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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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거의 천재적인 그의 글솜씨에 반해버리고 말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말이다. 나도 아는 작가분으로부터 로맹 가리의 책을 소개 받고 처음 읽은 책이 새벽의 약속』이었다. 로맹 가리가 어머니를 추억하는 자전적 소설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걸고 너는 예술가가 될 것이다, 외교관이 될 것이다 라고 간절한 염원을 했던 모성애가 그려졌던 작품이었다. 그후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에밀 아자르 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써 공쿠르 상을 받았던 작품. 열네 살의 모모와 자신을 돌봐 주었던 로쟈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로 가슴속에 굉장한 울림을 주었던 책이었다. 그 뒤로 그의 책을 더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열렬한 포옹이라는 뜻을 가진 비단뱀 그로칼랭을 키우는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인『그로칼랭』을 읽으며 도시인의 우울한 삶, 고독 등을 느낄수 있었다. 그의 글마다 다 다른 특색이 있었으며, 읽다 보면 내용에 쏙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삶, 외교관이면서도 천재적인 소설가였던 이, 또 숱한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던 이 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진 세버그를 만났다. 아내 레슬리가 있는 상태로. 또한 진 세버그도 누군가와 이미 결혼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들은 서로 한눈에 반해 버리고 만다. 서로에게 매혹된 그들은 그 마음을 멈추지 못한다. 서로에게 달려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수근거림에도 그들은 함께 한다. 한 사람 만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유일한 사랑이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헤어진 뒤 곁에서 지내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입에 권총을 물고 자살한 로맹 가리와 실종된 지 열흘 만에 자동차에서 죽은 채 발견된 진 세버그의 의문스러운 죽음에서도 그들은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 세버그의 사진들을 훑어 보았다. 사진에서처럼 짧은 커트 머리의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발랄하고 풋풋해 보이는 그녀. 스물한 살의 진 세버그와 마흔다섯 살의 로맹 가리. 스물네 살의 나이 차이.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고 말 진 세버그였다. 그런 그녀가 흑인 인권 운동에 뛰어 들어 점점 추락하며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 이야기를 세기의 사랑처럼 영화적인 면을 은근히 기대했었나 보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그들의 아들 알렉상드르 디에고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그런 로맨틱한 이야기들을. 내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매혹된 상태에서부터 그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서로에게 맞물리는 시간들 까지를 말한다. 그런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달콤하지만은 않다. 저만치서 바라보는 듯, 약간은 차가운 감성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열정적이고도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 그후의 애틋한 우정과 연민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마지막 작별에 이르기까지.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사랑과 삶은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영화처럼 느껴졌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

 

로맹 가리가 힘들때마다 마음을 풀어 놓았을 그의 소설들을 좀더 살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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