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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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국보순례.
명작순례에 이은
안목을 읽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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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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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진실을 모를 때가 더 낫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고통을 느껴야 할 지 모른다. 그동안 감춰두었던 고통과 상처가 새롭게 드러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실을 제대로 가르켜주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사람이 받을 상처를 더이상 보고싶지 않으므로. 오죽하면 모르는게 약이다 라는 말도 있을까. 그래서 어떠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부모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일이 흔했다. 나중에 받을 고통을 예상하게 되더라도 현재의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진실을 알고자 자기가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된다. 그것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일일지라도. 소설 속 주인공 그레이스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남편 잭에게 어떠한 비밀이 있을지 모르면서도, 혹은 드러나는 비밀이 두려웠으면서도 남편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남편이 가진 비밀, 그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이 모든게 남편을 사랑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 속에서 한 장의 낡은 사진을 발견했다. 적어도 10년은 넘은 듯한 오래된 사진. 그 사진 속에는 등을 돌리고 있는 한 여성과 두 남자와 두 여자, 모두 다섯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자가 어디서 본듯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의 남편인것만 같았다. 자신의 남편인듯한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의 사진에는 커다랗게 X자가 그어져 있고, 어디서 본듯한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분명 남편 잭의 얼굴인 것 같은데, 잭은 그가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사라진다. 잭이 실종되었다 느낀 그레이스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남편의 흔적을 좇는다. 사라지기 직전에 통화를 했던 사람, 서재에서 전화를 걸었던 사람에게 재다이얼을 눌러 확인하는 등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한다.

 

우리가 결혼할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 다음에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잭과 그레이스처럼 서로의 과거에 대해 묻지 않은 채 결혼할 수도 있는 걸까. 상대방의 과거같은 거 묻어둘 수도 있는 걸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그에게 형제자매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는 걸까. 그 모든 것을 묻지 않아도 사랑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믿고 결혼할 수도 있는 것일까 의문스러웠다. 이게 우리와 서양인들의 다른 점인가 싶기도 했고.

 

 

할런 코벤의 작품은 꽤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즐겨 읽을 정도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 또한 그의 작품을 읽고는 다른 작가의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할런 코벤만의 감각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개정판으로 내가 읽지 않은 책인데, 꽤 탄탄한 스토리였다. 할런 코벤다운 결말을 알 수 없는 스토리,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반전. 그 반전 때문에 혼란에 휩싸이고 만다. 내가 이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했던가. 내가 이해한 스토리가 작가가 원한 게 맞는가.

 

 

한 장의 사진때문에 드러나는 진실들은 아프다. 과거 그레이스가 겪었던 보스턴 대학살 사건과 더불어 아픈 과거의 시간들을 생각나게 한다. 지미 엑스 밴드의 록 콘서트가 있던 장소에서 총 소리때문에 아비규환이 일어났고, 열여덟 명이 죽은 사건에서 살아난 그레이스였다. 사건에서 생존자였던 그레이스는 충격때문에 그 날의 일과 그 일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며칠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그레이스였다. 누구의 록 콘서트였는지, 누구와 함께 콘서트장에 갔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증언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

 

어쩌면 오래 전에 만났던 그레이스와 잭은 서로 무언가를 피해서 도망을 쳤었던 것일까. 잭은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던가. 운명적인 만남 뒤에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프랑스에서 처음 만났던 게 아니었을까. 어떤 인연으로 그들은 엮어졌던 것일까. 수많은 의문들 속에서 그레이스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잭에게 누나가 있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고, 만나러 간 누나는 거짓말로 잭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하고, 사진 속 인물들의 정체는 하나씩 드러나는데. 왜 무슨 이유로 잭은 실종되었던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진실을 알면 안 되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지도 모르지. (532페이지)

 

그렇다. 어쩌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끝나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어도 우리는 평소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것. 어떤 장소에 내가 있었어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남편이 가진 비밀이 드러나도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에 남편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진실을 알았기에 표지 속 여자처럼 그녀의 표정이 이해되는지도 모른다. 넓은 공간 구석에 홀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여자가 있는 표지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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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23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원래 두권짜리 아녔나요? 새로나온게 아닌거죠? ㅎㅎ 넘 오래되서 읽고도 헷갈리네요 . 새책인가? 하고..

Breeze 2017-01-23 15:44   좋아요 1 | URL
개정판입니다. ㅋㅋ

[그장소] 2017-01-23 20:25   좋아요 0 | URL
네에 ㅡ 찾아보니 그렇더라고요..^^
 

아. 제프리 디버의 신간이 비채가 아닌 RHK에서 나오는 구나. 링컨라임 시리즈인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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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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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는 시간, 책을 읽지 않으면 사색에 잠겨있다. 만약 20년간 감옥에 갇혀있다면 원하든 원치않든 사색에 잠길 수밖에 없다. 네모난 공간안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나가지 않으면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지므로 저절로 생각게 잠기게 된다. 과거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에 대해. 20년쯤 감옥생활을 한다면 나름의 소일거리가 있을텐데. 그 많은 시간을 갇힌 공간에 있어야 하는 삶을 산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감옥에서 20년을 살았다. 그의 20년을 말한 글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를 일자순으로 엮은 글이다.

