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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 류시화 제3시집
류시화 지음 / 문학의숲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시집을 많이 읽었다.
그의 시집이 좋았다고 해야겠다. 그가 내는 시집마다 가슴을 울려서 늘 손에 끼고 읽고는 했다. 그가 15년 만에 새로 시집을 냈다. 그래서 더 갖고 싶은 시집이었다. 그의 시를 읽었다. 어느 한 시를 읽다가 난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직박구리의 죽음」이란 시 중 어느 한 부분이었다.
아이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다시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는 신발 한 짝을 내밀며 말했다.
새가 춥지 않도록 그 안에 넣어서 묻어 달라고
한쪽 신발만 신은 채로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을 하고서
새를 묻기도 전에 눈이 쌓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45페이지 중에서)
옆집에 사는 다운증후군 아이가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찾아와 뜰에다 묻어 달라고 온 아이에 였다. 눈발을 날리는 길을 그렇게 걸어간 아이가 다시 돌아와 신발을 건네는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눈물이 계속 흘렀다. 지금이야 날이 더운 여름이고 비가 내리는 날이지만 그 추운 날 새끼 직박구리가 추울까봐 자신의 신발 한 짝을 벗어 내민 그 마음에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서 였다. 때묻은 우리는 그런 걸 전혀 생각하지 못할텐데 그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건넨 것이다. 그 죽은 작은 새 한 마리를 위해 자신은 한쪽 발을 맨발을 하고 있었다.
어제 가족 중의 한 사람을 땅에 묻고 왔기 때문일까.
유달리 그의 시 중에서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이를 그리는 시가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움을 내비치는 시어에서 시인과 교감하는 느낌이었다. 위암 판정을 받은지 2년이 채 못되어 가신 분. 아직 젊디 젊은 분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오열을 하시더라. 어머니의 마음이 그런 것인가. 그 안타까운 심정에 눈물을 흘렸다. 남편을 먼저 보낸 시누이는 지금 어떤 심정으로 계실까. 그분의 마음들이 류시화 시인의 시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몇년이 지나면 그 사람이 그렇게도 그리울텐데 우리는 그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며 살까. 잊은 듯, 잊혀진 사람인 듯 그렇게 살아갈까.
누군가를 사랑하는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사인이 사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32~33페이지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중에서
류시화 시인의 시는 언제나 마음속에 들어온다.
사물을 바라보는 그 시선 하나, 그리움을 내뿜는 시어들 하나 하나에도 시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 시를 읽고 마음 속에 담는다.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슬픔과 그리움 들을 말하는 시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