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함은 분만실에 두고 왔습니다
야마다 모모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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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첫 아이를 낳고 두 달간의 출산 휴가를 끝내고 직장에 출근해야 했을 때 전에 입던 옷이 하나도 맞지 않아 새 옷을 구매했었다. 어떤 이들은 아이 낳고 나면 늘었던 몸무게가 거의 원상태로 돌아왔다던데, 나는 출산후 6개월이 지나서야 제 몸무게가 돌아왔다. 물론 임신중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체중이 늘긴 했었다.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출산과 육아는 정말 힘들었다. 젖을 줄때도, 아이의 대변을 치우는 것도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거였다. 매 시간마다 일어나 우는 아이, 젖을 물려보지만 또 금방 울어 세 시간후 수유는 맞지도 않은 말이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야마다 모모코의 생생 육아 체험기는 우리를 놀랍게 했다. 이처럼 적나라하게 나타내기도 힘들 것 같았다. 확연하게 드러난 배의 임신선, 그 모습을 찍은 남편의 사진, 연예인들의 만삭 사진은 일반인에게는 꿈일 뿐인가.

 

 

한밤중 수유를 하다 잠든 엄마, 아이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없어 발에 대한 감각이 날로 늘어간다는 고백은 웃음을 터트리기에 충분했다. 물론 안타까운 면도 없잖아있지만, 책 표지나 아래 사진을 보라. 발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 책의 뒷표지는 앞표지의 뒷모습을 그려냈는데, 저 와중에 방구까지 뿡 끼면서 TV를 보며 음식을 먹고 있다. 물론 발로 아이를 흔들어주는 건 기본. 엄마가 될수록 발재간이 점점 늘어가나 보다.

 

적나라하게 표현된 그림을 보며 책을 읽으며 낄낄거렸더니 옆에서 나를 보던 딸아이는 그렇게 재미있느냐며 책 내용을 궁금해했다. 나중에 꼭 보라고 하며 다음 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는 출산후 부터 한 살이 될 때까지의 1년 동안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 한 편에 짤막한 설명이 있을 뿐인데도 폭풍 공감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가장 큰 고통이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임에도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다보면 그 수고로움은 금방 잊는다. 정신없이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자는 동안에 잠깐 자다보니 남편 히데가 왔을 때 가슴노출하는 건 기본에 가깝다. 점점 여성을 잃어가고 육아에 지친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모모코처럼은 안했던 것 같은데 하면서 웃었다. 모모코의 일러스트를 보면서 웃긴 사연 또 하나는 화장실에서 일을 볼때도 우는 아이를 달래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보는 것이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런 경험 대부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윗 사진은 내 경험과 너무 비슷해서 사진을 가져왔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새로운 직장을 다니기 위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기로 하고 유치원을 보낸 첫날 집앞에 앉아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고 한참을 울었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고이는데, 복직을 앞둔 모모코의 심정이 이해되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한가한 시간이 직장이 있을 때라고 우스갯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엄마들은 퇴근후부터 잠자는 시간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조금만 버티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는 금새 크고 친구들이 더 좋을 때가 오면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가장 힘든 시기이지만 반대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 가 싶다. 아이가 오로지 엄마만 찾는 시기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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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3: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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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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