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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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를 처음 읽었던게 『스노우맨』이었다. 눈사람이라는 어린시절의 동화를 강렬하게 비틀어 심장을 쫄깃하게 했던 소설이었다. 이 작품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요 네스뵈 작가의 이름이 부상했고, 이어 그의 작품들이 쏟아졌다. 요 네스뵈라는 작가의 북유럽 감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주는 해리 홀레라는 인물에 빠졌다고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보면 해리 홀레라는 인물이 썩 매력적이지는 않는다. 일단 알코올 중독자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력반 경찰로서의 역할과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나지만 알코올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로서의 긍지와 사건 해결의 능력때문에 그의 매력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아마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모아보니 아래 사진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작품 순서는 조금 다르지만, 『데빌스 스타』와 『스노우맨』의 사이에 낀 『리디머』가 곧 출간된 예정이다. 그래서 기다리는 자의 가슴은 벌써부터 심장이 쿵쿵 댄다. 『레오파드』의 다음 작품인 『팬텀』은 『스노우맨』에서 살인범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했던 라켈이 무사히 살아 남자 그녀는 아들 올레그를 데리고 멀리 떠나버렸었다. 이에 상심한 해리 홀레 또한 홍콩에서 그와 어울리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가 다시 올레그 때문에 그의 본거지 오슬로로 돌아오게 되었다.

 

모든 시리즈가 그렇듯, 여태 강력반 형사 생활을 해오던 해리 홀레도 『스노우맨』에서 손가락을 하나 잃고, 『레오파드』에서는 얼굴의 절반을 가르는 흉터를 지니게 되었다. 또한 『스노우맨』에서 아직 어린 아이였던 올레그가 어느새 열여덟 살이 되었다는 것. 올레그가 마약 중독자가 되어 살인범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구스토를 죽였다는 살인범으로 말이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올레그가 마약중독자가 되었다니 해리의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에게는 자신의 모든 마음을 털어놓았던, 해리에게는 아들과 다름 없었던 올레그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마약 중독자를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외국의 소설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약물이나 술에 중독되는 사람들은 마음이 여리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을 약물이나 술에 의지해 결국엔 자신의 삶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올레그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죽을 위험에 처했다가 무사히 살아남고 친아빠처럼 여겼던 해리 홀레와 헤어진 마음을 마약으로 견디고자 했을 가능성이 많다. 외로웠던 그에게 다가온 친구, 외로움을 이기고자 마약에 빠지게 되었던 경우다.  

 

해리가 감옥에 있는 올레그를 찾아갔을때 올레그가 했던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해리를 지키고자 입을 다물었던 올레그. 그런 올레그를 지키고자 머나먼 홍콩에서 찾아온 해리 홀레. 그렇지만 해리는 사건이 해결되면 언제든지 바로 떠날수 있게 호텔에 짐을 풀지 않았다.

 

 

해리 홀레 특유의 수사를 시작했다. 사건의 현장을 방문한 해리.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 장소를 둘러 보았다. 과학수사과 요원들이 하는 시체가 누워있던 장소부터 시작해 주변으로 확대해가는 방식보다는 그는 먼저 전체를 둘러보는 방식을 좋아했다. 거기에서 그는 형사나 과학수사 요원이 놓칠만한 것을 건져내곤 했다. 그는 뇌를 최대한 가동시켜 사건 장소를 눈에 담는다. 사건 장소는 그의 뇌를 자극시켜 머릿속이 깊이 각인되어 시간이 지난 후에 언제든 불러올 수 있다.

 

해리는 올레그가 구스토를 죽였다면 그를 왜 죽였는지, 동기가 무엇인지를 찾고자 했다. 그는 스스로 올레그의 무죄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죽였는지 의문을 던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즉 '의심'으로 시작된 사건 수사였다. 해리의 마음 저변에는 올레그가 죽이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하에 수사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 스스로 느꼈던 바 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건 수사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명철한 두뇌를 가동시키는 그이기에 사건을 재조사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요 네스뵈의 소설 답게 결말 부분의 반전이 놀랍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하지만 한가닥 의심을 품었던 게 사실이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노르웨이는 작은 동화의 나라' 라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스노우맨』에서도 느꼈던 바지만 노르웨이는 북유럽 동화의 나라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신종 마약을 새롭게 만들어 판매해 돈을 취하고, 마약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지옥으로 빠지는 결과를 낳는다. 동화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이처럼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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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1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야겠네요 ㅠㅠㅠㅠ

Breeze 2018-01-10 12:03   좋아요 1 | URL
책 재미있습니다. ^^

물감 2018-01-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 모으셨네요. 두께의 압박으로 한번도 못읽었는데 대단하십니다😅

Breeze 2018-01-10 14:02   좋아요 1 | URL
해리 홀레 시리즈를 워낙 좋아합니다. 그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거든요. ^^

2018-01-1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