 

책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자세를 배운다. 이십년간의 삶의 성찰.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들을 담담한 필체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족에게 쓴 글을 보면 자신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게 가족들을 다독이고, 새로 태어난 조카들, 그리고 형수와 계수, 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 여기에서 저자는 우리가 익히 사용하고 있는 제수라는 말보다 남동생의 아내를 부르는 순우리말인 계수라는 단어를 썼다. 형님과 남동생에게 보낸 편지가 아닌 형수님과 계수님에게 각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그가 갇혀 있는 20년의 기간동안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실 부모님에 대한 편지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 아버지에게는 글벗이라고 할 만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사명당에 대한 생애와 사상을 책으로 엮은 분이다. 아버지가 책 작업을 하실때 직접 교정을 봐주기도 했다. 또한 정필재에 대한 사료 정리를 하겠다는 말에는 영남 지방의 유학적 사변보다는 호남의 민요에 대한 생활 정서를 파헤쳐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고독한 상태는 일종의 버려진 상태입니다. 스스로 나아간 상태와는 동일한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창조의 산실'로서 고독으 선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독은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처하고 있는 이 어두운 옥방의 고독이 창조의 산실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찬란한 햇빛 아래 산과 들과 숲고, 건물과 ..... 모든 것이 저마다 생동하는 우람한 합창 속에서 내가 지키고 있는 이 고독한 자리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도대체 무슨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인가. (60페이지)

 

 

추운 겨울이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의 체온으로 인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데 반해 여름엔 곁에 누운 사람의 체온으로 인해 견디기 힘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체온 때문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는 것의 진리를 말하고 있었다. 때로는 곁에 누군가 있어 이야기를 나누고 체온을 나누는 것이 행복하지만 그 반대로 나와 옆에 있는 사람의 체온때문에 지옥 같은 생활이 된다면 이것 만큼 견디기 힘든 것도 없었을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신문이나 각 인터넷 매체에서는 여름 휴가철에 읽으면 좋을 책들을 선별하고는 한다. 나 또한 그 선별된 책의 목록을 보며 내가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을 점검하고 지금보다 더 책을 읽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을 갖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여름에 피서(避書)함으로써 피서(避暑)하겠다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책이 많아 피서하기도 쉽지 않다는 말을 했다. 많은 책을 읽기 보다는 한 권의 책을 읽어도 깊이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는 한다. 책을 읽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책 때문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하에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 싶습니다.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 함은 사침(思沈)하여야 사무사(思無邪) 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85페이지)

 

그의 젊음은 감옥 생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감옥생활을 비관만 한게 아니라 서예를 배우고 아버지의 책을 다시 일독하고 오자를 바로 잡는 등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은 고독의 시간, 사색의 시간.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게 마음을 살찌우는 일, 사색하는 일이다. 오늘 나는, 한 권의 책을 내려놓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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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1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eeze 2017-01-1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의 책을 더 찾아 읽고 싶더라구요. 좋은 글이었습니다. ^^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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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무라비'라는 단어에 먼저 떠오르는 건 함무라비 법전 속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 만큼 제목에서부터 미스 함무라비의 정의 넘치는 행동들이 기대가 된다. 소설 형식을 빌려 쓴 『미스 함무라비』는 현직 부장 판사가 쓴 소설로 법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자 판사인 박차오름의 불의를 보지 못하는 성격으로 어쩌면 무용담을 보는 듯도 한 소설이다. 우리는 소설 속에서 법원의 판사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우리가 판사라고 하면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에서 정의를 위해 판결을 내리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검사나 변호사 보다는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울 뿐. 어느 책 속에선가, 판사가 읽어야 하는 사건 서류가 엄청 나다고 알고 있었다. 소설에서도 언급했지만, 사건을 판결하기 위해 검경이 작성한 서류를 읽어야 하므로 서류를 보자기에 싸서 퇴근을 한다는 것이었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사건들. 판사가 판결해야 하는 사건들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영화속에서 법봉을 쾅쾅쾅 두들기며 판결을 하는 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영화의 내용속에 깊게 이입되어 판사를 바라보고 있었던 듯 하다.

 

실제로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사건의 대상자라면 다른 생각을 갖기도 하겠지만, 영화속에서 우리가 피해자라고 여기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주고 응원하기 마련이다. 만약 대학교 교수와 여제자 간의 음주때문에 일어난 강간 사건이 생겼을 때도 여제자가 어떤 것을 원하느냐에 따라 그건 강간이 되기도 하고, 협의하에 일어난 관계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언급한 사건을 보고는 책을 읽는 나 또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상태에서 일어난 강간인지, 어느 정도 인식이 된 상태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함께 모텔로 간 것인지 명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이런 건 판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약자 편에 서서 사건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기 때문에 판사들이 내린 결정이 공명정대한 결정이라고 여길 수밖에.

 

 

 

 

 

 

책 속에서 작가는 말한다. 판사들도 인간이기에 햄릿처럼 고민하고 판결을 내린다고. 아무리 판사라고 해도 인간이라 늘 벽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어떠한 판결을 내리는가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도 그 결정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사건을 파악하고 어떤 결정이 가장 좋은 것인가 고민한 뒤에 내리는 결정일 것이므로.

 

 

현직 부장판사인 작가를 알게 된 계기가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통해서였다. 언젠가 초대손님으로 나왔는데, 그가 현직 부장판사이며 책도 여러 권 냈을 뿐더러 이번엔 신작 소설까지 썼다는 것이다. 판사라 이렇게 말을 잘하나 싶을 정도로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꼭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었다.

 

 

소설에서 판사들의 생활과 사건을 대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재판관으로서 더 나은 재판을 하기 위해 서류를 읽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는 점. 검사와는 또다른 그들의 노고를 살펴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그들에게 죄를 묻는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분명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물며 사람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것도 힘들진대, 죄를 묻는 판결이라는 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권리를 잠자게 하지 말자는 말이 마음에 든다.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권리를 잠자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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