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책읽기 - 지식을 경영하는
스티브 레빈 지음, 송승하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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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10, 힘든 일을 겪고 나는 책에 매달렸다. 그리고 책에 중독되고 말았다. 책을 읽는 동안 찾아오는 마음의 안정, 잠시나마 괴로운 일을 잊을 있게 해줄 아니라 재미까지 주는, 그런 책의 매력에 나를 던져버렸다. 시간이 흘러 괴롭던 일이 어느 정도 잊혀질 무렵, 책을 좀더 읽고 싶어졌다. 책이 가진 매력을 짧은 시간에, 쏙쏙 빨아들여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독서법 대해 알려주는 , 다른 이들의 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사들이고, 주말에는 효율적인 독서법을 알려준다는 강의를 찾아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름대로의 읽기 습관을 갖추고 있다. , <전략적 책읽기>(밀리언 하우스. 2007) 내게 선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매혹적인 제목인가? 역시 뭔가 새로운 방법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책을 만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것은 없었다. 속에는 읽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전략적 읽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라서.
 
책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나는 대화 꼽고 싶다. 책을 읽지 말고, 책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저자를 만나 따끈한 잔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자. 친구들과 수다를 책에 대한 생각들을 마구 쏟아내자. 궁금한 것은 질문하고, 다른 의견이 있으면 치열하게 싸워도 보자. 어느 맛있는 권을 소화시키고, 기분 좋은 트림을 하고 있는 당신이 보일 테니까.
 
나는 밑줄을 많이 긋는다. 아무 무늬도 없는 나무 연필을 손에 쥐고, 나를 감동시킬 문장을 찾기 위해 집중한다. 인터넷 서점 곳을 매일 돌아다니고, 관심이 가는 책은 주저 없이 주문한다.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한다. 출퇴근 길에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책은 필수다. 침대에 읽고 싶은 책들을 올려두고, 밤에 누울 때마다 책들을 바라 본다. 다른 흥미거리가 생겨 읽기에 소홀하다 싶으면, 서평 이벤트에 많이 응모한다. 약속된 기한을 지키기 위해 퇴근 자유시간과 주말을 반납하기도 한다. 정성껏 서평에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 주었을 , 신이 나서 다른 책을 고른다. 집에 들어가 TV 켜는 대신, 컴퓨터로 음악을 틀고 따끈한 잔을 준비한다. 그렇다고 안에만 박혀 있지는 못한다. 읽은 책을 나누기 위해 열심히 사람을 만난다. 사람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기쁨, 어느 친구가 소개해 책과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같았을 때의 행복, 의미 없는 푸념대신 수다를 떨며 웃고 떠드는 순간, 모든 것이 내가 책을 놓을 없는 이유다.
 
시간이 없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아무 것도 하는 시간, 나도 모르게 흘려 보낸 시간들을 긁어 모으고, 자투리 시간을 악착같이 활용해야만 하루도 빠짐 없이 책을 읽을 있다. 그러니 시간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많은 시간을 것으로 확보하고, 시간들을 좋은 책으로 채우기 위해 계획을 짜는 성실한 나를 얻을 있다. 새로운 정보를 매일 접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가득하고, 학구열에 불탄다. 막연했던 관심사가 어느 구체적으로 좁혀진다.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을 생각하면 요즘 , 싸도 너무 싸다.
 
너무 이야기만 했다. 으이구! ‘이야기만 하면 나는 세상 최고의 수다쟁이가 되고 만다. , 이제 당신의 차례예요. 당신의 읽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들려주세요.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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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와 겐이치로 A - 대단한 겐지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보며, 특히 똘기 가득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보며 며칠을 희희덕거렸다. 한참 머릿속이 복잡하던 시기에 나는 자발적으로 이라부가 되었다. 이라부처럼 행동하고, 이라부처럼 판단했다. 그리고 복잡하던 문제들은 어느새 별 것 아닌 것이 되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이라부 같은 인간들이 가득 모여 있는 책을 만났다. 아니, 그보다 더하다. 아톰, 피터팬같은 만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인간을 부려먹는 고양이도 나온다. 무지 웃긴다. 또 며칠을 시시덕거렸다. 그런데 이게 그냥 웃기기만 한 게 아니다. 날카롭고, 분석적인데다 풍자 비슷한 것까지 담겨 있다. 24편의 단편 속에 등장하는 수십 개의 녀석들이 저마다 분명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인지 곰돌이인지 모를 퀭한 눈의 녀석처럼, 언뜻 알 수 없는 소리지만 뚜렷한 의미로 다가와 피부에 박히는, 그런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었다.

