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과연 어떤 소설이기에 한 사람이 오직 뒤라스라는 하나의 이름에만 사로잡히도록 만들었을까?


 

스물여덟 살의 청년 얀 르메(얀 앙드레아)는 고등학교 시절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읽고 깊이 빠져들었다. 뒤라스를 열광하며 그의 작품을 모두 읽은 후, 작가를 숭배하게 되었다. 얀 르메는 뒤라스의 16년을 함께 한 마지막 동반자였다. 이 문장을 읽은 우리는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연인처럼 금지된 사랑의 언어가 가득할까. 그 기대감을 무너뜨리기라도 하듯 소설은 다섯 명으로 구성된 친구들의 이탈리아의 휴가지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한다. 네 살 난 아이가 있는 사라와 자크 부부, 지나와 루디 부부, 그리고 다이아나다. 7년을 함께 산 부부들의 관계는 저마다 권태기에 가깝다. 사랑과는 동떨어진 관계. 비가 오지 않아 덥기만 한 휴가지는 그야말로 나른하다. 마치 이들의 관계처럼. 늦게 일어나고 밤늦게 식사를 하는 습관은 더위만큼 나른하게 만든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종종 권태를 동반한다. 루디나 지나처럼, 자크나 사라처럼. 휴가지에 한 남자가 찾아오는데, 그는 모터보트를 가졌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뒤로하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은 다이아나를 그 남자와 엮어주려고 한다. 배를 가진 남자는 불현듯 사라의 존재를 깨닫고는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남자의 시선을 눈치챈 사라는 그 남자를 욕망한다. 하룻밤의 일탈을 하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는다. 사라의 남편 자크도 눈치챘을 법하지만 별다른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저 멀리서 사라와 남자를 바라볼 뿐이다. 사라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자크가 어떤 식으로든 외도를 했을 거라 짐작하게 된다. 가까운 장소에 남편이 있어도 사라나 남자는 거침이 없다. 내일 밤을 예약하고 그 순간을 즐긴다.


 

휴가지에서는 지뢰를 제거하던 한 젊은 청년이 폭사했다. 청년의 노부모는 이곳을 찾아와 청년의 조각들을 찾기 시작했다. 사망신고서에 사인을 거부하여 여러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나는 산에 있는 노부부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마을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루디와 자주 싸운다.


 

사랑의 언어를 속삭일 때가 가장 짜릿하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훗날을 기약하지 않는다. 휴가지에서의 짧은 만남으로 치부한다. 남편과 처음에 만나 거침없이 사랑했었던 감정을 떠올리며 누구와의 관계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내적인 마음들이 생략되어 있었다. 가령 루디가 사라에 대하여 좋지 않은 말을 자크에게 했던 것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냉소적인 사라를 말했을 거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루디와 지나의 사랑도 만만찮다. 그렇게 큰소리로 자주 싸워도 누가 봐도 사랑하는 부부처럼 보인다. 사랑의 형태는 이처럼 다양하고 변덕스럽다.


 

세상의 어떤 사랑도 사랑을 대신할 순 없어. (237페이지)

 

사랑엔 휴가가 없어.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동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랑엔 휴가가 없어.

(중략)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306페이지)


 

소설을 다 읽고, 얀 르메가 그토록 좋아했다는 거에 동조할 수 없었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하니 놓쳤던 문장들이 새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천천히 읽었다고 해도 놓쳤던 단어가 혹은 잊었던 문장을 새롭게 발견한다. 마치 사랑을 다시 깨닫는 것처럼. 권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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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8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뒤라스인데다 녹색광선 양장본. 냉큼 찜해 갑니다. 브리즈님 리뷰 잘 읽었어요 ^^

새파랑 2021-10-18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양장본 너무 깔끔하고 좋은거 같아요 ㅋ 저는 약간 <연인>의 순한 맛으로 읽었는데, 두번 읽어야 느낌이 오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