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애수 (애장판)
심윤서 지음 / 가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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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장판, 한정판 이런 거에 눈길도 주지 말자고 해놓고도 잘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작품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클릭질을 하고 있다. 사지 않고는 못배기는. 출판사들이 이런 나같은 사람들을 겨냥해서 자꾸 애장판을 만들고 한정판을 만든다. 그래서 구매한 책이 꽤 된다는 거.

 

하도 오래전에 읽었던 탓인지 줄거리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여자 주인공이 배우라는 것도, 남자 주인공이 장애가 있다는 것도. 우애수에 대해 남녀 주인공들이 이야기했던 것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책의 시작 부분에서 좀 놀랬던 것도 사실이다. 아, 이렇게 소설이 시작되었구나. 이렇게 해서 이 두 사람이 만났구나.

 

작가의 소설을 꽤 읽었는데 이처럼 상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곧잘 건넨다. 『난다의 일기』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남자를 내세워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만들더니, 이 작품에서는 사고로 한쪽 다리의 종아리 아랫부분이 없는 남자가 주인공이었다. 눈물이 났다. 송진교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 전해져서, 주일은 부모의 심정이 이해되서.

 

일은의 직업 또한 부모들이 그리 반길 직업은 아니다. 배우를 자신의 가족으로 맞아들여야 할 때 흔쾌히 허락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더군다나 헤어진 다른 배우와 함께 스캔들이 터진 상태라면. 불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이므로, 딸이 사랑하는 남자이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일은과 진교의 사랑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슬픈데, 일은의 오빠 강은이 사랑했던 창아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슬프다. 태어날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창아. 고모를 엄마처럼 따르는 구김살 없는 아이를 바라보는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강은의 사랑이 무척 아팠다. 이런 강은이 자신의 환자였던 진교를 소개시켜주며, 자신의 동생이라면 진교의 장애를 보지 않고 마음을 볼거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일은은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보았던 것이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되려나. 너무 좋은 사람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나쁜 남자인 것처럼 말했지만, 사랑을 확신한 다음부터는 다른 어떤 것도 눈에 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이런 사랑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많은 제약이 따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시 읽어서 좋았다. 오래전에 받았던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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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조 퀴넌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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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으니 죽음의 천사여, 나중에 다시 오라. (347페이지)

 

이 문장을 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강력하게 호응할 문장이다. 이 문장 때문에라도 책을 쓴 저자에게 마구 공감의 하트를 보냈다. 물론 입가엔 슬며시 미소를 지은 채 말이다. '가능하다면 하루에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매일매일 책만 읽고 살았으면 좋겠다.(13페이지)'라는 그의 투정이 반가운 이유와도 같다. 나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므로. 나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문장이어서 그렇다.

 

책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많은 책을 읽어보았으나 조 퀴넌처럼 말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책을 홍보하는 글에서도 나타났지만,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 고백을 하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자신에게 좋은 책을 읽을 것을 강조했고, 누군가 추천해 준 책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다. 순전히 자신의 기준에서 좋은 책을 읽고 또 읽는 독특한 취미를 가졌다.

 

그는 책을 읽을 때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습관을 지녔다. 두세 권의 책을 동시에 읽어 봤으나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한 권씩 결말을 보고자 해치워버리고는 했으나, 저자처럼 열다섯 권에서 삼십 권에 이르는 책들을 동시에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는 결말을 보고 싶지 않은 책,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동시에 읽는다고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책을 주로 읽는달까.