 

겐지와 겐이치로는 미야자와 겐지다카하시 겐이치로라는 두 작가의 소통을 담고 있는 책이다. 74년 전에 죽은 겐지의 작품에서 제목을 따와 현재를 살고 있는 겐이치로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제목만 들어도 뭔가 심상치 않다. 내용은 기발함을 넘고 상상을 초월한다.

 

오츠베르와 코끼리/ 기아 진영/ 고양이 사무소/ 주문 많은 요리점/ 베지테리언 대축제/ 첼로 켜는 고슈/ 스무엿샛날 밤/ 이하토브 농학교의 봄/ 축제의 밤/ 포라노 과장/ 수선월의 4/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영결의 아침/ 돌배나무-크람본 살인사건/ 도토리와 살쾡이/ 바람의 마타사부로/ 봄과 아수라/ 북극 쥐의 모피/ 나메토코 산의 곰/ 푸리오신 해변/ 가죽 트렁크/ 겐쥬 공원의 숲/ 안방 동자 이야기/ 가돌프의 백합

 

처음 몇 편을 읽으면서 이적의 <지문사냥꾼>(2005. 웅진지식하우스)이 떠올랐다. 기괴한 캐릭터들이 신선하고 재치가 넘쳤지만 한편으로는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그런데 이 책 <겐지와 겐이치로>의 캐릭터들은 또 다른 느낌으로 내 오감을 자극했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나라로 안내하던 아톰과 피터팬. 작가 겐이치로는 아톰 할아버지, 피터 영감으로 그들을 망가뜨린다. 아톰은 늙어서 치매에 걸렸고, 피터팬은 120킬로쯤 나가는 뚱보가 되어 있다. 우리가 아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세상이 이 곳에 있다. 젊어지는 병, 죽음에 이르지 않는 병에 걸린 주인공들이 늙어서 죽게 될 우리 앞에 있다. 이것 참 골 때린다.

 

24편의 이야기에는 유독 동물이 많이 나온다. 그들의 세상에서 인간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다. 아니, 그 속에 끼는 것조차 어렵다. 그저 멀찍이 떨어져서 그들이 마구잡이로 비트는 인간 세상을 고통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인간 세상의 온갖 보기 싫은 모습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보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봐야 하니 미칠 지경이다. 인간의 무서운 친구, 호기심이라는 녀석이 결국 이 책의 끝을 보게 만드니까.

 

 대단한 겐지의 아름다운 동화 속 인물들이 짓궂은 겐이치로의 손에서 다 망가졌다?는 문구를 보며 그저 재미있는 책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 걸? 망가지기는커녕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이 딱 맞다. 겐지의 인물들이 더 궁금해졌으니까. 작가 겐이치로는 위대한 선배 겐지의 작품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흡수하고 소화시켰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섞인 내용물을 토해냈다. 그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있다. 보지 않겠다며 뒤로 돌려 버린 고개를 다시 돌려놓는 매력적인 녀석들이 가득하다. 그 녀석들은 네 삶을 똑바로 보라고 외친다. 그리고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고 살라며 우리에게 호통을 친다. 쉬우면서 난해하고, 웃기면서 씁쓸한 그런 이야기. ミヤザワケンジ·グレ-テストヒッ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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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èm 2013-04-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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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바이올린
진창현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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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꿈을 타고

 

진창현 선생께서 사인을 하시기 전에 먼저 적어주신 글귀다. 저 한 마디에 그의 인생이 담겨 있음이 이제서야 절절히 다가 온다. 책을 읽기 전, 강연회장에서 먼저 선생님을 만나 뵈었다. 왜소한 체격에 반쯤 쉰 목소리, 하지만 그 눈빛만은 그 자리에 있던 어떤 젊은이의 것보다도 강렬했다. 약간은 알아 듣기 어려운 한국말이었지만 곧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말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여운이 참 오래 남을 것 같은 책이다. 장인의 혼에 정신을 빼앗겨 그저 숙연한 마음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어떤 역사책보다 생생한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보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시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지금에 와서는 도저히 이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과 억압의 시대. 그 시대를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위대하다. 그런데 저자는 마음 속에 품은 꿈을 한 번도 잊지 않았고, 마침내 최고의 장인으로 조국의 후손들 앞에 섰다.

