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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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말이그말이에요 #김제동 #나무의마음

 

잘 지내나요?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하는 말이다. 가장 평범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말. 누군가 안부를 묻는 한마디에 위로를 느끼게 된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 공감의 표시로 '내 말이 그 말이야'라고 하는 것처럼. 마치 저자의 토크 콘서트 같은 에세이다. 임시 보호를 맡았던 반려동물 탄이와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전국을 누비며 위로와 공감을 주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송가에서 볼 수 없는 그의 육성을 듣는 듯했다. 어른들보다는 청소년들에게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청소년들의 답변에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일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다. 방송가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많다. 반려견은 고양이와는 또 다른 동물인 것 같다. 매일 산책을 시키는 일이 그 첫 번째다. 밖에 나가지 않으면 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던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강연을 다녀온 후 하루종일 기다렸을 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뿐 아니라 어느덧 가족이 되어 그의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제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외출했다 돌아오는 그를 향해 달려와 몇 바퀴쯤 돈다. 반가움의 표시에 하루의 피로를 잊을 것이다. 우리집 고양이도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데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침대에서 뛰어 껑충껑충 달려오는 것처럼.

 






김제동의 글은 재미있다. 글에서도 방송에서의 말솜씨가 묻어나는데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그중의 하나, 그의 팬클럽 이름이 <베드로>란다. 누가 김제동의 팬이냐고 물으면 세 번 부인을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의 이름을 땄다. 파안대소를 했다. 나 또한 김제동의 팬이라고 광고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요란하기 보다는 조용한 팬이다. 있는 듯 없는 듯. 그가 책을 쓰면 조용히 구입하는 사람이랄까.

 


저 사람 혹시 당신 팬이야?

누가 이렇게 물으면

아닌데요!×3”

이렇게 동트기 전에 세 번 부인할 거예요.

그러나 우리는 다시 믿음으로 만날 거예요.

베드로!! (261페이지)


 

반려견을 산책하고 있을 때, '탄이 아빠'라고 부르는 통장님을 향해 '탄이 형'이라고 불러 달라는 사람.

아저씨는 어떻게 힘든 일을 이겨내셨어요?”

못 이겨냈는데.”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애들이 막 ~ 못 이겨냈대.”

이렇게 말하면서 웃어요. (10페이지) 아이들을 공감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사람. 마음이 따뜻하고 유머 있는 사람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김제동은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시원하게 답변해주는 사람이다. 짧고 굵직한 답변, 위트 있는 답변이 꼭 법륜스님 같다. 법륜스님과 친하게 지낸다는 어머니의 염려에 전도하려고 만난다는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다. 그의 말 한마디가 우리를 웃게 하고 시름을 잊게 한다. 정치적으로 핍박받을 때 저자라고 해서 어찌 상처받지 않겠나. 하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위로를 받는다.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타인을 위하기보다 나를 위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따뜻한 밥 한 끼, 비록 맛김에 실패한 두부 짜글이 하나인 소박한 밥상에서 잘 먹는 일이야말로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걸 배운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를 방송에서 보고싶다. 그의 강연을 듣거나 그가 쓴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거야말로 행복해지는 일 아닐까.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말 한마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너로 살아도 괜찮다. (45페이지)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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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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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여름에내가닿을게 #안세화 #창비교육

 

소설을 읽고 나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으면 발견하는 것들이 생긴다. 가령 소설의 첫 장의 의미를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는 것. 깊게 읽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한다. 정독한다는 것.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 인물을 이해하는 것.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을 앞둔 은호와 도희에게 스토커가 나타났다. 누군가 지켜보는 시선과 SNS에 올린 사진에서 걸리는 게 있었다. 하얀색 경차였다. 당황한 은호와 도희는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탐색해 만난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다니는 학원도 달랐다. 무슨 이유로 스토킹을 하는 것인지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둘의 사진을 SNS에 찍어 올렸다. 그리고 한 여자가 나타났다. 은호와 도희는 접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래된 사진첩, 일기장을 뒤져 그들이 여섯 살 여름에 바닷가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다에 빠진 그들을 구하고 죽은 열여덟 살 수빈이 있었다는 것도. 은호와 도희는 사건이 있었던 바닷가 마을 소소리로 떠난다.




