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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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이웃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정감이 있다.

그냥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개인의 생각들이 들어 있어,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 같다. 이렇게 잔잔하고도 소소한 일상을 적어놓은 글을 읽으니, 그를 과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말하기가 선뜻 나오지 않는 글이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면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기때문에 아무런 부담없이 우리가 읽을수 있고, 미소지을수 있구나 싶다.

 

 

이번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일본 잡지 '앙앙'에 연재했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에 일 년 동안 연재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또한 '헤이본 펀치' 표지를 그리는 오하시 아유미의 삽화가 인상적이다. 아유미 씨는 뾰족한 금속 막대기에 긁어 내듯이 그림을 그리는 동판화 기법으로 삽화를 그렸는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글과 무척 잘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드러운 선에 무라카미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무라카미의 51편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수 있다.

채식을 좋아해 샐러드를 커다란 양푼으로 한가득도 먹을수 있다는 샐러드 이야기를 하는 페이지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가 샐러드를 아구아구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웃기는 모습이었다.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성격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일하다 산책나오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복 차림으로 맥주집에도 다니며, 같은 작가들과는 교류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사람같았다. 또한 여자를 말하는 모습에서도 생활적인 냄새가 났다.

 

 

예를들면, 한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그가 여성에 대해 품어온 생각을 말하는 장면이다.

'여성은 화내고 싶은 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고 싶을 가 있어서 화낸다' 라고 했다. 작가도 말했지만, 남자들은 이러저러해서 화난다는 말을 하지만, 여자는 화나는 시기에 걸려 버리면 화를 낸다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화나 죽겠는데, 남편이 이성적으로 이러저러하다고 설명하면 진짜 짜증난다는 것을 기억했다. 남자는 대부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데 반해, 여자들은 아무래도 감정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이런 점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난 무릎을 치며 혼자 웃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책 속에서 맥주 이야기를 하는 편에서는 나도 모르게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여름이면 맥주를 즐겨 마시는데, 나 같은 경우는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 보다, 맥주 한잔 마시는 걸 더 즐겨한다. 어느 날에 마트를 가면 각각의 맥주캔을 사오고 싶어한다. 작가는 병맥주를 좋아하는데, 맥주중에서도 특히 '블루리본'이라는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때 내가 좋아하는 병맥주는 '카프리'라는 맥주였다. 여섯개들이 맥주를 사와 냉장고에 넣어놓고, 배가 고플때, 책을 읽을때 한병씩 꺼내 병째 마시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최근에 살이 찌고 있어서 맥주를 멀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몹시도 '카프리' 맥주가 생각났다. 내일엔 오랜만에 카프리 맥주를 사다 놓고 마셔보리라 생각했다.

 

 

에세이 중에서 작가가 하는 말에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친절심'에 대해 말하는 꼭지였는데, 작가는 글을 쓸 때도 독자에게 친절해야지 하며 없는 지혜를 짜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때 친절심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독자가 읽기 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써야한다는 그 말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래서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너무 어렵게 쓰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다 읽고나서도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 경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지도 못하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작품을 다음에 다른 작품이 나왔을때도 기피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겼던 것이다. 물론 작가들이 독자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작가와 독자가 서로 소통하는 장이 바로 책 아니던가. 이해하기 쉬운 책에 독자는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을 것이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들려주는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무라카미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 놓는다. 그가 말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진 힘에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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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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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전에 만화 같은 표지의 『쓰리』가 나왔을때, 표지만 보고서는 그저그런 만화책이려니 했었다. 하지만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천재 쓰리꾼(소매치기)을 다룬 내용이란걸 알게 되어, 책의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읽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에 읽은 『왕국』은 『쓰리』의 자매편 이라고 했다. 작가는 인류 최초의 직업이 매춘, 그 다음이 소매치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소매치기와 창녀에 관한 내용의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천재 소매치기 청년의 이야기인『쓰리』를 먼저 썼고,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들을 홀려 그들의 약점을 팔아넘기는, 창녀라고 할 수 있는 유리카의 이야기를 썼다.

