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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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화로 먼저 만나게 되었었다. 내가 오래전에 좋아했는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했던 작품 '프라하의 봄'이란 제목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이 말하는 무거운 주제 의식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아있는 작품이었다. 우리집에 이 책이 있었고 해서 난 당연히 읽은 줄 알았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책 속에서 말하는 토마시와 테레자, 토마시를 사랑했던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났고, 이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른 여자들과 결코 함께 잠을 자지 않는 남자, 토마시.

어느 날 한 번의 우연한 만남 뒤에 테레자가 프라하의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다. 마치 송진으로 방수된 바구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머리맡에 건져 올려진 아이처럼. 그렇게 다가와 아파 누워있는 바람에 그는 테레자와 일주일을 함께 했다. 아이처럼 그렇게 보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 후 그는 고민에 빠졌다. 어느덧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테레자와 같이 살아야 하는지 아닌지. 함께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지. 그는 자유롭고 싶어하는 남자였다. 테레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도 그는 다른 여자와 만나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화가 사비나를 비롯해 그에게는 늘 여자가 있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테레자, 어느 날 그녀의 가게로 온 한 남자와 잠깐의 만남 뒤 그가 준 명함을 가지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함께 테레자는 아침이 되도록 토마시의 손가락을 꼭 붙들고 잠을 잤다. 아기처럼, 그가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그렇게 절박하게.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토마시에겐 늘 여자가 있었다. 자신을 곁에 두고서도 다른 여자의 냄새를 묻혀오는 토마시 때문에 너무도 힘들어 한다.

 

 

토마시에게 테레자가 있음에도 토마시를 사랑했던 사비나는 그와 헤어지고 역시 아내가 있는 프란츠와 연인관계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역사를 벗어나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어했던 사비나. 그런 사비나를 사랑했던 프란츠. 이처럼 책에서는 토마시와 테레자, 사비나와 프란츠 네 명의 이야기와 과거 체코의 역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1968년은 체코슬로바키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민주화 운동을 막기 위해 소련이 군사 개입하였던 시기였다. 공산주의자들에게 감시를 받고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없었던 그들의 짙은 외로움과 고통 들이 보였다. 

 

 

그들 네 사람과 체코의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 같은 '나'가 등장한다.

그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우리에게 보이며 작가의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철학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삶의 본질과 삶의 이유를 우리에게 묻는다. 이들 네 사람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마음속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심연속에 침잠할 수 밖에 없다.

 

 

소설 인물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355페이지 중에서)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358페이지 중에서)

 

 

삶은 왜 이토록 아픔을 동반하는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때론 고통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너무도 사랑하는 일, 내 마음처럼 상대방도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사랑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한다. 사랑을 갈구할수록 좌절은 더 깊어진다.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아픔과 함께 성장하고 또 성장하게 된다. 삶의 무거운 짐에 짓눌리기도 하며 또 어느 순간엔 떠도는 공기처럼 그렇게 가볍게도 살아간다. 작가 밀란 쿤데라도 말했든 산다는 것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반복이라는 말에 이번처럼 다가온 적도 없는 것 같다. 삶은 첫 번째 리허설이다. 리허설을 하고 우리가 두 번째 인생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두 번째 선택권이라는 게 없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 한 마디, 내가 하는 행동들이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삶인 것이다.

 

 

 민음사의 밀란 쿤데라 전집으로 나온 이 작품 속 표지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들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책의 내용이 표지와 참 잘 어울렸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 다 소장하고싶은 욕심이 생기는 책이었다. 물론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삶과 사랑의 철학이 보이는 이야기 속으로 빠지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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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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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게 『제2회 젊은작가상』수상작인 「물속 골리앗」이었다.

「물속 골리앗」은 크레인 위에서 체불임금을 달라는 시위를 하다 실족사로 죽음을 맞이한 후, 몇십년 만에 찾아온 홍수 때문에 갇힌 아파트에서 당뇨로 죽은 어머니. 흙탕물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지 않을까 애타게 다른 사람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였다. 암흑이 자리한 도저히 빛이라곤 찾을 수 없던 그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후 그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인생 』을 읽었었다. 삶은 자신의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던, 김애란이란 작가를 머릿속에 각인 시켰던 작품이었다. 그런 그녀가 세 번째 소설집을 냈다. 『비행운 』 이란 제목으로.