 

나라면 어땠을까? 계속해서 질문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고 괴로운 시대,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곧바로 무기력해졌다. 지금 나는 얼마나 편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 내 앞에 놓인 모든 고민들이 부끄러워졌다. 감히 역경이라는 말을 붙일만한 어려움은 하나도 없다. 진창현 선생의 것에 빗댈만한 시련은 한 번도 겪지 못했다. 갑자기 힘이 난다. 세상에 못할 일이 무어냐! 움직이자.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찾아 나서자.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꿈도, 의욕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선생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호기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어려서부터 나는 유난히 꿈이 많은 아이였고, 항상 뭔가를 배우고 싶어했다.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특이한 아이였다. 매일 바쁘게 생활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항상 재미있다는 말을 달고 살았으니까. 나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그래서 매일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이런 내 삶의 원동력이 호기심이었음을,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임을 그 순간 알게 되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에는 좀더 바빠질 것 같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고, 끊임 없이 도전해야 할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바이올린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분야에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면 진창현 선생의 삶을 180도로 바꿔놓은 그 강의도 들지 못했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밀림까지 가서 바이올린 제작에 쓸 재료를 구하는 선생의 용기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저 감탄만 하고 실천이 없다면 그의 조국 방문, 후배들을 향한 그의 애정은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소리에 꿈을 타고. 선생님은 저기에 소리를 쓰셨지만, 저는 다른 무언가로 채우겠지요? 그 무언가를 자신 있게 써내려 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귀한 이야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저도 꼭 오늘의 선생님처럼 제 삶의 이야기를 후배들과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희망의 증거가 되어 저희 앞에 서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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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반걸음만 앞서가라
이강우 지음 / 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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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광고 보기를, 15초 광고가 주는 재미와 감동, 여운을 즐긴다. 광고일, 광고장이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광고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스타를 앞세운 이미지와 스타일 위주의 광고, 재미만 있을 뿐 감동을 빠져 있는 광고들을 보며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 잘 만든 광고는 영화보다 감동적이다. 작년 9,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렸던 2006 칸 국제 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 그때 본 세계의 광고들은 재치와 아름다움, 그리고 감동을 담고 있었다.

 

@ 광고계의 전설, 이강우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때는 그저 그런 또 한 권의 자기계발서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 이강우를 보고 자신 있게 이 책을 펼쳤다. 저자 이강우를 말할 때 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 수상경력이 꼭 따라다닌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 한 줄의 카피로 그를 좀더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 경동보일러 효심편에 나왔던 며느리의 이 한 마디는 방을 덥히는 보일러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그 광고처럼 정감 있고 소박한 그의 글이 이 책에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이 광고인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 ,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

 

15초의 광고와 한 줄의 카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유독 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말을 결코 내뱉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요즘 행복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진하지 않은, 따끈한 녹차 한 잔을 나누며 그와 함께 말과 사람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다. 그와 나의 지난 삶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 선배의 후회들을 통해 후배인 나는 값진 교훈을 얻는다. 앞날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 가는 것. 60대의 그도 20대의 나도, 꿈이 있어 오늘이 즐겁다.

 

@ 훈훈하고 정감 있는 그림과 글

 

책 속에는 직접 그린 그의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집트, 앙코르와트, 터키, 체코 등 여행할 때 그린 스케치에 따듯한 색이 입혀져 있다. 새로운 이야기마다 작은 꽃그림을 그려 넣어 시작을 알리고, 장이 바뀔 때는 봄볕을 닮은 노란색 바탕에 그린 그림이 독자들을 환하게 맞아 준다. 그의 마음처럼 글도, 그림도 훈훈하고 정감이 있다.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만든 광고였구나 하는 생각에 그가 만든 광고들을 다시 보게 된다. 시작도, 중간도, 끝맺음도 모두 경쟁인 광고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진짜 내 사람을 만들고, 좋은 말과 마음을 나누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던 사람을 이 책을 통해 만났다.

