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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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진실을 모를 때가 더 낫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고통을 느껴야 할 지 모른다. 그동안 감춰두었던 고통과 상처가 새롭게 드러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진실을 제대로 가르켜주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사람이 받을 상처를 더이상 보고싶지 않으므로. 오죽하면 모르는게 약이다 라는 말도 있을까. 그래서 어떠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부모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일이 흔했다. 나중에 받을 고통을 예상하게 되더라도 현재의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일이 생겼을 때 그 진실을 알고자 자기가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게 된다. 그것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일일지라도. 소설 속 주인공 그레이스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남편 잭에게 어떠한 비밀이 있을지 모르면서도, 혹은 드러나는 비밀이 두려웠으면서도 남편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한다. 남편이 가진 비밀, 그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 이 모든게 남편을 사랑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들 속에서 한 장의 낡은 사진을 발견했다. 적어도 10년은 넘은 듯한 오래된 사진. 그 사진 속에는 등을 돌리고 있는 한 여성과 두 남자와 두 여자, 모두 다섯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콧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자가 어디서 본듯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의 남편인것만 같았다. 자신의 남편인듯한 남자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의 사진에는 커다랗게 X자가 그어져 있고, 어디서 본듯한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분명 남편 잭의 얼굴인 것 같은데, 잭은 그가 자신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사라진다. 잭이 실종되었다 느낀 그레이스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남편의 흔적을 좇는다. 사라지기 직전에 통화를 했던 사람, 서재에서 전화를 걸었던 사람에게 재다이얼을 눌러 확인하는 등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한다.

 

우리가 결혼할 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안 다음에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잭과 그레이스처럼 서로의 과거에 대해 묻지 않은 채 결혼할 수도 있는 걸까. 상대방의 과거같은 거 묻어둘 수도 있는 걸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그에게 형제자매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는 걸까. 그 모든 것을 묻지 않아도 사랑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믿고 결혼할 수도 있는 것일까 의문스러웠다. 이게 우리와 서양인들의 다른 점인가 싶기도 했고.

 

 

할런 코벤의 작품은 꽤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즐겨 읽을 정도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 또한 그의 작품을 읽고는 다른 작가의 비교할 수 없는 고유한 할런 코벤만의 감각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은 개정판으로 내가 읽지 않은 책인데, 꽤 탄탄한 스토리였다. 할런 코벤다운 결말을 알 수 없는 스토리,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고 해도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반전. 그 반전 때문에 혼란에 휩싸이고 만다. 내가 이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했던가. 내가 이해한 스토리가 작가가 원한 게 맞는가.

 

 

한 장의 사진때문에 드러나는 진실들은 아프다. 과거 그레이스가 겪었던 보스턴 대학살 사건과 더불어 아픈 과거의 시간들을 생각나게 한다. 지미 엑스 밴드의 록 콘서트가 있던 장소에서 총 소리때문에 아비규환이 일어났고, 열여덟 명이 죽은 사건에서 살아난 그레이스였다. 사건에서 생존자였던 그레이스는 충격때문에 그 날의 일과 그 일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며칠간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그레이스였다. 누구의 록 콘서트였는지, 누구와 함께 콘서트장에 갔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누군가의 증언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

 

어쩌면 오래 전에 만났던 그레이스와 잭은 서로 무언가를 피해서 도망을 쳤었던 것일까. 잭은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던가. 운명적인 만남 뒤에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프랑스에서 처음 만났던 게 아니었을까. 어떤 인연으로 그들은 엮어졌던 것일까. 수많은 의문들 속에서 그레이스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잭에게 누나가 있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고, 만나러 간 누나는 거짓말로 잭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하고, 사진 속 인물들의 정체는 하나씩 드러나는데. 왜 무슨 이유로 잭은 실종되었던 것인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진실을 알면 안 되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지도 모르지. (532페이지)

 

그렇다. 어쩌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일이 끝나고 진실이 드러나게 되어도 우리는 평소처럼 행동할지도 모른다.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것. 어떤 장소에 내가 있었어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남편이 가진 비밀이 드러나도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에 남편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진실을 알았기에 표지 속 여자처럼 그녀의 표정이 이해되는지도 모른다. 넓은 공간 구석에 홀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여자가 있는 표지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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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23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원래 두권짜리 아녔나요? 새로나온게 아닌거죠? ㅎㅎ 넘 오래되서 읽고도 헷갈리네요 . 새책인가? 하고..

Breeze 2017-01-23 15:44   좋아요 1 | URL
개정판입니다. ㅋㅋ

[그장소] 2017-01-23 20:25   좋아요 0 | URL
네에 ㅡ 찾아보니 그렇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