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언제나 나를 자라게 한다 - 교실 밖 어른들은 알지 못할 특별한 깨달음
김연민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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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날 때부터 좀 달랐을 거 같다공부 잘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어린이였을 것 같다이 또한 편견일지도 모르겠으나 일방적으로 생각해왔던 거 같다어린이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직업어린이와 하루 종일 생활해야 하는 직업 때문에 남다른 고충이 있다는 건 안다그럼에도 어른들은 자식이 교사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나 또한 아이가 교대나 사대 가기를 바랐지만 절대 싫다고 하여 아쉽게 마음을 접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몹시 말썽꾸러기였다고 한다오죽하면 선생님이 네가 전학 갔으면 좋겠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다시 공부하여 교대를 갔다순전히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 때문이었다저자가 학교에서 교사를 경험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교사가 되었다.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면 저절로 교사가 되는 줄 알았다그런데 아니었다아이들의 눈동자에서 나를 발견했을 때눈이 떠졌다정신이 번쩍 들었다교사의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18페이지)

 


학부모로서 내가 경험한 교사들은 젊을수록 아이들을 대하는 면이 남달랐다언젠가 학교에 갔을 때 교탁에 적어놓은 아이 담임 선생님의 쪽지에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어떤 아이의 행동을 보고 적은 쪽지였다그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염려의 표시였다이 책의 선생님에게서도 그 모습이 보였다아이들이 다 가버린 학교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그 시선이 예전 그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좀 더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어른들보다 오히려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오히려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편협하게 옭아매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되었다마냥 어릴 것 같지만 어린이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주변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린이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무슨 일이 있었는지왜 마음이 아픈지대답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건네야 하는 방법도 배웠다.

 


매일매일 어린이에게 배운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가르쳐야 할 학생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어린이들에게 무심코 속마음을 이야기했다가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위로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또한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도 적정선에서 이야기해야하는 고달픔도 이해할 수 있을 법했다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자기 생각이 뚜렷하다.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면 교사는 반드시 행복해진다그러면 다시 학생들이 행복해진다그렇게 교사에게는 첫 문장인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기를 짓기 위한 첫 노력이 필요하다나의 교실 속 삶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여기서부터 시작이다. (215페이지)

 


 

 

교사 경력 5년 차가 되면서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10년 후에는 낫겠지 하는 마음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다해가 갈수록 교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더불어 어린이와 함께 생활하며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점점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와 함께 어린이에게 좀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어린이라는 존재는 무릇 이렇듯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거문득 아이들 키웠을 때가 그립다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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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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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넘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할뿐더러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누려왔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새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이전 영화를 볼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는 나도 몰래 흠칫 놀랬다. 마음속으로 ', 침 다 튀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으며 모이는 것조차 우려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를 보면 거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감염되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의 명절도 함께 사는 가족만 모였을 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불가능했다. 집과 직장 그리고 학교만을 오가는 생활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고 돌아다니지 못하니 '확찐자'가 되었다는 웃픈 현실이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처음엔 사람들이 힘들어했으나 이제는 적응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다 여기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음식을 먹으며 감염이 된다는 것 때문에 100년 넘은 가게가 문을 닫는 사태도 벌어졌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만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의 직장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 또한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에 다닐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직업인일수록 매일 출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쓴 파리드 자카리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3 년 전에 치명적인 질병이 전 지구적인 보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 예견은 정확히 적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공 보건과 질병을 관리하는 관청의 예산 삭감을 했을 때였다. 인도 태생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팬데믹 이후의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팬데믹에 대처하는 지극히 미국적인 시각에서 쓰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절한 대응을 했던 나라로 중국이나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나라를 꼽았다. 재빠르고 폭넓은 검진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접촉자 추적 같은 것을 높이 샀다. 수많은 사망자를 낸 나라의 정부와 전문가를 무시한 행동에 대하여 일침을 놓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 전문가보다는 자신이 전문가라 여겼다는 것이 큰 결점이라고도 했다

 


이 책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말한다. 가래톳페스트, 사스, 메르스, 에볼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원성 감염증이다. 육류 소비를 줄인 건강한 식습관이 인류와 지구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강조하였다. 과학과 기술에 투자를 실행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도 같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중의 하나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아닐까.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회의에서 벗어나 화상 회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학생들 교육을 비롯해 직장인의 교육도 화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여 디지털 라이프의 시대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사람들이 집안에 갇혀 살아야 했을 때 파리 시장은 15분 근접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하여 사람들을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하여 일부 거리의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도시까지 생겼다. 바이러스가 물러간 후에도 차 없는 거리로 유지될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현상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나라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픔과 괴로움, 경제의 온갖 어려움,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혼란에 세계 각지의 지도자들은 국제 협력이란 생각을 버리는 대신 몸을 숨기고, 국경을 폐쇄하고, 그 나름대로 회복 계획을 짜게 되었다. (270페이지


 

정부의 크기보다 정부의 질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며 지금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미래를 결정한다.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가치 있고 꼭 필요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 즉 학자나 교사, 잡역부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전문가와 엘리트 들도 사람들과 소통하며 욕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들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미 쓰여 있는 건 하나도 없다. (305페이지)


