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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라디오 - 우리는 내내 외로울 것이나 ㅣ 아무튼 시리즈 71
이애월 지음 / 제철소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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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는 퇴근 시간, 6시가 되면 알람이 울린다. 습관처럼 듣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다. 익숙한 아저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흥얼거리며 메모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기본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는 좀 더 볼륨을 높인다. 오래전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디제이가 읽어 주는 내 사연에 뭉클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라디오는 마치 친구처럼 친숙한 매체다. 모르는 사람들의 사연에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며 친구처럼 여겨지는 게 어디 나 하나뿐일까.
라디오 작가인 이애월은 과거 ‘라디오 키즈’였던 시절부터 라디오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라디오 작가로서 느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말했다. 특히 이문세를 좋아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폭소를 터트릴 만했다. 그 시절 나였다면 그럴 만한 배짱이 없었을 텐데. 작가는 라디오 작가가 되려고 그랬었나 보다. 가수 이문세와 전화 데이트가 있었던 때 라디오 앞에서 좋아하는 가수와 통화하려고 새로운 이름을 짓는 어린 소녀를 상상해보라. 너무 귀엽잖은가.
<밤의 디스크쇼> 공개방송을 녹음해두고,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집에서 몰래 트랜지스터라디오를 숨겨와 재래식 화장실에서 몰래 듣는 중학생 소녀는 또 얼마나 귀여운가.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그걸 빠트렸다. 냄새나는 걸 주울 수도 없어 고민하는 소녀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이를 어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갇힌 소녀는 진퇴양난이었을 거다. 그러나 엄마는 슬림한 사이즈의 워크맨을 사주셨으니 이 또한 전화위복이었다. 워크맨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테이프로 녹음했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렸다.
‘귀벌레 증후군’이라는 말을 새롭게 알았다. 귀벌레 증후군이란, ‘마치 귀에 음악 소리를 내는 벌레라도 들어온 것처럼 특정한 노래나 멜로디가 귓가에 맴도는 현상’(71페이지)을 가리킨다. 아침에 들었던 음악을 하루종일 흥얼거리게 된다. 또한 라디오에서 들었던 광고 음악은 귓가에 벌레라도 있는 양 머문다. 책 속의 광고 음악 가사가 나한테도 익숙해서 재미있었다.
책 속에서 언급했지만, ‘라디오 로맨스’하면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지 않을까. 건 피디와 진솔 작가의 사랑은 사랑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염원 같은 거였다. 피디와의 사랑은 어떤지 궁금해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바람과 닮아있다. 라디오 로맨스는 그저 환상일 뿐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온갖 판타지를 품고 있는 독자로서 조금은 아쉬웠다.
대부분 비정규직인 방송 작가의 직업에 관해서는 어떤 책에서 읽었다. 작가 또한 방송 작가라는 직업에 대하여 설명한다. 하루아침에 다른 작가랑 일하게 되었다며 해고 통보하는 상황은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전과 달리 ‘방송 작가 표준계약서’가 의무화되지 않았나.
비상 상황에서 라디오의 필요성에 대하여 말하는 부분은 기억해야겠다. 통신회사에 불이 나 휴대폰이나 가게의 결제 시스템이 마비되었을 때 소통할 수 있는 매체는 라디오였다. 전쟁 상황에서도 라디오는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것처럼. 라디오는 무심하게 우리 곁에서 머물고 있다.
라디오 작가는 오프닝 멘트와 클로징 멘트를 쓰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탐독한다. 그날의 느낌에 따라 멘트도 달라지는 법. 유달리 멘트가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다. 방송을 듣는 청취자의 감정에 따라 느낌도 달라지는 것 같다. 디제이의 목소리로 다양한 사람의 사연을 듣고, 상상하고, 공감한다.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처럼 미소 짓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처럼 라디오라는 공간에서 친구가 된다. 라디오가 건네는 작은 위로에 우리는 오늘도 라디오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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