 

책은 내게 부적이요, 죽음을 상기시키는 상징물이 맞다. 그러나 책은 장난감이기도 하다. 나는 내 책을 가지고 노는 게 좋다. 책에다 표시를 남기고, 손때 탄 느낌을 불어넣기 좋아한다. 책장에 책을 쌓아놓았다가 옮기고 새로운 기준 - 높이, 색상, 두께, 출신, 출판사, 작가의 국적, 주제, 유사성, 다시 읽게 될 확률 등 - 에 따라 재배치하기를 좋아한다. (30페이지)

 

저자의 말처럼 책에 낙서를 하지 않되 포스트잇을 이용해 붙이고 메모를 남기며, 책 본 흔적이 있는 내 책을 들여다 보기를 좋아하는데,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 같다. 책을 쌓아둘 때도 작가별, 출판사별, 주제별로 분류해 놓는 점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알파벳 순으로 분류한다고도 하는데, 집에 책이 쌓여가 재배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나는 종이책이 좋다고, 전자책을 볼 확률은 낮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렴하게 전자책이 출시되고 있어서 보고 싶었던 책 놓쳤던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고 있다. 오히려 열심히 사모은다고 할까. 어느 출판사에 나오는 세트는 행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전집을 포함해 백 권이 넘는 책을 소유하고 있는데, 전자책 단말기 하나에 다 들어간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랍다. 

 

그래도 나는 종이책이 좋다. 아무 장소에서나 책을 펴들수 있고, 종이책의 그 질감을 즐긴다. 그래서 갖고 싶은 책이 나오면 구매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판이나 한정판, 초판본 사인본이 나오면 구매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이런 나에 비해 저자는 사인본이나 초판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도서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말한다. 상당부분 기분 전환과 구두쇠 노릇을 돕는데 있다고 하며 신랄판 비판을 한다. 다음 문장을 보라. '작가들은 돈에만 신경 쓴다. (중략) 어쨌든 주로 마음이 쓰이는 건 돈이다. 도서관에서 우리 책을 빌려보는 쩨쩨한 새끼들, 정 떨어지는 개자식들은 우리 수입에 쥐뿔도 도움이 안된다. (82페이지) 도서관 관련 책을 읽으며 작가는 도서관의 책들을 좋아할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이 팔리면 팔릴수록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데 좋아하지 않을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우도 드물 것 같았다. 전자책 단말기에 대해서도 평하는데, '킨들로는 어림도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종이책만이 가지는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독서는 여행 같다. 어렸을 때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영영 감을 잡지 못한다. (336페이지)

 

내 책은 언제나 내 삶의 일부였다. 책들은 훌륭한 병사요, 유쾌한 친구였다. 한 권 한 권이 다 오랜 세월 수차례의 숙청에서 살아남은 책이었다. 저마다 카펫으로 불려나가 자기변호를 펼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겪은 책들이었다. 모든 참가자와 맞서 선한 싸움을 펼치고 그 자리에 남을 권리를 얻지 않ㅇ느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나한테 있는 책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359페이지)

 

이렇듯 그는 책을 사랑한다. 평생 칠천 권의 책을 읽었고 몇천 권을 소장하는 책벌레이다. 활자중독자인 나 또한 스스로 책벌레라 칭한다. 책 중독자라고 하는게 맞을까. 하지만 조 퀴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가 평생 읽고 있거나 몇 번 읽은 책, 21세기가 낳은 3대 소설을 말했다. 그 중에 몇 권을 메모했다. 내가 보지 않았던 책, 궁금했던 책을. 아, 또 구입하고 싶은 책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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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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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첫 아이를 낳고 두 달간의 출산 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출근해야 했을 때 전에 입던 옷이 하나도 맞지 않아 새 옷을 구매했었다. 어떤 이들은 아이 낳고 나면 늘었던 몸무게가 거의 원상태로 돌아왔다던데, 나는 출산후 6개월이 지나서야 제 몸무게가 돌아왔다. 물론 임신중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체중이 늘긴 했었다.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출산과 육아는 정말 힘들었다. 젖을 줄때도, 아이의 대변을 치우는 것도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거였다. 매 시간마다 일어나 우는 아이, 젖을 물려보지만 또 금방 울어 세 시간후 수유는 맞지도 않은 말이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야마다 모모코의 생생 육아 체험기는 우리를 놀랍게 했다. 이처럼 적나라하게 나타내기도 힘들 것 같았다. 확연하게 드러난 배의 임신선, 그 모습을 찍은 남편의 사진, 연예인들의 만삭 사진은 일반인에게는 꿈일 뿐인가.

