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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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영화로 먼저 만나게 되었었다. 내가 오래전에 좋아했는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했던 작품 '프라하의 봄'이란 제목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이 말하는 무거운 주제 의식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아있는 작품이었다. 우리집에 이 책이 있었고 해서 난 당연히 읽은 줄 알았다. 『책은 도끼다』를 읽고 책 속에서 말하는 토마시와 테레자, 토마시를 사랑했던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생각났고, 이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해 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다른 여자들과 결코 함께 잠을 자지 않는 남자, 토마시.

어느 날 한 번의 우연한 만남 뒤에 테레자가 프라하의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다. 마치 송진으로 방수된 바구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다가 그의 침대 머리맡에 건져 올려진 아이처럼. 그렇게 다가와 아파 누워있는 바람에 그는 테레자와 일주일을 함께 했다. 아이처럼 그렇게 보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 후 그는 고민에 빠졌다. 어느덧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테레자와 같이 살아야 하는지 아닌지. 함께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지. 그는 자유롭고 싶어하는 남자였다. 테레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 후로도 그는 다른 여자와 만나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화가 사비나를 비롯해 그에게는 늘 여자가 있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테레자, 어느 날 그녀의 가게로 온 한 남자와 잠깐의 만남 뒤 그가 준 명함을 가지고 그의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 함께 테레자는 아침이 되도록 토마시의 손가락을 꼭 붙들고 잠을 잤다. 아기처럼, 그가 아니면 안되는 것처럼, 그렇게 절박하게.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토마시에겐 늘 여자가 있었다. 자신을 곁에 두고서도 다른 여자의 냄새를 묻혀오는 토마시 때문에 너무도 힘들어 한다.

 

 

토마시에게 테레자가 있음에도 토마시를 사랑했던 사비나는 그와 헤어지고 역시 아내가 있는 프란츠와 연인관계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역사를 벗어나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어했던 사비나. 그런 사비나를 사랑했던 프란츠. 이처럼 책에서는 토마시와 테레자, 사비나와 프란츠 네 명의 이야기와 과거 체코의 역사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1968년은 체코슬로바키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민주화 운동을 막기 위해 소련이 군사 개입하였던 시기였다. 공산주의자들에게 감시를 받고 자유롭게 행동을 할 수 없었던 그들의 짙은 외로움과 고통 들이 보였다. 

 

 

그들 네 사람과 체코의 역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 같은 '나'가 등장한다.

그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우리에게 보이며 작가의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철학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삶의 본질과 삶의 이유를 우리에게 묻는다. 이들 네 사람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마음속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심연속에 침잠할 수 밖에 없다.

 

 

소설 인물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355페이지 중에서)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358페이지 중에서)

 

 

삶은 왜 이토록 아픔을 동반하는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때론 고통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너무도 사랑하는 일, 내 마음처럼 상대방도 나만을 바라보고 나만을 사랑했으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안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한다. 사랑을 갈구할수록 좌절은 더 깊어진다.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아픔과 함께 성장하고 또 성장하게 된다. 삶의 무거운 짐에 짓눌리기도 하며 또 어느 순간엔 떠도는 공기처럼 그렇게 가볍게도 살아간다. 작가 밀란 쿤데라도 말했든 산다는 것은 가벼움과 무거움의 반복이라는 말에 이번처럼 다가온 적도 없는 것 같다. 삶은 첫 번째 리허설이다. 리허설을 하고 우리가 두 번째 인생을 선택하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두 번째 선택권이라는 게 없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 한 마디, 내가 하는 행동들이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삶인 것이다.

 

 

 민음사의 밀란 쿤데라 전집으로 나온 이 작품 속 표지들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들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책의 내용이 표지와 참 잘 어울렸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 다 소장하고싶은 욕심이 생기는 책이었다. 물론 밀란 쿤데라가 말하는 삶과 사랑의 철학이 보이는 이야기 속으로 빠지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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