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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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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혹 어떤 이들은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돈처럼 중요한 것이 과연 있을까. 사랑과 돈에 대한 단상들을 만날수 있는 책을 읽었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그들』이라는 책이었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책을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좀비』라는 책이었던것 같던데, 작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펴냈다. 『그들』이라는 책이다.

 

  우리는 작가의 시선으로 1937년의 열여섯 살의 소녀 로레타의 모습으로부터 미국인의 한 가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한 소녀가 여자가 되고 엄마가 되는 과정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두 아이 줄스와 모린의 이야기까지 우리는 미국인의 한 가정이 어떻게 생성되고 파멸해 가는 지, 또는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들을 만나 볼수 있다. 열여섯 살의 소녀 로레타. 많은 꿈들을 가지고 있었다. 좋아하는 남자애도 있었고 그와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다. 짜릿한 하룻밤을 보낸뒤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자애는 총에 맞아 죽어있었고, 출동한 경찰은 로레타를 겁탈했고 로레타는 그와 결혼할 수 밖에 없었다.

 

  삶이란 고통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로레타가 경찰인 하워드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세명을 낳았다. 로레타의 삶은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로레타의 아이 줄스와 모린의 이야기로 소설은 넘어간다. 줄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디트로이트의 변두리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모린은 엄마의 재혼으로 엄마가 해야할 일을 대신 해야 했다. 모린이 가장 좋아했던 공간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시간이 가장 좋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시간은 자신의 마음대로 가질 수 없었다. 새아버지로부터의 폭력에 노출되었고, 엄마의 과도한 요구로 모린은 집에서 탈출을 꿈꾸었다. 오빠 줄스처럼 자립하고 싶어했다.

 

  자립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오빠가 쥐어주는 몇달러로는 자립을 할 수 없었다. 우연히 거리에서 한 남자로부터 차에 탈거냐는 말을 듣고 모린은 낯선 남자의 차를 타게 되었다. 그 낯선 남자가 자신에게 돈을 줄것 같았다. 그처럼 집에서 도망치고 싶었을때, 그녀가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 낯선 남자를 만나고 그 남자와 시간을 보내고 온 뒤 책 속 200페이지, 300페이지에 끼워놓은 지폐들을 세워보는 즐거움이라니. 모린에게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어서 돈을 모아 집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토록 어린나이에 모린이 선택할 것이라고는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 그런 모린을 바라보는데 한편으로는 냉정한 시선으로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 모린은 엄마의 남편인 펄롱의 폭력에 노출되어 2년 가까이 아무런 의식없이 침대에 갇힌 생활을 하게 된다. 모린 랜들이라는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런 모린에게 안타까운 줄스의 편지가 이어졌고, 오래전에 엄마의 연인을 총으로 쏴 죽였던 엄마의 오빠 브룩에 의해 모린이 깨어났다. 깨어난 모린은 대학에서 강의를 들었고 오츠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야간 강의를 듣던 중에 만난 강사를 사랑했고 그와 결혼하고 싶어했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세 아이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어떤 사람, 어떤 소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래서 감히 거울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몸이 무거운 덩치가 되어버린 것 같은 절망적인 느낌이 든다. 몸은 그동안 지나치게 사랑을 받고, 너무 많이 사용되어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몇 달 동안이나 잠에 빠져 있었던 탓에 힘이 없다. 거울에 비치지도 않고, 얼굴도 없다. 목 없는 몸. (427페이지) 

 

  한 가정이 이루어지고 어그러지는 과정은 참 안타깝다. 자신의 최선의 삶을 선택했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다른 삶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꼭 어그러졌다고 보기도 어렵겠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보였으니까.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결국에는 내가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인 삶 그리고 선택. 어느 누구도 빗겨나가지 못한 삶.

 

  이 책의 제목이 왜 『그들』이 되었는지 분명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이제 대학 강사와 결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모린을 줄스가 찾아왔을때 이제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자신만의 삶을 살겠다고 하는 모린에게 줄스가 하는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모린, 너도 '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야?' (706페이지)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들과 함께 했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말 같았다.

 

  책의 첫머리에 작가의 말에서 조이스 캐럴 오츠는 소설처럼 구성한 역사 기록이라고 해서 모린 랜들이라는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한 글을 소설화 시킨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삶이 기록된 소설이었다. 우리보다 예전 시대에 폭력과 가난에 노출되었던 평범한 가정의 삶을 엿보았다. 가난에 노출된 그들이지만 그들은 나름의 사랑을 했고 돈이 필요해 그에 다른 행동을 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토록 도망치고 싶어했던 가족을 사랑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 나선 그들,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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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02-15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제 겨우 겨우 거의 다 읽었어요 아직 70페이지 정도 남았는데... 너무 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