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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ㅣ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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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 작은 정원이 있는, 오두막 같은 단독주택이 있다. 1인 전용 ‘카페 도도’다. 카페에 들어서면 키가 훤칠한 남자가 ‘어서오세요. 카페 도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반갑게 맞아준다. 그의 이름은 소로리. 마음에 상처를 가진 사람이 들어서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장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카페 도도에서 음식을 먹고 나면 마음속 깊은 고민을 말할 수 있다.
직장 여성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전해주는 연작소설이다.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만들기 수업에서 누구보다 빨리 끝냈다며 좋아했던 가호는 풀이 떨어지는 등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을 유치원 선생님에게 듣고 상처받았다. 직장인이 된 후에도 유치원 시절 받았던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가호는 파견 사원인 하즈키의 꼼꼼함을 보고 생각이 많아진다. 우연히 발견했던 1인 카페 ‘카페 도도’에서 ‘정답 오믈렛’을 먹으며 어렸을 적 받았던 상처를 말한다. 그때 소로리 씨가 건네준 게 풀이었다. 풀칠한 게 떨어졌다고 말한 가호에게 그가 준 풀로 붙이라는 말이었다. 다소 엉뚱한 소로리 씨의 위로를 주는 그만의 방법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후 위로의 말을 건네는 친구들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가즈키, 아기가 없는 부부로 살고 있지만 아기를 낳는 꿈을 꾸는 유나는 마음속 깊이 아기를 원했던 것일까. 아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말이 나가지 않은 유나, 투명망토를 쓴 듯 자신감이 없는 아카리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카페 도도에는 지금은 멸종된 날지 못하는 도도새 그림이 벽에 걸려있다. 카페 단골 무쓰코가 그려준 그림이다. 도도새가 카페 주인 소로리를 보며 느끼는 마음을 담은 부분은 소로리 씨에 대한 궁금증을 도도새의 마음으로 알게 되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며 각 장의 주인공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혼자인 사람들이 모여 각자 혹은 함께하는 장면을 말이다.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소로리 씨도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장난꾸러기 같으면서도 엉뚱한 소로리 만의 위로를 상상해본다.
‘언령’이라는 말을 생각해보자. 언령은 말에 깃들어 있는 혼이다. 말의 힘을 일컫는 말이다.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날은 몹시 힘들다. 일부러 상처 주려고 했던 말은 아니었으나 표정이 좋지 않을 때 후회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짐작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말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말을 건네기보다 그저 곁에서 가만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은가 말이다.
상처 치유에 대한 글이 꽤 보인다. 음식이야말로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요리만 생각하며 만드는 음식. 그 음식을 먹고 나면 느끼는 포만감과 행복감. 그런 이유 때문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 한 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리움에 비견할 만하다. 소로리가 몇 번의 연습 끝에 탄생한 요리와 카페 도도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안식의 공간이 된다.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한 목적도 아닌, 단지 그 순간을 응시하는 것. 지금 이 순간 존재하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의미가 아닐까. 그렇게 소로리가 생각하는 나름의 삶의 의미를 가르쳐주었다. (215페이지)
어딘가 실재하는 장소 같다. 아니 실재하는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좁은 골목길에서 오늘의 추천 메뉴와 이정표를 따라간 곳에 자그마한 주택에 들어서면 어서오세요, 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소로리와 단순한 요리 한 접시에 행복해지는 순간을 그려본다.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장소, 아직은 혼자만 알고 싶은 장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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