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제스틱극장에빛이쏟아지면 #매튜퀵 #창비

 

미국의 총기 학살 소식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줄만 알았다.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칼부림을 하거나 등산로에서 여성을 공격하는 사건이 나날이 발생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두렵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고 깊은 슬픔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방법 하나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를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만약 사건 발생 당사자, 즉 가해자의 동생이 우리 집으로 왔다면 제대로 반겨줄 수 있을까.

 


머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루카스가 칼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칼은 융 심리학을 전공한 정신분석가다. 칼 또한 머제스틱 극장에서 아내를 잃고 비통해했다. 칼이 더 이상 분석을 할 수 없다고 전했지만, 루카스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칼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의 감정, 슬픔, 사건이 일어난 후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전하며 이제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을 분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루카스는 아내 다아시를 사고로 잃었지만 천사로 변하여 날개 달린 모습으로 곁에서 안아주고 살아갈 방법을 전한다. 칼에서 편지를 쓰라고 한 것도 다아시였다. 다아시의 친구인 질이 그를 보살피려 집으로 들어와 함께 지낸다. 어느 날 그의 집 뒷마당에 엘리가 들어와 텐트에 불을 밝힌다. 엘리는 머제스틱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제이콥의 동생이었다. 엘리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에게 상담을 받았던 학생이었다. 루카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엘리를 보살피며 그가 학교로 돌아가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를 바랐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마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떠올리기만 해도 도움이 됐어요. 오늘 밤 여기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도움이 돼요. 당신이 없었다면 분명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269페이지)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고통받는 생존자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달리기 위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해자의 동생인 엘리를 처음엔 배척했으나 그게 서로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는 일임을 깨닫고 동참하기로 했다. 일련의 과정을 글로 쓰는 작업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하나되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저 빛 속에 우리가 있어.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와 머제스틱 마을 사람들이.

우리.

우리가 빛이에요. (338페이지)


 

고통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과 동시에 루카스는 엘리의 미래를 위해 길을 열어주며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보살피듯 했다. 정신분석가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에서 치유 받는 모습을 보인다. 아내 외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던 루카스는 엘리와 함께 영화를 만들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 마음의 변화가 필요한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

 


작가 스스로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었기에 융 심리학을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했다. 자기의 경험을 살려 융 분석심리학이 소설 전체적으로 내포되어있다. 융 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대비는 학문이기도 하다. 답장 없는 칼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다 보면 소설의 말미에는 답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지 못한 결말이 안타까웠다. 타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과 나 자신의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다른 것 같다.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랑에 관한 이야기,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머제스틱극장에빛이쏟아지면 #매튜퀵 #창비 #미디어창비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치유 #박산호 #힐링소설 #힐링 #신간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린 레터 - 잎맥의 사랑 연대기
황모과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린레터 #황모과 #다산책방

 

소설은 상상의 산물이다. 물론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인 건 상상력의 세계를 글로 표현한 것이다. 아울러 작가의 상상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사랑하는 이여, 부디 건강하길, 어디서든 안전하고 평안하길. (51페이지)

 



책 소개글에 혹해 구매 후 읽게 된 책이다. 보라. ‘얼음산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륀이 비티스디아라는 식물의 잎을 해석하려고 애쓴다. 비티스디아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희귀종 식물이다.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 잎새에 간직하고 그걸 해석하는 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잎맥의 사랑 연대기'라니.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황모과의 그린 레터는 디아스포라의 소설이면서도 사랑의 연대기여서 마음 한구석에 따뜻해지는 작품이었다. 디아스포라의 세계를 그리는 대부분의 작품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린 레터는 식물을 매개로 하여 인연과 그로 인해 평생의 사랑을 간직하고 찾아 헤매는 내용이다. 희망의 메시지, 사랑의 메시지로 가득하여 디아스포라라는 생각을 잠시 잊었다.





