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 - 4천만 부가 팔린 사전을 만든 사람들
사사키 겐이치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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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이라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단어로 사적인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여 작성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전의 뜻풀이를 비교해가며 보았던 적이 없는 거 같다. 사사키 겐이치의 새로운 단어를 찾습니다는 직접 말을 모아 자신의 특색이 들어간 사전을 만든 두 사람의 만남과 결별, 그리고 사전 편집자 적인 시선으로 화해의 시도를 하는 이야기를 르포 형식의 글로 표현했다. 일본의 TV에서 방영되었고 그 조사과정을 책으로 엮은 게 바로 이 책이다.


 

신메이카이 국어사전을 만든 야마다 다다오와 산세이도 국어사전를 만든 겐보 히데토시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꽤 많이 팔린 사전으로 처음엔 함께 사전 편찬을 했으나 어떤 이유로 갈라져 자신의 개성을 넣은 사전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저자도 밝힌 바와 같이 사전에 필자의 개성이 들어있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전 속 말의 뜻풀이를 보니 바로 드러났다.

 



 

야마다 다다오의 신메이카이 국어사전3판의 연애특정한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품고 둘만이 함께 있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합체하고 싶은 생각을 갖지만 평소에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마음이 괴로운(또는 가끔 이루어져 환희하는) 상태.‘ 라고 나와 있다. 반면 겐보 히데토시의 산세이도 국어사전에서는 남녀 사이의 그리워하는 애정(남녀 사이에 그리워하는 애정이 작용하는 것). 사랑.‘ 이라고 나와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연애뜻을 볼까.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이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두 사전에 가리키는 연애는 서로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아닌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다. 반면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서로 사귀는 관계를 나타낸다.


 

야마다 다다오와 겐보 히데토시는 왜 결별했을까. 마치 추리형식의 소설처럼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종합해 그 이유를 찾아가는 형식의 글이었다. 미우라 시온의 배를 엮다와 핍 윌리엄스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라는 소설을 읽어서인지 사전은 국어학을 전공한 사전 편집자가 출판사에 소속되어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국어학자들이 각자 말과 용례를 모아 만들고 있었다. 한 사람의 개성보다는 보편적인 시각이 필요하여 여러 사람이 모여 사전에 들어갈 말과 그 뜻을 선별하는 작업을 했다.

 



 

 

은 지금까지 흔히 광대한 바다로 비유되었다. 항해의 키잡이나 배가 사전이고 편찬자라고도 말해왔다. (중략)

그러나 취재를 통해 내게 떠오른 의 이미지는 모래였다. “말은 소리도 없이 변한다.” 말은 항상 변화한다고 겐보 선생은 말했다. 붙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바람에 의해 모래 표현에 생기는 모양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문‘. (190페이지)

 


말의 뜻은 자꾸 변한다. 쓰임새에 따라 새로운 단어가 들어가고 사양 단어는 빠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야마다 보다는 겐보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할애한 것 같았다. 겐보 선생은 평생 말의 뜻을 찾고 그 용례를 찾은 사람이다. 말을 모으는 작업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족과 여행을 가서도 늘 신문과 잡지의 새로운 단어를 쓸 쪽지 카드를 가지고 다녔다. 새로운 단어를 찾아 동행을 잊어버리는 일도 다수였다. 다니던 국어연구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단어 찾기에 매진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져 방영된다면 꽤 센세이션 할 것 같다. 언젠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말을 지키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도 얼마나 감동적이었던가. 그것을 지키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뿐이다.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을 잘 알지는 못하다. 필요에 따라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바로 그 뜻이 나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 것 같다. 누군가의 열정과 수고에 의해 우리가 편하게 단어의 뜻을 찾고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가 말이다. 말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문서를 작성할 때,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어야 할 때 우리는 모르는 단어 혹은 헷갈리는 단어를 검색하여 그 뜻을 찾는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었던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겐보와 야마다 선생처럼 각자의 인격과 강한 개성이 드러난 사전을 만들었던 그들의 사연은 감동적이다. 시간이 흐른 뒤 사전 속 단어의 뜻풀이에 후회하는 마음 혹은 사과의 마음을 담아 쓴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전 편찬자만이 할 수 있는 화해의 방법이었다. 이처럼 격렬했던 마음을 담았던 단어의 뜻도 시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그들이 후회의 마음을 담아 그 뜻을 적었던 것처럼.

 


어떤 단어를 쓰는가. 모르는 단어의 뜻이 궁금할 때 찾아보는 사전은 사전 편찬자의 깊은 노고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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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26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전에 저자의 개성이 들어있을거라는 생각 자체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굉장히 신선하네요. 그러고보면 사전도 사람이 쓰는 것인데 그 당연한 것을 왜 무조건적으로 객관적이기만 하다고 생각했을까 싶네요. 오늘 Breeze님 글 덕분에 또 새로운 편견을 하나 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