 


12년 전, 수빈의 사고 후 도망치듯 고향을 떠난 나은은 최근 꿈을 꾸기 시작했다. 수빈이 죽기 직전으로 돌아가는 꿈이었다. 과거로 돌아가 수빈을 막으면 수빈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수빈의 죽음을 막으면 지금 살아있는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꿈속에 미래를 바꿀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은은 고민에 빠진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도희와 은호는 그들이 여섯 살에 사고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 부모는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그 사실을 숨겼다. 가족에게 물어봐도 표정만 어색해질 뿐이었다. 부모 입장에서 당연히 숨기고 싶었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자기들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면 현재의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까. 삶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도희와 은호는 사건이 일어난 소소리 마을로 향했다. 이상하다. 다른 작품 같으면 도희와 은호를 이처럼 살갑게 맞아주지 않을 것 같다. 말도 걸지 않을 것 같고, 왜 왔느냐며 타박을 할 것도 같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웃으며 맞아준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눈에 알아본다. 놀랐던 건 또 있었다. 수빈의 친구들 지훈이나 세미, 바우가 찾아와 궁금했었다며 다정하게 대해주었다. 수빈의 어떤 아이였는지 말해주었다. 슬픔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 때문이었을까.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수빈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수빈의 영상과 마주했다. 평범한 열여덟 살의 수빈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보며 펑펑 울었다. 수빈이 살았다면 영상에서처럼 밝고 환하게 웃었을 것이다. 죽음은 이처럼 슬픈 것이다. 그럼에도 소소리 마을 사람들은 의연했다.

 


죽음에 관련된 내용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밝은 느낌을 준다. 현재의 열여덟 살, 과거의 열여덟 살, 모두 눈부신 나이다. 원하는 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 삶에 대한 모험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했다.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된 청소년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 해답을 말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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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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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야식 #하라다히카 #알에이치코리아 #도서협찬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점이나 도서관을 주제로 한 소설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어디 소설뿐일까. 서점을 탐방하는 에세이, 사진집, 도서관을 여행하는 이야기들을 찾아 읽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 작가 하라다 히카의 도서관의 야식도 도서관이라는 제목 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던 오토하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퇴사 후 이직하려던 오토하에게 DM이 와 책과 관련된 일을 소개했다. 그게 밤의 도서관이다. 밤의 도서관은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고, 근무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심야 1시까지다. 일반 도서관과는 다르게 평범한 책이 없다. 도서관에서 다루는 책은 전부 세상을 떠난 작가의 장서다. 작고한 작가의 책을 기부받아 전시하고 정리하는 일이 도서관 직원의 업무다.

 





도서관의 오너를 만난 사람은 없다. 비밀에 싸인 오너와는 별개로 직원들 복지는 좋은 편이다. 급여가 많지 않지만, 기숙사를 배정해주고 야간 휴식 시간에 야식을 만들어준다. 도서관의 야식은 작품에서 나오는 음식이다. 예를 들면 시로밤바의 카레나 빨간 머리 앤의 빵과 버터와 오이가 들어간 샌드위치다. 이 모든 음식을 만들기 위해 기노시타는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음식을 만들었다. 작품에서 나오는 음식이라니, 너무도 소설적이다.

