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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이웃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정감이 있다.
그냥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개인의 생각들이 들어 있어,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 같다. 이렇게 잔잔하고도 소소한 일상을 적어놓은 글을 읽으니, 그를 과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말하기가 선뜻 나오지 않는 글이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어보면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기때문에 아무런 부담없이 우리가 읽을수 있고, 미소지을수 있구나 싶다.
이번 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일본 잡지 '앙앙'에 연재했던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에 일 년 동안 연재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또한 '헤이본 펀치' 표지를 그리는 오하시 아유미의 삽화가 인상적이다. 아유미 씨는 뾰족한 금속 막대기에 긁어 내듯이 그림을 그리는 동판화 기법으로 삽화를 그렸는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글과 무척 잘 어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드러운 선에 무라카미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무라카미의 51편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수 있다.
채식을 좋아해 샐러드를 커다란 양푼으로 한가득도 먹을수 있다는 샐러드 이야기를 하는 페이지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가 샐러드를 아구아구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웃기는 모습이었다.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성격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일하다 산책나오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평상복 차림으로 맥주집에도 다니며, 같은 작가들과는 교류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사람같았다. 또한 여자를 말하는 모습에서도 생활적인 냄새가 났다.
예를들면, 한 여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그가 여성에 대해 품어온 생각을 말하는 장면이다.
'여성은 화내고 싶은 건이 있어서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고 싶을 때가 있어서 화낸다' 라고 했다. 작가도 말했지만, 남자들은 이러저러해서 화난다는 말을 하지만, 여자는 화나는 시기에 걸려 버리면 화를 낸다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화나 죽겠는데, 남편이 이성적으로 이러저러하다고 설명하면 진짜 짜증난다는 것을 기억했다. 남자는 대부분 이성적이고 논리적인데 반해, 여자들은 아무래도 감정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이런 점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에 난 무릎을 치며 혼자 웃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책 속에서 맥주 이야기를 하는 편에서는 나도 모르게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여름이면 맥주를 즐겨 마시는데, 나 같은 경우는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 보다, 맥주 한잔 마시는 걸 더 즐겨한다. 어느 날에 마트를 가면 각각의 맥주캔을 사오고 싶어한다. 작가는 병맥주를 좋아하는데, 맥주중에서도 특히 '블루리본'이라는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때 내가 좋아하는 병맥주는 '카프리'라는 맥주였다. 여섯개들이 맥주를 사와 냉장고에 넣어놓고, 배가 고플때, 책을 읽을때 한병씩 꺼내 병째 마시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최근에 살이 찌고 있어서 맥주를 멀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몹시도 '카프리' 맥주가 생각났다. 내일엔 오랜만에 카프리 맥주를 사다 놓고 마셔보리라 생각했다.
에세이 중에서 작가가 하는 말에 무릎을 치며 공감하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친절심'에 대해 말하는 꼭지였는데, 작가는 글을 쓸 때도 독자에게 친절해야지 하며 없는 지혜를 짜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문장을 쓸때 친절심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독자가 읽기 쉬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써야한다는 그 말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래서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최근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너무 어렵게 쓰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다 읽고나서도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 경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지도 못하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작품을 다음에 다른 작품이 나왔을때도 기피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겼던 것이다. 물론 작가들이 독자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작가와 독자가 서로 소통하는 장이 바로 책 아니던가. 이해하기 쉬운 책에 독자는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을 것이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하게 들려주는 라디오를 듣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무라카미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 놓는다. 그가 말하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진 힘에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