 

 

소설속 주인공들은 거의 20대의 젊은 이들이다. 「하루의 축」에서 공항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기옥 씨를 빼놓고는 거의 20대와 이제 막 서른이 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물건을 훔쳐 결국엔 교도소에 들어가면서부터 기옥 씨의 머리는 스트레스성 탈모가 시작되어 머릿수건으로 감추고 묵묵히 청소를 하는 그녀의 삶은 한줄기 희망 조차 보이지 않는다. 삶은 그렇게 고달프기만 한 것 처럼. 그녀가 일하는 공항에서 비행운飛行雲 을 본다. 그러면서 자신도 새로운 삶을 찾아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자신의 삶이 비행운非幸運 뿐일지라도. 삶이 비행운非幸運인 사람들은 기옥 씨 뿐만이 아니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에서 학교 다닐적에 마음을 두었던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가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선배는 뚱뚱한 그녀에게 많이 먹기 프로그램에 참여시키자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미영이 나온다. 전세금이 싸다는 이유로 장미빌라로 이사온 부부. 재개발에 들어가는 A구역에 있는 오래된 나무에서 벌레들이 계속 올라오고 급기야 반지 케이스를 떨어뜨려 남편이 없는 새벽 1시에 반지를 찾으로 간 곳에서 갑자기 양수가 터진 임산부의 이야기가 있는「벌레들」.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택시 운전수 이야기「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친구와 함께 간 동남아 여행에서 그들이 묵었던 호텔, 「호텔 니약 따」는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곳, 꿈 속에서 서윤은 누군가를 만난다. 이제는 죽고 없는 그리운 사람을. 다단계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며 자신이 아끼던 학원 제자를 들이 밀었던 이의 이야기 「서른」또한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해도 나쁜 일들만 연속으로 일어나는 이들에게 과연 희망이 보이기는 하는 것일까.

지금보다는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재의 우리 앞엔 어둠만이 깊게 자리한 막막한 어둠뿐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훨씬 더 나을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들.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우리의 오늘이 너무나 막막할 때 우리는 저 멀리 날아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푸르기만 한 하늘을 쳐다 볼 것이다. 그러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자신의 미래에 아주 작은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에 부딪친 청춘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직 젊은 작가 답게 그 또래의 고민과 성장통을 보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다들 내가 더 힘들게 살고 있다고 여긴다. 우리들의 현실에 다가올 미래는 비행운非幸運보다는 비행운飛行雲이었으면. 이 책을 읽은 나 또한 내게 올 비행운飛行雲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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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 - 한국의 미를 세계 속에 꽃피운 최순우의 삶과 우리 국보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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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지역에 갔을때 박물관이 있다면 꼭 찾아가 볼 정도로 우리 선조의 얼이 깃들어 있는 문화재를 들여다보는 일이 즐겁다. 아주 작은 파편 하나에도 그들의 삶이 보이는 듯 하고 우리 문화가 얼마나 고고하고 아름다운지 다시한번 실감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떠난 유적지에서도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거워 앞장서서 걸어다니곤 했다.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서를 읽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많은 문화 유적을 보여주고자 했고,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아 주었으면 했다. 전에는 가고 싶은 곳을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다녔다면 요즘의 나는 먼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책을 접하고 그 설명을 기억하면서 유적지를 돌아보고 있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처음 보기 시작했을때와 현재의 나는 좋아하는 기준이 달라진 것 같다. 전과 달리 나는 우리 문화유산 중 아주 소박한 것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내 마음속의 잡념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유산과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찾고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친 박물관인 혜곡 최순우에 대한 글이다. 그가 개성박물관 서기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만년 과장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의 관장이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았다. 그의 문화재 사랑, 학력이 짧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우리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를 박물관으로 이끈 첫 스승 고유섭은 선조가 남긴 문화유산의 가치, 내용, 시대를 연구하는 일도 민족에 이바지 하는 길이라며 조선 백자와 조선미에 대해 공부하기를 바랐다. 당대의 미술에는 그 시대 사람들과 세계관과 우리 민족만의 독자성이 있다는 걸 강조하며 그게 바로 조선미의 진가라는 걸 상기시켰다.

