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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
베르너 지퍼 지음, 안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우리 인간들에게 고함!
"과연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이처럼 종말 직전에 처해 있는 것일까? 인간은 개선 가능성이 없는 악당, 비열한, 이기주의자, 탐욕덩어리, 폭군으로 오로지 자기 자신의 배만 채우려 하고 다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존재란 말인가?" (p.330)
독일의 저명한 뇌과학자 베르너 지퍼가 쓴 『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은 궁극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물학은 물론이고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책입니다.
앞서 언급한 질문처럼 우리 인간은 그저 이기적인 유전자를 타고난 개인에 불과한 걸까요? 베르너 지퍼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를 위해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사람들, 지역 이기주의, 유럽연합의 활동도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함이냐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의 규모만 다를 뿐, '우리'의 테두리는 한 가정이 될 수도 있고 한 마을 사람들이 될 수도 있으며, 인접해 있는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전세계가 '우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규모만 다를 뿐 저마다 자신이 속해 있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고 '나' 중심이 아닌 '우리'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입니다.
이기심의 끝판대장이라 할 수 있는 전쟁은 어떤가요? 전쟁 또한 일 대 일로 맞붙는 싸움이 아닙니다. 전쟁을 할 때는 뜻을 같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함께 싸우는 것입니다.
각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깝고 쉽게 '우리'라는 테두리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전지구인이 함께 보며 응원하는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서로 응원하는 팀과 선수는 다를지 모르지만 결국 스포츠라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은 지구촌 어딘가에서 자연재해로 힘들어 할 때, 전세계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고 그들의 재해를 안타까워하며 성금을 모아주기도 합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다양한 갈등들이 생기는 것 같지만, 결국 그로 인해 우리 인간들은 '우리'라는 테두리를 더욱 단단하게 조이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는 얼마든지 '우리' 중심의 사고를 갖고 행동할 수 있다. 이 지구 상에 인류가 맞서야 할 남이나 타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한 것처럼 서로에 대한 공감을 통하여 '보편적 친밀감'이 생겨나고, '완전한 소속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공감, 소속감은 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문화를 고수하는 수억 명의 사람들 사이에 긴밀한 관계와 친근감을 형성한다. 우리는 뼛속까지 사회적 존재여서 항상 소속감에 목말라 있으며, 다른 사람이 병들거나 외로움에 불행해하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는 존재다. (p.337)
『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이 흥미로운 것은 '우리'로 대표되는 인간의 사회성을 대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론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던바의 수'로 유명한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로빈 던바가 있습니다. 그는 공동체의 크기와 뇌피질의 연관성을 입증했는데, 쉽게 말해서 원숭이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하고 큰 신경세포 조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와 관계를 형성하는 동족의 수가 많을수록 뇌가 더 컸다는 것입니다. 원숭이와 침팬지의 연구를 통해 그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는 150명으로 구성된 공동체이며, 150을 던바의 수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최소한 500명쯤은 알고 지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던바의 수'처럼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이론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또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2013. 03. 07.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