 

 

뒷 표지에 적혀진 글들을 읽고, 아무래도 창녀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저그런 통속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는 누군가의 지시로 호텔에서 남자를 만나 그를 잠들게 하고 그들의 약점일 수 있는 침대에 벌거벗고 있는 사진이라든가, 그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는 약점을 빼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타하리처럼 스파이라고 해야 더 옳겠다. 그래서 돈을 벌지만, 그녀의 삶은 허무하다.

 

 

그녀, 유리카가 길을 거닐때, 늘 자신을 따라다니는 달을 보았다.

그녀의 밤을 비춰주는 달빛에 의지해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가지만, 달은 어두운 밤 하늘, 그 자리에 있을 뿐 어느 것도 해주지 못한다.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라보던 달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투명한 빛을 발하며,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움직이며 길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의 그녀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에게 일을 의뢰하는 야다와 기자키가 그녀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유리카는 아동시설에 자랐고, 아동시설에서 만난 에리 언니가 있었다. 에리가 죽고난 뒤 에리 언니의 아이 쇼타가 아파 심장이식수술을 해야하자 돈이 없는 유리카는 야다를 만나 이런 일들을 하게 되었다. 유리카가 괴물이라고 칭할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쇼타의 친부였던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의 가장 가엾고 비참한 모습을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두 번째 괴물은 어린 시절에 지냈던 아동시설의 새로운 원장이라는 기자키였다. 기자키 역시 사람의 죽어가는 모습을 가여워하는게 즐거운 괴물이었다. 또한 남의 인생을 빼앗는 걸 아주 쉽게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야다는 기자키가 가진 것들을 원했고, 기자키는 야다가 알고 있는 누군가의 약점들을 원했다. 그 가운데서 유리카는 살기 위해 야다와 기자키 두 사람에게 서로의 상대방이 가진 것들을 전해준다.

 

 

네가 가장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반드시 네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  ....... 인간이란 그런 것이야.  (221페이지)

 

자신의 인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유리카의 모습은 달의 다른 이면을 보는것 같았다. 자신의 모든 삶에 보였던 달이 이제는 다른 삶을 살라고 한다. 자신에게는 애착을 갖는 가족도 없고, 돌봐줄 이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삶을 꿈꾼다. 자신만의 왕국을 가지려고 한다. 그녀에게 다가올 새로운 시간들을 쌓아간다. 새로운 시간들을 쌓아갈 동안에도 그녀가 바라보는 밤 하늘엔 늘 그녀를 지켜보는 달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투명한 빛을 발하고, 때로는 붉은 빛을 발하며 자신이 비춰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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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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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일때 여동생네와 함께 주말을 맞아 순창에 있는 전봉준 장군 피체지에서 하룻밤을 묵었었다. 운동장처럼 넓다란 방에서 두 집 일곱 식구가 뒹굴거리며 음식을 해먹었었다. 밤 11시쯤 되었을까. 서울에서 갑자기 선거관계 사람이 내려온다는 연락을 받고, 신랑은 우리 가족을 버리고 새벽에 사무실로 돌아가고, 느지막히 일어난 여동생네와 우리는 밖에서 음식을 해먹고 전봉준 장군의 피체지를 한 바퀴 돌고 기념사진도 남겼었다. 역사책에서만 볼수 있었던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녹두장군이 마지막으로 체포되었던 곳이라 의미가 깊어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었다. 우리가 묵었던 그 장소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이었다는 게 우리로서는 왠지 숙연한 느낌도 들게 했다. 방이 몇개 되지 않지만,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전봉준 장군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수련관처럼 숙소를 마련해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뜻 같았다. 

 

 

그후 몇개월이 흐른후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을 이곳에서부터 한양까지 압송해 가는 과정을 그린 한승원 작가의 소설이 연재된다는 걸 알고 반가웠다. 전봉준은 왜 동학혁명을 일으켰는가, 조선 사람도 아닌 일본 군대가 전봉준 장군을 압송해 간 이유는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고, 살아야 할 것인가, 죽어야 할 것인가 번민하는 전봉준의 속내를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우리 동학군이 일어선 것은 나라 밖에서 들어온 세력을 몰아내자는 것이고, 우리 민족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첫째로 이 나라를 넘보고 있는 일본을 징치하고, 둘째로 중앙정부의 요직에 앉아 벼슬을 팔아 배를 불리는 탐관오리들을 척결하고, 셋째로 몽매하고 순박하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고액의 세금을 받는 부자들을 꾸짖고, 종들을 해방시키려는 것이오.  (67페이지)

