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리석은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7월
평점 :
『어리석은 장미』 지구와 미래와 판타지의 세계
#어리석은장미 #온다리쿠 #리드비
2006년 SF 전문지에서 연재한 지 14년 만에 완성된 걸작, 『어리석은 장미』가 리드비에서 출간되었다. 판타지의 세계를 가르는 뱀파이어와 인류의 미래, 일본의 지역적 특성과 온다 리쿠의 SF 세계관이 드러난 역작이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에 뱀파이어를 꿈꾸는가. 인간의 피를 섭취하고 영원한 삶을 산다는 것. 뱀파이어가 이렇게 다양한 작품으로 변주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언제나 염원하는 주제인지도 모르겠다.
어리석은 장미는 시들지 않아. 피어난 채 영원히 지지 않고, 말라 죽지도 않아. 그래서 어리석은 장미라고 하는 거지. (58페이지)
14세 소녀 다카다 나치는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어머니의 고향인 이와쿠라 마을에 도착했다. 우주를 항해하는 배, ‘허주’의 승선원이 되기 위해서다. 허주의 승선원이 되기 위해서는 ‘변질’의 과정을 겪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피를 갈구하게 된다. 캠프의 아이들은 ‘통로’라고 불리는 물건을 가지고 다녔다. 일본의 가정집에서는 다실을 마련되어 있다. 피를 제공하는 자는 다실에 칸막이가 쳐진 곳에서 물을 끓이고 기다리면 되었다. 팔을 내밀고서 말이다. 다실의 찻물은 ‘통로’를 소독하는 데 사용했다. 캔 따개처럼 생긴 통로로 팔을 찌르면 핏방울이 흘렀고, 피먹임이 시작되었다.
완전한 변질체가 되어야만 허주의 승선원이 될 자격이 생겼다. 나치는 피를 탐하는 게 싫어 밤마다 거부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장미의 강한 향기가 내뿜는 이와쿠라. 나비 계곡이나 바닷가 편평한 바위 등 모든 장소에서 마치 꿈을 꾼 듯한 광경을 본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나치의 엄마 나쓰 또한 허주의 승선원이었으며 마을에서는 아빠가 엄마의 심장에 말뚝을 받아 죽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나치도 변질체가 되어서 피먹임의 과정을 지나 우주로 나갈 수 있을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뱀파이어는 불사의 몸을 가졌다. 따라서 피먹임의 제공자 또한 잘 늙지 않는다는 설이 있다. 기꺼이 피먹임의 대상자가 되려고 하며 건강한 몸을 가져야 한다. 늙거나 병든 자들이 많은 돈을 주고 변질체의 제공자가 되려고 한다. 피를 빨리면 건강해진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피를 탐하듯 돈을 탐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 마을의 누군가가 돈을 챙기고 있다는 거다. 인간의 탐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엄마와 아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 허주의 승선원이 되어 외해로 나갔던 도와가 돌아온 이유,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 같다. 죽음이 또 다른 삶이 될 수도 있을까. 육체가 없어지고 의식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는 걸까. 태양이 지구를 집어삼킨 후에 말이다.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앞서 온다 리쿠의 SF 세계관이 드러나 있다고 표현했다. 미래의 지구는 태양에 집어삼켜져 형체를 잃을 것이다. 인간들에게 우주를 떠돌 배, 즉 노아의 방주 같은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 동안 우주를 항해할 승선원들은 당연히 늙지 않아야 할 것이며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될 몸체를 가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변질되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부러움과 안타까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간을 구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 비록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되어야 한다고 해도 말이다. 비록 죽음이 찾아와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삶이 좋은 것인가. 영원한 삶을 살되 평범한 인간의 삶을 버려야 하는 게 옳은가.
디스토피아의 미래, 기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숨쉬기조차 힘든 지구에서 인간은 버텨낼 수 있을까. 홍수와 산사태, 40도를 웃도는 더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인간을 지킬 방법이 온다 리쿠의 방법이 통할 수도 있는 걸까. 판타지의 세계가 우리 미래를 비출 거울이란 것! 우리 미래와 판타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온다 리쿠의 판타지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어리석은장미 #온다리쿠 #리드비 #책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문학 #소설 #소설추천 #미스테리소설 #일본소설 #일본문학 #판타지소설 #SF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