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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 -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찌질하지만 효과적인 솔루션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낼모레 서른, 판타지와 이별할 때!
얼마전 인기리에 방송됐던 드라마가 한 편 있습니다. 그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다 큰 어른(!)이 되도록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 다니는, 사랑에 대해 판타지가 있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진정한 사랑이라면 그것을 증명해 보라고도 합니다.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존재할까요? 또 수학 문제도 아닌 그런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던 이 남자는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남자는 능력도 있고 돈도 많고 매력적이기까지 해서 판타지를 꿈꿀 수도 있었을테지만, 반면 아무것도 없는 저는 무엇을 믿고 이런 판타지를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혜린의 『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를 읽으면서 그런 판타지 따위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투척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낼모레 서른인 우리에게는 더이상 판타지 따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판타지를 갖고 있다면 아마도 평생 눈물 겨운 DKNY, 즉 독거노인으로 지낼 가능성이 많습니다. 드라마처럼 어느날 갑자기 첫 눈에 반할만한 남자가 나타날리 없고, 다른 이유없이 오직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해줄리 없습니다.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이 착하고 착한 캔디 캐릭터를 버리고 변했듯이 낼모레 서른인 우리 또한 단단히 준비해서 변해야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사랑에 대해서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책에서는 사랑 뿐만아니라 직장, 인간관계까지도 판타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낼모레 서른인 우리에게는, 어린시절 그랬던 것처럼 100% 순수한 것은 찾기 힘듭니다.
『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 닿을 수 없는 용기와 희망을 주입하며 힘내라고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낼모레 서른인 우리들에겐 그런 것 따위 있을 수 없습니다. 믿을 거라곤 오직 두둑한 적금 통장과 내 자신 뿐이겠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짱돌을 들라고 하고, 너희들끼리 연대해서 세상을 바꾸라는데, 그 사람들은 절대 우리 인생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누차 말하지만, 그들은 '이미' 잘 먹고 잘산다. 우리도 일단 잘 먹고 잘산 다음에 그딴 소리에 맞장구쳐주자. 괜히 "이 세상은 나와 안 맞아"라고 푸념하며 어설픈 아웃사이더가 되지 말자는 거다(투표나 잘하자). (P.8)
그리고 저자 또한 마찬가지로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왜 다를게 없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을겁니다. 스포츠신문 기자에 책까지 펴냈으니 이 정도면 대박 드라마는 아니더라도 소소한 드라마 정도는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누군가처럼 편하게 자아실현이나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낼모레 서른인데 적금통장에 쌓이는 돈은 얼마되지 않으니 투잡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전에 경영서 관련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이 책과 실제 생활이 달라 많은 독자들이 배신감을 느꼈던 것처럼, 이런 내용의 에세이를 쓴 저자가 우리와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공감하기 힘들 것입니다.
저자인 나조차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여러분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아주 조금, 마음은 편해질 것 같다. "내 얘기야!"라며 공감도 해주길 기대한다. 그러다 보면, 밑도 끝도 없이 힘내라는 세상의 무성의한 조언보다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p.9)
다행스럽게도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인간 혹은 남녀 관계의 답을 얻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자의 직업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기자라 책 속 곳곳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실제 체험담이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낼모레 서른인 나이는 이미 지났지만, 그래도 드라마 같은 거 잊어버리고 나 자신을 변화시켜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낼모레 서른인 여성분들 혹은 서른 주변에 계신 여성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