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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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게 『제2회 젊은작가상』수상작인 「물속 골리앗」이었다.

「물속 골리앗」은 크레인 위에서 체불임금을 달라는 시위를 하다 실족사로 죽음을 맞이한 후, 몇십년 만에 찾아온 홍수 때문에 갇힌 아파트에서 당뇨로 죽은 어머니. 흙탕물 속에서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지 않을까 애타게 다른 사람의 흔적을 찾는 이야기였다. 암흑이 자리한 도저히 빛이라곤 찾을 수 없던 그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후 그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인생 』을 읽었었다. 삶은 자신의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던, 김애란이란 작가를 머릿속에 각인 시켰던 작품이었다. 그런 그녀가 세 번째 소설집을 냈다. 『비행운 』 이란 제목으로.

 

 

소설속 주인공들은 거의 20대의 젊은 이들이다. 「하루의 축」에서 공항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는 기옥 씨를 빼놓고는 거의 20대와 이제 막 서른이 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 위해 물건을 훔쳐 결국엔 교도소에 들어가면서부터 기옥 씨의 머리는 스트레스성 탈모가 시작되어 머릿수건으로 감추고 묵묵히 청소를 하는 그녀의 삶은 한줄기 희망 조차 보이지 않는다. 삶은 그렇게 고달프기만 한 것 처럼. 그녀가 일하는 공항에서 비행운飛行雲 을 본다. 그러면서 자신도 새로운 삶을 찾아 하늘을 훨훨 날아가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자신의 삶이 비행운非幸運 뿐일지라도. 삶이 비행운非幸運인 사람들은 기옥 씨 뿐만이 아니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에서 학교 다닐적에 마음을 두었던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가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선배는 뚱뚱한 그녀에게 많이 먹기 프로그램에 참여시키자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미영이 나온다. 전세금이 싸다는 이유로 장미빌라로 이사온 부부. 재개발에 들어가는 A구역에 있는 오래된 나무에서 벌레들이 계속 올라오고 급기야 반지 케이스를 떨어뜨려 남편이 없는 새벽 1시에 반지를 찾으로 간 곳에서 갑자기 양수가 터진 임산부의 이야기가 있는「벌레들」.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택시 운전수 이야기「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친구와 함께 간 동남아 여행에서 그들이 묵었던 호텔, 「호텔 니약 따」는 자신이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있는 곳, 꿈 속에서 서윤은 누군가를 만난다. 이제는 죽고 없는 그리운 사람을. 다단계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며 자신이 아끼던 학원 제자를 들이 밀었던 이의 이야기 「서른」또한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해도 나쁜 일들만 연속으로 일어나는 이들에게 과연 희망이 보이기는 하는 것일까.

지금보다는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현재의 우리 앞엔 어둠만이 깊게 자리한 막막한 어둠뿐이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훨씬 더 나을거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들.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우리의 오늘이 너무나 막막할 때 우리는 저 멀리 날아가는 구름을 쳐다보고 푸르기만 한 하늘을 쳐다 볼 것이다. 그러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자신의 미래에 아주 작은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불안하고 막막한 현실에 부딪친 청춘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직 젊은 작가 답게 그 또래의 고민과 성장통을 보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다들 내가 더 힘들게 살고 있다고 여긴다. 우리들의 현실에 다가올 미래는 비행운非幸運보다는 비행운飛行雲이었으면. 이 책을 읽은 나 또한 내게 올 비행운飛行雲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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