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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평점 :
일 년 넘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할뿐더러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누려왔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새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이전 영화를 볼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는 나도 몰래 흠칫 놀랬다. 마음속으로 '아, 침 다 튀겠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으며 모이는 것조차 우려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를 보면 거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감염되었다는 사실이다. 두 번의 명절도 함께 사는 가족만 모였을 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불가능했다. 집과 직장 그리고 학교만을 오가는 생활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고 돌아다니지 못하니 '확찐자'가 되었다는 웃픈 현실이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처음엔 사람들이 힘들어했으나 이제는 적응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다 여기게 되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음식을 먹으며 감염이 된다는 것 때문에 100년 넘은 가게가 문을 닫는 사태도 벌어졌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다만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의 직장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자 또한 책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에 다닐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직업인일수록 매일 출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쓴 파리드 자카리아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하기 3 년 전에 치명적인 질병이 전 지구적인 보건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 예견은 정확히 적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공 보건과 질병을 관리하는 관청의 예산 삭감을 했을 때였다. 인도 태생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팬데믹 이후의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팬데믹에 대처하는 지극히 미국적인 시각에서 쓰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절한 대응을 했던 나라로 중국이나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의 나라를 꼽았다. 재빠르고 폭넓은 검진과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접촉자 추적 같은 것을 높이 샀다. 수많은 사망자를 낸 나라의 정부와 전문가를 무시한 행동에 대하여 일침을 놓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경우 전문가보다는 자신이 전문가라 여겼다는 것이 큰 결점이라고도 했다.
이 책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를 말한다. 가래톳페스트, 사스, 메르스, 에볼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원성 감염증이다. 육류 소비를 줄인 건강한 식습관이 인류와 지구 모두에게 이득이 될 거라고 강조하였다. 과학과 기술에 투자를 실행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도 말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도 같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중의 하나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아닐까. 직접 얼굴을 보고 하는 회의에서 벗어나 화상 회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학생들 교육을 비롯해 직장인의 교육도 화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하여 디지털 라이프의 시대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하여 사람들이 집안에 갇혀 살아야 했을 때 파리 시장은 15분 근접 거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하여 사람들을 좀 더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하여 일부 거리의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도시까지 생겼다. 바이러스가 물러간 후에도 차 없는 거리로 유지될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현상이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나라가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아픔과 괴로움, 경제의 온갖 어려움, 그리고 끝이 안 보이는 혼란에 세계 각지의 지도자들은 국제 협력이란 생각을 버리는 대신 몸을 숨기고, 국경을 폐쇄하고, 그 나름대로 회복 계획을 짜게 되었다. (270페이지)
정부의 크기보다 정부의 질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하며 지금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미래를 결정한다.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가치 있고 꼭 필요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 즉 학자나 교사, 잡역부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고 하였다. 전문가와 엘리트 들도 사람들과 소통하며 욕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전문가들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 흉측한 팬데믹은 변화와 개혁의 가능성을 마련해 주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미 쓰여 있는 건 하나도 없다. (305페이지)
우리가 누렸던 소중한 일상을 조만간 되찾을 수 있다. 집단면역이 형성될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희망을 가져 본다. 어떤 세상으로 변화할 것인가. 우리에게 달렸다. 팬데믹을 겪은 후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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