 

우리가 누렸던 소중한 일상을 조만간 되찾을 수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 본다. 어떤 세상으로 변화할 것인가. 우리에게 달렸다. 팬데믹을 겪은 후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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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션 - 두 개의 고백 하나의 진실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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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는 과정은 늘 모든 것에 가로막힌 상태에서야 가능한 것 같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래된 연인과는 설레는 감정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는 시간 속에 갇힌 상태.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오래된 연인. 주변에서는 결혼과 아이를 말하지만 그 또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면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할 것이다


 



 

 

미니어처리스트  뮤즈의 작가 제시 버튼이 새로운 판타지를 제공할 여성들의 이야기  컨페션으로 돌아왔다. 1980년 스무 살의 엘리스와 2017년 서른다섯 살의 로즈가 소설을 이끌어간다. 다른 시대인 만큼 서로 다른 인물들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데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1980년의 엘리스도, 2017년의 로즈도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 어딘가에 기댈 데도 없고 엄마에 대한 애정에 굶주려 있는 상태였다.  

 


소설은 엘리스가 우연히 서른여섯 살의 여자 코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며 그녀의 보호 아래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하나다. 다른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어딘가로 사라졌던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로즈는 아빠로부터 비로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아빠는 콘스탄스 홀든이라는 작가의 책 두 권을 주었다.  밀랍 심장  초록 토끼라는 소설을 쓴 작가와 엄마가 연인이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수많은 질문을 건네지만 아빠는 말이 없다. 로즈 스스로 찾기를 바랐다. 콘스턴스 홀든이 쓴 소설을 읽고 소설 속에서 엄마의 흔적을 찾았다. 작가를 찾으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전트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가 콘스턴스 홀든의 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 걸 보고 로라 브라운이라는 익명의 이름으로 코니를 만났다. 두 가지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2017년의 로즈의 입장에서 읽게 되었다. 코니와 일하게 된 로즈를 응원하고 조와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길 바랐다물려받은 유산의 반을 갈라 조의 사업에 투자했지만 비전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수동적인 여성에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기를 바랐던 건 비단 나만 그런 게 아니었을 것이다. 왜 조의 어머니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참는가.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엘리스와는 다르지 않는가

 

 

로즈는 코니를 만난 후에야 조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조와 함께 있을 때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자아는 영원히 갇히고 말 것 같았다. 드디어 자신의 자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별을 통보하고 새로운 삶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었다. 모든 소설이 그렇듯 로즈는 코니에게 엄마의 소식을 묻지 못한다. 그저 코니가 쓰고 있는 소설  변심속에서 엄마의 흔적을 유추할 뿐이었다. 코니는 로즈에게 마음을 열어 지난날의 감정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행이라는 것은 참 중요하다.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준다. 산후 우울증이 찾아와 힘들었을 때 엘리스가 선택한 것도 여행이었고, 로즈가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던 것도 여행이었다. 삶에 있어 아이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 나의 선택이 마음이 드는지, 내가 행복한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짐을 꾸려야 할 때다. 그 곳이 어디든 우리의 삶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여행을 떠나야 할 때다.  안에 갇힌 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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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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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라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단어로 사적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여 작성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전의 뜻풀이를 비교해가며 보았던 적이 없는 거 같다.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직접 말을 모아 자신의 특색이 들어간 사전을 만든 두 사람의 만남과 결별, 그리고 사전 편집자 적인 시선으로 화해의 시도를 하는 이야기를 르포 형식의 글로 표현했다. 일본의 TV에서 방영되었고 그 조사과정을 책으로 엮은 게 바로 이 책이다.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만든 야마다 다다오와 산세이도 국어사전를 만든 겐보 히데토시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꽤 많이 팔린 사전으로 처음엔 함께 사전 편찬을 했으나 어떤 이유로 갈라져 자신의 개성을 넣은 사전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사전에 필자의 개성이 들어있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전 속 말의 뜻풀이를 보니 바로 드러났다.

 



 

야마다 다다오의 신메이카이 국어사전3판의 연애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라고 나와 있다. 반면 겐보 히데토시의 산세이도 국어사전에서는 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남녀 사이에 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사랑.‘ 이라고 나와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연애뜻을 볼까.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이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두 사전에 가리키는 연애는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아닌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반면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서로 사귀는 관계를 나타낸다.


 

야마다 다다오와 겐보 히데토시는 왜 결별했을까. 마치 추리형식의 소설처럼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종합해 그 이유를 찾아가는 형식의 글이었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와 핍 윌리엄스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라는 소설을 읽어서인지 사전은 국어학을 전공한 사전 편집자가 출판사에 소속되어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국어학자들이 각자 말과 용례를 모아 만들고 있었다. 한 사람의 개성보다는 보편적인 시각이 필요하여 여러 사람이 모여 사전에 들어갈 말과 그 뜻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은 지금까지 흔히 광대한 바다로 비유되었다. 항해의 키잡이나 배가 사전이고 편찬자라고도 말해왔다. (중략)