 

 

 

 

 

녹두장군이 그토록 몰아내고 싶었던 일본군에게 끌려가고 있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웠다. 전봉준 장군을 끌고가는 일본군 중에는 조선 출신이 있었다. 이토 겐지라는 자로 전봉준 장군을 생포하기 위해, 직접 동학 혁명을 하는 이들 속에 숨어서 그들을 살폈다. 또한 그는 조선을 집어 삼키려는 이토 히로부미의 양자로 한양까지 올라가는 길에 전봉준 장군의 곁에서 일본으로 가 훗날을 도모하라고 그를 회유하고 있었다. 그런 이토의 말을 듣는 전봉준은 한 편으로는 살고 싶었다. 살아서 자신의 아내를, 자식들을 바라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떻게든 종로에서 조선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죽어, 그의 피를 조선인들 모든 사람들이 보았으면 했다.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랬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기를 바랬던 전봉준이 그렇게 죽어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의 말대로 몇십년이 지난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세상이 되었다.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존재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다 한울님이므로, 박해받거나 착취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우리의 그 꿈은 십 년 뒤에든지, 이십 년 뒤에든지, 오십 년 뒤에든지 백 년 뒤에든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58페이지)

 

전봉준 녹두장군 피체지(전북 순창군)

 

 

우리는 전봉준 장군이 뜻하였던 바를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가 현재 이렇게 누군가의 종으로, 누군가의 양반으로 있지 않다는 사실,  결국 전봉준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던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 죽음에 대한 고뇌를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고뇌했던 전봉준의 고뇌를 볼 수 있었다. 2013년이 다시 갑오년이라고 한다. 이런 시점에 전봉준 장군이 부르짖었던 것을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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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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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향은 책 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정치인들이 나와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더 좋고, 사랑하는 이야기라면 더욱 좋아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던데, 내 취향은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어쩌다 한번씩 보면 좋지만, 아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다. 자기계발서적에서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라는 말들이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 누군가 그렇게 살라고 해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마음이 동화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누가 아무리 뭐라해도 자신의 뜻대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즐겁다. 어떤 이들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소설을 잘 읽지 않기도 하지만, 나는 그들을 뭐라 할 수 없고, 그들도 나를 뭐라 할 수 없다.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개인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뭔가가 좋다고 해도 마음에 우러나지 않음은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뻥 하고 뚤리는 느낌의 소설을 만났다.

혼자서 킬킬거리기도 하며, '맞아맞아' 하며 맞장구를 치며 읽은 소설이다. 먼저 책 속의 주요 인물 하나는 평범하다느니,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 받은 이다. 무엇 때문에 자기가 차였는지 이해를 못하는 그는 그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그녀가 회원으로 있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카페의 정모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카페로 향하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전 여자친구는 고양이 머리띠에 고양이 꼬리를 달고 다니는 묘한 여자였다. 또한 이쁘기도 했지만,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갖고 말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 여자에게 카드로 긁어 사준 물건들 때문에 헤어진지 두 달이 지났어도 카드빚이 남아 있어 그는 그녀를 가리켜 '이쁘고 못돼 처먹은 너' 라고 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책 속에서 '한'은, '취향이란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에 매혹되어 있는지는 우리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 (325페이지) 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데,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기 바라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싫다는 표정을 나타내면 그 사람을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 이수진 작가는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하지 않겠냐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나와 취향이 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책속의 인물들의 말을 빌어 이야기한다. 취향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 취향을 빌미 삼아 무언가를 얻으려 하는 이에게 정신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게 만들게까지 만드는 것이 결국은 다른 이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지 않나 싶다.

 

 

책 속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와 카페 회원들이 나오는데, 다른 내 취향을 말해보자면, 난 사실 동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때부터 아토피 피부병이 있기도 해서 털이 날리면 더 가렵기 때문에 피하기도 했지만, 동물들이 무섭다. 강아지 같은 경우 털을 만지지도 못했다. 털 밑으로 만져지는 강아지의 체온과 뼈가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 중에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몇 있어, 모이기만 하면 그 애들은 강아지 이야기를 한다. 각자 이름이 있기 때문에 오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강아지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그들은 강아지란 동물에 매료되고,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취향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취향 또한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이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336페이지)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나에게 더 두려운 존재다.