 

 

한밤중 수유를 하다 잠든 엄마, 아이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어 발에 대한 감각이 날로 늘어간다는 고백은 웃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안타까운 면도 없잖아있지만, 책 표지나 아래 사진을 보라. 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책의 뒷표지는 앞표지의 뒷모습을 그려냈는데, 저 와중에 방구까지 뿡 끼면서 TV를 보며 음식을 먹고 있다. 물론 발로 아이를 흔들어주는 건 기본. 엄마가 될수록 발재간이 점점 늘어가나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된 그림을 보며 책을 읽으며 낄낄거렸더니 옆에서 나를 보던 딸아이는 그렇게 재미있느냐며 책 내용을 궁금해했다. 나중에 꼭 보라고 하며 다음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는 출산후 부터 한 살이 될 때까지의 1년 동안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 한 편에 짤막한 설명이 있을 뿐인데도 폭풍 공감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가장 큰 고통이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임에도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다보면 그 수고로움은 금방 잊는다.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자는 동안에 잠깐 자다보니 남편 히데가 왔을 때 가슴노출하는 건 기본에 가깝다. 점점 여성을 잃어가고 육아에 지친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모모코처럼은 안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 웃었다. 모모코의 일러스트를 보면서 웃긴 사연 또 하나는 화장실에서 일을 볼때도 우는 아이를 달래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보는 것이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런 경험 대부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윗 사진은 내 경험과 너무 비슷해서 사진을 가져왔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새로운 직장을 다니기 위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로 하고 유치원을 보낸 첫날 집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고 한참을 울었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고이는데, 복직을 앞둔 모모코의 심정이 이해되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한가한 시간이 직장이 있을 때라고 우스갯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엄마들은 퇴근후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조금만 버티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는 금새 크고 친구들이 더 좋을 때가 오면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가장 힘든 시기이지만 반대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 가 싶다. 아이가 오로지 엄마만 찾는 시기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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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6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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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짠 신선한 우유와 그 우유를 만든 버터를 이용해 식빵을 만드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와 고양이들의 휴식 시간에 티타임을 갖는다는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그렇다 고양이들도 티타임을 즐긴다는 것이다. 티타임을 즐길 준비에 꼭 필요한게 찻잔이다. 아름다운 찻잔, 영국제나 프랑스제면 더욱 좋겠다.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찻잔에 차를 담아 티타임을 즐기면 된다.

 

고양이들의 티타임에 인간들이 초대될 수도 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찻잔을 가지고 와야 한다. 앞서 말한 영국제나 프랑스제 찻잔을 가지고 와야 하며, 추르 등의 간식을 들고 오면 된다. 이때 중요한 사항 하나, 절대 추르를 먼저 꺼내면 안된다. 고양이들이 자칫 흥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르 봉지만 보아도 음식통으로 뛰어가는 고양이와 달리기 해 본적이 있는지. 가다가 멈추면, 앞서 달려가던 고양이는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고 빨리 자신에게로 달려오기를 바란다. 음식통에 짜주면 냠냠 잘도 먹는다. 추르 봉지를 쓰레기통에라도 넣었다면 조심하길.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질지도 모른다. 추르 맛을 다시 보기 위해서다.

 

 

티타임에 초대된 사람들은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서로가 가져온 찻잔을 칭찬하면 된다. 서로의 찻잔을 칭찬하다보면 어느 새 어색함은 저 뒷편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차를 따를 때는 먼저 자신의 찻잔을 채우고 난 뒤 다른 찻잔을 채우면 된다.

 

4분의 3 정도 채우고 우유나 설탕이 필요한지도 묻는다. 잔을 채운 고양이들은 찻잔을 머리 위에 올려두고 온기를 즐긴다.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쏟을 수도 있으니 안전하게 손바닥 위에 올려두기를 권한다.

