는 숲은 지금도 두렵다. 가다가 사람들을 발견했을때의 그 안도감이 생각난다.

만약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우거진 숲에 들어섰다가 방향을 잃어 길을 헤맨다면 그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을 것 같다.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도무지 나가는 일이 보이지 않을때의 그 두려움.  숲의 이야기,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 숲의 두려움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1부는 실종된 형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간 이하인의 이야기이다.

치통때문에 자신을 매일 패기만 했던 형을 찾아달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에 형이 관리인으로 근무하던 서쪽 숲으로 갔다. 새로운 관리인 박인수는 전 근무자를 알지도 못하고, 벌목꾼을 관리하는 진선생을 소개시켜 준다. 마을 사람들에게 형 이경인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형의 소재를 알고 싶어하는 변호사 이하인은 진선생을 만난 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다.  2부에서는 숲의 관리인 박인수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루종일 할 일이 없이 일지를 기록하는 일만이 전부인 그의 숲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와 그의 과거, 현재의 기억들이 춤을 춘다. 꿈을 꾸었던 것처럼, 자신이 한 일들이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꿈속에서 벌어진 일들이기도 하다. 3부는 마을 사람들인 숲에 얽힌 비밀들을 풀어줄 수 있는 열쇠를 가진 사람들 같은 최창기, 이안남, 한성수가 말하는 숲의 이야기이다. 

 

 

이하인이 형 이경인을 찾으로 숲에 들어오고 마을 사람들인 최창기, 이안남, 한성수를 차례대로 만나며 형의 실종을 파헤쳐나가는 중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우리의 주인공이 갑자기 죽어버린 그런 허무함을 느꼈다. 형을 찾으러 온 이하인이 죽어버리면 형 이경인은 누가 찾는단 말인가. 사실 밤에 1부를 읽기 시작했는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두려워 한밤중에 책을 조용히 덮기도 했다. 나무들이 빽빽한 숲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기에. 2부에서 또한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술에 취한 박인수의 행태를 보며 실종된 이경인을 유추할 뿐이다. 3부 또한 마찬가지. 관리인 박인수와 숲에서의 비밀을 쥐고 있는 최창기나 이안남, 한성수가 벌목꾼으로 있었을때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독자들을 후련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모호한 결말로 인해 계속 서쪽 숲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숲에서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경인이 실종되었으며, 또한 새로운 관리인 박인수가 보여주는 행태를 보며 박인수의 모습에서 이경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마치 거울처럼 그들의 모습이 비슷하다. 박인수의 행동이 과거의 이경인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부엉이 소리 또한 마찬가지.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부엉이가 이 책의 어떤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애매모호하다. 사방을 둘러보는 부엉이의 눈, 무언가를 했을텐데. 무슨 일인가를 했을텐데 그것 또한 모호하다. 우리의 상상에 맡기는 것인가. 많은 장치를 숨겨놓고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한다. 마치 불안한 우리의 삶처럼.

 

『서쪽 숲에 갔다』로 편혜영 작가를 처음 만났는데 글이 참 마음에 든다.

미스테리 소설인가 싶으면 아닌 것 같고, 우리를 글에서 꼼짝 못하게 하는 글발도 마음에 든다. 고요히 서 있는 나무들로 뒤덮인 숲속에 가면 이 서쪽 숲이 떠오를 것 같다. 덩굴 때문에 발이 감기고 교교한 소리를 내는 검은 숲. 그 숲속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 들도 떠오를것 같다. 기억속에 숨겨 놓은 숲에서의 일들을, 숲속으로 간 사람들을. 숲속에서 들리는 모호한 소리들에 귀 기울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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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2-08-0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호함, 알지못함으로 인한 불안, 그게 우리네 삶이란 해석에 반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