노랗게 바라보는 그 눈빛도 무섭고, 어렸을때 여동생이 고양이를 미워했다는 이유로 이제 막 난 쥐 새끼 - 털도 나지 않는 - 를 여동생의 신발에 넣어 두었을때부터 난 고양이를 두려워했다. 지금도 가까이에서 보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다. 시골집에 가면 시아버님이 밥을 몇번 주었더니 길고양이들이 아예 집에 새끼도 낳고 터전을 만들어 살고 있다. 담벼락을 도도하게,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흠칫 몸을 떨 정도로 나는 지금도 약간 무섭다. 그에 반해 신랑은 어렸을때부터 고양이를 키웠고, 학교에 다녀오면 대문앞에서부터 기다리며 애교를 떨었고, 밤에 잘 때도 품안에 품고 잤을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이렇듯 함께 살고 있는 사람도 각자의 취향이 있다.

우리는 내 취향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취향도 소중함을 알고, 이해해야 겠다. 제목에서부터 말하지 않는가.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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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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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배수아 작가의 단편집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작가가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나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에도 배수아 작가의 책을 읽는데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게 그려진 작품 때문에 내가 배수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못하나,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꿈 속의 이야기처럼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아야미로 보인다. 전직 여배우이자 지금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오디오 극장의 사무 직원이자 매표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디오 극장에는 극장장 외에 아야미뿐이다.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극으로 특별하게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할 공간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걸으면서 오디오로 흘러나오는 극을 들어도 되는 곳이다. 이 극장이 운영난에 닫아야 한다.

 

 

다른 장에서 보면 전직 여자 시인을 좋아하는 부하라는 남자가 있다.

부하는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인 여자를 발견하고 오디오 극장으로 찾아갔지만, 경비원들에 쫓기고 만다. 또다른 장은 독일어 선생인 여니로부터 독일어를 배우던 아야미는 독일에서 온 한 작가를 만나 호텔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추리소설을 쓰는 볼피라는 작가는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받고자 여니를 만나러 한국에 왔지만, 여니가 아닌 아야미라는 여자는 샤워할 수 없는 욕실도 없는 집으로 데려와 찌는 더위에 부엌에서 물을 받아 씻으라고 한다. 그 여자가 전화하는 소리에 여니라는 말이 들리는 듯 하여 여니냐고 물어보지만 자신은 아야미라고 말을 한다. 이제 작가 볼피와 아야미는 시인들이 모여 하는 사진전시회를 간다. 사진전시회에서 한 시인의 시집 타이틀 이었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시를 쓴 시인을 만나 동명의 시집을 받는다. 그리고 국경 어디쯤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 하지만, 어느새 기차역에 있는 사람은 아야미와 극장장이다.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은 모호한 꿈속에 아야미가 있다.

아야미가 머물렀던 공간들은 그녀의 꿈속처럼 모호하고, 꿈결 어딘가쯤으로 보이는 언덕즈음이다. 언덕에서 현실을 내려다보고,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여니'이고 '아야미'이기도 한 소설속 여자 주인공이 살아온 시절도 모호하고, 이제 그녀 앞에 나타난 듯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모호하다. 몽환적인 곳을 거닐듯 그들은 그렇게 꿈 속을 거닐고 있는것 같았다.

 

 

그들이 갔던 사진 전시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어딘가를 떠도는 것 같다. 작가는 아래 책에서 인용글처럼 말했다.

 

내 팔을 잡아요. 이 도시의 숨겨진 이름은 '비밀'이랍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어요.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세워지고, 너무 빠르게 사라져버린답니다. 기억도 마찬가지예요.  (158페이지)

 

너무 빨리 흘러가는 시간들을 안타까워 함인가.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나도 그렇다.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좋으니, 빨리 사라져버리고 있는 것 같아, 어떨때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의 기억들만 새록새록 생각나는 요즘이다. 마지막 장까지 읽으며 내가 배수아 작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작가의 생각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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