 

보통은 앞에 쓰이기 마련인 지인들의 추천사가 가장 나중에 있어 좋았다. 가끔 추천사로 인해 저자에 대한 환상 혹은 편견을 갖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먼저 만나보고 그에 대해 조금 알고 난 후에 그를 아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에 실린 카피라이터 이만재의 글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역시 그를 만나고 난 후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자기의 역할을 부여한 이후 자신에게 한 그 약속을 어느 단 한 순간도 소홀히 한 적이 없는 전설의 사람이 이강우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이만재의 글처럼, 내가 만난 이강우도 사람과 삶, 마음과 말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았던, 상대를 배려하며 딱 반걸음씩만 앞서 살아온 훈훈한 사람이었다.

 

[공감]

 

말이란 이상한 것이어서 처음에는 듣기에 거북하고 잘못 쓰였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정도 귀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별로 저항감이 없이 들려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잘못 쓰인 언어가 귀에만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는 생각마저도 그런 쪽으로 바뀌게 된다는 사실이다 (59-60)

 

그런 점에서 나는 요란하게 제도를 바꾸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 말 한마디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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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
윌리엄 케네디 지음, 장영희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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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weed라는 원제가 어떻게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로 번역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장영희 교수의 번역에, 퓰리쳐상을 수상한 소설이라니 읽고 나서 후회할 일은 없겠지. 한편으로는 겁이 났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 매일 눈에 보이지만 못 본 체 했던 그들의 모습을 책을 읽는 동안은 결코 피할 수가 없을 테니까. 결국 호기심이라는 악마의 유혹에 이끌려 지옥 같은 세상을 만나고 말았다. 맛 없고 퍽퍽한 음식을 먹다 된통 체한 것처럼 마음 한 켠이 답답하다.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삶에 이제는 화가 치민다.
 
나는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라는 번역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런 낭만적인 제목을 붙이기에는 그 도시가 너무나 더럽고, 지독하다. 장영희 교수는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희망을 보았다지만, 내가 본 그들은 너무 지쳐 있었다. 눈 앞에 희망이 보이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낼 기력조차 없는, 진이 빠져 버린 사람들. 평생을 누군가에게 쫓기고, 하룻밤 몸 뉘일 곳을 찾아 헤매며 매일 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너덜너덜해진 그들의 삶에 희망이란 가치를 부여하고, 애써 의미를 찾으려는 것조차 가진 자의 사치와 오만처럼 느껴질 뿐이다.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보다가 문득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도 그랬다. 어제 영화 한 편을 봤다. 잊고 싶은 과거의 망령이 결국 주인공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야기였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시간의 강 위를 떠다니는 사람. 살아있는 송장처럼 흐릿한 눈으로, 죄의식에 휩싸여 갈 곳을 잃은 주인공의 모습은 이 책의 부랑자들과 꼭 닮아 있었다.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었다. 우리의 마음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손이라서, 인간은 그 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그 대사가 암시하듯 주인공의 마음이 가장 사랑했던 여자는 그의 손에 강간당하고, 죽음을 맞는다. 영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오늘, 이 책에서 이 구절을 만났고 순간 소름이 끼쳤다.
 
그의 인생에는 그가 결코 행하고 싶지 않던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손들이 그의 결재도 받지 않고 그대로 행해 버린 일들이 많다.
지금 그가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손은 그의 마음 한구석에 살고 있는 범죄자의 사자같이 보였다. 그의 손은 그의 의지력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의 명령만을 좇는 행위의 대행자였다. (221)
 
옮긴이의 말처럼, 사회가 발전하고 부유해져도 집 없이 떠도는 이들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부익부 빈익빈.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골은 갈수록 커지고 깊어지기만 한다. 우리는 더럽고, 냄새 나는 부랑자들을 경멸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추악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정신의 부랑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너를 사랑한 도시를 그들과 배회하며 나는 이 한 가지 물음을 얻었다. 앞으로의 삶은 그 물음에 아니오 라고 답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함을 뼈 속 깊이 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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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thue xe 16 2013-12-17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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