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여주인공 조제는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입니다. 그녀는 좁은 방에서 할머니가 주워 온 헌책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조제'라는 이름은 그녀가 좋아하는 프랑스와즈 사강의 소설 속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 온 것입니다.
프랑스와즈 사강은 프랑스 문단에서 작은 악마, 스캔들 메이커 등으로 불리며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 프랑스 뿐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가입니다. 그녀 또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따 '사강'이라는 필명을 만든 것으로, 그녀의 본명은 프랑수와즈 쿠레입니다.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주목받는 작가가 된 그녀는 작품만큼 자유분방한 사생활로도 유명합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탈세 등으로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까지 낳을 정도였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도 그녀가 50대 때 마약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한 말입니다. 하지만 2004년 심장과 폐 질환으로 생을 마치게 됩니다.
이렇게 그녀의 프로필을 자세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이런 그녀의 삶이 소설 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와즈 사강, 그녀에게 위로를!
그녀는 20여 편의 장편소설과 4편의 단편소설집을 발표했습니다. 『길모퉁이 카페』는 1975년에 처음 출간돼 프랑수와즈 사강이 죽은 후인 2009년에 다시 출간된 단편소설집으로, 19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습니다. 『길모퉁이 카페』는 프랑스와즈 사강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으로, 늘 그녀가 이야기해왔던 '사랑'을 역시 메인 테마로 잡고 있지만 그녀의 삶처럼 쓸쓸하거나 충격적입니다.
표제작인 「길모퉁이 카페」는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마르크가 등장합니다. 마르크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병원에서 나와 길모퉁이에 있는 카페로 향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람들을 바라보던 그는 큰소리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 제가 한 잔 돌리고 싶습니다. 생 클루 경마장에서 오늘 1등을 했거든요. 방금 알게 됐습니다."(p.204) 사람들은 그에게 열렬한 박수로 축하의 인사와 앞으로의 건강을 빌어주고, 그는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약속대로 계산을 하고 카페를 나옵니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플라타너스로 돌진합니다. 「길모퉁이 카페」는 이 단편집에서 그나마 엔딩이 가장 훈훈한 소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정도로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은 하나같이 엔딩이 충격적이거나 쓸쓸합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참 달달한 사랑 이야기가 그녀에게는 왜 항상 쓸쓸하기만 한걸까요? 그녀에게는 달달했던 기억이 하나도 없는걸까요? 보통 소설을 읽고나면 위로 받는 느낌이 드는데,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면 늘 반대인 것 같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오늘도 나지막히 그녀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보냅니다.
2013. 03. 01.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