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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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일때 여동생네와 함께 주말을 맞아 순창에 있는 전봉준 장군 피체지에서 하룻밤을 묵었었다. 운동장처럼 넓다란 방에서 두 집 일곱 식구가 뒹굴거리며 음식을 해먹었었다. 밤 11시쯤 되었을까. 서울에서 갑자기 선거관계 사람이 내려온다는 연락을 받고, 신랑은 우리 가족을 버리고 새벽에 사무실로 돌아가고, 느지막히 일어난 여동생네와 우리는 밖에서 음식을 해먹고 전봉준 장군의 피체지를 한 바퀴 돌고 기념사진도 남겼었다. 역사책에서만 볼수 있었던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녹두장군이 마지막으로 체포되었던 곳이라 의미가 깊어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었다. 우리가 묵었던 그 장소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곳이었다는 게 우리로서는 왠지 숙연한 느낌도 들게 했다. 방이 몇개 되지 않지만,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전봉준 장군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수련관처럼 숙소를 마련해 그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뜻 같았다. 

 

 

그후 몇개월이 흐른후 동학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을 이곳에서부터 한양까지 압송해 가는 과정을 그린 한승원 작가의 소설이 연재된다는 걸 알고 반가웠다. 전봉준은 왜 동학혁명을 일으켰는가, 조선 사람도 아닌 일본 군대가 전봉준 장군을 압송해 간 이유는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고, 살아야 할 것인가, 죽어야 할 것인가 번민하는 전봉준의 속내를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우리 동학군이 일어선 것은 나라 밖에서 들어온 세력을 몰아내자는 것이고, 우리 민족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첫째로 이 나라를 넘보고 있는 일본을 징치하고, 둘째로 중앙정부의 요직에 앉아 벼슬을 팔아 배를 불리는 탐관오리들을 척결하고, 셋째로 몽매하고 순박하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고액의 세금을 받는 부자들을 꾸짖고, 종들을 해방시키려는 것이오.  (67페이지)

 

 

 

 

 

녹두장군이 그토록 몰아내고 싶었던 일본군에게 끌려가고 있는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치욕스럽고 고통스러웠다. 전봉준 장군을 끌고가는 일본군 중에는 조선 출신이 있었다. 이토 겐지라는 자로 전봉준 장군을 생포하기 위해, 직접 동학 혁명을 하는 이들 속에 숨어서 그들을 살폈다. 또한 그는 조선을 집어 삼키려는 이토 히로부미의 양자로 한양까지 올라가는 길에 전봉준 장군의 곁에서 일본으로 가 훗날을 도모하라고 그를 회유하고 있었다. 그런 이토의 말을 듣는 전봉준은 한 편으로는 살고 싶었다. 살아서 자신의 아내를, 자식들을 바라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어떻게든 종로에서 조선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죽어, 그의 피를 조선인들 모든 사람들이 보았으면 했다. 동학혁명을 일으켰던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랬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기를 바랬던 전봉준이 그렇게 죽어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의 말대로 몇십년이 지난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세상이 되었다.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존재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다 한울님이므로, 박해받거나 착취당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우리의 그 꿈은 십 년 뒤에든지, 이십 년 뒤에든지, 오십 년 뒤에든지 백 년 뒤에든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58페이지)

 

전봉준 녹두장군 피체지(전북 순창군)

 

 

우리는 전봉준 장군이 뜻하였던 바를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가 현재 이렇게 누군가의 종으로, 누군가의 양반으로 있지 않다는 사실,  결국 전봉준이 바라던 바가 아니었던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 죽음에 대한 고뇌를 알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고뇌했던 전봉준의 고뇌를 볼 수 있었다. 2013년이 다시 갑오년이라고 한다. 이런 시점에 전봉준 장군이 부르짖었던 것을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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