 



식물을 기를 때, 음악을 들려주거나 사람에게 하듯 다정하게 말을 건네라는 말을 남편에게 들었다. 처음엔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지만, 지금은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어서 잘 자라라고, 새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라는 마음을 담는다. 만약 식물이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면, 쿠진족의 비티스디아처럼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잎맥을 받은 사람은 그걸 해석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굳이 잎밖에 내어 말하지 않아도 잎맥 하나로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SF 혹은 판타지로만 끝나는 소설도 아니다. 분쟁국가의 한 가운데서 양쪽으로 갈라져 오갈 수 없는 지역이 되고, 쿠진족이라는 세계에 있었던 이들은 그들이 속한 얼음산국에 가기 위해서 종이로 된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했었다. 분단국가가 된 우리나라를 짐작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푸룬이 로밀야에게 향하는 마음을 담은 엽첩과 반대로 로밀야가 푸룬에게 마음을 전하는 엽첩은 사랑이라는 건 어떤 순간에도 스러질 수 없는 깊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증조 할아버지가 키우던 비티스디아 잎맥을 해석하는 연구에 매달렸던 이륀에게 비티스디아의 해독키를 가지고 있다는 메일이 오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쿠진족을 일컫는 무시의 대명사(, 쿠진족이야? 같은)로 치부되지 않기 위해 비록 4분의 1이지만 쿠진족이라는 말을 숨겼던 이륀이었다. 증조 할아버지와 비티스디아 해독키를 가지고 있었던 마을을 만든 선조 할머니가 서로에게 건네는 마음은 감동하기에 충분하다. 푸룬이 가족에게 겉돌았던 이유도 사랑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사랑이 싹트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비티스디아는 결혼을 앞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식물을 키워 사랑하는 사람에게 잎사귀를 건네는 풍습이었다. 비티스디아 잎사귀를 편지 삼아 건넸던 것이다. 비티스디아 정원을 보고 싶다는 이륀의 말에 부끄러워하는 발루의 표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일제 강점기를 생각나게 하는 게 몇몇 보인다. 돈을 벌기 위해 탄광에 가서 일했던 결과와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는 국가, 독립을 외치는 단체와 그들을 무시하는 발언에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해 식물을 키우고, 잎맥에 깃든 마음을 알게 되는 일.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은 이처럼 어떠한 순간에도 꽃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그린레터 #황모과 #다산책방 #다산북스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잎맥 #SF #SF소설 #디아스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서점
이비 우즈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라진서점 #이비우즈 #인플루엔셜

 


책이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것처럼 말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은 출간되고 있고,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종이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도 책 읽는 사람은 계속 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책을 주제로 한 서점 이야기가 이토록 매력적인걸 보면 말이다. 비단 나 혼자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사라진 서점은 작가 이비 우즈의 네 번째 소설로 아일랜드의 더블린과 파리를 배경으로 한 책과 서점에 관한 소설이다.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을 담당하는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이다.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더블린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서점을 찾아 헤매는 남자 헨리와 남편을 피해 멀리 도망쳐 서점이 있던 저택에서 입주 가정부로 일하는 여자 마사다. 헨리는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두 번째 작품이 존재했을 거로 보고 애타게 찾고 마사는 그와 함께 오펄린의 행적과 사라진 작품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한다.






 

마사의 존재가 수수께끼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마사는 남편의 폭행을 견디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를 등에 새겼다. 사라진 서점이 있던 자리에 터를 잡게 된 마사는 밤마다 조금씩 자라는 나무를 보며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 놓아둔 오펄린의 책을 읽으며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 마사와 헨리의 눈에만 보이는 저택의 보든 부인의 존재 또한 궁금하다. 마치 상상 속의 인물인 것처럼 헨리를 집에 초대하고 마사를 남편의 위험에서 구해줄 뿐더러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마사의 등에 새겨진 내용은 무슨 내용일까. 탐색하는 과정과 그 결과가 흥미롭다. 마사가 가진 능력과 오랜시간 이어져 온 인연의 실타래를 마주한 느낌이다.


 

책은 그저 종이에 적힌 글이 아니라, 다른 장소, 다른 삶으로 통하는 입구라고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책과 그 안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고, 이는 오롯이 아버지 덕분이었다. (15페이지)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책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책을 통해 경험하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 책이 새로운 삶의 관문이라고 한 말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희귀본을 팔아 다른 삶의 자본으로 삼았다. 책을 알기에 초판본과 희귀본을 판별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알 수 있었다. 1920년대의 오펄린이 스스로 삶을 지배하는 여성이 된 것도 책의 역할이 컸다.


