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레이트 서클 1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9월
평점 :
#그레이트서클 #매기십스테드 #문학동네
여성 서사의 성장 소설은 늘 가슴 두근거리게 한다. 상상하고 꿈꿔왔던 미래의 자화상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들의 용기와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성과 두려움에 대한 도전, 용기는 우리가 갖지 못하는 한 부분일 수 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은, 세계일주를 꿈꾸는 여자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와 그의 삶을 영화화한 <페리그린>의 주인공 메리언 역할을 하게 된 할리우드의 배우 해들리 백스터의 이야기다. 해들리는 경비행기 추락 사고로 부모를 잃고 감독인 삼촌과 함께 산다. <대천사> 시리즈로 끈 인기를 끌지만 스캔들로 하루아침에 나락에 빠진다. 그런 그녀를 일어서게 한 영화제작자가 옆집에 사는 휴고다. 휴고가 건넨 게 어렸을 때 읽었던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삶을 다룬 책이었다. 부모를 잃고 삼촌과 함께 사는 모습이 비슷해 인상적이었던 책이었다. 해들리는 완벽한 메리언이 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2014년의 해들리와 1914년의 메리언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며 메리언의 삶과 해들리의 삶을 지켜볼 수 있게 한다. 여성 비행기 조종사 메리언 그레이브스가 실제 인물인지 검색해봤을 정도였다. 작가는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뉴질랜드까지 단독비행에 성공한 여자 조종사 진 배튼의 동상을 마주한 뒤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해들리의 이야기를 1인칭, 메리언의 이야기를 3인칭으로 구별하여 사실적으로 그렸다. 마치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소설 같았다.
메리언 그레이브스는 제이미와 함께 쌍둥이로 태어났다. 메리언의 아버지는 선장으로서 폭발 사고로 배가 가라앉았을 때 승객을 저버리고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구명보트에 탔다. 선장은 모든 승객이 안전해질 때까지 배에 남아 있어야 함에도 그 요건을 어겨 중대과실죄에 해당하여 감옥에 갇혔다. 메리언은 비행기가 하늘 위로 날아간 장면을 본뒤 비행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스탠리의 배달 소녀로 일을 시작한 메리언은 농장주이자 밀주업자 바클리 매퀸을 만나게 되고 그는 메리언에게 한눈에 반한다. 메리언은 바클리의 후원을 받기 싫었지만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거부하지 못한다.
1910년대의 여성의 위치는 불안했다. 여성으로서 비행기 조종사를 꿈꿀 수도 없었다. 하지만 메리언은 비행기를 조종사로서 자유롭게 날고 싶었다. 바클리의 눈을 벗어나 연료를 가득 채우고 먼 거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메리언은 바클리의 청혼을 거절할 수 없었고, 결혼 후 그의 구속과 속박에 시달렸다.
메리언과 해들리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중간에 메리언의 쌍둥이 제이미가 삼촌 월리스를 버리고 방학 동안 떠나버렸다. 제이미는 초상화를 그려주며 약간의 돈을 벌다가 세라를 만났다. 세라 아버지의 지원을 받아 훨훨 날 것 같았던 그는 미래를 저버리고 돌아와 삼촌처럼 술에 취한 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메리언과 달리 제이미의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예술가로서 화가로서 빛이 날 것처럼 보였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메리언이 조종사로서 거듭나고 아이를 원하는 바클리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며, 점점 메리언의 삶을 조명할 수 있게 되는 해들리를 표현한 게 1편의 내용이었다. 2편에서는 결혼과 아이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될 메리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메리언의 삶을 살게 될 해들리의 배우로서의 성공도 기대할 수 있었다.
마치 내가 하나의 고정적이고, 조종장치를 이용해서 세상이 내 주위를 돌게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러니까 문자 그대로 우주의 중심이 된 거지. (1권, 307페이지)
다분히 영화적인 스토리였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모험심 넘치는 내용이었다. 시대를 달리한 두 사람의 용기와 노력, 성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우리 앞에 주어진 삶에 대하여 안주할 것인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그레이트서클 #매기십스테드 #문학동네 #책 #책추천 #문학 #소설 #소설추천 #세계문학 #영미소설 #영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