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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여, 나중에 다시 오라. (347페이지)
이 문장을 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강력하게 호응할 문장이다. 이 문장 때문에라도 책을 쓴 저자에게 마구 공감의 하트를 보냈다. 물론 입가엔 슬며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가능하다면 하루에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매일매일 책만 읽고 살았으면 좋겠다.(13페이지)'라는 그의 투정이 반가운 이유와도 같다. 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므로.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문장이어서 그렇다.
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많은 책을 읽어보았으나 조 퀴넌처럼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책을 홍보하는 글에서도 나타났지만,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을 하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자신에게 좋은 책을 읽을 것을 강조했고, 누군가 추천해 준 책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다. 순전히 자신의 기준에서 좋은 책을 읽고 또 읽는 독특한 취미를 가졌다.
그는 책을 읽을 때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습관을 지녔다. 두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봤으나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 권씩 결말을 보고자 해치워버리고는 했으나, 저자처럼 열다섯 권에서 삼십 권에 이르는 책들을 동시에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는 결말을 보고 싶지 않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동시에 읽는다고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책을 주로 읽는달까.
책은 내게 부적이요,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 맞다. 그러나 책은 장난감이기도 하다. 나는 내 책을 가지고 노는 게 좋다. 책에다 표시를 남기고, 손때 탄 느낌을 불어넣기 좋아한다. 책장에 책을 쌓아놓았다가 옮기고 새로운 기준 - 높이, 색상, 두께, 출신, 출판사, 작가의 국적, 주제, 유사성, 다시 읽게 될 확률 등 - 에 따라 재배치하기를 좋아한다. (30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책에 낙서를 하지 않되 포스트잇을 이용해 붙이고 메모를 남기며, 책 본 흔적이 있는 내 책을 들여다 보기를 좋아하는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 같다. 책을 쌓아둘 때도 작가별, 출판사별, 주제별로 분류해 놓는 점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알파벳 순으로 분류한다고도 하는데, 집에 책이 쌓여가 재배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나는 종이책이 좋다고, 전자책을 볼 확률은 낮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렴하게 전자책이 출시되고 있어서 보고 싶었던 책 놓쳤던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고 있다. 오히려 열심히 사모은다고 할까. 어느 출판사에 나오는 세트는 행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전집을 포함해 백 권이 넘는 책을 소유하고 있는데, 전자책 단말기 하나에 다 들어간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랍다.
그래도 나는 종이책이 좋다. 아무 장소에서나 책을 펴들수 있고, 종이책의 그 질감을 즐긴다. 그래서 갖고 싶은 책이 나오면 구매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판이나 한정판, 초판본 사인본이 나오면 구매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이런 나에 비해 저자는 사인본이나 초판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도서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말한다. 상당부분 기분 전환과 구두쇠 노릇을 돕는데 있다고 하며 신랄판 비판을 한다. 다음 문장을 보라. '작가들은 돈에만 신경 쓴다. (중략) 어쨌든 주로 마음이 쓰이는 건 돈이다. 도서관에서 우리 책을 빌려보는 쩨쩨한 새끼들, 정 떨어지는 개자식들은 우리 수입에 쥐뿔도 도움이 안된다. (82페이지) 도서관 관련 책을 읽으며 작가는 도서관의 책들을 좋아할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이 팔리면 팔릴수록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데 좋아하지 않을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도 드물 것 같았다.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서도 평하는데, '킨들로는 어림도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종이책만이 가지는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서는 여행 같다. 어렸을 때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영영 감을 잡지 못한다. (336페이지)
내 책은 언제나 내 삶의 일부였다. 책들은 훌륭한 병사요, 유쾌한 친구였다. 한 권 한 권이 다 오랜 세월 수차례의 숙청에서 살아남은 책이었다. 저마다 카펫으로 불려나가 자기변호를 펼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겪은 책들이었다. 모든 참가자와 맞서 선한 싸움을 펼치고 그 자리에 남을 권리를 얻지 않ㅇ느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나한테 있는 책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359페이지)
이렇듯 그는 책을 사랑한다. 평생 칠천 권의 책을 읽었고 몇천 권을 소장하는 책벌레이다. 활자중독자인 나 또한 스스로 책벌레라 칭한다. 책 중독자라고 하는게 맞을까. 하지만 조 퀴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가 평생 읽고 있거나 몇 번 읽은 책, 21세기가 낳은 3대 소설을 말했다. 그 중에 몇 권을 메모했다. 내가 보지 않았던 책, 궁금했던 책을. 아, 또 구입하고 싶은 책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