그러나 취재를 통해 내게 떠오른 의 이미지는 모래였다.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 말은 항상 변화한다고 겐보 선생은 말했다.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바람에 의해 모래 표현에 생기는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문‘. (190페이지)

 


말의 뜻은 자꾸 변한다. 쓰임새에 따라 새로운 단어가 들어가고 사양 단어는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야마다 보다는 겐보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할애한 것 같았다. 겐보 선생은 평생 말의 뜻을 찾고 그 용례를 찾은 사람이다. 말을 모으는 작업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족과 여행을 가서도 늘 신문과 잡지의 새로운 단어를 쓸 쪽지 카드를 가지고 다녔다. 새로운 단어를 찾아 동행을 잊어버리는 일도 다수였다. 다니던 국어연구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단어 찾기에 매진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져 방영된다면 꽤 센세이션 할 것 같다. 언젠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도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뿐이다.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잘 알지는 못하다. 필요에 따라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바로 그 뜻이 나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 것 같다. 누군가의 열정과 수고에 의해 우리가 편하게 단어의 뜻을 찾고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가 말이다. 말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어야 할 때 우리는 모르는 단어 혹은 헷갈리는 단어를 검색하여 그 뜻을 찾는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던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겐보와 야마다 선생처럼 각자의 인격과 강한 개성이 드러난 사전을 만들었던 그들의 사연은 감동적이다. 시간이 흐른 뒤 사전 속 단어의 뜻풀이에 후회하는 마음 혹은 사과의 마음을 담아 쓴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전 편찬자만이 할 수 있는 화해의 방법이었다. 이처럼 격렬했던 마음을 담았던 단어의 뜻도 시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들이 후회의 마음을 담아 그 뜻을 적었던 것처럼.

 


어떤 단어를 쓰는가. 모르는 단어의 뜻이 궁금할 때 찾아보는 사전은 사전 편찬자의 깊은 노고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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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6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전에 저자의 개성이 들어있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굉장히 신선하네요. 그러고보면 사전도 사람이 쓰는 것인데 그 당연한 것을 왜 무조건적으로 객관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했을까 싶네요. 오늘 Breeze님 글 덕분에 또 새로운 편견을 하나 깼습니다.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고독한 안식처, 생폴드모졸에서의 1년
마틴 베일리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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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중 가장 사랑을 받는 그림은 아마 별이 빛나는 밤이 아닐까. 우리가 들었던 팝 중 돈 맥클린의 <Vincent>에서도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말하고 있다.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빈센트 반 고흐의 생폴 요양원 시절을 다룬 책이 발간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책 중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림 등 가장 많은 그림이 수록되어 있었다. 생폴 요양원의 풍경과 그 시기를 보냈던 인물들의 사진들을 수록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했다.

 

   


 

 

빈센트 반 고흐에게 테오는 남다른 형제였다. 빈센트가 입원하게 된 계기도 테오가 요하나 봉어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였다. 자신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오가 결혼으로 인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발작이 일어났을 거로 보았다. 빈센트는 테오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그런 까닭에 요하나와 결혼하게 되면 태어날 아이와 함께 부양해야 할 가족이 늘어나기 때문에 불안했을 것이다.

 

 


 


 

별이 빛나는 밤은 요양원에서 보낸 반 고흐의 시간을 가리킨다. 요양원 생활 중에 반 고흐가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표현했다. 요양원 내부에서 창문 밖의 풍경을 보고 그렸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이 그림은 수많은 별을 보고 그린 그의 경험이 묻어난 그림이다. 푸른색을 써 밤의 풍경이 더 빛나 보이고 어쩌면 그의 삶도 별처럼 밝게 빛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빈센트의 사이프러스는 시각적으로 극적일 뿐 아니라 심오한 상징성을 지녔다. 사이프러스는 과거에는 죽음과 애도를 뜻했지만 영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빈센트에게 사이프러스는 죽음과 불멸을, 화려하지만 짧게 피는 해바라기는 삶의 기쁨을 상징한다. 반고흐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한 풍경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포함한 사이프러스, 사이프러스와 두 여인, 사이프러스가 있는 길은 사이프러스 나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자화상을 빼놓을 수 없다. 빈센트는 발작에서 벗어난 후 자화상을 그렸는데 그에게 있어 자화상은 동료 환자, 직원, 가족 그리고 자신에게 향한 메시지의 의미가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화가라는 천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한 그림이 팔레트를 든 자화상이다.

 

 


 

 

그림 아몬드꽃은 빈센트가 조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발작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이름을 물려받은 조카에 대한 기쁨을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활짝 피어 있는 아몬드꽃에서 넘치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으며 색감에서도 빈센트의 기쁨이 묻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카는 사랑스러웠으나 조카의 존재는 빈센트를 매우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테오의 약혼과 결혼, 조카의 탄생이 발작이 일어난 시기와 겹친다. 그가 귀를 잘랐던 것도 테오의 약혼식이 있었던 시기라는 건 유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그림에 스토리를 부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알린 사람은 요하나 봉어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사이프러스 나무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노란색과 파란색을 많이 쓴 별이 빛나는 밤에서는 생의 아름다움 혹은 희망에 찬 감동이 느껴진다. 가장 좋아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또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던 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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