 


도서관 직원은 서점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책을 좋아해 사서로 일하기도 했고, 헌책방을 경영하기도 했다. 각자가 가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으나 어느 순간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가 도서관장의 메시지를 받았다. 각자의 사연과 작품 속 음식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서관의 매니저 사사이의 사연이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사사이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밤의 도서관이 탄생하는 과정이 나온다. 도서관장과 사사이가 처음 만나는 과정이 긴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있다. 삶이란 절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행복과 자유로운 영혼이란 어떤 것인가, 어떤 미래를 계획할 것 인가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좋아했던 작가의 부고 소식과 함께 장서 기증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복면 작가로 불렸던 다카시로 미즈키의 집에 방문해 책을 정리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화장실의 장식장, 옷장의 틈새에까지 책들이 쌓여 있었다. 유명한 작가가 소장한 장서들은 큰 의미가 있다. 소장한 책을 보고 작가가 사랑한 책의 의미를 새긴다. 사이가 틀어진 작가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 또한 다른 작가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말한다. 작가의 사후 장서가 궁금해 찾아온 작가는 장서 중에서 자기가 출간한 모든 책을 소장했다는 것을 알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그 사연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출판 관계자들은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서점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황이 어려워 서점 문을 닫아 그만두었다는 사연이 나온다. 현재 서점의 상황과 판타지적인 이야기가 독자를 끌어당긴다. 책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 책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하라다 히카 작가의 다른 책들을 보니 음식과 관련된 책들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낮술>이 궁금하다. 낮술을 즐기는 자의 궁금함이랄까.

 


 

#도서관의야식 #하라다히카 #알에이치코리아 #RHK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일본소설 #밤의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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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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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여신 #히가시노게이고 #소미미디어


 

월향신사의 좁은 덤불숲을 들어가면 녹나무 한 그루가 있다. 초하룻날과 보름날 밤에 나무의 우묵한 동굴에 들어가 밀초에 불을 켜고 염원을 한다. 예념자와 수념자를 이어주는 이가 녹나무 파수꾼이다. 파수꾼 레이토는 오늘도 신사의 경내를 청소하고 있다. 레이토의 시선을 따라가면 다양한 사람들이 기념하러 온다. 녹나무의 파수꾼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뤘던 녹나무의 파수꾼에 이어 녹나무의 여신은 신사를 찾아온 고등학생 소녀의 동생들과 잠을 자고 나면 기억을 잃은 소년이 찾아오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내용이다. 행복이라는 건 어디서 오는지 묻고, 전체적으로 따스함과 뭉클함을 주는 소설이다.

 


월향신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팔아달라며 유키나와 동생들이 찾아와 시집을 맡기고 그 시집을 읽은 한 중년 남자는 다음에 주겠다며 시집을 그냥 들고 나간다. 시집을 누가 사겠느냐며 거절하려 했던 레이토는 유키나가 마음 상할까 봐 독후감을 남겨 전해준다. 인지장애가 있는 치후네를 따라 갔던 곳에서 자고 나면 기억을 잃은 소년을 만나 스타워즈와 관련된 대화를 하는데 소년은 모처럼 이야기가 통한 사람을 만났다며 기뻐한다.




 


소설에서 한 장이 끝나면 내일의 나에게라는 일기가 펼쳐진다. 자고 나면 기억을 잃는 소년이 내일을 위하여 쓴 일기다. 일기에서 중학생 모토야는 레이토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고 쓴다. 녹나무에 대한 시를 쓴 유키나의 시집을 모토야에게 주자 그는 시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린다. 녹나무를 여신으로 표현하는 그림이었다. 레토야는 유키나와 모토야를 이어준다. 함께 그림을 그리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쩐지 뭉클해진다. 누군가와 대화가 할 수 있다는 거,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처럼 중요한 게 없다.

 


녹나무에 맡긴 염원은 반영구적으로 남게 됩니다. 다만 두 가지 예외가 있어요. 첫째는 같은 사람이 두 번 이상 예념하는 경우인데, 먼저 맡긴 염원은 나중 것으로 갱신됩니다. 요즘 말로는 업데이트라는 게 될까요. 또 한 가지는 예념한 당사자가 수념하는 경우인데, 그 염원은 녹나무에서 완전히 소실됩니다. 그 뒤에는 아무도 수념할 수 없어요. …… 그러니 그 방법을 이용해 추억을 되찾더라도 기회는 단 한 번이에요. 두 번은 없습니다. 예념한 당사자의 수념이 금지 사항이 아니지만, 감행할 거라면 그 점을 명심하도록 하세요. 그게 파수꾼의 역할입니다. (326페이지)

