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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의 빛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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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세계문학에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캐리 멀리건의 데이지가 셔츠를 끌어안고 있었던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아 있다. 평생 데이지에게 보이기 위한 부를 쌓았던 개츠비의 마음과 달리 이질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고전문학은 다양하게 변주되기 마련이다. 심윤경 작가는 1920년대 뉴욕을 2020년대 서울로 옮겨 와 한국판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썼다. 데이지와 톰이 사는 이스트에그를 압구정동으로, 개츠비가 사는 웨스트에그를 성수동으로 나타냈다.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가 남자 닉이었다면 『위대한 그의 빛』은 이규아로 여성인 입장에서 사촌 유연지와 제이 강을 지켜본다. 이규아는 부모님의 사망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뉴욕을 떠돌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제이 강과 사촌 유연지를 만나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현재를 이어간다.
규아는 성수동 T타워 옆 단독주택을 임대해 와인바 킹스포인트를 열었다. 주변에서 에클바이오 대표 제이 강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T타워의 펜트하우스의 소유자라는 것과 미국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인물로 소문이 무성했다. 에클바이오에서 파티를 계획한다는 전화가 걸려온 뒤 킹스포인트에 들어온 제이 강은 규아가 다니던 서울대학교 마당패 동아리에서 함께 춤을 추었던 강재웅임을 알게 된다.
부를 위한 욕망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모든 게 제이 강이 만든 계획의 일부인 것처럼 보인다.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그의 계획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다. 드디어 시작이다. 이 모든 게 유연지를 만나기 위한 거였다. 개츠비처럼 수상하거나 위험한 사건에 휘말려있지는 않는다. 오로지 유연지를 바라볼 뿐이다. 문득 사업도 내팽개칠 만큼 감정이라는 것이 영원하던가 의문이 든다. 사업체를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규아의 시선은 아들을 잃고 망연자실해있는 연지를 향한다. 세상 사람들이 연지를 향해 손가락질해도 비통해하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워한다.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은 이처럼 다르다. 피츠제럴드가 데이지를 부를 향한 욕망에 가두었다면 작가는 연지에 대하여 연민의 감정을 담았다. 시대에 따라 작품의 평가나 감정이 다르듯 우리는 변화된 새로운 개츠비(제이 강)을 만날 수 있다. 고전문학의 다양한 변주와 그에 따른 즐거움이 커진다.
신은 그런 식으로 못된 장난을 친다. 가장 진실한 표현력을 가진 얼굴 뒤에 결코 의지해서는 안 될 것을 숨겨놓는다. 아주 간단한 트릭인데 인간은 거의 틀림없이 혼란에 빠지고 만다. (258페이지)
이 문장이 와닿는다. 소설의 모든 인물이 혼란에 빠진 거 같았다. 무작정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사랑했던 감정의 잔재가 삼십 년 동안 유지되는가. 삶이 그토록 간단했던가. 의문이다. 삶은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정해지는 법.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간 군상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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