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힘든 일을 겪고 나는 책에 매달렸다. 그리고 책에 ‘중독’되고 말았다. 책을 읽는 동안 찾아오는 마음의 안정, 잠시나마 괴로운 일을 잊을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재미까지 주는, 그런 책의 매력에 나를 던져버렸다. 시간이 흘러 괴롭던 일이 어느 정도 잊혀질 무렵, 책을 좀더 잘 읽고 싶어졌다. 책이 가진 매력을 짧은 시간에, 쏙쏙 빨아들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독서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 다른 이들의 책 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을 사들이고, 주말에는 효율적인 독서법을 알려준다는 강의를 찾아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내 나름대로의 책 읽기 습관을 갖추고 있다. 이 책, <전략적 책읽기>(밀리언 하우스. 2007)가 내게 준 선물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매혹적인 제목인가? 나 역시 뭔가 새로운 방법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 속에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전략적 책 읽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책이라서.
이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나는 ‘대화’를 꼽고 싶다. 책을 읽지 말고, 책과 대화하라는 것이다. 저자를 만나 따끈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자. 친구들과 수다를 떨 듯 책에 대한 내 생각들을 마구 쏟아내자. 궁금한 것은 질문하고, 다른 의견이 있으면 치열하게 싸워도 보자. 어느 새 맛있는 책 한 권을 다 소화시키고, 기분 좋은 트림을 하고 있는 당신이 보일 테니까.
나는 밑줄을 많이 긋는다. 아무 무늬도 없는 나무 연필을 손에 쥐고, 나를 감동시킬 문장을 찾기 위해 집중한다. 인터넷 서점 세 곳을 매일 돌아다니고, 관심이 가는 책은 주저 없이 주문한다. 종종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책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한다. 출퇴근 길에도, 누군가를 기다릴 때도 책은 필수다. 침대에 읽고 싶은 책들을 올려두고, 밤에 누울 때마다 그 책들을 바라 본다. 다른 흥미거리가 생겨 책 읽기에 소홀하다 싶으면, 서평 이벤트에 많이 응모한다. 약속된 기한을 지키기 위해 퇴근 후 자유시간과 주말을 반납하기도 한다. 정성껏 쓴 서평에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 주었을 때, 신이 나서 또 다른 책을 고른다. 집에 들어가 TV를 켜는 대신, 컴퓨터로 음악을 틀고 따끈한 차 한 잔을 준비한다. 그렇다고 방 안에만 박혀 있지는 못한다. 읽은 책을 나누기 위해 열심히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을 고르는 그 기쁨, 어느 날 친구가 소개해 준 책과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같았을 때의 행복, 의미 없는 푸념대신 책 수다를 떨며 웃고 떠드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내가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시간이 없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 나도 모르게 흘려 보낸 시간들을 긁어 모으고, 자투리 시간을 악착같이 활용해야만 하루도 빠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시간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내 것으로 확보하고, 그 시간들을 좋은 책으로 채우기 위해 계획을 짜는 성실한 나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정보를 매일 접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가득하고, 학구열에 불탄다. 막연했던 내 관심사가 어느 새 구체적으로 좁혀진다.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을 생각하면 요즘 책 값, 싸도 너무 싸다.
너무 내 이야기만 했다. 으이구! ‘책’ 이야기만 하면 나는 세상 최고의 수다쟁이가 되고 만다. 자, 이제 당신의 차례예요. 당신의 책 읽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들려주세요.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