 

 

 백자달항아리

   조선시대 17세기, 보물 제143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리의 문화와 유산이 모여 있는 박물관이 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된 혜곡 최순우는 평생을 바쳐 박물관을 지켰고 발전시켰다. 그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은 수많은 그의 글에서도 나타난다. 문화재 해설, 미술 관련 에세이, 논문, 사료해제 등 모두 600여편의 글을 썼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유럽과 미국, 일본 등에서 국보 순회 전시회를 열었다. 또한 박물관의 예산이 없어 구입하지 못한 우리 유물들이 외국으로 밀반출하는게 안타까워 호림 윤장섭을 도와 구입하게 하고, 호림미술관을 여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한국전쟁 중에도 그의 두번째 스승인 간송 전형필을 도와 보화각(현 간송 미술관)의 유물들을 지키고자 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삼국시대 7세기초, 국보제83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최순우는 우리 문화를 철저하게 우리의 안목으로 보았다.

당시 미술연구 대부분이 일본이나 혹은 미국, 서구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순우는 우리말, 특히 사라져가는 옛어휘들을 찾아내어 사용했다. 한국미의 근원은 우리나라 산과 들의 편안하고 푸근한 자연환경에 있다고 주장해 온 그는 개성의 해나무골 고향집과 비슷하게 성북동 집을 한국의 아름다움과 기품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몄다. 작은 꽃밭과 갖가지 나무들을 심어 한옥집을 꾸며 우리나라 한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나타내고자 했다.

 

 

사진으로 보는 최순우의 옛집은 조선의 백자달항아리처럼 단아하고 소박하게 보인다. 그곳에 가면 뼛속까지 박물관인으로 살았던 최순우의 발자취를 엿볼수 있을것 같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아름다움을 생각했던 최순우의 마음을 깊이 생각할 것 같다. 내년 봄이나 가을쯤에 서울에 가면 성북동으로 가 간송 미술관에 들른후 최순우 옛집을 둘러보고 싶다. 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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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셀러 - 소설 쓰는 여자와 소설 읽는 남자의 반짝이는 사랑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3
아리카와 히로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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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별을 경험한다. 또한 사랑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을때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소설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거의 많은 소설속 내용들이 사랑을 하다가 결혼을 한다는 등 둘이 하나가 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결말을 느끼게 한다. 솔직히 새드 앤딩이면 마음이 그리 편하지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추리소설속 살인범들도 꼭 잡히기를 바란다. 은연중에 우리는 소설속에서 동화속 결말을 찾고 있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결말을. 삶이 힘들기 때문일까. 우리는 해피앤딩을 바란다. 마치 소설 속의 내용들을 우리 실제 삶과 결부시키며 간절하게 해피앤딩을 바라는 것이다.

 

 

최근에 가까운 사람을 병으로 잃었다.

삶이 그렇게 허무하더라. 겨우 삼 년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건강하고 주위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셨던 분이 병으로 인해 바짝 마른 모습으로, 얼굴엔 병마가 깃들어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안타까울수 없었다. 당신이 아픈 와중에도 병에 걸리신 분의 병원으로 그 먼 길을 운전해 와 병문안을 오셨다. 우리는 그 분의 건강을 더 걱정했는데도 말이다. 삶이 이렇게 한 순간 일줄 몰랐다. 우리가 겪어야 할 일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긴 싫은것 같다.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게 더 솔직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한 남자와 한 여자. 같은 회사에 다니지만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  소설을 쓰는 여자라는 걸, 그 소설을 읽었을때 그 어느 누구의 작품보다도 좋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남자, 둘은 사랑에 빠졌다. 한 사람을 위한 소설 쓰기와 오로지 그녀가 쓴 소설이 좋아 읽고 싶어한 남자. 좋아하는 작가를 만난다는 일은 왠지 상상 속의 일처럼 그렇게 느껴진다. 작가를 동경하고 작가를 만난 기쁨에 어쩔줄 모르는 그 남자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처럼 그렇게 오버랩되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글을 읽고 싶은 마음에 책 욕심을 마구 부리는 사람으로서 같은 마음이었기에 공감을 했다.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한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찾아온다.