 

오펄린이 아버지가 남긴 찰스 디킨스 초판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판 자금으로 파리에 처음 도착 했을 때 눈앞에 있었던 서점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실비아를 만나 서점인으로서 일을 시작하는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헤밍웨이가 자주 들렀던 장소로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근처에 실재하는 서점이다. 소설에서는 서점을 운영하는 실비아의 절친으로 아일랜드 작가 조이스를 내세워 그의 책 <율리시스>를 출간하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실과 상상의 공간이 혼재하여 매혹적인 작품이다.

 


판타지와 이야기의 힘이 살아 있는 소설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다.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것, 책이 가진 매력과 그 역할을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사라진서점 #이비우즈 #인플루엔셜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영미문학 #영미소설 #아일랜드소설 #더블린 #서점 #서점이야기 #베스트셀러 #로맨스 #TheLostBooksho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는 유튜버
하마구치 린타로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는유튜버 #하마구치린타로 #소미미디어

 

유튜브를 통해 요리를 배웠다고 하거나 기계 등의 부품을 고치는 방법을 배웠다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는 접근성이 좋아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고, 가장 잘 아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그로 인한 재미와 즐거움, 자기만족을 주는 플랫폼이 된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면 유튜브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영상을 보는 것 보다 종이가 좋은 나는 한참 후에야 유튜브의 세계에 입문했는데 좋아하는 배우나 코미디언이 나오는 콘텐츠를 가끔 보는 편이다. 자주 보는 것 중의 하나가 전과자정도다. 유튜브는 현재의 가장 핫한 플랫폼으로 한동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는 단계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건 알 수 없다.

 


유튜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가벼운 이야기일 거로 생각했다. 아빠가 유튜버가 되겠다고 결정하면서 그로 인한 숨겨진 이유를 탐색하면서 눈물과 감동이 있는 소설로 변했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침대에 누워 웃으며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나와 어쩔 줄 몰랐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미야코섬은 오키나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잦은 태풍의 영향으로 태풍을 대비할 수 있는 콘크리트조 주택으로 되어 있다. 특히 바다가 아름다운 미야코섬에서 그림을 그리며 장차 도쿄에 있는 미술대학에 가고 싶은 우미카(海香)가 주인공이다. 우미카는 게스트하우스 유이마루를 운영하는 아빠 유고와 산다. 처음에는 손님으로 왔지만, 지금은 이곳의 스태프가 된 겐키와 잇큐, 아빠의 친구 고타로 삼촌과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다.


 

학교에 갔다가 일본에서 제일 유명한 유튜버 히카링 이야기를 듣고 아빠한테 말했다. 유명해지면 돈도 벌고 텔레비전에 나올 수도 있다는 말에 아빠는 유튜버가 되겠다고 선포했다. 우미카의 아빠 유고는 대책없는 사람에 가깝다. 유튜브 만드는 방법을 듣고는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 오래전에 코미디언으로 활동했었던 전력으로 회심에 차 있었다. 조회수가 5. 첫 업로드의 성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미카가 자기의 시를 읽고 있는 아빠를 때렸던 영상이 시쳇말로 떡상을 하며 십만이 넘어가는 유명한유튜버가 되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게 유고는 왜 유명해지고 싶은가다. 이만하면 우미카를 도쿄의 대학에 보낼 만큼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멈추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불이 나도 영상을 끄지 않고 계속했다. 소설은 현재의 상황과 과거 도쿄에 있었던 상황이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코미디언으로 유명해지고 싶은 유고와 고향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도쿄에서 견습생처럼 일하는 고타로, 만화가의 꿈을 안고 있는 고미야미 마사키의 고군분투와 우정이 그려진다. 유고가 왜 유명해지고 싶은가 그 이유는 과거의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 이유를 아는 순간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를 것이다.