 

티타임을 마치고 빽빽한 아파트 숲으로 돌아온 사람은 쓸쓸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고양이들에게 초대받았던 티타임이 아련하게 떠오를지도. 그럴 때는 자신의 찻잔을 꺼내 홀로 티타임을 즐겨도 될 일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그림이 무척 재미있다. 예쁜 찻잔을 좋아하기 때문에 찻잔과 티포트 그림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고양이의 특징이 도도함인데 도도함은 우아함과도 비슷하다.

 

우리집 고양이는 키가 길쭉하게 늘어났을 뿐 많이 뚱뚱하지는 않는데, 아파트에 사는 길냥이들은 제법 뚱뚱해 보였다. 임신했나 싶을 정도로 뚱뚱해 보이는데, 최봉수의 그림에서처럼 뚱냥이들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림이 무척 예쁘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들을 싫어했던 사람들도 저절로 예쁘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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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8-03-1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너무 귀여워요~~^^

Breeze 2018-03-19 21:19   좋아요 0 | URL
시리즈로 나와 있어요. 귀엽더라고요. ^^
 
고양이 식당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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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먹는 음식들, 건식 사료 외에도 국물이 있는 습식 사료와 마약 간식 추르, 캔, 소시지 등 다양하다. 매일 주는게 아니라 특별한 날에만 간식을 주고는 하는데, 간식을 먹고 입맛을 다시는 고양이를 보면 무척 귀엽다. 사람도 마찬가지지만 맛난 음식을 먹고 나면 만족감의 표정을 짓고는 하는데 동물도 마찬가지. 맛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주방에 있는 사람을 기웃거리고, 추르를 주겠다고 손짓을 하면 자기가 먼저 음식통 앞으로 달려가는 열성을 보인다.

 

고양이 사료를 인터넷에서 주문한다. 잘 몰라서 이것저것 기웃거리게 되는데 살찐 고양이를 위한 다이어트 사료도 준비되어 있었고, 집에만 있는 고양이를 위한 사료도 있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게 생선인데, 사실상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사료에 익숙해져서 생선이 식탁에 나와도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만 맡을 뿐 달려들지는 않는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습관도 정해지는 법인가 보다.

 

 

 

최봉수의 그림책 『고양이 식당』은 뚱냥이들의 어느 날을 담았다. 곰같이 뚱뚱한 고양이들이 턱시도를 차려입고 손님들을 맞는다. 유명한 식당답게 아직 문을 열지 않는 식당 밖은 길게 줄이 서 있다. 식당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부엌에 들어가기 전 고양이 셰프들은 모여서 그루밍을 한다. 꼼꼼하게, 더 깔끔하게. 고양이 셰프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문을 열고 나면 그루밍할 틈도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고양이 셰프들이 요리를 시작한다. 

 

 

 

 

고양이 손님들은 음식이 맛있다며 즐겁게 춤을 춘다. 고양이 식당에 고양이들은 예약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예약 손님이 있었다. 예약 손님은 고양이가 아닌 자신을 유명한 음식 평론가라고 말한 미식가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캣닢으로 만든 칵테일과 튀긴 가지에 타르타르 스테이크를 올리고 태운 고양이 수염으로 마무리한 음식이다. 전체적으로 싱거운 음식에 미식가는 소금을 달라고 하고, 소금을 달라는 손님이 처음인 고양이 셰프들은 당황한다. 야심차게 준비한 연어 스테이크를 손님에게 주지만 그는 엣취 하며 재채기를 하고 만다.

 

 

 

 

 

고양이 식당과 크리스마스 케이크 대회라는 만화가 두 편 실려 있는데, 아마도 내가 고양이를 키워서 그런지 무척 흐뭇하게 그림들을 바라보게 된다. 동물을 의인화했다기 보다는 동물 그대로를 표현했다. 고양이들과 사람이 함께 하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고양이들의 공간에 사람이 들어가는 모양새다. 한데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고양이 식당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것 같은데, 길고양이들이 와서 음식을 먹게 해주는 용어를 고양이 식당이라고들 하나 보다. 고양이 식당을 여는 사람들이었다. 사료 값이 만만치 않을텐데도 기꺼이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그들의 모습이 달리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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