 

작가가 돼서 기뻤어. 나는 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날 수 있다는 걸 당신이 가르쳐줬잖아. (104페이지 중에서) 

 

Side A의 이야기는 Side B의 내용과 이어지고 또한 서로 맞물리며 다른 이야기인듯, 같은 이야기인듯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싶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 낸 산물. 되도록이면 해피앤딩을 꿈꾸는 우리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야기는 조금 피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죽음에 이르러서도 끝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여자와 남자를 보며 이들의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였다. 또한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모습은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들이었다.

 

 

연애소설을 맛깔스럽게 쓰는 아리카와 히로가 실제 남편의 모습들을 참고한 자전적 소설이라 한다. 작가들의 글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전에 있었던 일들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은연중에 작품속 주인공 들의 모습에서 작가를 연상한다. 작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모습이 보이는구나 하고 작가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그 공감속에 교감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도 그랬다. 소설을 쓰는 작가와 소설속 여자 주인공, 아내가 쓰는 소설이 좋아 읽는 남자와 역시 소설속 소설 읽는 남자의 모습이 실제 작가의 삶인듯, 소설인듯 그렇게 느껴졌다.

 

 

소설 읽는 내가 소설 쓰는 남자를 만났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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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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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거의 천재적인 그의 글솜씨에 반해버리고 말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말이다. 나도 아는 작가분으로부터 로맹 가리의 책을 소개 받고 처음 읽은 책이 새벽의 약속』이었다. 로맹 가리가 어머니를 추억하는 자전적 소설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고 너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외교관이 될 것이다 라고 간절한 염원을 했던 모성애가 그려졌던 작품이었다. 그후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써 공쿠르 상을 받았던 작품. 열네 살의 모모와 자신을 돌봐 주었던 로쟈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로 가슴속에 굉장한 울림을 주었던 책이었다. 그 뒤로 그의 책을 더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을 가진 비단뱀 그로칼랭을 키우는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인『그로칼랭』을 읽으며 도시인의 우울한 삶, 고독 등을 느낄수 있었다. 그의 글마다 다 다른 특색이 있었으며, 읽다 보면 내용에 쏙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삶, 외교관이면서도 천재적인 소설가였던 이, 또 숱한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던 이 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진 세버그를 만났다. 아내 레슬리가 있는 상태로. 또한 진 세버그도 누군가와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서로 한눈에 반해 버리고 만다. 서로에게 매혹된 그들은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한다. 서로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수근거림에도 그들은 함께 한다. 한 사람 만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유일한 사랑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헤어진 뒤 곁에서 지내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입에 권총을 물고 자살한 로맹 가리와 실종된 지 열흘 만에 자동차에서 죽은 채 발견된 진 세버그의 의문스러운 죽음에서도 그들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 세버그의 사진들을 훑어 보았다. 사진에서처럼 짧은 커트 머리의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발랄하고 풋풋해 보이는 그녀. 스물한 살의 진 세버그와 마흔다섯 살의 로맹 가리. 스물네 살의 나이 차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고 말 진 세버그였다. 그런 그녀가 흑인 인권 운동에 뛰어 들어 점점 추락하며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 이야기를 세기의 사랑처럼 영화적인 면을 은근히 기대했었나 보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그들의 아들 알렉상드르 디에고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그런 로맨틱한 이야기들을. 내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매혹된 상태에서부터 그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서로에게 맞물리는 시간들 까지를 말한다. 그런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달콤하지만은 않다. 저만치서 바라보는 듯, 약간은 차가운 감성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열정적이고도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 그후의 애틋한 우정과 연민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마지막 작별에 이르기까지.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과 삶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영화처럼 느껴졌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

 

로맹 가리가 힘들때마다 마음을 풀어 놓았을 그의 소설들을 좀더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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