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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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총기 학살 소식이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줄만 알았다.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칼부림을 하거나 등산로에서 여성을 공격하는 사건이 나날이 발생하고 있다. 주변에서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두렵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고 깊은 슬픔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방법 하나가 심리 치료를 받는 것이고 두 번째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사고가 일어났던 장소를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만약 사건 발생 당사자, 즉 가해자의 동생이 우리 집으로 왔다면 제대로 반겨줄 수 있을까.

 


머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고에서 살아남은 피해자 루카스가 칼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칼은 융 심리학을 전공한 정신분석가다. 칼 또한 머제스틱 극장에서 아내를 잃고 비통해했다. 칼이 더 이상 분석을 할 수 없다고 전했지만, 루카스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칼에게 편지를 쓴다. 자신의 감정, 슬픔, 사건이 일어난 후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전하며 이제 그가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을 분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루카스는 아내 다아시를 사고로 잃었지만 천사로 변하여 날개 달린 모습으로 곁에서 안아주고 살아갈 방법을 전한다. 칼에서 편지를 쓰라고 한 것도 다아시였다. 다아시의 친구인 질이 그를 보살피려 집으로 들어와 함께 지낸다. 어느 날 그의 집 뒷마당에 엘리가 들어와 텐트에 불을 밝힌다. 엘리는 머제스틱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제이콥의 동생이었다. 엘리는 고등학교에서 자신에게 상담을 받았던 학생이었다. 루카스는 사명감을 가지고 엘리를 보살피며 그가 학교로 돌아가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를 바랐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마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떠올리기만 해도 도움이 됐어요. 오늘 밤 여기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도움이 돼요. 당신이 없었다면 분명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 (269페이지)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고통받는 생존자와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달리기 위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가해자의 동생인 엘리를 처음엔 배척했으나 그게 서로의 고통과 슬픔을 치유하는 일임을 깨닫고 동참하기로 했다. 일련의 과정을 글로 쓰는 작업은 치유의 시간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하나되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저 빛 속에 우리가 있어.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와 머제스틱 마을 사람들이.

우리.

우리가 빛이에요. (338페이지)


 

고통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과 동시에 루카스는 엘리의 미래를 위해 길을 열어주며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보살피듯 했다. 정신분석가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에서 치유 받는 모습을 보인다. 아내 외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던 루카스는 엘리와 함께 영화를 만들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마음을 열 수 있는 계기, 마음의 변화가 필요한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된다.

 


작가 스스로 고통스러운 경험이 있었기에 융 심리학을 외울 정도로 읽었다고 했다. 자기의 경험을 살려 융 분석심리학이 소설 전체적으로 내포되어있다. 융 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대비는 학문이기도 하다. 답장 없는 칼에게 계속 편지를 보내다 보면 소설의 말미에는 답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생각지 못한 결말이 안타까웠다. 타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것과 나 자신의 고통을 이기는 방법은 다른 것 같다.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며, 사랑에 관한 이야기,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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