 


피가 이어져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가족이 아니다. 서로를 진심을 다해 믿고 이해하는, 진정한 가족이 나한테도 생겼구나 하고 말이죠. 그리고 가족에게는 다녀왔습니다’ ‘잘 다녀왔어?’라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집이 필요해요. (339~340페이지)

 


유튜브의 세계를 아주 상세하고도 감성적으로 그렸다. 클리셰처럼 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번역가도 말했다시피 뻔한 이야기인데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감동적인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었다. 식상한 이야기에서도 감동할 줄 알게 하는 것.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자꾸 읽는 이유와 같다.

 

 


#아빠는유튜버 #하마구치린타로 #소미미디어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유튜버 #가족 #미야코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페도도에오면마음의비가그칩니다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좁은 골목길 작은 정원이 있는, 오두막 같은 단독주택이 있다. 1인 전용 카페 도도. 카페에 들어서면 키가 훤칠한 남자가 어서오세요. 카페 도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반갑게 맞아준다. 그의 이름은 소로리.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이 들어서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장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카페 도도에서 음식을 먹고 나면 마음속 깊은 고민을 말할 수 있다.



 

직장 여성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전해주는 연작소설이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만들기 수업에서 누구보다 빨리 끝냈다며 좋아했던 가호는 풀이 떨어지는 등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을 유치원 선생님에게 듣고 상처받았다. 직장인이 된 후에도 유치원 시절 받았던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가호는 파견 사원인 하즈키의 꼼꼼함을 보고 생각이 많아진다. 우연히 발견했던 1인 카페 카페 도도에서 정답 오믈렛을 먹으며 어렸을 적 받았던 상처를 말한다. 그때 소로리 씨가 건네준 게 풀이었다. 풀칠한 게 떨어졌다고 말한 가호에게 그가 준 풀로 붙이라는 말이었다. 다소 엉뚱한 소로리 씨의 위로를 주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후 위로의 말을 건네는 친구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가즈키, 아기가 없는 부부로 살고 있지만 아기를 낳는 꿈을 꾸는 유나는 마음속 깊이 아기를 원했던 것일까. 아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말이 나가지 않은 유나, 투명망토를 쓴 듯 자신감이 없는 아카리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카페 도도에는 지금은 멸종된 날지 못하는 도도새 그림이 벽에 걸려있다. 카페 단골 무쓰코가 그려준 그림이다. 도도새가 카페 주인 소로리를 보며 느끼는 마음을 담은 부분은 소로리 씨에 대한 궁금증을 도도새의 마음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각 장의 주인공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혼자인 사람들이 모여 각자 혹은 함께하는 장면을 말이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소로리 씨도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엉뚱한 소로리 만의 위로를 상상해본다.

 



언령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언령은 말에 깃들어 있는 혼이다. 말의 힘을 일컫는 말이다.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날은 몹시 힘들다. 일부러 상처 주려고 했던 말은 아니었으나 표정이 좋지 않을 때 후회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말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말을 건네기보다 그저 곁에서 가만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은가 말이다.

 



상처 치유에 대한 글이 꽤 보인다. 음식이야말로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요리만 생각하며 만드는 음식. 그 음식을 먹고 나면 느끼는 포만감과 행복감. 그런 이유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 한 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리움에 비견할 만하다. 소로리가 몇 번의 연습 끝에 탄생한 요리와 카페 도도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안식의 공간이 된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목적도 아닌, 단지 그 순간을 응시하는 것. 지금 이 순간 존재하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게 소로리가 생각하는 나름의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215페이지)

 



어딘가 실재하는 장소 같다. 아니 실재하는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좁은 골목길에서 오늘의 추천 메뉴와 이정표를 따라간 곳에 자그마한 주택에 들어서면 어서오세요, 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소로리와 단순한 요리 한 접시에 행복해지는 순간을 그려본다.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장소, 아직은 혼자만 알고 싶은 장소가 되지 않을까.

 


 

#카페도도에오면마음의비가그칩니다 #시메노나기 #더퀘스트 #도서출판길벗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일본소설 #일본문학 #카페도도 #소로리 #밤에만열리는카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