 


모토야에게 소원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가게 '단맛집'에서 만든 매실 찹쌀떡을 먹고 싶다는 거였다. 다른 기억은 잊었어도 찹쌀떡의 맛은 잊지 않고 있었다. 죽기 전에 먹어보고 싶다는 말에 레이토는 모토야에게 매실 찹쌀떡을 먹게 해주고 싶었다. 찹쌀떡을 만드는 과정이 나오는데, 모토야가 진정으로 원했던 건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얼마나 단순한 것인가.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소원이 있다면 뭔가 거창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주 작은 것이다. 가족이 함께 모여 무언가를 먹었던 장면 하나가 오래도록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우리의 모든 순간이 훗날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녹나무의여신 #히가시노게이고 #소미미디어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문학 #일본소설 #녹나무의파수꾼 #염원 #기원 #힐링소설 #녹나무두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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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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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말들 #조소연 #북하우스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고통과 상실에서 벗어나고자 멀리 떠나온 세계에서 어머니의 삶을 비로소 들여다볼 수 있었던 용기와 여성에 대한 인식과 상처에 대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아주 폭력적인 방식으로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추방되었다. 이것은 어둠 속으로 추방된 자가 지상낙원의 세계에서 추방된 또 다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7페이지)

 


나는 죽은 엄마의 삶을 잘 알지 못한다. 엄마와는 거의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고, 나와는 좀처럼 속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반면 여동생에게는 이러저러한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자매들이 모였을 때 엄마와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내가 모르는 엄마가 많았다. 아빠를 좋아해 결혼했지만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었던 아빠 때문에 상처받았던 이야기들 같은 거. 엄마와 딸이야말로 멀고도 가까운 관계인 것 같다. 자매 중의 한 명과는 더 각별한 사이로, 다른 자매와는 덤덤한 관계로 지내는 것처럼.




 


폭력적인 방식이란 어머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말한다. 첫 문장에서부터 이 책이 가진 고통과 그로 인한 상처가 눅진하게 깔려 있다. 어머니의 외도와 욕망, 자살을 말할 수 있게 된 것. 어머니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며 상실과 고통의 세계에서 언어의 세계로 다다르게 된 것 같다.

 


글쓰기는 애도와 치유의 과정이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이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여성이 느끼는 수치심, 히스테리의 역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비친 모성과 여성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수치심의 발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수치심을 느껴야 했던 사회였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친족간의 성추행을 수치심의 발로로 여겼던 과거의 시간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언어의 복원 삶이 사라지면 언어도 사라진다. 자신의 언어를 되찾는 일은 부서진 삶을 되찾는 일이다. 그 사라진 것들을 다시 기억해내고 불러들여 언어의 형태로 재배열함으로써 황무지의 시간에 비로소 생명의 물이 흐르게 하는 일. (221페이지)

 


떠도는 말들 바람은 죽어서 떠도는 자들의 울음이자 말소리. 그것은 언어의 형태가 아닌, 구천에서 들려오는 통곡 소리, 서러움, 비명이다. (238페이지)

 


하나의 장이 시작되면 주제어를 마치 사전처럼 설명해 놓았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유추할 수 있었고, 응축된 설명에 대한 언어의 쓰임새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 사람의 죽음은 남아 있는 자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준다. 죽음의 이유와 상관없이 고통에 신음한다. 어머니의 삶을 조망하며 위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발췌 문장을 보라. ‘언어의 기원떠도는 말들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눈물마저 차오른다.

 


기록은 기억이자 용서이며 나아가 삶의 역사다. 저자는 어머니에 대한 기록을 언어화시키며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했다. 어머니가 살아온 날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새로운 언어로 탄생시켰다. 고통스러운 진실을 드러내고 파헤치면서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어머니를 이해하며 더 나아가 자신의 새로운 언어로 탄생하는 과정을 묵묵히 써내려간 글이었다. 비로소 안식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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